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건강법 - 프랑스 국민 의사 미셸 시메스의 건강 매뉴얼 119가지
미셸 시메스.파트리스 롬덴 지음, 이세진 옮김 / 미메시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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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그동안 사들인 건강 관련 책을 다 꺼내서 읽었다. 이따금 이렇게 비슷한 분야, 비슷한 주제의 책을 모아서 한 번에 읽는데 이러면 많은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답니다(저는 그래요)... 


<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건강법>은 프랑스의 국민 의사로 불리는 외과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미셸 시메스가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건강에 좋은 식생활과 습관들, 운동법, 건강 관리를 위한 조언 등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건강 관련 책이 그렇듯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라, 잠은 충분히 자라, 운동 열심히 해라 등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는 않)는 조언이 대부분인데 이따금 메모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었다. 


첫째는 레몬이 디톡스에 효과 만점이라는 것. 레몬이 디톡스 효과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상태로 레몬을 먹으면 디톡스 효과가 더 좋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신 것을 죽어도 못 삼키겠고 위장에 구멍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내가 그렇다) 얇게 썬 레몬을 물에 타서 먹는 방법이 있다. 레몬을 아침에 먹으면 간의 담즙 분비를 촉진해서 하루 종일 소화를 원활히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레몬은 혈당 균형을 잡아 주는 천연 식욕 감퇴제이기도 하다. 


둘째는 골밀도를 높이는 데 좋은 운동이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골밀도를 높여야 하고, 골밀도를 높이려면 골밀도를 높이는 데 좋은 운동을 해야 한다. 수영, 골프, 낚시는 골밀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전거, 조정, 승마는 가벼운 효과를 나타낸다. 각종 무술, 스키, 걷기는 중간 정도의 효과를, 에어로빅, 테니스, 단체 구기 운동, 조깅은 큰 효과를 미친다. 남성은 주1회 자신이 좋아하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만 해도 골밀도가 높아지지만, 여성은 매일매일 골밀도를 높이는 데 좋은 운동을 해야 효과가 있다. 


셋째는 찬물 샤워의 효과다. 자기 전에 찬물 샤워를 하면 체온을 살짝 떨어뜨려 밤에 더 푹 잘 수 있게 도와주고 몸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몰아낸다. 찬물 샤워를 할 때는 발부터 다리, 몸통, 머리 순서로, 즉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안 그래도 요즘 열대야 때문에 찬물 샤워를 하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찬물 샤워에 이런 좋은 효과가 있다니 너무나 반갑다. 오늘 밤에도 찬물 샤워 하고 자야지(사실 지금 찬물 샤워하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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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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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은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굳이 읽지 않았다. 내가 읽으나 안 읽으나, 안 그래도 잘 팔리던 책이 손석희 앵커가 추천하면서 더 잘 팔리는 걸 보면서는 저렇게 잘 팔리는데 나까지 읽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굳이 읽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며칠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때문이다. <미스 함무라비>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고,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자이자 직접 드라마 각본도 쓴 문유석 판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인터넷 서점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주문한 후였고... 


현직 부장판사에 서울대 법대 출신에 수능 전국 수석... 저자의 이런 이력은 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한국의 '까라면 까'라는 식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해 뿌리 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어려서부터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의 책을 읽었고(특히 문학), 한국 대중문화뿐 아니라 일본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았고(저자의 일본 만화 사랑은 가히 대단하다...), 이로 인해 다양한 철학과 다양한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 한국 사회가 강요하고 억지로 주입하는 집단주의의 부당함, 불합리함을 일찍부터 깨닫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끊임없이 흐르는 자기반성의 기조다. 어린 시절 속독법을 가르치는 강사의사기에 공범이 되었던 일화, 학교에서 담임 교사에게 체벌권을 위임받았던 일화부터, 현직 부장판사가 된 지금 세월호 참사, 세대 갈등, 외국인 혐오, 비정규직 문제 등을 지켜보며 느낀 참담함,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용서받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않고 잘못했다는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이 얼렁뚱땅 유야무야 사건을 덮고 넘어가기에 급급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에 너무나 익숙하기에, 저자의 이런 담담한(때로는 격정적인) 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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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화가 2
이노카와 아케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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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누마 에이지로의 별명은 '누에 화가'다. 천재 화가로 촉망받던 스가누마에게는 둘도 없는 연인과 은사가 있었는데, 두 사람을 모델로 작업한 그림이 완성되기가 무섭게 두 사람 모두 급사하면서 스가누마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빼앗는 죽음의 화가, 누에 화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만화 <누에 화가>를 읽은 사람이라면 안다. 스가누마가 모델의 영혼을 빼앗는 죽음의 화가라는 소문은 그야말로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을. 산 자를 그리면 영혼을 빼앗고, 죽은 자를 그리면 영혼을 되살려낸다는 소문을 믿고 찾아온 의뢰인의 '마음'이 산 자를 죽이고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누에 화가> 2권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도는 집의 진상을 파헤치는 '하얀 잔상', 우연히 같은 시기에 두 여성으로부터 한 남성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남성이었다는 내용의 '행복한 남자', 이웃 아이들이 스가누마가 그린 누에 그림을 보고 진짜 누에로 착각해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누에 퇴치', 도쿄에서 일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규슈에서 올라온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달의 노래', 은사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서예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꽃의 흔적' 등이다. 





다섯 편 모두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었지만 '누에 퇴치'와 '꽃의 흔적' 두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누에 퇴치'의 카즈코는 자기가 태어났을 때 사내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라서 다행이라고' 유일하게 말해주었다는 증조할머니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 한다. '꽃의 흔적'의 칸자키는 문제아였던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위험을 불사하며 목숨까지 구해준 은사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교단에 선다. 두 이야기 모두 여성과 여성의 유대 또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라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행복한 남자'는 말 그대로 '이중의' 삶을 살다 간 남자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 역시 남성(가부장)의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읽을 수 있다. 비록 주인공 스가누마는 남성이지만, 스가누마를 찾아오는 의뢰인 대부분은 여성이며 작가가 이들을 통해 다양한 여성의 삶,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여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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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부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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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는 이십 대 초반, 한창 미국 드라마 열심히 봤을 때 눈물 쏟으면서 봤던 드라마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멋진 드라마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가 쓴 책이 나왔다. 제목은 <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 하기 싫은 일에 "노(NO)!"라고 하지 않고 "예스(YES)!"라고 한 결과를 담은 책이라고 하는데, 어째 이거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다...??? 





역시 그랬다. 언젠가 테드(TED) 강연을 통해 접한 적 있는 이야기였다. 이 강연을 한 사람이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 숀다 라임스였다니. 못 들은 건지, 들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무튼 이 강연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책까지 나왔다고 하니 -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가 쓴 책이니 -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나 ㅎㅎㅎ 


4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인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드라마 작가답게 필력이 대단해서, 마치 인생 경험 많은 왕언니의 수다를 듣는 기분으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온 숀다 라임스의 토크를 듣는 기분으로 후딱 읽었다. 


저자 숀다 라임스는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다.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의 작가 겸 제작책임자이며 <범죄의 재구성>의 총괄PD, <프린세스 다이어리 2>, <도로시 댄드리지>의 각본을 썼다.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두 차례 선정됐고,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50인으로 선정됐고, 2003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존. F. 케네디 센터 이사 임명장을 받았다. 현재까지 결혼은 한 적 없고, 두 번의 입양과 한 번의 대리모 출산을 통해 세 딸을 얻었다. 


부면 부, 명예면 명예, 사생활이면 사생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다 얻은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실은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저자는 어느 날 언니에게 이 말을 듣고 완전히 무너졌다. " 너는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 언니가 보기에 동생은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겁쟁이였다. 파티에 초대하는 사람도 있고, 데이트를 제안하는 사람도 있고, 방송 출연을 제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숀다의 대답은 언제나 노, 노, 노.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 안다. 하지만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인생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언니의 말이 저자의 마음에 콱 박혔다.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길을 잃지는 않는다. 

하나씩 거절하다 보면 점점 길을 잃게 된다. 


오늘 밤에 만나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오랜만에 대학교 때 룸메이트가 만나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어떤 파티에 가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휴가를 가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그러다 보면 한 번에 한 발짝씩 길을 잃는다. (227쪽) 


그때부터 저자는 1년 동안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노!"라고 하지 않고 "예스!"라고 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오랫동안 방송 출연 요청을 거절했던 방송에 나갔더니 전국에서 지인들이 꽃과 함께 찬사를 보내왔다. 무대 공포증을 무릅쓴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 연설은 최고의 졸업식 연설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그동안 난자를 냉동하기 위해 맞은 호르몬 주사 후유증으로 인해 비만에 시달렸는데 다이어트에도 성공했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면 바쁘고 힘들다고 물리쳤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잘 놀아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사이도 훨씬 원만해졌다. 


물론 "노!"라고 해야만 하는 상황에도 "예스!"라고 해선 안 된다. 저자는 자신이 단호하게 "노!"라고 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예가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을 연기한 산드라 오 캐스팅이다. 산드라 오를 캐스팅하기 이전에 다른 스태프들이 먼저 점찍어둔 배우가 있었다. 저자는 그 배우가 싫었지만, 그때만 해도 드라마가 성공하기 전이었기에 다른 스태프들의 의견에 반기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노!"라고 말했고, 얼마 후 산드라 오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만나게 되었다. 만약 그때 "노!"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레이 아나토미>가 이만큼 성공하지도, 산드라 오라는 훌륭한 배우가 더 일찍 알려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남자들은 집안 일과 아이들을 남에게 맡긴다고 절대 미안해하지 않잖아요. 절대. 

그런데 우리는 왜 미안해해야 하나요?" (165쪽) 


건방지고 염치없고 뻔뻔한 여자의 반대말은 뭘까? 아는 분? 

정답은 바로 말 잘 듣고 순진하고 소심한 여자다. (265-6쪽) 


저는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정말 싫어합니다. 

뭔가 다른 것 같잖아요. 뭔가 특별하다고 할까, 보기 드물다고 할까. 다양성이라니! 

TV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잖아요. 

저는 다른 단어를 씁니다. 일반화라는 단어를요. 저는 TV를 일반화하고 있어요. (329-30쪽) 


이 책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좋은 말이 넘쳐나는 좋은 말 퍼레이드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비혼으로서, 세 딸의 엄마로서 다른 여성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자극이 될 만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준다. TV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TV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하는 것이라니. 내가 이래서 <그레이 아나토미>를 그렇게 좋아했구나. <그레이 아나토미>가 그저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아니었구나(ㅎㅎㅎ). 


프로젝트가 끝난 후, 저자가 언니에게 모든 것이 언니 덕분에 벌어진 일이라고 고마워하자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너는 허락이 필요했던 거야."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라고 동생의 등을 살짝 밀어준 언니처럼, 이 책 역시 실패가 두렵고 주위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들의 등을 살포시 밀어준다.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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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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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는 우리가 만든 개념이므로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_ <불안의 책>, 텍스트 112 


페소아에 대해 잘 모른다. 페소아가 쓴 책은 물론 시 한 줄도 읽어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민 작가가 쓴 <페소아>를 읽는 내내 잘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페소아가 생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이 배경인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설에 나오는 아마데우 프라두라는 작가의 삶이 어딘가 페소아의 삶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실제로 잘 아는 것은 다르므로, 이 책을 통해 페소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다. 첫째는 페소아가 전무후무한 이명(異名) 작가라는 것이다. 실제 이름과 다른 이름을 사용해 창작하는 방식으로 활동한 작가는 페소아 말고도 많이 있다. 예이츠, 엘리엇, 키르케고르, 로맹 가리 등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페소아처럼 약 120개나 되는 이름을 사용한 작가는 드물다, 아니 없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도 알베르투 카에이루, 리카르두 레이스, 알바루 드 캄푸스, 알렉산더 서치, 안토니우 모라 등등. 페소아가 왜 본명이 아닌 이명을 사용했는지, 각각의 이명의 뜻은 무엇이며 유래는 무엇인지 등은 페소아의 작품 세계와 더불어 후대 연구자들의 큰 관심사다.


둘째는 페소아의 연애 사정이다. 페소아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알려진 연인은 단 한 사람뿐인데, 바로 오펠리아 케이로즈다. 여자는 적당히 교육받고 집안일을 돕다가 좋은 데 시집가는 것이 정해진 인생 코스이던 시절에, 오펠리아는 중산층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직업을 가지고 싶어 했고 결국 일간지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했다. 마침 이 회사의 동업자 중 한 사람이 페소아의 친척이었고 이따금 페소아가 일을 거들러 갔기 때문에, 오펠리아와 페소아는 자연히 서로를 알게 되었고 부지불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오펠리아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자 페소아의 마음이 급히 식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후대 연구자들은 이 연애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과연 페소아는 오펠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어떤 연구자는 페소아가 오펠리아와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다기보다는 '문학적 게임'을 즐겼다고 분석한다. 마침 오펠리아는 페소아의 문학적 영웅인 셰익스피어의 작품 여주인공 이름인 데다가 페소아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사기까지 했으니 페소아로서는 이보다 황홀한 일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페소아의 '진짜' 사랑은 동성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아직 명백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의 성적 취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작품에는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셋째는 페소아가 가진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다. "여행은 무엇이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모든 석양은 그저 석양일 뿐인데 그것을 보러 콘스탄티노플까지 갈 필요는 없다. 여행을 하면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나는 리스본을 떠나 벤피카에만 가도 자유를 느낀다. 리스본을 떠나 중국까지 간 어느 누구보다 강렬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 안에 자유가 없다면 세상 어디에 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의 책>, 텍스트 138) 


리스본에서 보는 석양이 콘스탄티노플에서 보는 석양과 다르지 않다는 페소아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스카이라인부터 다르잖아요), '내 안에 자유가 없다면 세상 어디에 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에는 크게 동의한다. "풍경이 풍경이 되는 것은 우리 안에서다. ... 마드리드, 베를린, 페르시아, 중국, 그리고 남극과 북극, 어디서든 나는 나 자신 속에, 나만의 고유한 유형의 감정 안에 있을 뿐이 아닌가? 삶이란 우리가 삶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행이란 결국 여행자 자신이다." (<불안의 책>, 텍스트 451) 


그러나, 아니 그렇기 때문에 페소아를 좋아하고 페소아의 자취를 보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을 찾을 생각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저자에 따르면 여행 가이드가 '페소아의 집'이라고 소개하는 곳은 페소아가 실제로 살았던 집이 아니다. 페소아에 대해 알고 싶다면 페소아의 몸이 머물렀던 공간보다 그의 마음이 머물렀던 글과 시, 책을 읽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 저자 역시 페소아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 포르투갈에서 살기까지 했으나 페소아를 완전히 알게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럴 수밖에. 페소아에 말에 따르면 - 우리는 타인을 보고 있어도 결국 타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보고 있는 셈이니, 페소아를 보고 있어도 보이는 건 우리 자신이지 페소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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