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 - 자기혐오를 벗어나는 7개의 스위치 자기만의 방
오카 에리 지음, 다키나미 유카리 그림,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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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쓴 오카 에리는 일본의 명문대 게이오기주쿠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웹 개발 유닛을 창업했으며, 출판사 편집자, 월간지 기자 등의 직업을 거쳤다.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학력과 경력을 갖추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행복하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취재를 위해 오랫동안 피해 지역에 머물렀던 일을 계기로 점점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졌다. 2013년 3월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다시 양극성장애를 진단받았다. 이어진 퇴사와 이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결국 그는 쓰레기장 같은 집에 하루 종일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신세가 되었다. 


그랬던 저자가 2015년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동일본 대지진 취재 당시 만났던 '대장'이라는 인물로, 그는 저자의 상태를 듣더니 "아주 병 걸린 사람들이 하는 건 다 하네."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저자는 병에 걸려서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병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병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잘 웃는다,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몸을 잘 씻고 청결함을 유지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등등... 


책에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실천한 7단계의 노력이 나온다. 청소를 한다, 옷차림을 바꾼다, 말버릇을 바꾼다, 과거를 좋은 기억으로 바꾼다, 웃는 연습을 한다, 근력 운동을 한다, 누군가를 도와준다 등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강압적이고 엄격한 훈육을 받은 결과, 머릿속에 항상 자신을 지적하고 훈계하는 '경찰관'이 들어앉아 있는 기분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맞서 저자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고 성취를 칭찬하는 '변호사'를 상상하는 훈련을 하는데, 이것이 무기력과 우울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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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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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남이 해준 음식을 그저 먹기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봐야 흡족하고 나아가 그 음식을 남에게 먹일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를 쓴 이은선 작가는 후자다. 그의 본업은 영화 전문기자인데, 영화에 음식이 나오면 전보다 더 집중하게 되고,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 어떻게든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집에서 직접 그 음식을 만들어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초대해 대접하기도 한다고. (이런 사람이 가까운 지인이면 너무 좋겠다 ㅎㅎ) 


책에는 저자가 사랑하는 음식에 관한 영화, 영화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줄리 앤 줄리아>, <바베트의 만찬>, <리틀 포레스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다> 등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들은 물론이고, <무뢰한>, <봄날은 간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 음식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음식이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소재로 쓰인 작품들을 다수 소개한다. 


프리랜서로서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경험한 정신적인 불안과 위기, 신입 기자 시절 인터뷰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 고인이 된 친구 박지선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 글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영화,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좋아하는 대상에 정성을 다하는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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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 좋은 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9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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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걸까, 친한 사람들끼리 닮아가는 걸까. 오한기 작가의 소설 <산책하기 좋은 날>(이하 <산책>)을 읽다가 정지돈 작가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이하 <당신>)이 떠올라서 든 생각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한기 작가와 정지돈 작가는 친하다. 서로의 신작이 나오면 홍보 행사도 같이 하고,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신다고. 그래서일까. <산책>은 소설이고 <당신>은 산문이라는 것이 다를 뿐, 두 책은 한 남자가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아마 두 작가 모두 산책을 좋아하거나 산책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산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사 기획자이자 소설가인 '오한기'는 팬데믹의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 전화로만 연락 가능한 팀장은 여름을 대비해 공포영화를 기획하라고 하지만 오한기는 영 내키지 않는다. 결국 오한기는 집과 작업실로 이용하는 카페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한다. 목적 없이 시작한 산책은 중랑구에서 광진구, 강남구, 송파구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이 과정에서 오한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 가는 사유에 빠진다. 급기야 '나'를 찾기 위해 '나'가 과거에 살았던 집으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을 만나고 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작중 화자의 이름과 직업(소설가)이 작가와 같아서, 처음에는 이 작품이 소설인지 산문인지 알쏭달쏭했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등장하는 대목부터 소설이라고 확신했고(설마 실제일까?) 수많은 영화 감독 중에 왜 하필 크리스토퍼 놀런을 택했는지가 궁금했는데, 다행히 작품 해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신>에 오한기 작가가 언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책>에도 정지돈 작가가 언급되며, 심지어 그 에피소드는 인상이 퍽 강렬하다. 과연 정지돈 작가가 근무하는 서점에 있는 오한기 작가의 책에 '오한기 XXX'라고 쓴 자는 누구일까. 다음 작품에선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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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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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는 데뷔작 <체공녀 강주룡>을 읽고 반한 이후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읽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마음산책에서 펴낸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로, <더 셜리 클럽>와 이어지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반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마르타의 일>과 이어지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체공녀 강주룡>을 박서련 작가의 최고작으로 꼽는 나로서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표제작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압권이다. 성장기인 외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지만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인터넷에서 게임 과외 선생을 구한다. 엄마가 게임을 잘해야 아이도 게임을 잘하게 된다는 과외 선생의 말에 혹해 게임을 배우기 시작하는 엄마. 열심히 노력한 끝에 게임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지만, 그 결과 알게 되는 건 남자(아이)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여성 혐오와 모성 혐오다. 


이어지는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을 비롯해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 사회 전반에 깊게 배어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 모성에 대한 애증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선하고 도덕적인 여성상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악하고 부도덕한 여성상도 보여주는 점이 박서련 작가답다. 목사 아버지를 둔 주인공 '보혜'가 목사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단편 <보>도 좋았다. 종교라는 미명 하에 작동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가 어떤 식으로 인간을, 특히 여성을 억압하고 파괴하는지를 묘사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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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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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일까. 요즘 들어 예전만큼 책 읽기가 즐겁지 않다. 전에도 여러 번 책태기(책+권태기)를 겪은 적 있지만, 이번은 심각하다. 하루 중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잠들기 전에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고, 부러 책을 펼쳐도 한 장 넘기기가 쉽지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을 봐도 심드렁하고, 애써 사들인 책도 읽지 않은 채로 남에게 선물하거나 중고서점에 팔고 있다. 


한때는 책이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요, 정체성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웬일일까. 시들해진 마음을 되살리고 싶어서, 내 마음대로 정한 나의 독서 롤모델이자 글쓰기 스승인 정혜윤 작가의 책을 집었다. 제목은 <뜻밖의 좋은 일>. 부제는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이다. CBS 라디오 피디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책에서 배운 삶의 '기술'이란 대체 뭘까. 그걸 알면 나도 이 지독한 책태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늘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늘 책으로 돌아갔다. 밤과 책의 위안으로 돌아갔다. 응답 없는 세상과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랑을 갖가지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은 것이 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중략) 소로우는 그 무엇도 내가 누구인지를 여름 햇빛만큼 잘 말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나 자신은 그 무엇도 내가 누구인지를 책을 읽는 밤만큼 잘 말해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13-4쪽) 


저자에게 책 읽기는 "살기 위한 준비, 예열 과정"이다. 저자는 한때 삶에 대한 아무런 질문 없이 살았다. 그냥 남들이 사는 대로 살고, 되는 대로 살았다. 책, 그중에서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명작 고전에는 타성에 젖은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만의 질문을 가지고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숙고하기 시작했고, 책을 통해 다양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책 읽기는 모든 인간의 숙명인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곧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책에는 수많은 삶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죽음이 담겨 있고, 그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죽고(살고) 싶은지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영원히 살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의식하면 삶은 바뀐다" (277쪽) 그렇다면 다시 책을 읽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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