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신장판 4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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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를 신장판으로 다시 읽는 중인데, 처음 읽을 때에도 명작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읽어도 명작이다. 특히 캐릭터 설정이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피아노 천재인데 유치원 교사가 꿈인 노다메와,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외국에 못 나가는 치아키. 재능과 야망, 천재의 시련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이토록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만화가 또 있을까.


4권에서 치아키는 음악제에서 만난 젊고 재능 있는 연주자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라이징 스타 오케스트라'의 데뷔 무대 준비로 정신이 없다. 문제는 지휘자인 치아키(+미네)는 이 일에만 매달려 있는 반면, 다른 단원들은 콩쿨 준비나 유학 준비 등 개인적인 일로 바쁘다는 것이다. 치아키는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국내 오케스트라 지휘자 외에는 다른 꿈을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게 되고, 그런 그를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던 노다메는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한편 노다메는 지도 교수가 스파르타식 교습으로 유명한 에토 교수로 바뀌는 바람에 그동안 만들어온 동요들을 완성시키지 못할 위기에 놓인다. 성격 강한 치아키조차 두 손 두 발 다 든 에토 교수와 노다메의 불화는 불 보듯 뻔한 일. 그런데 노다메의 도움으로 치아키의 진로가 수정되면서 노다메의 진로에도 변화가 생기고, 이번에는 노다메가 에토 교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된다. 사랑으로 한 일이 자신의 운명도 바꾸는 이런 이야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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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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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일본 범죄소설에 탐닉했고 그 후에는 북유럽 범죄소설을 열심히 읽다가 영국 드라마 <브로드 처치>를 본 후로는 영국 범죄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영국 범죄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 등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작가층도 두텁고 작품 수도 많고 작품의 장르도 다양하다는 인상이 있다. 


M. W. 크레이븐의 <퍼핏 쇼>는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소설 하면 연상되는 설정이나 전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변화가 잘 반영된 작품이다. 아마도 이러한 미덕으로 인해 2018년 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2019년에는 영어권 대표 추리소설 상인 골드 대거상을 수상하고, 2023년 시리즈 5권까지 나오고 TV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는 대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영국 북서부 스코틀랜드 바로 밑에 위치한 컴브리아다. 이 지역에는 '환상열석'으로 불리는 거석, 선돌(스톤헨지를 상상하면 된다)이 아주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이 환상열석에서 불에 탄 시신이 연달아 발견된다. 중범죄분석섹션의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는 이 시신들을 분석하다가 세 번째 시신에 어떤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름의 주인은 정직 중인 경관 '워싱턴 포'. 경찰은 '이멀레이션 맨'으로 불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고, 급하게 포의 복귀를 결정한다. 


이 소설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현재의 연쇄 살인 사건이 과거의 살인 사건으로 연쇄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처음에 이 사건은 범인이 컴브리아 지역의 환상열석에 불에 탄 시신을 남겼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이나 단서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포와 틸리가 가세하면서 새로운 단서들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과거에 일어났으나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훨씬 더 끔찍하고 흉악한 범죄가 드러난다. 사실상 이 작품은 하나의 소설에서 두 개의 사건을 다루는 셈으로, 그러한 구조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야기도 훨씬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소설의 주인공인 포와 틸리의 케미(스트리)이다. 포가 정의감이 강하고 때로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열혈 형사라면, 틸리는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숫자와 데이터 분석에 능한 천재다. 어떻게 보면 접점도 전혀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두 사람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장점을 돋워주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세 번째는 현재 영국 경찰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알려주고, 정부와 법의 문제도 두루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M. W. 크레이븐은 10년 간 군에서 복무하고 16년 간 보호관찰관으로 일하며 경찰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경험자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경찰 조직 내부의 문제나 경찰과 다른 조직 간의 문제, 행정부와 사법부, 종교계, 언론 등의 알력 또는 영향력이 사건 해결 및 가해자,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장점이 많은 소설이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시리즈의 다음 편도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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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금렵구 애장판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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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만화 <천사금렵구>의 애장판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다. 나는 <천사금렵구>라는 만화 제목만 알고 만화를 직접 읽어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과연 90년대 느낌이 낭낭하다. 톤을 많이 붙인 화려한 작화와 창세신, 심판, 타천사 등이 등장하는 장대한 세계관, 요즘 독자들이 보면 뜨악할 학원 폭력 장면이나 남매 간의 사랑, 그 시절엔 최신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고대 유물 취급 받는 PC와 CD 등 너무 오랜만이라서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다. 


1999년 도쿄 S구. 얼굴은 잘생겼지만 불량한 생활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무도 세츠나는 이혼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여동생 사라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같은 시기 전국적으로 '천사금렵구'라는 이름의 CD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으며, 이 CD를 재생한 사람 중에는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어느 날 세츠나를 짝사랑하는 사라의 친구 루리가 이 CD를 손에 넣게 되고 갑자기 성격이 바뀌면서 이들 주변에 이상한 일이 생긴다. 


알고 보니 이 CD는 천계 최고의 천사였으나 쌍둥이인 알렉시엘이 창세신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후 봉인되어 있던 로시엘을 부활시키기 위해 로시엘의 부관 카탄이 만든 것으로, 로시엘의 봉인이 풀리고 세츠나가 알렉시엘의 환생임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반부터 엄청난 설정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바람에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설정들을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끌고 나갈지(이미 오래 전에 연재가 끝났지만)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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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요괴 씨 4 - 완결
노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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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어울려 사는 마을이 배경인 만화다. 요괴가 등장하는 만화 대부분이 요괴와 인간을 적대적인 관계로 그리는 데 반해 이 만화의 요괴와 인간은 서로 돕고 사는, 공생하는 관계다. 무우짱이 검은 그림자에 삼켜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요괴들이 앞장서서 무우짱을 구하는데, 알고 보니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돌아가신 무우짱의 아빠였다. 요괴들은 자신들이 무우짱을 잘 돌볼 테니 걱정 말라고 무우짱의 아빠를 설득하는데, 이런 요괴들이 무우짱 곁에 있다면 아빠도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요괴가 인간의 꿈을 넓히기도 한다. 영화 감독이 되고 싶지만 "좋아한다고 직업으로 삼을 순 없다고 생각해", "(친구들한테) 꿈을 말했더니 안 된다고, 운 같은 게 좋지 않으면 될 수 없댔어."라고 말하는 타쿠미에게 고양이 요괴 부치오는 어쭙잖은 조언을 들려주는 대신 "저는 타쿠미 군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라며 격려한다. 얼마 후 타쿠미는 친구로부터 운의 실체는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부치오가 적절한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면 타쿠미가 친구의 말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한편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크게 갈라지면서 악귀들이 출몰하는 '경계선 붕괴'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고, 인간과 요괴가 함께 어울려 사는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악귀의 정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인간이 해온 '언령'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일본에는 '절분'이라는 명절에 사람들이 콩을 뿌리면서 "악귀는 밖으로"라고 외치는 풍습이 있는데, 이 풍습으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를 상상한 점이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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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 5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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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소아과 의사 마코를 중심으로 소아과 병원 안팎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유명 피아노 유튜버인 토모링이 소아 백혈병에 걸려 입원하고, 수술 방식을 두고 마코와 형 히데키가 충돌한다. 결국 히데키가 토모링의 수술을 맡고, 수술 과정에서 토모링이 보기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히데키는 자신의 방식대로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토모링의 치명률이 높아졌을 거라고 말하지만, 정작 수술을 받은 토모링의 표정은 어둡다. 


환자의 심중을 헤아리는 일은 생판 남인 의사에게 어려운 과제인 건 물론이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로서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병원에는 CLS라는 이름의, 일종의 환자 케어 전문가가 있다고 한다. 마코의 병원에서 일하는 아오바 씨가 바로 CLS다. 아오바 씨는 매일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지만, 부모에게 여자란 그저 "남자한테 선택받고 아이한테 선택받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는 전근대적인 말을 듣는다. 


급기야 원장 아들인 히데키로부터 '이 병원에는 CLS가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환자인 렌의 어머니에게도 자신의 일을 부정당하는 아오바 씨. CLS라는 직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종사할 수 있는 전문직 같은데,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과 해당 직업의 수혜를 받는 사람조차 인정을 안 해준다는 게 참 이상해 보였다. 다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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