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녀 츠즈이씨 3 - 완결
츠즈이 지음, 주은영 옮김 / 길찾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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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녀 츠즈이 씨와 친구들의 유쾌한 일상을 그린 만화 <동인녀 츠즈이 씨> 대망의 완결권이 나왔다. 완결권쯤 되면 재미가 떨어질 법한데도 이 책은 3권까지 재밌군여...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공감 팍팍, 시종일관 웃으면서 봤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츠즈이 씨와 츠즈이 씨의 절친 오카자키 씨에게 2차원이 아닌 '3차원 최애'가 생긴 것이다. 츠즈이 씨는 연극을 보러 갔다가 무명의 연극 배우를 좋아하게 되고 오카자키 씨는 쟈니즈를 좋아하게 되는데, '우리도 드디어 3차원의 인간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보통 허구를 2차원, 현실을 3차원으로 분류하지만 연극 배우나 쟈니즈나 같은 현실에 있어도 '같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연 그들을 '3차원 최애'로 분류해도 되는지 의문에 빠진다. 츠즈이 씨는 아이돌 오타쿠인 친구의 표현을 빌려 '아이돌은 2.8차원'이라고 결론내리는데, 오랜 아이돌 팬으로서 무한 공감... 그들이 저와 같은 3차원에 있다뇨... 에이 설마...





직장 같은 데서 '휴일에는 뭐 해?'라는 화제가 나오면 곤란하다는 오카자키 씨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가공의 남자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거나, 여자 네 명이 남자 역과 여자 역으로 갈라져서 단체 미팅 놀이를 하고, 최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여행을 가거나 랩을 만들고, 아동용 수제 과자 만들기에도전했다 실패하고, 인생게임을 자체 제작하고... 나는 이렇게 즐겁고도 좋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데다 매일 놀 때마다 소중한 추억 랭킹이 갱신될 정도로 즐거운데 말이야... 내가 이런 에피소드들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기 때문에 시시한 휴일을 보내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점이 답답해..." 


누가 내 마음 사찰했나여 ㅠㅠㅠ 마치 내가 쓴 것 같은 이 문장을 본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서 읽은 의미는 충분했다... 고마워요 츠즈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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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통장 잔고를 걱정했던 그녀는 어떻게 똑똑한 쇼핑을 하게 됐을까
누누 칼러 지음, 박여명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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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더 늦기 전에 침실에서 저 거대한 산 좀 치워줄래?" 퇴근 후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던 저자는 남편이 치우라고 애걸복걸하는 '거대한 산'이 자신이 쌓아둔 옷더미임을 깨닫고 한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니 잘못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남편에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옷을 치우기가 싫으면 사지 않으면 될 텐데. 그 순간 저자는 1년 동안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사지 않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정도는 사지 않아도 될 만큼, 집에는 이미 너무 많은 양의 옷이 있다. 벌이도 시원찮고 통장 잔고도 넉넉하지 않아 강제로라도 쇼핑을 끊어야 할 참이었다. 


이 책은 <매달 통장 잔고를 걱정했던 그녀는 어떻게 똑똑한 쇼핑을 하게 됐을까>의 저자 누누 칼레가 1년 동안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사지 않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겪었던 일을 기록한 일종의 체험기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고 쇼핑을 좋아했던 저자는 스스로 돈을 벌게 되고 남편과 단둘이 살게 되면서 점점 더 자주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양의 옷을 사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1년 동안 옷 사지 않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필요한 옷은 뜨개질과 바느질로 고쳐 입고 만들어 입고, 안 입는 옷과 가방, 구두는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한 벌의 옷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자원이 사용되는지를 배우면서 저자는 쇼핑 중독 치료 이상의 많은 것을 얻었다. 


저자는 예쁘고 저렴해서 자주 구입했던 '패스트패션' 제품이 예쁘고 저렴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 장점도 없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옷값을 저렴하게 매길 수 있는 것은 낮은 인건비 덕분이다. 이들 브랜드는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국가를 찾아다니며 공장을 세워 노예나 다를 바 없는 취급을 하며 노동자를 부린다. 옷의 질이 낮아지면 옷이 금방 해지고 빨리 버려진다. 옷을 수선해서 입는 비용보다 새로 사 입는 비용이 싸다 보니 사람들은 더 이상 오래된 옷을 입지 않게 되고 있고, 버려지는 옷의 양은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저자처럼 쇼핑 중독 수준은 아니지만, 옷 사는 것도 좋아하고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종종 이용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현대인 중에 옷이 없어서, 옷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저자처럼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서, 유행해서, 세일해서, 심심풀이로 옷을 사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무심코 한 벌 두 벌 사들이는 옷 때문에 버리는 돈과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무 생각 없이 사고 버리는 옷 때문에 무너지는 인권과 망가지는 환경은 누가 책임질까.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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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동조자 - 전2권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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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베트남과 북베트남, 미국을 위해 일한 삼중 간첩의 삶을 통해 민족도 국가도 이념도 명분도 개의치 않고 오직 살기 위해 살았던 사람들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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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동조자 - 전2권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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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의 주인공 '나'는 남베트남 군인이자 북베트남 고정 간첩이자 CIA 비밀요원이라는 세 얼굴을 가지고 산 가공의 인물이자,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은유다. 


'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가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베트남 하녀를 범하여 태어난다. 프랑스인의 얼굴과 베트남인의 얼굴을 정확히 반반씩 가지고 있는 '나'는 어려서부터 주변 아이들로부터 '잡종 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나'의 베트남인 어머니는 '나'에게 너는 결코 부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고, 내겐 무엇보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이라고 말해주지만, '나'는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강간의 결과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원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자신의 몸속에 가톨릭 사제이면서 어린 여자애를 범한 남자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치를 떤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 아이들이 '나'를 '잡종 새끼'라고 놀릴 때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만과 본이 있다. 만은 당시 유행하던 마르크스주의로 투철하게 무장한 상태인 반면, 본은 마르크스주의자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마르크스주의에 적개심을 품은 상태다. '나'는 본과 함께 남베트남 군대를 위해 일하지만, 사실 '나'는 이미 만과 함께 북베트남 측에 가담한 상태이며 북베트남의 정보원으로서 남베트남 군대에 입대한 것이다. 1975년 남베트남의 패색이 짙어지자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육군 대위인 '나'는 상관인 장군의 가족, 본의 가족과 함께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결국 본과 둘이서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CIA 요원인 클로드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적이 있는 '나'에게 CIA는 비밀요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북베트남 정보원, 남베트남 전직 군인에 이어 미국 CIA 비밀요원이 된 '나'는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한편, 미국에 망명한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을 목도하며 절망한다. 비록 외침이 있고 전쟁이 일어나서 나라 사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베트남에 있는 한 나라를 통치하기도 하고 이념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학문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는 하나같이 돼지뼈를 끓이고 쌀국수를 말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로 전락한다. '나'는 무엇으로든 살고자 했던 자신의 선택이 결국 자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음을 인식하고 끝내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고 만다. 


"나는 잡종 새끼가 아니야, 나는 잡종 새끼가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 어떻게 해서든 내가 그런 놈이 아니기만 하다면 말이야." (1권, 311쪽)


'잡종 새끼'는 '나'의 잠재의식을 건드리는 중요한 단어다. 프랑스 가톨릭 사제가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하녀를 범한 결과 '나'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했고 '나'가 출신 때문에 괴로워할 때마다 위로해주지만, '나'는 자신이 '부자연스러운' 존재라고 여기며 '원죄'의 증거라고 여긴다. '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라는 사람조차 어린 여자아이를 범해 아이를 배게 만드는 세상을 도저히 긍정할 수 없다. 그런 남자의 피가 자신의 몸속을 흐른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여기고, 그런 남자가 저지른 범죄의 결과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자기 자신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없다. 


주체가 없으니 누구보다 쉽게 타자가 될 수 있다. '나'가 베트콩 앞에선 베트콩을 위해 일하겠다고 맹세하고, 베트남 군대에선 베트남 군대에 충성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 사람들 앞에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인들조차 모르는 미국 노래와 문학을 줄줄 욀 수 있었던 것은, '나'가 모든 것에 동조하고 모든 것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에도 동조하지 않고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가 동조하고 지지하는 것은 차라리 생존이나 본능이나 공포나 위협이다. '나'는 자신이 무엇을 지지하고 누구를 따르는지는 잘 모르지만 무엇을 무서워하고 누구를 두려워하는지는 잘 안다. 이 '능력'은 '나'를 삼중 간첩으로 만들고, 수석 심문관으로 만들고, 사람을 둘이나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살인자로 만든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당한 사람이었다!" (2권, 263쪽) 


'나'를 개인이기에 앞서 베트남이라는 한 나라에 대한 은유로 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당'했다는 이 문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뼈마디에 사무치는 아픔과 슬픔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한국과 베트남은 유사한 현대사를 공유한다. 한국은 일본, 베트남은 프랑스에 의해 침략을 당한 역사가 있고, 광복을 맞자마자 민족이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였다. 전쟁의 결과는 다르지만, 외침과 내전으로 인해 약 반세기의 역사가 엄청난 양의 피로 얼룩졌고, 이후 반세기의 역사 또한 냉전의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같다. 


작가는 '나'를 통해 무엇이든 하는 동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비극적인 역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세상이 왼쪽으로 가면 자기도 왼쪽으로 가고, 세상이 오른쪽으로 가면 자기도 오른쪽으로 가고, 그렇게 세상 따라 걸은 '나'가 도달한 곳은 '아무것도 아닌' 원래의 나, 즉 제자리다. 무엇이든 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매일 먹고 마실 양식을 제공하는 세상에 대해 어마어마한 빚을 진다는 것이다. 나는 빚을 늘리며 살고 있는가, 빚을 갚으며 살고 있는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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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568호 : 2018.08.07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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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다가 故 노회찬 의원님의 사진이 담긴 <시사IN> 표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한 부 담았다. 대체로 이런 시사지는 한 번 읽고 버리지만, 이번 시사인은 여러 번 정독해 읽고 오래오래 소장할 생각이다. 잊지 않을 것이고, 잊을 수도 없는 분이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쭉 훑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 석 자를 발견하고 놀랐다. 2012년 고인이 되신 이성형 교수님. 이 분을 추모하는 글을 쓴 분은 다름아닌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매일 뉴스 브리핑을 하는 시사인 김은지 기자님. 동문인 건 알았는데 과 선배님이신 줄은 몰랐다. 아 이런 우연이... 


애정하는 김은지 기자님이 같은 학교 같은 과 선배님인 것도 반갑지만, 김은지 기자님도 나처럼 故 이성형 교수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계시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다. 나 역시 교수님이 석연찮은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하고 얼마 후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 때 비록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개 학부생에 불과했지만 이런 나라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죄책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이후 학교가 이상하게 돌아가더니 결국 정유라-최순실 사태를 맞이하는 걸 보면서, 이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이 어쩌면 그 모든 사태가 일어날 낌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故 노회찬 의원님,  이성형 교수님. 


그리운 이름, 미안한 이름이 점점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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