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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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 생활>의 저자 이유미의 직업은 카피라이터이다.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으레 대학에서 국문학이나 광고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전공은 가구디자인이고 졸업 후 오랫동안 미술학원 강사, 편집 디자이너 등 카피와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전전했다. 그런 저자가 온라인 쇼핑몰 '29CM'의 카피라이터로 전격 발탁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그 비결은 단연 소설 읽기와 필사다. 저자는 하루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돌려 읽는다. 잠들기 전에는 주로 긴 호흡의 장편소설을 읽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짧은 호흡의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루틴처럼 필사를 한다. 책을 읽으며 수시로 밑줄을 긋거나 모서리를 접어놓은 문장들을 출근 후 워드파일에 타이핑한 다음 파일로 정리해 놓는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수집'한 문장들은 저자가 카피를 쓸 때 귀하고 요긴한 재료가 된다. 이를테면 서유미의 소설 <당분간 인간>을 읽고 "자판기 커피의 양은 초면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마시기에 적당했다."라는 문장을 필사해 두었다면, 나중에 커피잔 광고 카피를 쓸 때 문장을 살짝 변형해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마시기에 적당히 작은 커피잔" 이라고 쓰는 식이다.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작가의 문장을 저자가 상업적 용도로 가공해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지 의문이 남기는 하지만(인터넷 서점 리뷰를 쭉 보니 나와 같은 의문을 품은 분들이 많은 듯하다), 매일 책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수집해 필사하는 습관만큼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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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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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미국의 힙합 뮤지션 투팍(2PAC)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흑인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음악으로 인권 운동을 하기도 했던 투팍은 '당신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분노가 모두를 망가뜨린다(The Hate U Give Little Infants Fucks Everybody, THUG LIFE)'라는 유명한 랩을 남겼고, 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1위를 동시에 석권하고,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선정된 앤지 토머스의 소설 <당신이 남긴 증오>는 바로 이 투팍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제목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16세 흑인 소녀 스타다. 스타는 흑인 거주 지역에서 태어나 지금도 흑인 거주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교육열 높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백인 거주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흑인이 대부분인) 동네에선 백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미운 오리 새끼 취급 당하고,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에선 흑인이라고 역시 미운 오리 새끼 취급 당하는, 이중의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파티에 참석한 스타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칼릴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큰 사건을 겪는다. 칼릴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이다. 충격을 받은 스타는 유일한 목격자로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책임과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부담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동안 경찰과 언론은 칼릴이 마약 거래상이었고 사건 당시 총으로 경찰을 위협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선량하고 성실한 경찰 한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사건을 왜곡 수사, 보도한다. 사건의 여파는 점점 커져서 동네에선 집회와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때마다 경찰이 출동해 최루탄을 던지고 탱크까지 투입한다. 스타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인종 차별, 혐오와 배제에 관한 소설이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이 소설은 여느 하이틴 소설처럼 밝고 경쾌하다. 복잡한 가정사와 어려운 생계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부모님, 스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빠 세븐, 흑인인 스타를 차별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백인 친구들과 남자 친구 크리스 등 스타의 주변 인물들도 매력적이다. 끔찍하고 절망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와중에도 서로의 기념일을 챙기고 파티를 열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따스하고 정겹다. 


이 책은 나에게 두 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첫째는 내가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마블 시리즈의 영화 제목으로만 알았던 '블랙 팬서(Black panthers)'는 1996년 흑인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골자로 휴이 뉴튼이 설립한 흑인 무장 조직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1995년 일리노이의 14세 흑인 소년 에밋 틸은 식료품점에서 계산대 일을 보던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심한 구타를 당했고 총상을 입은 채 사망했다. 당시 린치에 가담한 백인은 기소되지 않았고 전원 백인 배심원단에 의해 무죄로 풀려났다. 책에서 저자는 에밋 틸을 비롯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마땅한 사죄나 보상을 받지 못한 자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이중에는 17세, 12세, 고작 7세에 불과한 어린 아이도 있다. 


둘째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은 달라도 그 양상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스타의 아버지는 말한다. "칼릴이 마약을 팔다 붙잡히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직업을 못 구해서 다시 마약을 팔아야 할 수도 있어. 그게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증오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것. 그게 터그 라이프야." 흑인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평생 고통받게 하는 것이 터그 라이프라면, 여성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평생 고통받게 하는 것이 가부장제이고, 무산계급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평생 고통받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다. 백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흑인으로 살지도 못하는 스타를 보면서, 남성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습적 의미의) 여성으로 살고 싶지도 않은 나를 본 것은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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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 재무제표와 돈의 흐름이 보이는
김수헌.이재홍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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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분야 베스트셀러 <이것이 실전회계다>를 쓴 김수헌, 이재홍의 신간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것이 실전회계다>를 보다 쉽게 풀어쓴 책이므로, <이것이 실전회계다>를 읽고 중급 수준의 어려운 책이라고 느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이른바 '회계항등식'이라 불리는 '자산=부채+자본'이라는 간단한 원리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회계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복잡한 수식이 아니라 간단한 그림으로 설명해 초보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회계를 공부하는 목적은 결국 재무제표 읽기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재무제표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 최신 기업 사례를 다수 수록했다. 나아가 삼성SDI, 호텔신라 면세점, LG화학, LG디스플레이, 광동제약, 셀트리온, 한미약품, 듀오, SK텔레콤 등 실재하는 기업들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영 이슈들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평소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서 경제나 경영 관련 이슈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프러포즈할 때 한 약속은 부채일까, 아닐까?', '비트코인은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될까?' 같은 질문에 대한 회계학적 답변도 신선하다. 사귀는 연인에게 "나와 결혼해주면 앞으로 절대 손에 물 안 묻히게 하겠소."라고 약속한다면, 이는 의무 내용이 추상적이고 객관적 가치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아니다. 비트코인 거래 업체인 빗썸은 매도자와 매수자에게서 매도 수수료와 매매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 비율의 비트코인을 받는다. 수수료로 받은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영업수익으로 처리되지만, 유동자산으로도 상정되어 평가이익이 높아지면 영업수익(매출)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알아두면 쓸모 있는 회계학 지식이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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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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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 아마존 재팬 에세이 분야 1위에 오르고 전국 서점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저자 에프(F)는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밝혀지지 않은 익명의 작가인데,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곡 <Automatic>을 들으면 초등학생 때 학원 끝나고 집에 가던 버스 안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오른다는 걸 보면(참고로 <Automatic>은 1998년에 발매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나보다 조금 어리지 않을까 싶다. 


에프의 첫 책인 이 책은 사랑, 연애, 섹스, 인간관계, 외로움 등을 주제로 쓴 65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글 중간중간에 송아람 작가의 일러스트 만화가 함께 실려 있다. 남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을 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설렁설렁 읽기 좋은 글이 대부분인데, 이따금 눈길이 오래 머무는 문장이 있다. 이를테면 "멋있으니까 좋아진 거다. 하지만 멋있지 않은 면도 사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동경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라든가,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사람은 거울을 보려 하지 않는다. 운명의 상대를 찾는 사람은, 자신도 상대방도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라든가, "좋은 여자란 곁에 있으면 좋은 여자고, 결국 있어도 없어도 좋은 여자, 그리고 쉬운 여자, 다시 말해 뭘 해도 상관없는 여자가 된다."라든가. 


제목만 보고 사랑과 연애에 관한 글이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관한 글이 많다. 인상적이었던 글 중에는 '사회인 일 년 차가 기억해두면 좋을 열 가지'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당신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해도 마음에 안 들어 한다, 일이란 다음 의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가 일이다, 바빠도 한가한 척을 하면 사람이 붙게 되어 있다, 야근이 많은 회사는 조만간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당신도 무너뜨릴 것이다, 주말에 무얼 할지는 수요일쯤에 정해두어야 한다 등의 조언을 읽으며 - 사회인 일 년 차를 훨씬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 가슴을 치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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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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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산 것을 말해주세요. 그러면 내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게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이 사람의 이름은 외른 회프너. 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에서 이동성, 사회, 미래에 관한 테마를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다. 그의 책 <카트 읽는 남자>는 연령, 성별, 수입, 학력, 혼인 관계, 주거 상황 같은 간단하고 측정 가능한 자료들을 이용한 통계 분석 자료의 한계를 지적한다. 나아가 개인의 소비 성향을 통해 훨씬 더 정확하게 사회의 상태와 변화를 포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한 사회의 구성원은 크게 10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민 중산층', 한계나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창의적인 '디지털 원주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주도권을 쥐고 사회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보수적 기득권층', 성공, 진정성,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진보적 지식인층', 융화와 사회적 안정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순응적 실용주의자', 절약, 겸손, 의무 이행을 충실히 따르는 '전통주의자', 스타일과 생활 태도에서 남보다 앞서 나가려는 '성과주의자', 자기중심적이고 즐거움과 체험을 중시하는 '쾌락주의자', 일상의 활동에 대한 자기 참여 지분을 확보하려는 '불안정층' 등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그룹에 해당하는지 알고 싶으면 슈퍼마켓 카트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정확한 방법이 없다. 물론 설문조사나 서베이를 통해서도 알아낼 수 있지만, 말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라고 주장하면서 막상 슈퍼마켓에 가면 값비싼 친환경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저렴한 대기업 제품만 구입하는 사람이(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있는 까닭에 저자는 획일적인 설문조사보다 실제적인 관찰을 중시한다. 


'고작' 슈퍼마켓 카트 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한 사람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처음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었다. 퇴근 후 동네 인근의 펍에서 수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편의점에서 파는 만 원에 네 개짜리 맥주를 사서 마시는 사람,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꼬박꼬박 김장을 하는 사람과 브랜드 김치를 주문해서 먹는 사람, 손수 만두속과 만두피를 만들어서 만두를 빚어먹는 사람과 새로 나온 냉동만두 제품을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은 소비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인생관과 정치 성향, 경제 사정 등이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어느 그룹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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