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신장판 3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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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를 처음 본 게 대학생 때인데, 어느덧 내 나이 삼십 대 후반. 근데 다시 읽어도 너무 재밌다. 아니, 나이가 들어 다시 읽었기 때문에 보이는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노다메 칸타빌레> 3권에서 졸업 시즌이 되고 취업을 위해 음악을 그만두는 4학년들의 모습. 전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삼십 대 후반이 되어 보니 음악(꿈)을 포기하기에 이십 대 초중반은 너무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들고, 4학년들이 S 오케스트라에 매달리는 이유가 단순히 치아키가 멋있어서,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걸 알겠다. 


꿈의 크기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예전에 이 만화를 봤을 때는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 자신의 실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치아키의 상황이 안타깝고,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데도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다는 노다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꿈은 클수록 좋다는 말에는 여전히 동의하지만) 남들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약점이 누군가에게는 실존을 뒤흔드는 문제일 수도 있고, 남들 눈에는 작아 보이는 꿈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과업일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치아키와 노다메의 상황이 절절하게 공감이 되었다. 그러니 예전에 읽었어도 다시 한 번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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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말로우 블루 1
사마미야 아카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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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말로우 블루>는 판타지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릴러가 더해진 독특한 만화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후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던 27세 청년 아오이는 자신처럼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여고생 사쿠라와 몸이 바뀐다. 이후 아오이는 사쿠라의 모습으로 사쿠라의 생활을 살게 되는데, 전부터 사쿠라를 눈여겨 보았던 같은 반 남학생 미나즈키가 그를 도우면서 묘한 관계가 형성된다(여자와 몸이 바뀐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이것은 bl인가 헤테로맨스인가). 


남자와 여자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을 떠올리게 하지만, 학교폭력, 은둔형 외톨이 등의 소재가 등장하는 만큼 분위기가 다크하고,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가 상당히 강하다. 아오이의 몸을 가지게 된 사쿠라는 행방이 묘연하고(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하려는 걸까?), 아오이와 사쿠라의 몸이 바뀌게 된 계기인 커뮤니케이션 앱 '링(Ring)'의 정체도 미스터리다. 사쿠라 이외의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미나즈키의 사연도 궁금하다. 벌써 2권이 나온 것 같은데 어서 읽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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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식 중정 3
김연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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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회랑식 중정>.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 재밌다. 만화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다. 경성 최고 부잣집의 딸 세희는 배다른 오빠 재희를 몰락시키기 위해 한 가지 음모를 꾸민다. 그것은 경성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남자 하인 윤을 이용해 재희를 유혹하는 것. 세희가 계획한 대로 재희는 윤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문제는 재희뿐 아니라 세희의 친동생 래희도 윤에게 이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 하인을 둘러싼 두 형제의 기싸움이라니. 너무 재밌다(꿀맛이다). 


한편 래희는 윤을 닮은 여학생을 발견하고 친교를 제안하는데, 세희는 같은 여학생을 보고 죽은 새언니(재희의 아내)를 떠올린다. 재희의 아내 청아가 생전에 세희에게 남긴 말이 나오는데 내용이 짠하다. "나는 사랑받지 못해서 불행한 게 아니에요. 나는 내가 없어져서 불행해요." 아무리 출신이 좋고 똑똑해도 '여성'인 이상 가부장의 허락 없이는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아버지나 오빠, 남편의 허락 없이는 공부도 결혼도 못 하는) 당대 현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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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119 구조대 애장판 (복각판) 9
소다 마사히토 지음, 허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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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떠올리게 하는 '열혈 천재' 소방관 아사히나 다이고의 활약을 그린 만화 <출동! 119 구조대 애장판>. 8권에서 에비타니 온천 마을로 휴가를 떠났던 다이고는 휴가 마지막 날 마을에 불이 난 것을 본다. 서둘러 화재 현장으로 달려간 다이고는 마을 사람들이 소방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불을 끄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는다. 이것이 15년 전 고미 소장이 이 마을에 와서 만들어낸 변화라는 사실을 알고 다이고는 자신도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기로 다짐한다. 


휴가를 마치고 하마 출장소에 복귀한 다이고는 본부의 오시타리가 도입한 신병기 '임펄스'의 사용법을 익힌다. 얼마 후 임펄스의 첫 출동이 될 화재 신고가 들어오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은 고미 소장과 오시타리에게 있어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긴 장소다. 다이고도 갑자기 번진 불에 휩싸이는 바람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겉으로는 밥도 잘 먹고 예전과 다름 없어 보이지만, 번쩍이는 것을 보면 화들짝 놀라는 등 전에는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것이 수상하다. 다이고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긴 걸까. 어서 다음 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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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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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파친코가 편의점만큼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 나는 일본 하면 사람들이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어딜 가나 파친코가 있고 업소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에 내가 모르는 이면이 있고, 그 이면으로 인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둡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선생의 책을 따라 읽으면서 재일조선인 문제에 눈을 떴고,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가 어떤 식으로 재일조선인들을 이용하고 차별하는지를 알았고, 파친코가 재일조선인 문제를 상징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국민 대우를 받지 못하고, 남한 또는 북한의 국적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국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진학과 취업을 비롯한 사회 활동에 있어서 제한과 차별을 받기 때문에, 과거에는 (일본인보다 우월한 신체를 활용해)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가 되지 않으면 대체로 자영업을 하거나 파친코, 야쿠자 같은 어두운 일에 종사했다. (소설 <파친코>의 모델로 알려진) 파친코의 왕으로 불리는 일본 기업 마루한의 회장 한창우 역시 재일조선인이었다(현재는 일본으로 귀화). 





소설 <파친코>는 재일조선인 가족 4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선자는 일제강점기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선자의 부모는 비록 장애가 있고 가난했지만 근면 성실했고 외동딸을 끔찍이 사랑했다.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가 운영하는 하숙집 일에만 매달려 있던 선자는 어느 날 시장에서 생선 중개상인 고한수를 만난다. 얼마 후 고한수의 아이를 임신한 선자는 고한수에게 일본인 아내와 자식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아들을 낳으면 집과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선자네 하숙집 손님인 목사 백이삭이 선자를 가엾게 여기고 함께 오사카로 가자고 제안하고 선자는 이에 응한다. 


백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건너간 선자는 아들 둘을 낳는다. 좌판에서 김치를 팔아 열심히 돈을 모아서(이 부분이 제일 재밌다) 아들 둘을 잘 키우고 백이삭의 형 부부까지 건사한다. 고한수의 아들 노아와 백이삭의 아들 모자수는 각각 다른 성정을 지녔고 다른 인생을 꿈꿨으나,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진학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둘 다 파친코 일을 하게 된다. 미국 명문대 학위를 가진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도 나중에 아버지의 사업에 동참하는데, 마침 이때가 일본의 버블 붕괴-경기 침체 시작 시점이라서 이후 솔로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작가님 더 써주세요 ㅠㅠ). 





일제강점기가 배경이거나 재일조선인이 나오는 이야기에서 일본인은 대체로 (재일)조선인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마련이고 이 소설에도 그런 모습이 나오지만, 이 소설에는 모자수의 친구 하루키나 노아의 애인 아키코, 모자수의 애인 에쓰코, 에쓰코의 딸 하나처럼 (재일)조선인에게 우호적인 일본인의 모습도 나온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루키, 아키코, 에쓰코, 하나는 모두 일본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어 배척당하거나 일본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인물들이다. 약자가 약자를 알아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데, 어떤 약자는 다른 약자를 괴롭히고 어떤 약자는 다른 약자에게 관대한 이유는 뭘까. 


여러 인물이 나오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단연 선자다. 선자는 (여성 중심의 가족사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과 비슷한) <토지>의 서희나 <미망>의 태임 등과 비교해 형편도 훨씬 안 좋고, 신분 상승이나 재산 축적의 욕망도 적고, 남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다. 선자가 살면서 드물게 욕심을 내고 일탈을 한 일이 있다면 고한수와의 연애인데, 임신 사실을 안 후 선자의 삶은 (당시 사회 규범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연애와 임신을 한 죄를 씻기 위한 속죄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일을 제외하면 선자는 딸과 아내, 엄마로서 흠 잡힐 만한 일을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너무 고생만 하면서 살았는데, 선자의 어머니 양진은 말년에 오래 전 선자가 엄마 눈을 피해 (선자는 몰랐지만) 유부남인 고한수와 연애하고 아이를 가진 사실을 들먹이며 선자를 비난한다. 그 모든 속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죄인 취급당하는 여자의 삶 뭘까. 선자 외에도 '몸을 함부로 굴리거나' '남자가 듣기 싫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 당하는 여자들이 이 소설에 많이 나온다. 선자가 (남성인) 아들, 손자만 있고 (여성인) 딸, 손녀는 없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재일조선인이고 여자였다면 모자수나 솔로몬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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