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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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쓰코는 한때 촉망받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현재는 도의회 의원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전업주부다. 어느 날 독신인 여성 도의원이 도의회에서 만혼 현상에 관해 발언하는 도중 "당신부터 빨리 결혼해" "아이를 못 낳냐"라는 성희롱 섞인 야유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야유를 한 의원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아쓰코는 "아이를 못 낳냐"라고 말한 사람이 남편이라고 직감하지만 입을 다문다. 그리고 얼마 후 아쓰코는 집 안에서 남편이 지인에게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거액의 돈봉투를 발견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다리를 건너다>는 아쓰코의 이야기를 포함해 모두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세 편은 지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그린다. 맥주 회사 영업 과장인 아키라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의 푸념을 가볍게 흘려넘긴다. 도의회 의원인 남편을 둔 아쓰코는 남편의 부정을 보고도 눈 감는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겐이치로는 누구보다 의협심에 불타고 정의를 추구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에 휘말려 평온한 일상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 편의 이야기는 마지막 네 번째 편에 이르러 하나로 모인다. 


네 번째 편의 배경은 그로부터 70년 후인 2085년 일본. 작가는 이 시기의 일본을 인간과 로봇, 그리고 '사인'이라 불리는 새로운 생명체가 등장한 상태로 상상한다. 네 번째 편에는 앞의 세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들이 말한 것, 말하지 않은 것, 선택한 것, 선택하지 않은 것, 행동한 것, 행동하지 않은 것의 결과와 그 대가가 4장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영위하는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선택이 훗날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공직자인 남편의 부정을 보고도 못 본 척한 아쓰코가 70년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아쓰코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낳는지를 알면 오싹하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로는 드물게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작가 특유의 치밀한 감정 묘사나 번뜩이는 사회의식은 그대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일본 국내는 물론 국외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일본 내 여성, 성 소수자, 외국인 문제를 언급하고, 여성의 학교 갈 권리를 주장했다가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이야기는 작품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도 등장한다. 


지난달에 이 세월호의 침몰 뉴스가 나왔을 때, 아키라는 희생된 아이들 중에 고타로나 유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동요하고 말았다. 희생된 아이들이 전날 밤에 자기 집에서 어떤 얼굴로 웃었을지 쉽게 상상이 가서 잇달아 전해지는 잔혹한 뉴스에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였다.

 

옆 부서에 작년에 입사한 성이 '곽(郭)'씨인 한국인 직원이 있는데, 그녀의 집이 이번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까워서 학생들과도 길에서 자주 마주쳤다고 한다. 평소에는 밝고 활기찬 곽이지만, 아무래도 이 사건 직후에는 표정이 어두웠다. 


아키라를 포함해서 같은 층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희생된 아이들과 전에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60쪽) 


작품 전체를 통틀어 세월호 참사가 언급된 부분은 한 페이지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 작품이 과거의 무수한 사건들이 복잡하게 결합되어 현재를 만들고 미래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을 감안하면 마음이 무겁다. 과거의 어떤 사건들이 결합되어 세월호 참사를 낳았을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 중에 '제2의 세월호 참사'로 이어질 만한 일은 없을까.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도 지금 바꾸려 하지 않는다." 작중인물의 말이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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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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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어느 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계기는 며칠 전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평소처럼 출근을 하던 그레고리우스는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여인을 발견하고 몸을 던져 구한다. 그런데 이 여인,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기 전에 그레고리우스의 이마 위에 전화번호로 보이는 숫자를 적지 않나, 그레고리우스가 학교로 데려가자 말도 없이 사라지지 않나, 의문투성이다. 


결국 수업도 내팽개치고 여인을 찾아 나선 그레고리우스는 한 책방에서 여인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가 망설임 끝에 내려놓고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둘러 책방 안으로 들어가 무슨 책이냐고 묻자, 책방 주인이 말하기를 포르투갈 출신 작가 아마데우 프라두가 쓴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포르투갈어를 모르는 그레고리우스가 몇 줄만 읽어달라고 부탁하니 책방 주인이 정말 몇 줄을 읽어주는데, 그 몇 줄이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을 180도로 바꾼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문장에 마음이 동한 그레고리우스는 며칠 후 학교도 집도 내팽개치고 무작정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뛰어든다.


내 영혼아, 죄를 범하라. 스스로에게 죄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라. 그러나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중에 너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단 한 번뿐이므로. 네 인생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너는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고,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44쪽) 


여기까지만 읽어도 내용이 상당히 드라마틱한데 이어지는 내용은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언어의 연금술사>를 쓴 아마데우 프라두의 생애를 추적한다. 포르투갈이 독재 정권 치하에 있던 시절, 판사 출신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낸 프라두는 졸업 후 의사가 되었지만 남들 눈을 피해 독재 정권 전복을 기도하며 지하조직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여동생과 옛 친구, 동료들을 만나면서 프라두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알게 된다. 프라두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와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레고리우스는 처음에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라두에 대해 알면 알수록 프라두의 생애 자체를 흠모하게 된다. 자신의 신념과 안전을 두고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매번 신념을 선택한 프라두를 존경하게 된다.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정을 저버리고, 사랑에 버림 당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프라두를 숭배하게 된다. 그럴수록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평생 한 도시에서 살고 한 직장에 다니며 한 여자와 살고 학문 하나만 알며 산 자신을 부끄럽게 느낀다. 


하지만 과연 그레고리우스의 삶이 프라두의 삶만 못할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떠오른다. 그레고리우스와 프라두의 관계는 <싯다르타>에 나오는 고빈다와 싯다르타의 관계를 닮았다. 그레고리우스와 고빈다가 '구도자'라면, 프라두와 싯다르타는 '행동가'다. 프라두와 싯다르타가 일단 저지른 다음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사람이라면, 그레고리우스와 고빈다는 저질러진 일을 수습하고 성공과 실패의 의미를 성찰하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구도자와 행동가가 모두 필요하다. 누구의 삶이 더 좋다, 나쁘다고 가치 매길 수 없다.


다만 가능한 한 젊을 때 다양한 삶의 형태를 시도해보고 나에게 어떤 삶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겪어볼 필요는 있다. 이 작품에서 그레고리우스는 30년 이상 라틴어 교사로 재직하며 학교 일에만 헌신하느라 자기 안에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한 것 같다. 스위스에 살면서, 같은 유럽인 데다가 기차로 단 몇 시간 거리인 리스본에 여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라니. 나라면 해마다, 아니 계절마다 갈 텐데. 가고 싶어도,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서울에서 리스본까지 기차로 한 번에 가는 경험은 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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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9-23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 정답 없는 듯 합니다. ^^

키치 2017-09-23 22:04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
 
1인 가구 살림법 - 초보 혼족을 위한 살림의 요령, 삶의 기술
공아연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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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 어른이 될까?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스무 살이 넘었을 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집을 샀을 때? 부모가 되었을 때? 


내 생각에 사람은 온전히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독립해도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양할 수 있어도 간단한 집안일 하나 할 줄 모르면 제대로 된 어른으로 보기 어렵다. 자기가 벗은 속옷 한 번 빨아본 적 없고, 자기 입에 들어갈 음식 하나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을 과연 어른으로 볼 수 있을까. 


온전히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 <1인 가구 살림법>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 공아연은 대학 진학을 계기로 상경해 창문 하나 없는 월세 25만 원의 작은 고시원 방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래 13년간 혼자서 생활했다. 처음엔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버겁고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집 구하기부터 청소, 요리, 세탁은 물론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었다. 현재는 '세송'(@saesong_)이란 닉네임으로 트위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생활 정보와 살림 노하우를 부지런히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집 구하기, 청소, 세탁, 요리, 건강, 안전 습관, 집 관리, 인테리어, 정리 수납의 요령, 시간을 아끼는 요령, 절약의 요령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 구하기' 편에는 자신에게 맞는 주거 형태 찾는 법, 부동산 이용할 때 주의할 점, 집 볼 때 체크할 사항, 집주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법 등 누구나 알아야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집을 볼 때는 낮 동네 분위기와 밤 동네 분위기를 따로 파악해야 하며, 밤에는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있는지, 길거리가 충분히 밝은지 보면서 밤거리 보안이 잘 되는지 점검하라는 팁이 인상적이었다. 밤거리 보안에 가장 든든한 동지는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다. 저자 역시 편의점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몇 번이나 있다고(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기 참 어렵다...). 


'청소, 세탁' 편에서는 친환경 세제 삼총사로 불리는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사용법이 인상적이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주로 청소에 쓰이고, 과탄산소다는 빨래에 사용된다. 베이킹소다는 세균의 단백질이나 곰팡이를 녹여 없애는 데 사용되며, 구연산은 물때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언젠가 한 봉지씩 사다 놓고 잘 안 썼는데 이제부터 부지런히 사용해야겠다. 


와이셔츠나 칼라가 달려 있는 옷은 목 때가 쉽게 타는데 이 부분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싶을 때는 과탄산소다를 쓰는 것이 좋다. 과탄산소다를 푼 물에 옷을 30분 정도 담갔다가 세탁하면 깨끗해진다. 단, 과탄산소다는 피부에 닿으면 해로우니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사용해야 한다. 안 그래도 때가 타서 입지 않는 셔츠가 있는데 과탄산소다로 지워봐야겠다. 


'요리' 편에는 식재료를 구입하는 방법부터 조리 도구 갖추는 법, 식재료 손질과 보관 요령, 간단한 반찬 만드는 법 등이 나와 있다. 금방 만들어 오래 먹을 수 있는 마른 반찬 만드는 법부터 혼자 살아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싶을 때 시도해볼 만한 고기 요리, 생선 요리, 냄비 요리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실려 있어 매일 하나씩만 해 먹어도 요리 실력이 부쩍 늘 것 같다. 


큰맘 먹고 요리했다가 망친 경험이 수두룩한 사람이라면 151쪽에 실린 '당신이 요리를 망치는 이유가 있다'를 꼭 읽어보시길. 저자의 말대로 레시피만 잘 따라 해도 그럴싸한 맛을 낼 수 있는데, 요리를 망치는 '요리치'들은 레시피를 잘 안 볼뿐더러 레시피를 봐도 제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뭐, 요리하다가 조금이라도 망친 것 같으면 굴 소스 뿌려서 무마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만약 본인이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느낀다면 혹시 이런 습관이 있진 않은지 점검해봅시다. 


1. 멋대로 레시피에 변화를 준다 

2. 조리 중인 요리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는다.

3. 음식 맛을 색으로 판단한다. 

4. 맛을 보지 않고 간을 한다. 

5. 다른 양념을 넣어 실패한 간을 상쇄하려고 한다.

6. 요리의 향을 살릴 줄 모른다.

7. 불 조절을 무시한다. 

8. 모르는 단위를 적당히 짐작한다. 

9. 요리를 제대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해 사생활 보호 및 보안 팁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교환한 정보 중에 이 책에 정리한 것만 약 다섯 페이지에 달한다. 남자 신발을 현관에 갖다 두거나 남자 사진을 집에 걸어두는 고전적인 방법부터, 주변 남자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누구세요?" 이 대사를 녹음해 두었다가 수상한 사람이 벨을 누르면 녹음한 대사를 틀어서 반응을 본다, 도어록을 이용해도 락이 걸리는 새에 침입하는 놈들이 있으니 문을 닫자마자 안전 걸쇠를 건다 등 새로운 팁도 많다. 


나는 아파트에 살지만 밤 아홉 시만 넘어도 단지 내에 다니는 사람이 확 줄고 조명도 꺼진 곳이 많아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대단지이다 보니 주변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알기도 어렵고, 외부인이 단지 안에 들어오기도 쉽고. 술 먹고 노상방뇨하는 아저씨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가끔 내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 느껴질 때, 마음에 여유를 주고 생활에 쾌적함을 선사하는 팁도 나온다. 이름하여 '마음을 위로하는 작은 사치'. 일단 가장 손쉬운 게 입에 닿는 수저나 컵, 피부가 닿는 이불, 베개 커버, 수건 등을 바꿔주는 것이다. 나는 철마다 마음에 드는 색상이나 디자인, 촉감의 베개 커버를 구입하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잠도 잘 온다. 평소에 안 쓰는 독특한 맛의 치약을 써보거나, 조미료에 약간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좋다고.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면 330쪽에 나와 있는 '주기별 체크리스트'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주일, 한 달, 반 년, 일 년 주기로 반드시 해야 하는 각종 집안일 및 건강관리 습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반 년에 한 번 구충제 먹기, 스케일링하기 같은 사소한 습관까지 담겨 있어서 여기 나와 있는 것만 잘 챙겨도 생활의 질이 높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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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겨울 에디션)
조유미 지음, 화가율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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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남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보통 이상의 외모와 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반면, 내가 아는 여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보통 이하의 외모와 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남녀 모두 겉으로만 그렇게 말할 뿐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자는 왜 자신을 과소평가할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예쁜 모습을 예쁘다고 말하지 못할까. 열심히 살면서 열심히 산다고 칭찬하지 못할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조유미 작가의 에세이집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이다. 


조유미 작가는 2014년 페이스북에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채널을 개설해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을 남기고 있다. 조유미 작가가 마음을 사로잡은 구독자 수는 무려 120만 명. 2016년 첫 책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를 출간했고, 올해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를 출간하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SNS 때문에 상처받았던 경험으로 운을 뗀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데다가 외출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던 언젠가의 날. 저자는 일상적인 글을 올렸을 때 댓글만 수십여 개가 달리는 지인들과 달리 자신의 글에는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댓글이 달려 속상했다. 자신의 좁은 인간관계와 낮은 사회성이 SNS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SNS에 글을 올렸을 때 달리는 댓글 수도 늘어나고 반응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지치고 피곤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친구들과 놀다가 포즈를 취하는 것도,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려 잘 차려 입고 화장을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건 내가 아니니까. 진짜 내가 아니니까. 


그토록 부러워하던 삶인데, 왜 즐겁지 않을까. 부럽다고 생각했던 삶을 좇았는데, 왜 내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 때문에 억지로 꾸며 낸 모습.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니, 자연스러울 리가 없었다. (16쪽)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사랑에 관한 글에서도 이어진다. 3년을 사귄 사람과 헤어졌다. 그 사람은 나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내가 하면 안 되는 거라면 당신도 하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고치지 않았다.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기본으로 싸웠다. 결국 헤어졌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3년을 참았으니 더 참을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말한다. 3년을 참았으니 더 참을 수 없었다고. 다른 게 다 싫어도 이것 하나 때문에 좋아지는 게 사랑의 시작이라면, 다른 게 다 좋아도 이것 하나 때문에 싫어지는 게 사랑의 끝이다. 


내가 너를 잃은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잃은 것이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건 그와 함께한 과거였는데, 그가 감당해야 하는 건 나와 함께하지 못한 미래라는 것. 지켜야 할 것을 지켰다면 내가 그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었을 텐데, 그 사람은 행복한 미래를 안겨줄 나를 놓친 것이다. (115쪽) 


20대를 통과하며 깨달은 것들도 고백한다. 저자는 대학 시절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으려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자인, 프로그래밍, 마케팅, 스피치 등 여러 분야를 연마했고 어느 분야든 평균은 했지만 뛰어나지는 않았기에 공모전에서 상을 받지도 못했고 취업할 때 서류에 쓸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그 시간들이 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돈과 시간과 노력을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때 배웠던 지식들을 쓸 일이 생겼다. 배울 당시에는 상이나 취업이라는 결과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나중에 다른 결과물로 나타났고 저자의 현재를 만들었다. 그러니 뭐라도 열심히 부지런히 해두라는 저자의 말에 나 또한 용기를 얻었다. 


살면서 내가 놓친 건 순간순간의 행복이었다. 잘되든 잘 안되든 매 순간을 즐겨야 했는데 부정의 늪에서 헤매느라 그러지 못했다... 부정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고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아까웠다. 유한한 인생을 무한한 것처럼 살아왔던 장면들이 참 아까웠다. (228쪽)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글을 읽고 있노라니 저자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처럼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저자의 글을 읽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SNS 상에서는 모두가 멋지고 잘나 보이지만, 실은 다들 나처럼 불안해하고 힘들어한다는 것. 사는 게 팍팍하고 사람 만나는 게 버거워서 고민하고 때로는 싸우고 화내고 울기도 한다는 것.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자기 자신이 덜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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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블리아 Biblia 2017.9
(주)위즈덤샐러(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위즈덤샐러(잡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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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도 자연히 관심이 간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책을 만들고 파는지 알면 지금보다 책을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나처럼 책만큼이나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잡지를 만났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월간지 <비블리아 BIBLIA>다. 이번 호의 테마는 '독서의 기술'. 여기서 말하는 독서의 기술은 책을 그저 잘 읽는 기술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결합의 기술이다. 독자와 독자,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동네서점, 독립출판서점, 서점협동조합, 출판사 등이 벌이는 노력을 이번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처음 내 눈길을 끈 기사는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책공방북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섭 님의 인터뷰다. 김진섭 님은 오랫동안 직장에서 잡지를 만들다가 유럽 여행을 계기로 '제책(製冊)'의 매력에 빠져 현재는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드는 책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일기도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제책의 세계. 언젠가 나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전국 최초의 서점협동조합, 부산서점협동조합에 관한 기사가 뒤를 잇는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동네서점 살리기'였는데, 이제는 한해 매출 목표가 30억 원일 정도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규모도 커졌다. 동네서점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아무리 많이 들어도 반갑다. 이 밖에 2010년 경영난으로 폐업한 후 이듬해 재개업한 문우당서점, 김해시 첫 독립출판서점 페브레로, 부산의 첫 독립출판서점 샵 메이커즈 등 부산 지역 서점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부산에 가면 전부 들러서 책 한 권씩(한 권만?) 사 오고 싶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청주시립도서관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은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다. 1901년 당시 조선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조직한 홍도회라는 단체의 도서실로 시작해 일제 강점기 내내 일제의 도서관으로 쓰이다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도서관이 되었다. 청주시립도서관은 '책 읽는 청주' 운동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해 어린이극, 북토크, 포이트리 콘서트 등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다.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어떤 행사를 벌이는지 알아봐야겠다.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위치한 서점 '춤 베츠슈타인'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유명한 베스트셀러나 실용 도서는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주인과 독자의 취향을 반영해 깐깐하게 고른 책만 구비하고 있다니 프라이부르크를 대표하는 서점답다. 


민음사에서 만들어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 이른바 '동네서점 에디션'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첫 대상 도서로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이 선정되었는데, 초판으로 2천 권 찍고 출고 후 바로 완판될 만큼 반응이 좋다고 한다. 쏜살문고의 옷을 입은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은 어떤 느낌일까. 동네서점에 들르면 눈여겨봐야겠다. 


지난 5월 31일 개장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새로운 명물 별마당도서관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강남 노른자 땅에 대형 도서관이 생긴 것도 놀라운데, 진열 도서 5만여 권 중 4만 권 이상이 기부 도서라니 더욱 놀랍다. 별마당도서관에 들어가 본 적은 없고 지나가면서 본 적만 있는데, 조만간 작심하고 가서 찬찬히 둘러보고 와야겠다. 


아동 도서, 청소년 도서 서평도 실렸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부짖는 아이를 위한 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왕따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일본 소설 <미안해, 스이카>는 어른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워킹맘 문제, 학교 폭력 문제는 이제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밖에도 비블리아 9월 호에는 출판계 이슈, 신간 소식, 독자 서평, 문화계 뉴스 등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잡지 자체가 두툼하기도 한 데다가 기사 수도 많고 길이도 길어서 틈날 때마다 찬찬히 읽다 보면 한 달이 훌쩍 갈 것 같다. 여기 소개된 책만 골라 읽어도 "이제 뭐 읽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을 듯. 책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무리 읽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책 중독자로서 좋은 길잡이를 만나게 되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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