18 에이틴 3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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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아무와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했던 소년 쿄이치가, 아버지를 따라 이사 간 시골 마을에서 개성 강한 친구들을 만나 청춘다운 청춘을 보내는 과정을 그린 만화 <18 에이틴> 3권이 나왔다. 지난 2권에서 아버지의 지병(!)이 도지는 바람에 쿄이치가 또 다시 이사&전학을 가게 되는 줄 알고 진땀 깨나 뺐는데, 이사 직전 아버지가 마음을 접어서 이제 한시름 놓고 마음 편히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줄 알았으나... 아 작가님 3권이 마지막이라뇨 ㅠㅠ 


3권이 마지막인 건 너무너무 아쉽지만, 3권의 내용이 밝고 따뜻해서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다. 3권에서 쿄이치는 서점 아르바이트생 자격으로 상점가의 여름축제에 참가하게 된다. 이제까지 자신을 믿고 지켜봐 준 스 씨를 위해, 어떻게든 상점가를 부활시켜서 서점의 매출을 대폭 올리고 싶은 마음에 호기롭게 귀신의 집을 기획하는데... 뭘 봐도 시큰둥하고 무덤덤했던 1권의 쿄이치와 달리, 너무나 밝고 적극적인 모습의 쿄이치를 보니 마음이 좋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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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된 결과인지, 어젯밤에는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 덕분인지 오늘 아침도 평소 기상 시간보다 두 시간 빠른 5시에 기상. 그래도 뭔가 일찍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아쉬워서, 어젯밤에 읽다 만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바로바로 독일 작가 카르스텐 두세의 <명상 살인>.



















예전에는 추리소설, 범죄소설만 읽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 장르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에는 일 년에 다섯 권 읽을까 말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건, 어디선가 재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고, 세 권이나 나올 정도면 작품성은 몰라도 대중성은 보장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지... 작가 이력이 특이한데, 작가 카르스텐 두세는 독일 본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라고 한다. 변호사가 범죄 소설을 쓰는 일은 종종 있지... 근데 이 작가, 변호사로만 일한 게 아니라 방송 작가로도 일했다. 주 장르는 시사, 범죄 이런 거 아니고 무려 코미디. 심지어 독일 방송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그림메 상' 후보에도 올랐고, 독일 텔레비전 상과 코미디 상은 여러 번 수상했다고...(독일인의 코미디, 궁금하네...)


<명상 살인>은 카르스텐 두세의 첫 소설로, 출간되자마자 독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지금도 상위권에 있다고 한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2권, 3권도 나왔고, 한국에도 출간된 상태. 이야기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평범한 남자가, 아내의 권유로 명상을 배우게 되면서 살인에 눈을 뜨는 그런 내용이다. 아직 도입부만 읽어서(주인공이 명상 스승과 만난 상태. 완전 초반이다) 앞으로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 궁금하다. 무엇보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명상 관련 잠언들이 참 좋다. 가령,


당신이 문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은 그저 서 있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부인과 다툰다면, 오로지 다툼에 몰두한다. 그것이 명상이다.

만약 당신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부인과의 언쟁을 떠올리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명상이 아니다.

그저 멍청한 짓에 불과하다. - 요쉬카 브라이트너,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은 자유롭지 않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강박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을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자다. - 같은 책



이런 문장들이 참 좋았다. 요새 읽고 있는 또 다른 책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생각나기도 했고. 이 책은 너무 좋아서 밑줄을 치다 치다 치는 게 지겨워졌을 정도. 지금 책 뒷면을 봤는데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사색하는 것, 새들의 세계를 알아차리는 것, 아무것도 할 필요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 이러한 크고 작은 퇴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알아차린다. 인식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것들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트라이앵글 소리 정도로 들리던 세상이 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였음을 깨닫게 된다. - 김보라, 영화감독



위 글을 쓴 김보라 감독님은 명상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영화기자 김혜리 님이 진행하는 팟빵 매거진 <즐거운 생활>에 출연해 명상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신 적도 있다(오랜만에 그 방송 다시 찾아 들어봐야겠다.) 감독님에 따르면, 명상의 핵심이자 정수는 '알아차림'이다.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기. 이게 말로는 쉬워보이는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명상 살인>에서 인용한 문장처럼,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다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아내와의 말다툼을 생각하고, 아내와 말다툼을 하는 동안에도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할 일을 떠올리는 식으로, 우리는 순간을 살지 못하고 그 전이나 그 후를 산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가능한 한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하는 일을 줄이고,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가능한 한 하지 않는 쪽으로 하고 있다. 이게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대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삶의 자세와는 정반대라서(해야 하는 일은 꼭 해라, 하고 싶은 일도 해라, 하기 싫어도 해라 해라 해라!!!) 죄악감이 들 때도 있는데, 대체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이득을 보는 게 누구인지를 생각하라는 내용도 이 책에 나온다. 잘생긴 나무는 사람들의 가구로 쓰일 뿐이고, 못생긴 나무는 산을 지키고, 뭐 이런 내용도 나오고... 아아 집중력 떨어진다. 커피 마시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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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때문인지 불면증 때문인지 아니면 둘이 겹친 것인지,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진 후로 잠을 다시 이루지 못했다.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벌써 한물 간 유행이 되었으려나) 미라클 모닝을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다. 수면 시간 3시간인 상태로는 하루 일과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며 다시 잠을 청했는데 오히려 점점 더 정신이 말짱해지고 눈이 떠져서 책 두 권을 읽어치운 거 실화냐... (설마 불면증이 재발하는 건 아니겠지)

















새벽에 읽은 책 두 권 중 첫 번째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체스 이야기, 낯선 이야기의 편지>이다. 오래 전에 최민석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궁금해서 구입했으나 왠지 손이 안 가서 안 읽었는데 책장에서 눈에 띄었지 뭐야...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은 건 두 번째인데, 전에 읽은 책이 그닥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특히 <체스 이야기>가 그랬다. 초반에 체스 챔피언 나오는 부분은 <퀸스 갬빗>처럼 흥미진진한데, 중반 이후로 소설의 분위기가 확 바뀌더니 결말은 이게 뭐야? 싶었다. 근데 평론가 님의 해설을 읽고나서 소설을 다시 읽으니... 와 어떻게 이런 내용을 이런 형식으로 구현했나 싶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사진작가 케이채 님의 여행 산문집 <케이채의 모험>이다. 이 책은 예전에 케이채 님이 트위터에서 재고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제목 그대로 저자의 모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여행이 아니라 모험이라고 할 만한 게, 저자가 가본 나라(지역)들이 주로 아마존(브라질), 파키스탄, 가나, 수단, 남수단, 남극 등등 사람들이 웬만해선 잘 가지 않는 곳들이다. 


대왕 모기가 가득한 숙소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잔 이야기, 입국할 때 실수로 도장을 안 받아서 고생한 이야기 등등도 있지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우연, 어떤 인연을 만나 최고의 한 장을 찍게 되었는지로 맺어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종국엔 감동적이었다. 좋은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찾는" 거라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케이채 님은 현재 그린란드를 여행 중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부디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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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송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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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다. 산문집 <동해 생활>,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는데, 연결되는 점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읽고, 이 작가님은 가족 드라마를 잘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도 그랬다. 우울증에 걸린 언니가 나오는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 제목 그대로 좀비가 되어버린 아버지가 나오는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엄마와 목욕탕에서 만난 이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흔한, 가정식 백반> 등 소위 '정상 가족'이라고 보기 힘든 형태 또는 상태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꽤 있고, 재밌었다. 


표제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구석기 식단의 유행이 돌아올 때>, 데뷔작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등은 송지현 작가의 또 다른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청춘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라는 연작도 실려 있는데, 이 작품들도 재미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얄궂게도 문학평론가 신샛별 님이 쓴 평론 중에서도 마지막 글이다. "나는 이 작가에게 눈물을 빚진 적이 있다."로 시작하는 글인데, 이 글에 묘사된 상황과 정서가 너무나 송지현 작가님의 소설 속 그것 같아서 신기했다. 역시 글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글을 닮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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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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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 <오지은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에 여행작가 김남희 님이 출연하셨다. 한때 김남희 작가님 책을 열심히 읽었더랬지, 라고 생각하면서 신간이 있나 찾아보니 마침 있었다. 작년 11월에 출간된 산문집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여행가로서 여행작가로서 프리랜서 노동자로서 겪은 어려움과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기쁨들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건 서른네 살 때의 일. 그 전까지는 착실하게 회사에 다니고 결혼도 하는 등 남들 눈에 '정상적'으로 보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이혼과 퇴사를 겪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고, 생각 끝에 여행이라는 답을 얻어 그 길로 전세금을 빼서 무작정 배낭을 매고 외국으로 떠났다. 다행히 여행을 하면서 쓴 몇 권의 책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넘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는 않게 살았는데, 팬데믹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여행가, 여행작가로서의 삶도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이 시기에 저자를 살린 건 주변 사람들의 '호의'였다. 그 전까지 저자는 스스로를 혼자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직장에 매인 몸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고 벌이가 없어진 저자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변의 여러 사람이 자진해서 돈을 빌려준다고 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거나, 돈 대신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보내준 것이다. 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호의와 친절에 기대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여실히 깨닫는 경험이었다. 


주변으로부터 받은 호의와 친절을 기반으로, 저자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방과후 산책단과 에어비앤비다. 방과후 산책단은 저자처럼 여행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여행하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드릉드릉한 여성들을 모집해 전국 방방곡곡을 산책하듯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에어비앤비는 베테랑 여행가인 저자가 그동안 경험한 숙소들의 장점만 모아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산책단 멤버들도 그렇고, 에어비앤비 손님들도 그렇고, 정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단 말야?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뿐이라 신기했다. 저자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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