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스톤의 비밀 1 마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소설 시리즈
브랜던 T. 스나이더 지음, 김세은 옮김, 김종윤(김닛코) 감수 / 아르누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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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피니티 스톤의 '비밀'>이라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적어도 다섯 번은 넘게 본 나도 모르는 비밀이 있을 줄 알았는데(있기를 바랐는데) 적어도 1권에는 없다(2권에는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은 딱 하나. 콜렉터와 그랜드마스터가 형제 사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왔던 괴짜 콜렉터는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자랑이던 박물관이 파괴되고 새롭게 들인 노예마저 마음에 들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토르 : 라그나로크>의 '그 사건' 이후 사카아르를 떠나온 그랜드마스터가 노웨어로 오고 두 사람이 만난다. "두 분 아는 사이였고?" "눈치챘겠지만 티반하고 난 형제 간이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지." 그러고 보니 화려한 취향이며 괴짜 같은 성격이며 흰머리까지 형제처럼 닮았다. 아니, 형제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산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냈던 두 사람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두런두런 이야기한다. 이야기 속에 인피니티 스톤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토니 스타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스타 로드, 닥터 스트레인지 등이 누구인지, 그동안 우주 여기저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이 깨알같이 담겨 있다. 마블 팬이라면 다들 알 만한 내용이고 일부러 읽을 만큼 새로운 내용은 없다. 새로운 내용이 있는데 내가 둔하고 멍청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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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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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 남편 사업 때문에 대만으로 떠난 친구는 애 키우랴 살림하랴 정신이 없다며 이렇게 묻는다. "너는 너로 살고 있지?" 김숨의 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의 도입부다. 김숨의 소설을 읽은 건 <L의 운동화>, <당신의 신>에 이어 세 번째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L의 운동화>보다 <당신의 신>과 가깝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에 대해 사유한다는 점이 그렇고,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화자인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여자 배우다. 연극으로 버는 수입은 형편없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온다. 경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여성을 간병하는 일자리다. 통장 잔고가 50만 원도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일자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서둘러 경주로 간다. 그렇게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와본 것이 전부인 경주에서 시작된 간병인 생활. '나'는 동갑인 여성의 몸을 씻기고 먹이며 지난 삶을 반추한다. 


'나'는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여성을 간병하면서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가 돌보는 여성은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 밝고 건강했다. 남편과 사이가 좋았고 매사에 의욕이 넘쳤다. 그랬던 그녀가 돌연 식물인간이 되었고 11년간 병원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남편은 지쳤고 여동생은 차라리 언니가 죽기를 바란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삶은 죽음의 반대가 아니며,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걸 확인한다.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고통이 내가 나로 죽는 고통보다 더하다는 것을 작가는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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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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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쓴 책이다. 저자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화학자였다. 1941년 토리노 대학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저자는 당시 이탈리아 사회에 파시즘과 반유대주의 사상이 만연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화학 공장에서 화학자로 일했고, 아우슈비츠에 끌려가서도 화학자로 뽑혀 목숨을 건졌고, 아우슈비츠에서 나온 이후에도 화학 공장에서 일했다. 이렇듯 저자의 삶은 화학과 떼려야 뗄 수 없고, 저자는 이런 자신과 화학의 관계를 이 책으로 표현했다. 저자 자신의 일생을 주기율표로 구성한 것이다. 


스물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의 제목이 주기율표 상의 원소 이름으로 되어 있다. 아르곤, 수소, 아연, 철, 칼륨, 니켈, 납, 수은, 인, 금, 세륨, 크롬, 황, 티타늄, 비소 등등. 이 중에는 저자의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는 이야기도 있다. 화학을 비롯한 과학 전반과 학문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는 내용도 있고, 파시즘과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저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허구인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사실이든 허구이든 간에, 평생을 바친 학문으로 자신의 인생을 재구성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렇게 재구성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프리모 레비 자신에게는 파시즘도 없고 반유대주의도 없는 세상에서 평생 글쓰기 따위 하지 않고 화학자로만 살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을 터. 부디 다음 생에는(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고통도 아픔도 없이 화학 연구에만 몰두하며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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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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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든 게 얼마 만인가 싶다. 나를 매혹시키고 황홀하게 만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의 제목은 <그해, 여름 손님>. 원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이며,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각색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이다. 


1983년 이탈리아 북쪽 어느 마을. 17세 소년 엘리오는 여자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책 읽고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조숙하고 지적인 소년이다. 엘리오의 가족이 여름마다 머무는 해안가의 별장에는 매년 다른 젊은 학자가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다. 그해 여름엔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가 찾아오는데, 교수답지 않은 자유분방한 성격과 신비한 매력, 잘생긴 외모에 엘리오는 거침없이 빠져들고 급기야 사랑을 느낀다. 올리버도 같은 마음인지 궁금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식상하기까지 한 이야기인데도, 이 소설이 그 어떤 소설보다 아름답고 애절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이 17세 소년이고 사랑받는 사람이 24세 청년이기 때문이다. 17세 소년 엘리오는 24세 청년 올리버를 보는 순간부터 사랑을 느끼고 몸이 달아 어쩔 줄 모르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거니와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느낀다. 올리버는 외국인이며, 여름 한 철 머무르고 떠날 손님이며, 동성이다. 그동안 자기 안에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인식조차 못 했던 엘리오는 혹시라도 자신의 애정이 올리버에게 부담이 될까 봐, 엘리오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까 봐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를 향한 열망을 주체할 수 없는 엘리오는 매 순간 올리버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올리버의 눈짓, 올리버의 손짓, 올리버의 농담 하나하나는 물론, 올리버가 매일 바꿔 입는 수영 팬츠조차도 엘리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침내 엘리오의 입에서 고백의 말이 터져 나오고, 올리버 또한 평생 가슴속에 간직하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했던 말을 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이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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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매니저 1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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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좋아하고 톰 히들스턴도 좋아하지만, <007 제임스 본드>보다 톰 히들스턴에게 잘 어울리는 시리즈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존 르 카레의 첩보 스릴러 시리즈다. 마블 영화로 톰 히들스턴을 알게 되고 나서 제일 처음 접한 마블 이외의 작품이 영국 BBC에서 6부작 드라마로 방영된 <나이트 매니저>였다. <나이트 매니저>에서 톰 히들스턴이 맡은 역할은 고급 호텔 야간 지배인으로 일하면서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조너선 파인. 고도로 훈련된 호텔리어의 매너와 이중, 삼중 생활을 불사하는 첩보원의 고뇌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톰 히들스턴뿐이다.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 <나이트 매니저>를 읽은 지금도 믿음엔 변화가 없다. 1993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드라마 <나이트 매니저>와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원작 소설의 무대는 호화 요트인데 드라마의 무대는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고성이다. 원작 소설에서 조너선 파인을 돕는 영국 정보국 요원 버의 성별은 남성인데 드라마에선 여성이다. 소피를 잃고 그녀의 복수를 하기로 다짐한 조너선 파인이 스위스 호텔에서 리처드 로퍼를 만나고, 신분 세탁을 하기 위해 은둔 생활을 하는 것까지는 원작 소설과 드라마가 같지만, 은둔 생활을 하던 마을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캐나다로 도망가 잠적하는 대목은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다(이때 한 여인과 진한 연애를 하게 되는데 만약 드라마에 이 대목이 나왔다면 톰 히들스턴이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다 ㅎㅎ). 


드라마 <나이트 매니저> 방영 이후 존 르 카레가 쓴 저자 후기도 흥미로웠다. 존 르 카레는 1993년에 발표한 작품이 2006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재조명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원작 소설의 미흡한 점을 드라마가 잘 보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이 이야기는 결국 선(善)을 대표하는 조너선 파인과 악(惡)을 대표하는 리처드 로퍼가 서로를 증오하고 치열하게 대결하면서도, 서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내심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상대를 살려둘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파인과 로퍼의 관계를 일종의 로맨스와 같다고 썼던 것 같은 건 내 착각(망붕?)일까... 아무튼 톰 히들스턴 팬이라면 <나이트 매니저> 드라마도 보시고 책도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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