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 NOVELIST (잡스 - 소설가) - 소설가 :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 잡스 시리즈 4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 REFERENCE BY B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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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편집부에서 만드는 <JOBS 잡스 시리즈> 에디터 편에 이어 소설가 편을 읽었다. 인터뷰이로 참여한 소설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목차순으로 요나스 요나손, 정세랑, 마르크 레비, 장강명, 로셀라 포스토리노, 정지돈, 가와카미 미에코, 김연수까지 총 여덟 명. 한국 작가 넷, 외국 작가 넷. 남성 작가 다섯, 여성 작가 셋이다. 인터뷰는 참여하지 않고 에세이로만 참여한 김기창 작가의 글도 좋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 참여한 소설가들 중에 마르크 레비를 제외한 모든 작가들의 책을 읽었다. 정세랑과 장강명, 정지돈, 김연수는 오랫동안 탐독하며 애정 해온 작가들이고,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으로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작품으로는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을, 가와카미 미에코의 작품으로는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읽었다(무라카미 하루키와 공저한 인터뷰집. 가와카미 미에코의 소설은 읽은 적 없음).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는 로셀라 포스토리노이다. 이탈리아 남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차별 문제에 민감했고, 열두 살 때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발표했고,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한나 아렌트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다. 한국에서 얼른 번역, 출간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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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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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도쿄> 이후 두 번째로 읽은 한정현 작가의 소설인데, 주제면 주제, 구성이면 구성, 문체면 문체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한정현 작가의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도 매우 좋다(<마고>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오래오래 나의 최애 작가가 될 듯한 느낌적인 느낌...! 


이야기는 두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 명은 사고로 과거의 기억을 잃고 현재는 일본에서 계약직 연구자로 일하고 있는 윤설영이고, 다른 한 명은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구연정이다. 사는 곳도 직업도 전혀 다른 두 여성을 만나게 하는 건, 설영의 사라진 친구 '셜록'이다. 과거에 쓴 논문으로 한국에서 임용 기회가 생긴 설영은 자신과 함께 논문을 쓴 친구 셜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설영은 셜록이 사라진 이유가 그의 성별과 성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이는 설영의 연구 주제인 국가폭력, 젠더 폭력, 혐오 범죄 등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한편 연정은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며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내심 자신이 하는 일이 여성, 특히 외모를 장사 수단으로 활용하는 성매매 여성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는 사실에 죄의식 내지는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설영으로부터 몇 년 전 고객이었던 셜록에 대해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고, 설영을 만나 '왓슨들'이라는 SNS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면서 과거에는 자신도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의학사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랬다면, 셜록과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았던 딸과의 관계가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제목의 마릴린 먼로는 소설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마릴린 먼로가 누구인가. 아름다운 외모로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숭배 받은 영화 배우인 동시에 단지 외모가 예쁘다는 이유로 (멍청할 것이다, 남자 관계가 복잡할 것이다 등등의 조롱과 함께) 평가절하된 성적 심벌이다. 이런 식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면서도 혐오하는 모순을 작금의 성형 열풍, 여성 혐오, 성소수자 문제 등등과 연결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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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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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동경했다. 영어뿐 아니라 제2외국어 공부에 열심이었고, 전공을 정치외교학으로 정한 것도 그런 동경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행이나 출장으로만 외국을 '경험'해 보았을 뿐 진정한 의미의 외국 '생활'은 해본 적 없이 삼십 대 후반이 된 지금은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 거의 없다. 돈 벌기, 집 구하기, 노후 대비하기 등 한국에서 하기 힘든 일이 외국에선 훨씬 더 하기 힘들 거라는 자각 내지는 체념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는 미국 뉴욕이 배경인 단편 네 편이 실려있다. 각 단편의 화자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이혼 후의 상실감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끌어안은 채로 뉴욕에 도착한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낯선 언어로 대화를 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해도 잊힐 거라는 기대를 내심 했겠지만, 막상 뉴욕에 와보니 한국에서와 별 다르지 않은 복잡하고 지루한 일상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불친절하거나 무례하며,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인과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도 삶이 즐겁지 않다면 문제는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자각이 들 때쯤, 화자들은 각각 어떤 사건을 겪거나 어떤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떠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감정이나 진실을 알게 된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실린 단편 <아가씨 유정도 하지>에 등장한다. 오십 대의 소설가 '나'는 뉴욕에서 열리는 문학 행사에 어머니와 동행한다. 팔십이 넘은 어머니가 뉴욕에 함께 가겠다고 고집한 이유를 여행 내내 짐작조차 못한 '나'는 여행 막바지에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에 대한 인상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의 위력을 지닌 진실이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기에 이 작품이 장편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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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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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다. '치열하게' 쓴다는 건 작가로서 당연한데 '편협하게' 읽는다니 독자로서 괜찮을까. 알고 보니 저자가 말하는 '편협하게'의 의미는 한 쪽으로 치우친 의견만 반영한다는 뜻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내용이나 편안한 말, 기존의 언어나 이데올로기를 반복하는 책보다는 '전압이 높은 책', '나를 소생시키는 책'을 선호한다."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그저 그런 책 열 권을 읽느니 인생을 바꿀 만한 위력을 지닌 책 한 권을 읽겠다는 의지(혹은 읽고 싶다는 희망)의 표현이랄까. 그렇다면 나도 편협하게 읽는 독자가 되리... 


저자는 여성학자이지만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관심 있는 주제는 고통과 통증, 질병과 죽음, 이를 모두 아우르는 '몸'이다. 몸에는 얼굴도 포함되는데, 얼굴이 두꺼운 사람, 즉 뻔뻔한 사람일수록 그나마 적은 기회를 잡기 쉽고 물리력, 폭력, 권력을 행사하기 쉬운 것이 오늘날의 한국 사회 구조다. 반대로 얼굴이 두껍지 못한, 남을 괴롭히고는 발 뻗고 못 자는 양심의 소유자들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며 계층 구조의 하단부에 머무른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글을 쓰고,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결국 고통에 대한 연구로 귀결된다. (60쪽 참고) 


남성 작가에 대한 생각도 흥미롭다. 저자는 리영희 대기자의 책 <대화>를 읽고 이렇게 썼다. "물론 그는 충분히 성찰적인 남성이지만, 그의 위대함은 성별화된 공/사 영역 분리로 인해 보살핌 노동에서 면제된 남성 특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결혼하지 않았어야 가능한 업적이 남성은 결혼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180쪽) 위대한(혹은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남성(작가)들을 볼 때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한다. 그들이 여성이었다면 남성일 때와 같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고, 같은 수준의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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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의 말 - 중단된 열정,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그리트 뒤라스 외 지음, 장소미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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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 나에게는 <연인>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그 책을 읽고 나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후에 다른 작가, 다른 독자들로부터 뒤라스에 대한 찬사를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연인>을 오독했거나, 남들이 아는 뒤라스의 매력을 나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일 터.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다. <연인>을 다시 읽기 위해. 뒤라스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 책은 뒤라스(1914-1996)의 말년인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진행된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 뒤라스는 1914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큰아들만 예뻐했다. 가난과 차별을 겪으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뒤라스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프랑스로 귀국한 뒤 다시는 베트남을 찾지 않았다. 1943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4년에 발표한 <연인>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뒤라스의 작품들은 대체로 자전적이다. 이에 대해 뒤라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작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그들 인생의 핵심 사건인 그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작가가 언뜻 그에게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건 늘 그의 자아, 그의 강박과 연관돼 있죠." "사람들은 쓰지 않을 때 대체 무얼 할까? 난 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은밀한 경외감을 느껴요.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95쪽)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은 무엇이든 쓰는 작가라는 인상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등장 인물들의 침묵과 부재에 담겨 있다고 뒤라스는 말한다. 오히려 서사를 이끌어가는 대화나 말은 인물들의 본심 혹은 진의를 감추거나 위장하는 효과를 지닌다.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에 주목하라는 저자의 말을 힌트 삼아, <연인>을 비롯한 뒤라스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무엇이 보일까 혹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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