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마니아 3
쿠제 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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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마니아>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이 만화의 매력을 잘 알지 못했다. 작가가 왜 하필 배경을 가상의 '토리마니아'로 설정했는지, 인물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매력도 못 느꼈다. 


그런데 2권을 읽고 3권을 읽으면서 점점 이 만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이제는 다음 권이 나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릴 정도다!). 겉보기에는 판타지를 가미한 코믹 만화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만화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고도의 풍자 내지는 비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비유하자면 <세인트 영멘>에서 웃음기를 살짝 덜고 진지함과 독함을 더했달까.


<토리마니아>는 일본인 소녀 아카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개를 가진 '새 인간'이 사는 나라 '토리마니아'로 유학을 가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다. 토리마니아 사람들은 날개를 가진 채 태어나고 날 수도 있지만 어릴 때 날개를 접는 법을 배우면서 점점 날지 않게 되고 나는 법을 잊게 된다.






날개를 접고 나서 나는 법만 잊는 게 아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 그리는 재주를 스스로 하찮게 여기고 구직 활동에 매달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잃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 고백하기도 전에 사랑을 포기한다. 그렇게 다들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숨기거나 포기한 채 평범하고 재미없는 삶을 택한다. 눈치챘겠지만 이는 개개인이 고유한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억압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유다.


구직 활동 중인 미대생 '츠루모토 비앙코'가 대표적이다. 츠루모토는 미대 동기들은 물론 교수님도 인정할 만큼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장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구직 활동에 매달린다. 하지만 취업과 거리가 먼 미대 출신인 데다가 성격이 모나서 구직 활동은 번번이 실패한다. 


실패로 인한 상처 때문인지 츠루모토는 입만 열면 타인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염세적인 말만 늘어놓는다(=독설왕). 이번 3권에서 츠루모토가 남긴 명언은 "일하고 싶진 않지만 일하지 않는 건 절대 싫어요" ㅎㅎㅎㅎ 공감은 하는데 이런 말에 공감한다는 사실이 참 암담하다...






'오우노 세룰리아'는 뛰어난 외모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홀리는 연애의 고수이지만 정작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은 얻지 못하는 사랑의 하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좋다는 직업 다 마다하고 우편배달부가 될 만큼 순정파이면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 한 번 고백하지 못하는 소심남이다. 


그런 오우노가 보기에 일부 남성들이 연애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건 연애 상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는 성가셔, 여자는 제멋대로야, 여자는 글러먹었어... 이런 식으로 평가를 내리고 잣대를 들이밀면 이 세상에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남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작가의 성별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심리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아는 것 같다. 아카리와 우즈하시, 스즈메도와 친구 2인의 고기 파티 장면을 보면 만화나 게임 속 2차원 남성 캐릭터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현실 남성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2차원 남성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2차원 남성에게 몰입할수록 현실 남성은 더욱 좋아할 수 없게 되는 무한 루프(남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 대부분이 '우리 반에 있었다면 2번째 레벨이었을' 용모 레벨이라는 지적도 재미있다. 그림의 떡 수준의 외모를 아이돌보다는 손이 닿을 듯한 외모가 좋지만, 그렇다고 아주 평범한 외모는 안 되고 학급에서 2번째 수준은 되어야 한다니. 어렵다 어려워 ㅎㅎㅎㅎ 


인물들 간에 교차하는 연애 감정과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도 매력적이다. 내가 이 만화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어서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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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바군에게 듣고 싶은 말 3
토야마 에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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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야마 에마의 <아오바 군에게 듣고 싶은 말>은 중학교 때부터 아오바 군을 짝사랑해온 소녀 마요의 이야기를 그린 순정 만화다. 마요는 아오바 군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농구부 매니저에 자원하고 이모가 운영하는 리스너 숍에서 리스너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리스너란 말 그대로 손님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다. 마요는 워낙 말이 없고 목소리도 작아서 자신에게 딱 맞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지만, 아르바이트 첫날부터 손님에게 클레임을 당하는 등 고전을 겪는다. 그도 그럴 게 아르바이트 첫 손님이 하필이면 마요가 좋아하는 아오바 군이었던 것이다.





지난 2권에서 마요는 농구부원들과 함께 다음 시합 상대의 경기를 보러 가다가 아오바와 단둘만 일행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이 틈을 타 아오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아오바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예스... 가 아니라 노. 마요는 아오바가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사실보다 겨우 열릴 듯했던 아오바의 마음이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다시 닫힐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좋지 않다.





학교에서 다시 만난 아오바와 마요. 아오바는 마요에게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하고, 마요는 자신에게 상처를 줘도 좋고 고백을 받아주지 않아도 좋으니 혼자서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일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아오바는 평소의 냉랭한 표정을 거두고 마요가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한다(찰 때는 언제고 헷갈리게시리...).





한편, 아오바가 안고 있는 고민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아오바의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마요네 학교를 찾아온다(기적의 세대?). 아오바의 중학교 시절 친구들은 현재 고교 농구 강호인 미나미 히라즈카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오바를 '배신자'라고 부르며 아오바의 기분을 거스른다.


마요가 신경 쓰는 건 미나미 히라즈카 고등학교 농구부의 마돈나 같은 존재이자 아오바의 전 여자친구라는 소문이 있는 아스카라는 여자애다. 아오바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착한 아스카를 정말 좋아했을까. 이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요는 이들의 관계가 해결되어야 아오바가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농구에 전념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원치 않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란...!





마요는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귀여운 반면, 아오바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회피하기만 하는 모습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어리니(아직 고등학생) 어쩔 수 없지만, 고민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을 좋아하는 마요에게 상처만 주는 아오바가 곱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 


내가 보기엔 퉁명스럽게 대해도 항상 마요를 지켜보고 배려해주는 나오 쪽이 훨씬 좋은 남자친구 감인 것 같은데 순정 만화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그걸 모른다(신이시여... 이런 남자는 제게 주소서...)... 아오바한테 이미 한 번 차였음에도 포기할 줄 모르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 마요는 눈길도 안 줄 것 같지만... 


아무튼 아오바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대단한 일 아니면 가만두지 않으리), 아오바가 언제 어떻게 마요의 마음을 받아주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다음 권을 꼭 봐야겠다. 궁금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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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태양 7 - 개정판
타카노 이치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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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Orange>의 작가 타카노 이치고의 또 다른 대표작 <꿈꾸는 태양> 7권이 출간되었다. <꿈꾸는 태양>은 평범한 여고생 시마나 카메코가 아버지의 재혼을 계기로 덜컥 집을 나와 타이가, 아사히, 젠 이렇게 세 남자가 사는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순정 만화다. 


<꿈꾸는 태양>의 장점은 주인공 시마나의 성격이 소심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답답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마나는 비교적 일찍 자신이 타이가 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맹렬하게 대시했으며, 여러 번 거절당하고 울고 포기했다가 다시 대시하는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타이가 씨로부터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멋지다 시마나!!!





지난 6권에서 시마나는 마침내 타이가 씨로부터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타이가 씨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벅차오르는 시마나(귀엽다 ㅎㅎ). 다가오는 열일곱 살 생일을 타이가 씨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멍하니 있다가도 웃음이 난다. 타이가 씨를 더 이상 보기가 힘들어서 떠났던 예전 집으로 돌아가 전처럼 모두와 왁자지껄한 일상을 보내게 된 것도 좋다.





시마나를 좋아했던 젠은 시마나가 최근 자신에게 유난히 친절하게 군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시마나의 생일날 젠은 시마나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타이가 씨는 이들과 함께 간다는 조건으로 둘의 데이트를 허락한다. 하지만 생일 당일에 타이가 씨는 나타나지 않고, 타이가 씨의 아버지가 나타나 더 이상 타이가의 곁에 다가오지 말라고 한다(이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시마나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챈 젠은 시마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 참 좋아합니당 ㅎㅎ). 결국 시마나는 타이가 씨의 아버지가 한 말을 잠시나마 잊게 되고 젠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힘이 되어줄 테니 언제든 말만 하라는 젠. 그런 젠의 마음을 알고 있는 시마나. 이 둘의 관계도 참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이번 7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타이가 씨가 사이좋게 등교하는 시마나와 젠을 질투하는 장면이다. '부럽다 너희는... 방과 후에 같이 집에 가는 거 나도 하고 싶다.'라니...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던 사람 맞나요...? 아니면 학교 가는 학생들을 부러워하는 직장인의 한탄...? ㅎㅎ 


실은 나도 여고를 나와서 순정 만화를 보다가 이런 장면을 마주하면 참 부럽다. 뭐 이 만화에서 시마나를 부러워할 만한 점이 이것 하나만은 아닙니다만(애초에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꽃미남 세 명과 동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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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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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이 명제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면 더 이상 너그러울 수 없고, 아무리 배려심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면 옹졸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이타적인 동물이다. 이 명제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든 인간이 이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MB라든가.. 503이라든가..)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 또는 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민족과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선 독립운동가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의 부정을 고발한 공익제보자를 들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타주의자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저자는 1996년 어느 날 밤에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 엔진이 고장 나는 사고를 당했다. 그대로 있으면 꼼짝없이 다가오는 대형 트레일러트럭에 부딪히는 상황이었는데 어디선가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 저자를 구해준 다음 아무런 댓가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때까지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굳게 믿었던 저자로서는 놀랍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었다. 결국 저자는 전공을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바꿨고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왜 어떤 사람은 이기적이고 어떤 사람은 이타적인가. 이타적인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타적인 사람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가,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인가. 저자는 알고 싶었고, 알아냈다. 


모르는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가하는 행위를 멈춘 것은 크게 의미 없는 동정심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보다 지원자들이 월리스 씨를 위해 약속된 보수를 포기하거나 전기 충격을 계속 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등 연민으로 인해 뭔가를 희생한 것이 더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자기가 월리스 씨 대신 전기 충격을 받겠다고 제안한 사람도 있었다. (59쪽) 


저자는 인간의 이타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제시한다. 이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권위에 취약하고 복종에 익숙한지 알려주는 증거로 자주 인용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잘못되었다. 동영상을 직접 보면 '모든' 지원자가 명령에 복종한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지원자들은 알려진 대로 명령에 복종했지만, 어떤 지원자들은 (전기 충격을 당하는) 월리스 씨에 대한 연민을 호소하거나 실험 중지를 촉구하거나 복종을 거부했다. 


왜 어떤 사람은 이기적이고 어떤 사람은 이타적일까? 가장 큰 원인은 뇌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뇌를 스캔한 결과 편도체의 기능 장애가 발견되었다. 편도체는 인간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담당한다. 편도체의 기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으면 인간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거의 느끼지 않고, 겁먹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편도체의 기능이 활발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쉽게 느끼고, 겁먹은 사람의 얼굴을 금방 식별한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뇌에서 발현된다면 사이코패스는 어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청소년에게도 있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 어린이, 사이코패스 청소년은 지능지수가 높은 경우에 더 많은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이들은 타인의 심리를 쉽게 간파하며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고 행동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사이코패스를 보라. 사이코패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다. 그가 베푸는 친절이나 남을 도와주는 행동 모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막아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착해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156쪽) 


저자는 사이코패스 연구를 할수록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얻어 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그 어떤 사람도 진정한 사이코패스에 비하면 이타적인 편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애정을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순간이라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연민을 느끼고 먼저 다가가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진정한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과 연민을 학습할 수 있다. 평소에 다양한 연령과 출신, 지위와 계급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가치관을 접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이것이 힘들면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을 읽거나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사람은 본능에 충실한 게 아니라 게으른 것이다,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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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쇼콜라티에 8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서수진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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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뺨치는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모두 갖춘 인기 쇼콜라티에 소타에게는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사에코. 고등학교 1년 선배이자 소타의 첫사랑이며 쇼타를 쇼콜라티에의 세계로 이끈, 쇼타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여자다. 


소타는 사에코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사에코는 그런 소타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요시오카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했으면 남편과 잘 살면 될 것을, 유부녀가 된 사에코는 잊을만 하면 소타 앞에 나타나 소타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지난 7권에서도 사에코는 소타가 운영하는 초콜릿 가게 '쇼콜라비'에 나타나 소타와 하룻밤을 보낸다. 사에코가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온 것을 알게 된 소타는 사에코가 이젠 제발 자신의 곁으로 와주길 바라고, 사에코는 그런 소타의 마음을 아는 척 모르는 척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소타의 가게에서 지낸다(환장할 노릇이다).





소타를 내심 짝사랑하고 있던 쇼콜라비의 점원 카오루코는 소타의 연심을 자기 좋을 대로 이용하는 사에코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사에코에게 한 소리 하려다가 외려 사에코에게 당하고 만다. 


불륜하는 여자를 욕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조차 못하고 외롭게 지내는 카오루코와 불륜이라고 욕먹더라도 남자들로부터 끊이지 않고 사랑을 받는 사에코. 둘 중 도덕적으로 옳은 건 카오루코이지만, 감정적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절대적으로 사에코다. 


사에코에게 진 카오루코는 자신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것을 자각한다. 이제 나이 제한에 걸려 마음 대로 일을 구할 수도 없다. 지금도 애인이 없지만 점점 더 애인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이십 대에 결혼하고 삼십 대인 지금도 자신보다 연하인 남자의 구애를 받는 사에코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마침 세키야 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카오루코는 소타 이외의 남자와 만날 마음이 없었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해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건 불공평하다는 사에코(a.k.a. 연애의 고수)의 말에 따라 세키야 씨를 만나러 간다. 


카오루코는 사에코의 코치에 따라 상대가 말할 때 날선 비판이나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려 하지만, 세키야 씨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난다. 자기 인생의 도움이 되는 여자가 좋다, 사귀면 돈과 명예가 따라오는 여자는 금상첨화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카오루코는 화를 참지 못하고 세키야 씨의 말을 부정하지만, 말을 하고 보니 자신이 연애의 현실을 모르고 이상만 주장하는 어린애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소타와 함께 있으면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아서,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 소타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혼하면 행복해요?... 사람에 따라 다른가? 사에코 씨는 어때요?" 


얼마 후 사에코를 만난 카오루코는 결혼에 대해 묻는다. 그 전까지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연애의 기술을 떠들던 사에코가 이 때 처음으로 기운 없고 자신감을 잃은 표정을 짓는다. 


26살에 결혼하겠다고 인생 계획을 세웠다, 그 때 마침 지금의 남편인 요시오카를 만났다, 결혼을 해보니 즐거운 순간도 있지만 즐거운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말을 하는 사에코의 표정이 어찌나 쓸쓸해보이던지. 대체 사에코는 무엇을 후회하는 걸까. 실패한 결혼? 놓쳐버린 사랑?





적당히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놓친 여자와, 가장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적당히 사랑할 남자들을 놓치고 있는 여자. 둘 중 누가 더 현명하고 어리석은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분명 사에코보다 카오루코에 가깝지만, 사에코가 어리석다고 하기엔 사에코 나름의 행복이 있어 보이고(일단은 결혼도 한 번 해봤고, 불륜이기는 해도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다), 카오루코가 어리석다고 하기엔 카오루코 나름의 미덕이 있고(실패한 결혼 생활을 억지로 유지하지도 않고, 불륜도 안 한다!)... 


단 하나, 사에코보다 카오루코가 나아 보이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카오루코는 사에코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장난'은 하지 않는다. 이런 '장난'질이 뭇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평생 잊지 못할 화상을 입는 것이겠지만. 


이제 드디어 다음 권을 끝으로 이 (환장할) 만화가 끝이 난다고 한다. 어떻게 끝이 날지, 대체 소타와 사에코는 누구를 택하고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안 보면 무지하게 섭섭할 듯. 어서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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