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 애장판 9 - 지각 이변
사이토 타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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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에서 아버지의 피켈을 발견하고 가족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뻐했던 사토루는 9권에서 전보다 더욱 열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먹잇감을 보고 달려드는 들개들도 용감하게 물리치고, 절벽을 만나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비행 기구를 만들어서 절벽을 건넌다(이 정도면 일본판 미션 임파서블 아닌가 싶다...). 


인간인 이상 배고픔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법. 사토루는 직접 낚싯대를 만들어서 낚시를 해보지만, 지진 이전에 공장 폐수와 화학 세제 등으로 오염된 호수에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대지진이라는 극한의 재난 상황이 아니어도, 수질 오염처럼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은 현재 진행 중이고 어쩌면 자연에 의한 재해보다 더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는 점이 이 만화의 미덕이다. 


사토루는 낚시를 할 수 있는 맑은 물을 찾아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만난 소년의 안내로 한 마을에 가게 된다. 마을의 중심에는 '사츠키 님'이라는 수호신이 있고, 사람들은 사츠키 님 덕분에 대지진 상황에서도 목숨을 구하고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모든 건 사츠키 님을 위시해 마을 사람들에게서 음식을 빼앗고 권력을 누리고 있는 신관들의 세뇌이자 계략이다. 그런 그들이 지진 이후 혼자 힘으로 생존한 사토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신관들은 사토루가 마을에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기회를 틈타 사토루를 없애기로 한다. 자신들과 '다른' 존재를 배척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결국 권력자(기득권층)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며, 인간의 심신이 극도로 취약할 때 사악한 의도를 가진 종교와 정치가 얼마나 쉽게 인간의 마음에 침투하고 능력을 마비시키는지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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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애장판 8 - 역병 유행
사이토 타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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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타카오의 재난 만화 <생존 게임 애장판> 8권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자연보다 인간이 더 무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토루가 후지산에서 빠져나온 후 오랜만에 만난 남자들은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데다가 혼자 다니는 사토루를 걱정하기는커녕, 사토루의 말을 믿지 않고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다행히 사토루의 말을 믿는 노인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그 후에 만나는 사람들도 온전히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시 가족을 찾아 길을 걷던 사토루는 수많은 무덤들을 보게 되고, 무덤을 만든 남자로부터 이 지역에 유행병이 돌았다는 말을 듣는다. 남자와 헤어진 후 다시 길을 걷다 터널에 들어간 사토루는 마침 그곳에서 피난 중인 지구물리학자 코미야마 박사와 만난다. 유명인과의 만남에 놀라워하는 사토루는 코미야마 박사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을 보고 더욱 놀라는데, 그것은 사토루의 아버지가 애용하던 피켈...! 가족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뻐하는 사토루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루 빨리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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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네의 아이 4
사사키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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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세계에서, 몸의 일부가 보석으로 변한다면 행운일까 불행일까. 3년 전 마을에 나타난 남자에 의해 가족을 잃고 왼쪽 다리가 돌로 변한 소년 '카이'의 상황이 그렇다. 석화된 카이의 다리에는 '레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다리를 노린다. 그러다 카이는 아케보시라는 광석 장인을 만나 사제의 연을 맺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한다. 


4권에서 카이는 석화를 '반전'시킬 수 있는 능력에 눈을 떠 전신의 석화를 해소하는 데 성공한다. 카이의 스승인 아케보시는 카이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사실에 놀라고, 카이 또한 그동안 석화된 사람들은 물론 자신의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하지만 카이의 가족을 석화한 기술은 '별개의 기술'이기 때문에, 카이가 '완벽한 아라가네의 아이'가 되기 전에는 석화를 풀기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에 좌절할 법도 하건만 카이는 금방 기운을 차리고, 하루라도 빨리 '완벽한 아라가네의 아이'가 되고 싶다며 여정을 서두른다. 이윽고 용신 마을에 도착한 카이와 아케보시 일행. 참고로 4권 마지막에는 점프플러스에서 예전(연재 이전?)에 게재된 1화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이 실려 있다. 카이의 과거를 알 수 있으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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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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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남아공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영미권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다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호주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이 쇼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설명이 잘 안 된다. 그 때까지 내가 알던 코미디는 '방법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자학을 하든 약자, 소수자를 비하하든 웃기기만 하면 상관없는 것이 코미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코미디를 잘 안 봤다.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는 달랐다. 해나 개즈비는 자신이 여성, 레즈비언, 과체중, 자폐, ADHD,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되 그러한 사실을 농담거리로 삼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역으로 그러한 사실을 농담거리로 삼는 (주로 백인 남성) 코미디언들과 그러한 코미디언들의 농담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현실에서 그들의 농담을 모방하고 전파하는 무개념, 무지성 관객들을 세련된 방식으로 조롱한다. 전공인 서양미술사 지식을 활용해 예술과 역사를 지배하는 남성들의 권력 남용을 지적하고, 이를 방치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비판한다. 


그렇다면 해나 개즈비는 어쩌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고 어떻게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그 답은 해나 개즈비의 책 <차이에서 배워라>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해나 개즈비는 호주에서도 벽촌인 태즈메이니아에서 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어린 시절, 또래 여자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해서 힘들었던 유년 시절, 자신이 '벽장'에 갇힌 줄 모르고 동성애 혐오자로 지냈던 청소년기와 장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했던 청년기의 일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해나 개즈비는 삼십 대 중후반까지 번듯한 직업도 없고 집도 없고, 배우자도 애인도 없는 상태였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레즈비언 여성인 데다가 게으르고 사회성이 부족하고 뚱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스탠드업 코미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이전까지와 다른 각도로 보기 시작했다.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자기 비하적 농담은 자기 자신을 상처 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처를 지닌 관객들을 상처 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자신과 관객의 상처를 헤집으며 웃길 바엔, 웃기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는 코미디를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는 그동안 해나 개즈비가 살아온 삶과 그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은 교훈과 깨달음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의 초고를 구상한 계기부터 구체적인 원고 작성 과정, 투어를 돌면서 점차 원고를 발전시킨 과정과 마침내 넷플릭스 방영이 결정되어 최종 녹화를 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하게 밝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과 하나의 창작물, 예술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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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멜리아 전기 2 - ~백작 영애, 마왕을 쓰러뜨린 후에도 인류가 위험해 보여서~
카미토 료 지음, 코다마 그림, 아리 야마료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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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영애가 마왕을 쓰러트린 후 왕자 일행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군대를 조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 원작 만화다. 순진한 여자가 대의만 믿고 남자에게 헌신했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져 각성하고 새 인생 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여자로서 공감 가는 대목도 많고 배울 점도 많아서 1권부터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만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생략된 이야기가 궁금해, 언젠가 소설이 나온다면 소설도 읽고 싶다. 


2권에서 백작 영애 로멜리아는 자신이 조직한 군대로 마왕군과의 첫 전투를 치르는 상태다. 군대라고는 해도 병사는 고작 21명인 데다가, 로멜리아가 군대를 지휘하는 것도, 대원들이 로멜리아와 함께 싸우는 것도 처음이다. 심지어 전원 남성인 병사들이 여성인 로멜리아를 과연 믿고 따를지도 불분명한 상태. 하지만 로멜리아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점을 십분 활용하여 전술을 짜고 병사들을 격려해 마침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전투를 끝내고 카슈로 돌아온 로멜리아는 치유사를 구하기 위해 노테 전 추기경을 찾아간다. 알고 보니 로멜리아가 노테 전 추기경을 찾아간 이유는 치유사를 구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오래 전 로멜리아가 왕자 일행에게 버림 받고 살 길이 막막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 바로 노테 전 추기경의 제자였던 것이다. 애초에 로멜리아가 왜 카슈로 온 건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날 희망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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