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당쇠르 12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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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는 발레에 관한 만화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12권이 특히 그랬다. 주인공 준페이는 이제까지 미야코나 루오우, 미사키, 나츠키 등에 비해 뒤처지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도 그럴게 준페이는 이들에 비해 훨씬 늦게 발레를 시작했고, 그만큼 기본기도 부족하고, 발레에 대한 지식이나 교양도 전무하며,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2권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라나미 히비키에 비하면 어떤가. 2년에 한 번 열리는 오이카와 발레학교의 스쿨 공연회를 앞두고 오로라 공주 언더 역으로 참가한 히비키는, 발레를 하기에 최적인 신체 조건과 탄탄한 기본기, 발레에 대한 지식과 교양 등을 갖추었지만, 최정상급의 무용수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얼굴이 예쁘지 않고, 집도 유복하지 않은 데다가, 부모가 딸이 발레를 하는 걸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준페이도 히비키도, 미야코나 루오우, 미사키, 나츠키도 모두 발레에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의 형태나 크기는 각각 다르고, 각자 자신의 것을 하찮게 여기고 남의 것을 부러워 하며 괴로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건 이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발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상 모든 영역에서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이런 식으로 예상 외로 깊은 이야기를 하는 만화라서,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어서 다음 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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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회춘하다 4
아라이도 카기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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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게 하는 만화다. 1권에서는 아오모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80대 노인인 부부(쇼조와 이네)가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시절의 몸을 되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후 쇼조와 이네는 노인의 몸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젊은 시절의 몸이 되었다가, 4권에서는 이네의 기억까지 젊은 시절로(즉 젊은 시절 이후의 기억은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 일종의 기억 상실 상태가 된 이네 앞에서 당황하는 쇼조. 얼마나 당황스럽고 안타까울까.


만화 초반에는 젊은 시절의 몸을 되찾은 쇼조와 이네가 엄청난 신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들이 재미있었는데, 점점 쇼조와 이네가 젊을 때는 가족의 반대나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분위기 등 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면서 감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감동적이다. 4권에서 쇼조와 이네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학교 문화제에 참가하게 되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쇼조는 늦게나마 학교 생활의 일부분을 경험하며 기쁨을 느낀다. 이네는 쇼조와 함께 학교에 다녔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데, 이런 상상 참 로맨틱한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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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5
와카키 타미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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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경험이 없는 두 남녀가 해외 전근을 피하기 위해 위장 결혼 선언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1권 읽을 때 예상했듯이(!) 위장 결혼 선언 이후 본의 아니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서로에 대한 호감을 품게 된 두 사람. 4권에서는 키스까지 하게 되고, 5권에서는 무려(!!) 동거를 시작한다. 근데 둘 다 그 전에 이성과 같이 살아본 경험은 물론이고 연애해 본 경험도 없다 보니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조차 불편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 때마다 밖으로 나간다 ㅋㅋㅋ 이게 웬 사서 고생이야 ㅋㅋㅋ 


한편 회사에서는 슬슬 시베리아로 전근 갈 직원이 발표될 시기가 되고, 직원들은 회사 내의 유일한 솔로인 곤다가 전근을 가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소문을 들은 리카와 타쿠야는 해외 전근 대상에서 배제되고 싶다는 목적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편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둘은 위장이 아니라 진짜로 결혼하기로 하는데, (6권 예고를 보니) 애초에 결혼 생각이 없던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다 보니 맞춰야 할 것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그만큼 더욱 재미있어질 것 같은 예감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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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 3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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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배경인 만화는 비슷비슷한데도 왜 이렇게 다 재미있는 걸까.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코우노도리>를 연상케 하는 만화 <플라타너스의 열매> 역시 그렇다.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소아과 의사가 되었지만 아버지 같은 의사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마코. 하지만 아버지의 병원이 있는 홋카이도에 갔다가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하필이면 그 소녀가 아버지의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마코도 그 병원에 취직하기로 한다. 


병원장인 아버지와는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마코의 형 히데키가 미국에서 귀국한다. 가족이고 똑같이 소아과 의사이니 통하는 점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보이는 세 사람. 특히 마코와 히데키는 형제 사이인데도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치료에 임하는 자세 면에서 차이가 많아 트러블을 일으킨다.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의 사이가 이토록 안 좋은 걸까. 


한편 마코를 홋카이도 병원에 취직하게 만든 장본인인 토모링은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에 앞서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딸이 아프다는데도 자기 자존심만 앞세우는 모습이 황당한데,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 이런 아버지도 있겠지요... 덕분에 마코는 (토모링의 아버지처럼 못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아버지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용기를 낸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형과의 관계 회복인가. 어째 병원 만화라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기도... (어쨌든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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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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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유령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유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유령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유령처럼 엄연히 그 공간에 있는데도 없는 것과 같은 취급을 당할 때 혹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죽을 용기는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나 자신이 유령처럼 느껴지곤 한다. 


임선우의 첫 번째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에는 현실에서 유령처럼 살고 있거나 그러다 정말로 유령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표제작 <유령의 마음으로>의 '나'는 빵집에서 일하던 중 자신과 똑같이 생긴 유령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그 전까지 무기력하게 반복했던 일상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손님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지지부진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다. 어쩌면 그 유령은 나조차 몰랐던, 혹은 나도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어떤 마음들이 발현된 총체가 아니었을까. 


이어지는 단편 <빛이 나지 않아요>는 가난한 뮤지션인 '나'와 남자친구가 생계를 위해 새로운 직장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몸에 닿으면 해파리로 변하는 변종 해파리가 출몰한 세상. 남자친구는 그 해파리들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나'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해파리로 만드는 일을 해서 그토록 원했던 경제적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나'는 점점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진다.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나를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만드는 느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그걸 안다는 게 슬프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는 작품은 <낯선 밤에 우리는>이다. 난임 클리닉에 다니는 희애는 어느 날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어린 시절 친구인 금옥을 본다. 자기 몸보다 큰 십자가를 지고 전도 중인 금옥을 처음에는 외면하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금옥의 집으로 초대받아 금옥이 해주는 음식을 먹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매주 금옥의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나를 유령 아닌 인간의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타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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