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 - 절개.적출.출혈이 없는, 여성을 위한 비수술적 하이푸 치료
김태희 지음 / 라온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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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자궁 또는 유방 관련 질환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십여 년 전에 어머니가 자궁근종 진단을 받으셨고, 얼마 전에는 동생이 오른쪽 유방에 물혹이 잡힌다고 해서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조직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까지 여성 질환을 겪은 적이 없지만, 가족력이 있고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질환에 관한 책이나 영상을 틈틈이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의 저자 김태희는 초음파 고강도 집속 기술인 하이푸 시술을 2,500회 이상 실시한 종양외과 전문의이자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이다. 강남베드로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처음으로 하이푸를 접했던 그는 국내 최초로 하이푸 시술을 한 외과의사이기도 하다. 하이푸 시술은 고강도의 초음파를 한 초점에 모았을 때 생기는 열로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정밀한 초점을 자유롭게 움직여 자궁근종 전체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자궁동맥 색전술보다 정밀하게 자궁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하이푸 시술에 주목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자궁근종이나 선근증의 치료를 위해 자궁 적출을 권유받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자궁과 난소는 가능한 손상시키지 않고 보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소중한 장기다. 남성의 경우 고환을 제거하는 적출술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행해진다. 반면 여성의 경우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하는 시술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실시된다. 자궁 또한 인체 내의 소중한 장기이기 때문에 적출할 경우 신체에 큰 무리를 줄 수 있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심리 질환도 야기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5장에 걸쳐 절개 없이 자궁을 치료하는 하이푸 시술의 원리와 효과, 자궁근종의 사례와 치료법, 여성질환을 예방하는 필수 건강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간결하고 명쾌하여 의학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절개, 적출, 출혈 없이 자궁, 유방, 난소를 보호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니 반갑다. 그리고 부디 여성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이 하루 빨리 쾌차하셔서 걱정 없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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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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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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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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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읽은 건, 이 작품이 프랑스 문단과 영국 추리작가 협회의 인정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영국,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이 입을 모아 극찬한 작품은 대체 어떨까.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소설의 배경은 1999년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이혼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앙투안은 남달리 잘하는 것도 없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한다. 앙투안의 유일한 낙은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있는 동안 집 근처 숲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아지트로 쓸 집을 짓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재료를 구해다가 열심히 지은 아지트에 찾아오는 손님은 옆집 소년 레미와 그가 기르는 개 윌리스뿐.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저씨, 즉 레미의 아버지가 윌리스를 총으로 쏴서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상심한 앙투안은 레미에게 이를 따지다 실수로 레미를 죽이게 된다. 당황한 앙투안은 레미의 시체를 숲에 숨기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한다. 


12년의 시간이 흐르고, 앙투안은 의사가 되어 파리에서 살고 있다. 아리따운 애인도 있고 의사로서 장래도 촉망받지만, 정작 앙투안 자신은 레미를 죽인 이후로 자신의 삶이 크게 어긋났다고 느끼고 있다.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고, 언제 어디서 자신의 범죄 사실이 들통날지 몰라 두려움에 떤다. 그리고 얼마 후 앙투안의 불안은 사실로 드러난다. 앙투안은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어왔지만,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앙투안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들의 선의가 자신을 여태껏 살게 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앙투안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다.


이 소설은 '문학성 넘치는 스릴러'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스릴러 소설로서도 훌륭하고 문학성으로만 따져도 뛰어나다. 죄를 짓고도 들키지 않았다고 믿는 앙투안과 이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어른들의 관계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인간과 이를 굽어보는 신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앙투안은 자신의 운명이 가혹하다 여기고 끊임없이 닥치는 시련을 불쾌하게 여기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이는 모두 앙투안이 스스로 지은 죄의 결과일 뿐이다. 어쩌면 신이 보기에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만한 통찰을 담고 있는 스릴러 소설은 쉽게 찾아볼 수 없기에 프랑스와 영국이 입을 모아 이 작품을 극찬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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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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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요즘 들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연달아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신작보다 구작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올해 초에 읽은 <아름다운 흉기>, <11문자 살인사건>도 좋았고, 이번에 읽은 <브루투스의 심장>도 너무 재미있어서 400쪽이 넘는 분량을 한 번에 다 읽었다. 


스에나가 다쿠야는 어두운 가정환경 속에서 성공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명문 공대를 졸업하고 순조롭게 MM중공에 입사한 다쿠야는 뛰어난 실적과 깔끔한 일처리를 인정받으며 젊은 사원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된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다쿠야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임원실 직원 아마미야 야스코에게 접근한다. 야스코와 내연 관계가 되어 전무의 사적인 정보를 얻어낸 다쿠야는 전무의 마음에 들어 전무의 사윗감 후보가 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야스코는 뱃속에 아이가 있고 어떻게든 낳을 생각이라고 전한다. 초조해하던 다쿠야는 뜻밖의 호출을 받는다. 알고 보니 야스코와 내연 관계였던 남자는 다쿠야뿐 아니라 두 명이 더 있었다. 세 사람은 야스코가 자신들의 출세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셋이 힘을 합쳐 야스코를 죽이기로 한다. 


사실 여기까지 읽을 때만 해도 심드렁했던 내가 눈을 부릅뜨고 이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 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죽인 사람이 야스코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다. 세 남자는 A가 야스코를 죽이면 B가 야스코의 시체를 운반하고 C가 야스코의 시체를 처리하기로 모의하고 계획을 감행한다. B의 역할을 맡은 다쿠야는 A에게 야스코의 시체를 전달받고 열심히 운반하는데, C에게 시체를 전달하다가 그제야 야스코의 시체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대체 이 시체는 누구의 것이며 누가 죽인 걸까. 세 사람 중에 누군가가 배신을 한 걸까, 아니면 야스코가 이들의 계획을 알아채고 복수하는 걸까. 끝까지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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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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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84년에 발표한 자전 소설이다. 동명 영화의 이미지 때문에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프랑스인 소녀와 나이 든 중국인 남자의 진한 로맨스를 그린 소설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부재한 아버지와 큰 오빠만 편애하는 어머니, 폭력적인 큰 오빠, 나약한 작은 오빠로 인해 외롭고 고통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가족들을 전부 베트남으로 데려간 후 세상을 떠났다. 소녀의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세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늘 돈에 쪼들렸다. 어머니는 장남이 공부를 잘해서 집안의 기둥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장남은 마약과 노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고 허구한 날 동생들을 괴롭혔다. 두 아들 모두 별 볼 일 없는 자식임이 드러나자, 이제 어머니는 막내인 딸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지만 성숙한 미를 뽐내고 학교 성적도 우수한 딸이 어떻게든 집안을 일으키길 바란다. 그런 기대를 알 정도로 조숙한 소녀는 어느 날 메콩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사랑에 빠지고 시도 때도 없이 몸을 탐한다. 소녀의 가족은 소녀가 방과 후에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누구에게 돈을 얻어오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체한다. 소녀의 가족들에게 중요한 건 소녀가 아니라 소녀가 가져오는 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남자를 가족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구실 또는 계기로 삼(을 수밖에 없)는 여자들이 떠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어머니가 그랬다. 어머니의 부모는 아들들은 대학에 보냈지만 딸들은 대학에 보내지 않았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딸이 벌어온 돈을 고스란히 가져가 생활비로 챙겼고 딸이 결혼할 때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부모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부려먹고 욕하고 때리는 것이 싫어서,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남자를 만나 결혼을 감행했다. 다행히 남편은 착한 사람이었고 삼십 년 넘게 잘 살고 있지만, 이따금 어머니는 어린 날의 자신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훌륭한 교육을 받고 남자 이외의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어머니를 둔 내게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닌 일종의 페미니즘 문학으로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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