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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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그동안 몇 번이나 속임수에 걸려들었을까. 이제까지 눈에 띄는 사기나 속임수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단 한 번도 속임수에 걸려든 적이 없다고 믿었는데, 이 책 <속임수의 심리학>을 읽으며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한 속임수가 얼마나 많을지 헤아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김영헌은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이자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사기와 횡령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전담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속임수가 악용하는 세 가지 심리를 분석하며, 사기꾼의 정체나 속임수를 간파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러 속임수 기법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심리가 있다. 바로 '욕망'과 '신뢰', 그리고 '불안'이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도 욕망과 신뢰, 불안과 관련이 깊다. 대박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 너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라는 말에 혹했다가 쪽박 차는 '묻지 마 투자', 청와대와 국정원을 사칭하는 사람들의 말에 홀랑 넘어간 사람들은 전부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노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는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경찰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타인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는 15.7%에 불과하지만, 동거 친족, 지인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52.6%에 달했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상대에게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12.7%에 불과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87.3%에 달한다. 다단계 역시 친구, 선배, 후배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빠지는 경우가 80%를 차지한다.


저자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쉽게 현혹되지 않으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 된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언뜻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업이 잘 되는 사람이 급하게 돈 빌릴 구석이 나밖에 없을 리 없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나에게 큰돈 벌 기회를 알려줄 가능성 역시 만무하다. 속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속기 전에 의심부터 하고 보라는 저자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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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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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 관심이 생겨서 라틴어 교재를 찾아봤는데 마땅한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라틴어를 정식으로 배우기 전에 라틴어와 친해지고 싶은데, 시중에 있는 라틴어 교재는 대학에서 사용할 법한 문법책이 대다수라서 아쉬웠다. 


마침 내가 원하는 라틴어 책이 나왔다. 대학에서 10년 넘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섭 교수의 책 <라틴어 문장 수업>이다. 이 책은 7개의 큰 주제 아래 80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장의 배경과 의미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라틴어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출간된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과 비교하면 구성은 비슷하지만 라틴어 학습 비중이 훨씬 높다. 나처럼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의 교훈보다도 라틴어 자체에 더욱 흥미가 있는 독자에게는 <라틴어 수업>보다 <라틴어 문장 수업>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저자는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기독교의 언어이다,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등 누구라도 하나쯤은 혹할 만한 이유다. 


이 중에 나는 라틴어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Apprendre une langue, c'est vivre de nouveau)'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는데, 라틴어를 배우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까지 배우면 대체 나는 몇 번의 인생을 다시 살게 되는 걸까. 한국어로 사는 인생도 제대로 못 사는 주제에 다른 언어로 사는 인생에 욕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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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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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운 좋게 무료 이북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인터넷 서평을 살펴보니 의외로 부정적인 평이 많아서 놀랐다. 무료로 읽어서 그런가. 나로서는 이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제시 버튼의 다른 소설을 전부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긍정적인 평이 압도적으로 적을까. 그래서 내가 하나 보탠다. 


때는 1686년. 가난한 집안의 맏딸인 넬라 오트만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에게 시집을 간다. 여자는 그저 좋은 남편 만나서 편안한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라고 믿는 넬라의 어머니는 넬라가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남편을, 그것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남편을 만났다는 사실에 흡족해한다. 넬라 역시 하루빨리 요하네스와 가까워져서 귀여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넬라의 기대와 달리, 요하네스의 여동생과 하인들은 넬라를 차갑게 대한다. 남편인 요하네스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자주 비운다. 이제 고작 열여덟 살인 넬라는 앞으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하네스가 결혼 선물이라며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한다. 집과 집안 식구들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넬라는 놀라는 척했지만 실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아니나 다를까, 넬라의 주변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 듯 미니어처 하우스에도 변화가 생긴다. 넬라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의지할 수 없는 낯선 도시에서 미니어처 하우스만이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믿고, 미니어처 하우스를 만든 미니어처리스트를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넬라가 미니어처리스트라고 짐작하는 여인은 넬라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할 때마다 사라진다. 


이 소설은 언뜻 보면 어린 신부 넬라가 돈 많은 남편을 따라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할리퀸 로맨스 풍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 보면 성차별, 인종 차별, 계급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넬라가 남편 요하네스, 시누이 마린, 흑인 남자 하인 오토, 고아 출신의 여자 하인 코넬리아와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작가는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설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예언이나 미신, 관습이나 통념 같은 것에 매달리는지를 고발한다. 넬라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미니어처리스트의 예언을 듣는 데에만 급급하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식구인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에 대해서도 직접 물어보지 않고 남들이 들려주는 말이나 소문에 의지해 판단한다. 만약 넬라가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와 더 일찍,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소중한 건 왜 항상 잃고 나서 그 가치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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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3가지 아들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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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고 알게 된 손경이 강사의 책.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성(性)을 배워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저자가 처음부터 성교육 강사로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 아들 유치원 보내고 시간이 남아서 자치단체에서 주부들 대상으로 개최하는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다가 성교육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많이 봤지만 경력을 새로 시작한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 놀랍고 신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성교육이라고 할 만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생리와 배란,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는 과학 시간에 배운 게 전부이고, 고등학교 때 보건 교사가 교실마다 들어와서 성교육 비슷한 걸 한 기억이 있기는 한데 순결 캔디를 하나씩 나눠준 기억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 내용이 더욱 유익했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남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초경을 맞은 여자애들을 놀렸던 기억, 남동생이 자신의 생리대를 보고 기저귀라고 놀렸다며 내 앞에서 울었던 친구의 모습 등 오래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어릴 때부터 편견이나 왜곡 없이 성교육을 받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덜 상처받고 덜 눈물 흘렸을 것이다. 


성 교육만큼 젠더 교육을 강조한 점도 좋다. 아무리 성교육을 철저히 하는 집안일지라도 아이들 앞에서 "너는 아들이니까", "너는 딸이니까", "너는 남자애가", "너는 여자애가" 같은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면 안 되고,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고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고추가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주입하는 것이다. 주 양육자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도 보조 양육자가 올바르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주 양육자가 부모인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등이 어떤 식으로 성교육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은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것이다'라는 편견이 만연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한 예방이나 대비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남성 우월주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진 경우,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남자아이는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에게 털어놓으려 하지도 않고 '나는 남자인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더욱 수치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 '좋아하니까 괴롭힌다'는 말은 해서도 안 되고 들어서도 안 된다. 괴롭힌 아이는 '좋아해서 그런다'라는 면죄부를 얻게 되고, 괴롭힘당한 아이는 '괴롭힘=애정'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입하게 된다. 이 밖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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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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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가 도입부에 등장한다고 해서 다소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한국 여객선 블루오션호가 동해상에서 침몰한다. 원인은 과적을 감추기 위한 평형수 조작과 부적절한 선체 개조 등. 여기에 선장과 선원들의 직무 유기와 뒤늦은 구조 같은 문제가 더해지면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약간의 변형을 제외하면 대체로 세월호 사고의 세부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 당시 일어난 사건이다. 사고 당시 한 일본인 남성이 한 일본인 여성이 가지고 있던 구명조끼를 억지로 빼앗아 착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고, 폭행당한 여성이 실종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남성은 일본의 전 국민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이에 남성은 형법상 '긴급 피난'을 주장했고, 당장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는 것이 참작되어 무죄로 풀려난다. 


이로부터 10년 뒤, 사이타마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피의자는 입소자인 이나미 다케오. 전직 소년원 교도관이자 현직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의 은인이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어린 시절 이웃집 여자아이를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하여 '시체 배달부'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 후 소년원에서 이나미를 만나 진정으로 참회하고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되었다. 미코시바는 은인인 이나미 교도관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 바로 그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이나미는 면회를 거부하고 자신이 범인이 맞다고 순순히 자백까지 한다. 이대로 이나미가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미코시바는 갖은 수를 써서 이나미의 변호인이 되는데, 그 무엇보다 이나미를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전작인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과 마찬가지로 스릴이 넘친다. 비록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지었지만 일찍이 좋은 교도관을 만나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죄를 지었는지 깨닫고,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와 싸우며 변호사로서 고군분투하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모습은 여전히 애처롭다. 더욱이 이번에는 그가 변호하는 대상이 그의 은인인 이나미다. 이나미는 오래전 미코시바에게 가르친 대로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며 순순히 죄를 자백하고 벌을 받길 원하지만, 미코시바는 누구보다 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는 이나미가 순간의 분노로 사람을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미코시바는 혼자서 사건 현장인 요양원으로 찾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요양원이 숨겨온 충격적인 일들이 무더기로 밝혀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요양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터라 남 일 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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