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일 수 없는 역사 - 르몽드 역사 교과서 비평
고광식 외 옮김, 김육훈 해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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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뒤늦게'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 역사를 전혀 모르기 때문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문과였고, 수능시험 볼 때 사회탐구 과목으로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택했고,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고급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시국을 보고 있자니 내가 배운 역사가 반쪽짜리 역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배운 역사는 정부 입장에서 서술된 역사였고, 내가 아는 역사는 승자 위주의 역사가 아닌가 싶다. 정부가 가리고 싶어 하는 역사, 승자들의 기록에서 제외된 역사는 잘 모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온전한 역사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요즘 내가 공부하는 역사가 한국사에 한정된 것이라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이자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만든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세계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인류 역사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양차 세계 대전과 동서 냉전이 일어난 1830년부터 현재까지가 대상이다. 




이 책은 183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국제관계상의 주요 이슈들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함과 동시에 세계 각국의 역사 교과서의 발췌문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발췌문은 동일한 주제, 동일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동일한 입장, 동일한 목소리를 싣고 있지 않다. 각 나라, 각 정부의 입장에 맞는 목소리만이 실려 있다. 당연한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주민이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원수인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인들에게는 근대화의 주역이고, 한국인들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들에게는 테러리스트로 기억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나는 나대로 옳고 너는 너대로 옳다'라는 역사적 상대주의가 답은 아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사건들의 이면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역사적 진실에 가까워지게끔 한다. 가령 19세기는 주류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자유주의의 산물이기만 할까? 19세기와 자유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은 당시에 있었던 수많은 갈등과 모순을 은폐할 뿐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모색해온 정치적 계획과 시도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지속적인 자본 축적이 가져온 축복일까? 산업혁명의 '진정한' 동력은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 환경과 불합리한 임금이었다. 이는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를 당시 대통령의 공으로만 돌리고, 전국 각자의 공장에서, 고속도로에서, 탄광에서 일한 국민들의 피와 땀을 무시하는 태도와 멀지 않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정말로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사라예보 사건으로 '촉발됐던 것일까? 제1차 세계대전은 그전부터 확산되고 있던 제국주의적 경쟁관계가 폭발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사라예보 사건 같은 극적인 사건을 강조하는 것은 당시의 국제 정세를 비약하는 폐해가 있다. 그렇다면 제1차 세계대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1920년대 프랑스 교과서를 보면 제1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독일에, 독일 교과서를 보면 프랑스에 책임이 있다고 쓰여 있다. 이렇게 상대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가 제1차 세계대전을 허술하게 종결짓게 만들고 몇 년 뒤 제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진실이 하나일 수 없듯이 역사적 진실을 해석하고 서술하는 관점 또한 하나일 수 없다. 이 책이 작성된 목적 역시 세계 각국의 역사 교과서 서술을 살핌으로써 다양한 역사 인식을 알자는 것이지, 하나의 역사관만을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시도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는 시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국정 교과서는 국가의 역사 해석을 유일하게 옳은 것으로 간주하여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교과서이다." 책에 따르면 현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뿐 아니라 한국사와 세계사가 통합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도 국정화함으로써 세계사도 왜곡하려 했다. 누가, 왜, 무엇이 두려워서 역사를 바꾸려고 한 것일까? 끝까지 물어서 책임을 지게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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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김철수 - 사람을 찾습니다
정철 지음, 이소정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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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부터 꼰대가 될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지면? 자식들이 성장하면? 카피라이터 정철의 신간 <꼰대 김철수>에 따르면 꼰대는 '선택'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상사든 부하든, 기혼이든 비혼이든, 남자든 여자든, 생각이 정체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스스로 꼰대 옷을 입는 순간부터 꼰대가 된다. 나이 어린 꼰대, 신입사원 꼰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꼰대가 선택이라는 건 꼰대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꼰대를 치료하는 방법 첫 번째는 세상에서 널리 통용되는 통념에 대해 '아니오'라고 반기를 드는 것이다. 어른들 말씀은 늘 옳다, 누구든 꿈 하나는 있어야 한다, 두리번거리는 개가 길을 잃는다 등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말들에 대해 저자는 하나씩 반박한다. 


어른들 말씀은 늘 옳다는 믿음은 '다수라는 안전지대로 황급히 몸을 옮기는' 못된 관성에서 비롯된다. 꿈은 의무도 아니고 선택도 아니며 그냥 운명 같은 것이다. 꿈은 '피할 도리 없는 기습 같은 것'이니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고 못 찾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두리번거리는 개는 주인 따라 걸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다리에 없던 힘이 실리고 원하던 길로 스스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두리번거리고 기꺼이 방황해도 된다. 


꼰대를 치료하는 방법 두 번째는 말 조심이다. 꼰대들의 생각과 언어를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살펴 경계하면 인생이 바뀐다. 가령 꼰대들이 자주 쓰는 '왕년'이라는 말은 자신이 한때 잘 나갔음을 부각함으로써 지금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람인지 만천하에 자백하는 효과가 있다(유사품으로 한때, 그때, 옛날에, 소싯적에 등이 있다). '오지랖'을 떠는 사람은 스스로를 멘토라 생각할지 몰라도 그의 오지랖을 들어야 하는 사람 눈엔 그저 꼰대다. 


"책에 실린 글은 내가 나에게 내리는 처방전입니다. 내가 나에게 조금만 천천히 꼰대가 되라고 부탁하는 호소문입니다." 저자는 '꼰대 김철수'가 실은 자기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니 꼰대를 무조건 미워하지만 말고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부탁한다. 


어디 저자뿐이랴. 저자가 그린 '꼰대 김철수'의 모습은 내 안에도 있다. 뭘 하든 효율성을 따지고, 규율이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못 참고,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할 때가 나에게도 있다. 나는 꼰대가 아니다, 꼰대가 될 리 없다는 이분법적 사고와 맹신이야말로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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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8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신문에서 봤는데요, ‘젊은 꼰대’에 관한 보도문을 읽었어요. ‘꼰대’가 나이 든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제 또래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도 ‘꼰대’ 기질이 있습니다. 대학교 학과 생활, 군대 생활에서도 ‘젊은 꼰대’ 유형의 인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도 그런 사람들을 만났고, 어울렸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꼰대짓을 할 수도 있어요.

키치 2017-02-28 15: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대학교 때나 사회 생활 초반에 뭣 모르고 꼰대질 하는 사람들 제법 많습니다. 오히려 나이드신 분들 중에 스스로 꼰대될까 염려하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합니다. 이 책 저자의 말대로 꼰대는 나이가 아니라 선택인 듯합니다 ^^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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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에겐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는 것이 서점 이야기. 속초 동아서점, 꼭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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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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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시지요, 한 작품 안에 얼마나 많은 사상과 자극이 들어가 자리를 잡는지를 말입니다."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미술을 통해 20세기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포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가는 것>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에서도 1959년작 <철학으로의 소풍>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사랑 이후의 순간, 성찰이 작동하는 순간, 타자와 고통스러운 거리를 둔 삶, 꺼져버린 욕망이라는 공허함 가운데에서의 사유, 그 원인에 대한 냉혹한 질문을 표현하는 듯하다." 요약하면 철학의 순간 그 자체다. 


에드워드 호퍼 <철학으로의 소풍> 이 책은 니체의 <삶의 기술 철학>을 따라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근거로 삼아 '철학으로의 소풍'을 시도한다. 시간, 습관, 쾌락, 고통, 죽음, 분노, 모순 등 일상에 자리하고 삶을 관통하는 주제들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삶은 모순적이다. 충만한 삶을 추구할수록 쾌락과 고통이 동반해서 커지고 그 둘은 분리할 수 없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삶이 무가치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삶에서 쾌락을 많이 누리고 싶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 


쾌락을 누리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방법 중 하나가 습관이다. 습관에는 권력관계 또는 지배관계로부터 별다른 성찰 없이 수용하는 타율적 습관과 주체적인 의지로 습득하는 자율적 습관이 있다. 타율적 습관과 자율적 습관을 각각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느냐, 어떠한 자율적 습관을 채택해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과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주어진 삶에 의심이 생길 때에는 자기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다.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실험이며 변화의 계기다. 글쓰기는 또한 삶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건과 원치 않은 우연들을 스스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 생명의 정원 가꾸기, 가상공간에서의 생활, 건강 관리 등도 삶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분야다.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소비가 현대인들의 삶을 갉아먹고 철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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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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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유시민 저, <후불제 민주주의> 중에서) 


정치인에서 지식 소매상으로 거듭난 유시민은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후불제 헌법,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밀린 외상값을 치르는 중이다. 요즘처럼 국민들이 헌법에 관심을 가진 적도, 매주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부정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한 적도 드물다.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 전문가는 현 세태를 어떻게 볼까. <헌법은 살아있다>는 대한민국 제1호 헌법연구관 출신이며 제28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주인이 임명한 심부름꾼을 바꾸기 위한 헌법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 평화적인 저항권 행사-는 세계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저항권 행사의 모범"이라고 평가한다. 나아가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계속되어 위헌적인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 1987년 이후 20년간 사용한 헌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길 촉구한다.


"헌법의 진정한 존재 의의는 국민 개개인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제1장과 2장에 걸쳐 대한민국 헌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반영된 이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기본권 보장, 사회복지 등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조문에 관한 설명 외에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건국절 논란, 개헌을 둘러싼 쟁점 등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헌법 차원의 설명을 포함한다. 


간통죄 위헌 결정,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위헌 결정, 인터넷 게시판 본인 확인제 위헌 결정 등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 결정에 관한 해설도 실려 있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위헌 결정은 저자가 직접 기획,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군필자가 받는 역차별에 공감하는 바 있어 최근에는 가산점 제도의 조심스러운 부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피력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저자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헌법 대담이 나온다. 2013년에 이루어진 대담이지만 헌법재판과 공익 소송의 의미와 기능을 논한다는 점에서는 시의성이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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