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
올해 초쯤에 매일 한 번은 꼭 나왔던 노래가 있다. 

하도 많이 나와서 최신 유행곡인가 싶었는데
분위기가 요즘 노래 답지 않게 묘한 게 자꾸 생각이 나서 검색해보니  
80년대를 풍미한 영국그룹 펫샵보이즈의 West end girls였다.   

 

  

 

 

 

 

 

    

 

 

 

 

   

http://www.youtube.com/embed/p3j2NYZ8FKs  

그 때 반짝 많이 듣고 
2009년인가 2010년에 런던에서 열린 펫샵보이즈 라이브에서
팬들이 이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는 BBC 라이브 실황 영상 보고 감동도 먹었다가 
펫샵보이즈의 다른 노래를 들어보고 딱히 끌리는 노래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진짜 오랜만에 이 노래 듣고 '아 역시 좋다' 싶어서 다시 찾아 들어봤다. 

우리나라 가요, 팝, 일본가요, 대만가요 등등 별별 노래를 다 듣고 좋아하는 나이지만,
내 인생에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노래 중에는 영국 가요가 많다.   

 

 

 

 

 

 

 

대표적인 노래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초등학교 4학년 때 (그 때만 해도 '순수' 음악 전문 채널이었던) 케이블 채널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야말로 컬처 쇼크를 느꼈다. 가요가 그저 노래하고 춤추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예술로서 아예 새로운 경지를 열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면 과장일까.
비관적인 분위기나 파격적인 그룹의 성격, 도발적인 가사에 더 끌린 것도 있다. 
그건 퀸, 펫샵보이즈의 이 노래 다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니 이 노래에서 연상되는 타 뮤지션이 제법 많다. 

일단 보컬이 랩이라고 하긴 좀 그런 나레이션을 하는 부분은 신해철의 노래랑 비슷하고(제목이 나에게 쓰는 편지던가?)
뮤직비디오는 T.M.Network가 생각난다. (홍콩인가 어디서 찍은, 사람들 막 지나다니는 뮤비)
런던의 거리를 배회한다는 설정은 스맙의 아오이 이나즈마가 연상되기도 한다.
(참고로 스맙 뮤비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묘하다고 생각하는 뮤비다. 수십번을 봤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꿀렁꿀렁)
(써놓고 보니 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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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 재정 위기로 지금은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지난 여름 미국 경제에 대한 걱정과 불신이 절정에 달했었다. 심지어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다 못해 '국가 부도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고, 실제로 그럴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가까스로 비껴갔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세를 되찾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여 미국 경제, 그리고 미국의 통화이자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흔들리는 위상에 대한 책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UC 버클리대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이 쓴 <달러제국의 몰락>도 그런 책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달러의 역사부터 다른 통화와의 경쟁, 위기, 독점, 그리고 현재의 독점 종식 상황까지 달러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학자가 쓴 책 답게 주관적인 견해나 주장보다는 학술적인 설명과 객관적인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경제학, 특히 국제경제학에 별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으면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적, 군사적 힘과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화에 국제적 위상을 부여하는 것은 발행국의 입지다. 어떤 통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발행국이 크고, 부유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하고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발행국의 경제적 기초체력이 기축통화라는 국제적 위상의 획득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6) 

달러의 위기가 문제인 것은, 달러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라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통화는 통화 그 자체로서는 가치가 없다. 무언가 가치 있는 것으로 교환 되는지 여부, 즉 태환성이 통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인데, 불과 몇 십년전까지 세계의 화폐는 금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졌고, 현재는 달러가 그 지위를 대신하고 있다. 즉, 달러가 금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이 달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경제적으로도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잇다른 전쟁과 악재로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달러가 과연 세계 통화의 기준으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유로화, 위안화 등 다른 통화, 나아가 IMF 특별인출권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이 달러의 위기에 대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관점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데 반해(이를테면 미국과 중국, 유럽이 경쟁하는 상황 등), 이 책은 미 국내 경제가 어떻게 될지 대해 예측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독자인 미국인들이 궁금해 할 내용도 그것이고, 미 국내 경제의 변화는 곧바로 외국의 수출입, 즉 무역, 그리고 투자와도 밀접하게 관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인이 아니어도 주목할만하다.     

조금 얘기가 비껴가는데ㅡ, 요 몇 달간 미국 뉴스를 보면서 미국인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예측하는 것을 보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인이 미국 경제를 보고 기대하는 것과는 입장과 시각이 매우 달랐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선도하는 국가인만큼 자국 경제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한국인이 한국 경제에 대해서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외국 경제는 개방하길 바라는 것처럼, 미국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무 순진했나?)  

막연하게 미국인들이 현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볼 것이다 라고 예측하고,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를 믿을 것이 아니라, 이런 미국에서 발간되는 책을 직접 구해서 읽고 미국 언론을 접하는 것이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달러가 위기라고 해도, 여전히 기축 통화이고 한동안은 그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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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지역 명문고 필독도서 목록에 들어있다는 책방 아저씨의 추천으로 어머니께서 <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라는 책을 사다주셨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지만, 근사한 표지에, 그것도 부모님, 선생님조차 잘 모르시는 것 같은 인물의 자서전을 읽는다는 치기 어린 뿌듯함에 몇 번을 시도하여 겨우 끝까지 읽었다. 

스콧 니어링은 매카시즘 광풍으로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진보적인 학자로서 꼿꼿하게 소신을 밝힌 인물이다. 결국 학계에서 쫓겨나 아내 헬렌 니어링과 단둘이 시골로 내려가게 되었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면서 생태주의자로서의 모범을 보여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런 행적이 어린 마음에도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도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 이 분의 이름을 떠올리곤 한다. 다만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바로 이 스콧 니어링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쓴 책이다. 유년시절부터 혼란스러웠던 청년시절, 스콧과의 만남과 연애, 결혼생활, 그리고 스콧 사후의 삶까지 기록했으니 자서전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헬렌 니어링은 유복한 가정의 둘째로 태어나서 독서를 즐기고 음악을 배우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의 제안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첫사랑 크리슈나를 만났다. 뜨거운 연애를 했지만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결국 헬렌은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헬렌은 우연한 기회로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과 알게 되었고, 만난지 얼마 안 되어 사랑에 빠졌다. 스콧은 헬렌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학계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전처와의 사이에 장성한 아들 둘이 있는 이혼남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젊고 아름다운 헬렌이 배우자로 택하기에는 아깝다며 부모님이 말렸다. 하지만 여느 러브스토리가 그렇듯이ㅡ 두 사람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신혼집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함께 사는 동안 정식으로 결혼하지는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   

 

다른 사람들이 난롯가에서 축배를 들고 있을 때 내 속의 어떤 것은 오히려 식어가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잔치를 벌일 때 음식을 끊고 싶은 생각이 들며, 다른 사람들이 빈둥거리며 놀 때 일하고 싶은 어떤 것이 내게 있다. 스코트처럼 내게도 금욕적이고 청교도적인 어떤 성향이 있다. (p.118) 

스코트는 생활의 질을 높이기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스코트는 이렇게 말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p132) 
세상에는 형편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너는 커다란 집에 산다. 인류의 3분의 2는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한데, 너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을 더 과식 상태로 만든다. (p.160)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직장, 더 좋은 집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던 시기에 반대로 두 사람은 시골로 향했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허름한 집을 사서 부족한 솜씨로 보수하고 장작을 패고 먹을 것을 손수 마련하며 연명했다. 하지만 행복했다. 소유욕의 노예가 되지 않고, 어둡고 혼란스런 사회에서 벗어나 순수한 이상을 지키면서 사는 삶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이해하는 짝이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이 만든 농장은 제법 번성하여, 두 사람이 먹고, 스콧이 단풍나무 숲에서 채취한 메이플 시럽으로 헬렌이 사탕을 만들어 팔면 따로 수익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 되는 생활이지만, 두 사람을 보니 요즘 같은 시대에 직접 운영하는 농장 같은 것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영화관에 앉아서, 단지 일어날 듯 믿게끔 보일 뿐 거의 일어나지 않거나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의 그림을 보는 대신에, 학교 밖에서 당신의 상상력을 시험하고 능력을 일깨우며, 쓸모있고 아름다운 어떤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소질이 당신에게 있음을 느낌으로 확신시켜주는 그런 일들을 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p.191)

 

차츰 스콧과 헬렌의 생활이 세상에 알려지고, 호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두 사람의 농장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도 있었고, 편지로 대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더 많았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두 사람의 멋진 뜻이 담긴 말과 글이 책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신기한 것이, 전에는 스콧의 생애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헬렌의 삶에 관심이 가고 더욱 존경심이 느껴진다. 어두운 사회에 맞서는 삶을 살 인물의 반려자들을 보면 대개 인고와 희생으로 그려지는, 비극적인 삶을 산 사람이 많다. 하지만 헬렌의 자서전을 읽고 있자니 어느 귀부인, 재벌 부인보다도 풍요롭고 따뜻한 삶을 산 것 같았다. 물질이나 명예보다도 배우자의 믿음과 사랑을 가진 삶이 더 귀하고, 그만큼 얻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일까? 

게다가 스콧처럼 보통 사람보다 큰 뜻을 품은 강직한 사람과 보폭을 맞춰 걷는 삶을 산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의 옆에서 평생을 최고의 동료이자 친구로서 산 헬렌이 참 대단하다. 의미 없는 만남과 헛된 명예 대신 이처럼 조화롭고 편안한 삶을 함께 살 누구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참 따뜻하고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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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1-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못 봤는데, 정갈하고 따뜻한 페이퍼예요. 저는 밥상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자연친화도 모르겠고, 가끔 동물친화적이기는 한 듯한데.. 제가 가끔 들르는데 이 페이퍼 늦게 봤네요. 책 표지 모아두니까 정말 예뻐요. 우리도 조화롭고 편안한 삶을 살아요, 블랙라빗님.^-^

주말 잘 보내시구요!

키치 2011-11-22 16:34   좋아요 0 | URL
덧글이 늦었네요. 저도 읽는 책만 이렇고, 실제 생활은 자연친화, 생태적인 밥상은 고사하고 과식이나 안 했으면 싶어요ㅎㅎㅎ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따뜻하게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돈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자극받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밤이 안 왔으면 좋겠다. 

다시 아침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철로 되어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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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아침이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몇시간이고 영원히 잠을 자고 싶다는.. ㅠㅠ

키치 2011-11-18 00: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네요 ^^ 그런데 아침에는 그렇게 고픈 잠이 왜 밤에는 안 올까요 ㅎㅎ

순오기 2011-11-18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외과라니 반갑네요~~~ 근데 정외과 나오면 어떤 쪽에서 일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져요~ ^^
나도 본래 심야족인데, 고단해서 일찍 잠들면 이렇게 신새벽에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자려면 일찍 일어나야 졸려서라도 밤에 일찍 자게 될 듯해요.

키치 2011-11-18 09:57   좋아요 0 | URL
저희 학교는 대개 고시, 공무원 쪽으로 진로를 정하더라고요.
언론계로 가는 분들도 많고, 요즘은 NGO 가는 분들도 많고, 로스쿨 가는 분들도 많고...
딱히 정해진 진로가 없는만큼 자기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일찍 자고 신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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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지난 9기 신간평가단에서 읽은 <모든 것의 가격>에 이어 가격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렇게 연이어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고 있는 것만 봐도, 가격 설정과 관련되는 행동경제학 분야가 현재 경제학에서 가장 '핫'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가격 설정의 비합리성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가격이 설정된다는 고전파 경제학의 주장이 뒤집어지는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고, 마케팅, 홍보와도 이어지는 소비자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지 짐작할 뿐이다. 

각설하고, 이번에 읽은 <가격은 없다>는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논픽션 작가 윌리엄 파운드스톤이 쓴 책이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경제학에 관한 책을 썼다는 점이 신선하다. 저자가 논픽션 작가여서 그런지, 지루한 이론 설명이나 독자를 심드렁하게 만들기 쉬운 주장보다는, 실제 주변에서 또는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령 '27장 식당 메뉴의 심리학(p.223-231)'에서는 시즐러, TGI FRIDAYS 같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비치된 메뉴판의 비밀에 대해 알려준다. 이런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의 스테이크를 '보기만 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런치 메뉴나 세트메뉴를 주문하곤 하는데, 이것은 결코 내가 합리적이고 검소한 소비자여서가 아니라, 레스토랑 측에서 미리 계산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비싼 메뉴를 보고나서 싼 메뉴를 보면 (사실 비슷한 가격이거나 음식의 양이나 맛에 비해 비싼 건데도) 훨씬 저렴하게 느껴져서 싼 메뉴를 고른다는 것이다. 

또한 '32장 허공에 지불하는 가격(p.253-258)에는 하루에도 몇십통씩 보내는 문자메시지 가격의 진실에 대해 나와 있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그리고 음성메시지와는 달리 문자메시지는 다른 무선 네트워크에 그냥 업혀가는 것(p.257)'인데도 엄연히 한 건당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통화 요금보다 저렴하게 느껴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나도 통화는 될수록 삼가고 문자로 짧게 보내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그것조차 비싼 가격이라니 억울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보면 아무리 싸게 판다는 판매자의 말도 믿을 것이 못 된다. 마치 '밑지고 판다'는, 알면서도 속는 장사치들의 말처럼 말이다. 세일, 1+1, 공동구매, 재고처리(사장님이 미쳤어요!) 등등, 소비자로 하여금 득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판매 기법들에 결코 속으면 안 되겠다.

이런 사례뿐만 아니라 가격에 대한 오해와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착각, 행동경제학에 대한 소개 등 이론적으로도 읽을만한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앞으로는 가격을 볼 때 좀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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