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끄라비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김경진.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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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태국의 관광지 하면 방콕과 파타야, 치앙마이, 푸껫 정도만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끄라비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트래블로그 끄라비>는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태국 서부 끄라비의 최신 여행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는 여행 가이드북이다. 그동안 끄라비 하면 근처에 있는 푸껫이나 피피섬에 갔다가 잠깐 들르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오로지 끄라비에 가기 위해 태국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근 들어 한 달 정도 외국에서 살아보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태국은 저렴한 물가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여행자들이 한 달 살기를 해보는 장소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에는 방콕이나 치앙마이도 좋지만 끄라비도 괜찮다. 끄라비는 규모가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달 정도면 충분히 많은 것을 체험하고 돌아갈 수 있다. 물가가 저렴해서 적은 비용으로도 여유롭게 지낼 수 있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어서 해수욕과 해양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해변에서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요리도 일품이다.





현재 한국에서 끄라비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직항 편은 없다. 대체로 푸껫이나 치앙마이를 경유해 이동한다. 푸껫 국제공항에서 끄라비까지는 육로로 3시간이 소요된다. 끄라비에도 공항이 있는데 다른 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붐비고 한적한 편이다. ​ 끄라비는 태국의 다른 관광지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티비티를 숙소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숙소에서 액티비티를 예약하고 대기하다가 데리러 오면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하다. 와이파이는 대부분의 숙소와 레스토랑에서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끄라비를 찾는 여행자 중에는 해양 스포츠 또는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끄라비에서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로는 카약킹,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등이 있다. 해양 스포츠가 아닌 액티비티로는 코끼리 트레킹과 ATV(사륜구동 바이크) 체험이 있다. ​ 해양 스포츠나 액티비티를 즐길 때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현지에서 예약하는 액티비티 투어에는 여행자 보험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에서 미리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좋다. 낯선 곳에서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끄라비에서는 끄라비 타운, 아오낭 비치, 라일라이에 주요 관광지가 집중되어 있다. 가능한 한 숙소는 끄라비 타운, 아오낭 비치, 라일라이에 잡는 것이 좋다. 끄라비에는 관광객이 이용할 만한 교통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숙소의 위치와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 태국은 관광 대국답게 연중 내내 다양한 축제가 각 지역에서 열린다. 대부분의 축제는 태국 왕실 또는 불교, 농업과 관련이 있다. 태국에는 여전히 왕실이 있고, 국민 대부분이 왕실을 지지하므로 왕실에 관한 모욕적인 발언이나 행동은 삼가는 편이 좋다.





끄라비라는 이름은 원숭이를 뜻한다는 말도 있고, 칼을 뜻한다는 말도 있다. 끄라비의 중심지는 아오낭 비치다. 아오낭 비치를 통해 내륙으로 들어가도록 중심도로가 뻗어 있으며, 아오낭 비치 근처에 유명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 마사지 숍 등이 늘어서 있다. ​ 끄라비 타운도 끄라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끄라비 타운에는 주요 교통편과 쇼핑센터, 숙소가 몰려 있다. 휴양 시설은 대부분 해변이나 근처 섬에 있다. 관광지 특유의 번잡스러운 느낌이 싫다면 끄라비 타운이 아닌 해변이나 섬에 위치한 숙소를 택하는 것이 좋다.





끄라비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에서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곳은 크리스탈 라군이다. 크리스탈 라군은 끄라비 시내에서 서쪽으로 1시간 정도를 이동하면 나오는 자연 풀장이다. 에메랄드 색의 맑고 투명한 물이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연인,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일 년 내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크리스탈 라군에는 에메랄드색 풀장 외에도 블루 풀, 핫 스트림 워터풀, 맹그로브 정글 등의 즐길 거리, 볼거리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원해 보이지만, 지표 아래에 있는 온천수가 끊임없이 솟아 나와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곳의 온천이 각종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일부러 오는 외국인도 있을 정도다.





끄라비의 해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섬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새하얀 모래사장이 나타나는 툽 섬, 석회암의 종유석이 발달해 카약킹과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제격인 까홍 섬, 잔잔한 파도와 부드러운 백사장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놀기에 딱 좋은 포다 섬 등이다. ​ 끄라비에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과 리조트도 다수 있다. 햇살이 강해서 야외 활동을 하기가 힘들 때는 호텔이나 리조트 안에 있는 스파나 풀장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이 덜 탄, 순수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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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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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최다 부문 수상에 빛나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소설판이다. 영화를 아직 못 봐서 소설과 영화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말할 수 없지만, 소설만 읽어도 충분히 환상적이고 황홀해서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 영화를 보면 얼마나 더 환상적이고 황홀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소련과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국.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는 영화와 구두를 좋아하는 평범한 처녀다. 엘라이자는 비록 귀가 들리지 않고, 자신을 돌봐줄 가족도 없지만, 직장에는 믿음직한 동료 젤다가 있고 옆집에는 자신의 일이라면 무조건 발 벗고 도와주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가 있다. 어느 날 엘라이자는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들어온 것을 알게 된다. 실험실의 보안 책임자 리처드 스트릭랜드는 실험실의 직원들은 물론 청소부들에게도 괴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외부에 괴생명체에 관한 말을 조금이라도 퍼뜨릴 시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에게 왠지 모를 연민과 끌림을 느끼고, 스트릭랜드의 눈을 피해 매일 그를 찾아간다.


여기까지는 <셰이프 오브 워터>가 한창 주목받을 때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된 시놉시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이 소설에서 새롭게 발견한 건 리처드 스트릭랜드의 아내 '레이니'의 존재다. 레이니는 군인인 남편과 두 아이를 돌보며 살고 있는 전업주부다. 레이니는 두 아이를 낳은 지금도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똑똑하다. 하지만 리처드는 레이니가 직업을 가지거나 스스로 차를 운전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여자가 밖에서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한다는 건, 그 여자의 남편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거나 운전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니는 우연히 일자리를 얻게 되고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자신도 남편처럼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레이니는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가 전업주부로 살 수가 없게 된다.


레이니의 이야기를 읽으니 주인공 엘라이자의 이야기가 더 분명하게 읽혔다. 괴생명체를 만나기 전의 엘라이자는 가난해서,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당하는 수치와 모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중에 남자가 들어와서 소변을 보려 하면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보육원 원장이 자신의 장애를 두고 끊임없이 놀리는 말을 하고 공개적으로 괴롭혀도 항변하지 못했다. 엘라이자는 영화를 보면서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나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실험실에 괴생명체가 나타났을 때, 엘라이자는 오직 그만이 불완전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온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소설에는 엘라이자와 레이니 외에도 젤다라는 멋진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젤다는 실험실에서 일하는 청소부들의 보스 격 인물로,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다. 젤다는 비록 자신보다 한참 늦게 실험실에 들어온 직원들이 백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봉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항상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 엘라이자 같은 - 동료들을 케어하며 살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식으로 약자가 약자를 돕거나 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들을 못살게 구는 존재가 항상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정작 그 백인 남성이 두려워하는 괴생명체는 - 여러 의미로 - 이들 모두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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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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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배우 박정민에 대해 잘 몰랐다. <파수꾼>,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타짜 : 원 아이드 잭> 같은 영화에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한 배우라는데 공교롭게도 이 중에 본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내게 이 책은 배우 박정민이 쓴 에세이집이 아니라 작가 박정민이 쓴 에세이집으로 읽힌 셈인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일단 재미있다. 학창 시절 내내 연예인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생이었던 저자는 대학 입학 후 연기자의 꿈을 품고 극단에 들어갔다.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연기를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대단했다. 한예종 연기과 입학 시험도 보았지만 면접장을 통과하지 못했다(이듬해에 재도전해 합격했다). 겨우겨우 독립영화로 데뷔해 조금씩 필모를 쌓고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현실은 퇴직한 아버지가 집에 계신 줄도 모르고 목청 높여 걸그룹 노래를 부르다가 아버지가 집에 계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PC방으로 도망치는 찌질한 모습이다. 외국 여행 가면 유명한 한국 연예인들과 친한 사이라고 뻥쳐서 안주를 얻어먹(는 줄 알았다가 뒤통수 맞)고, 친구들이 잘 나간다고 한 턱 내라고 하면 아버지 카드로 술값을 치르는 형편이다. 연예인은 전부 바쁘고 돈이 많다는 편견을 깨주는 대목들이다.


면접장에서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요시모토 바나나'라고 대답하는 대목에선 배를 잡고 웃었다. 그랬던 저자가 김영하, 박민규,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도스토예프스키, 카뮈 등의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해, 1년 후 다시 그 면접장에 섰을 때는 그럴 듯한 답변을 하는 모습에선 박수가 절로 나왔다. 영화 <동주>의 송몽규 역으로 캐스팅된 후 송몽규와 그가 살았던 시대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여 영화 촬영 시작 전까지 몽땅 읽었다는 대목에선 마음이 뭉클했다. 송몽규가 남긴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직접 보고 싶어서 용정까지 다녀왔다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최대한 완벽하게 이해해 관객에게 잘 소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불사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런 배우라면 앞날을 기대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저자와 나는 공통점이 의외로 많았다. 출생연도는 다르지만 학번이 같고, 분당 야탑동에 살았던 것도 같다. 나는 고등학교 때 야탑동에 살고 대학교 때 서울로 이사했기 때문에 우연히라도 저자와 마주쳤을 가능성은 낮지만, 분당에 살았다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야탑동에 살았다는 사람은 많이 못 봐서 신기했다. 나이가 비슷하고 살았던 곳이 겹쳐셔인지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 추억도 닮은 구석이 많았다.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던 시절에 극장에서 <쉬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도, 중학교 때 <상실의 시대>를 읽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했다는 것도 같은 또래로서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을 내고 더는 책을 쓸 마음이 없다는데 부디 마음을 바꿔줬으면. <쓸 만한 인간 2>를 기대하는 독자가 나뿐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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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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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는 질문을 이따금 받는데, 그 때마다 답하기가 참 곤란하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살면서 한 번도 책 읽기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라고 답하면 질문한 사람이 어이없어 하겠지. 그런 나도 실은 읽기 힘든 책을 수십, 아니 수백 권은 만났고, 그 중에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한 책도 무척 많다. 그래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이다. 


이 책을 쓴 가마타 히로키는 교토대학교 대학원 인간환경학과 및 종합인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가벼운 책 한 권 읽기도 힘에 부쳐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특히 이과 출신 학생들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바로 그런 학생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독서를 취미나 유흥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정보 수집이나 논문 작성, 업무용 보고서 작성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알려준다. 이른바 효율을 중시하는 '아웃풋 중심의 독서법'이다. 


이과식 사고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요소마다 분해하기'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실험하기'이다. 요소 분해하기를 응용한 독서법으로는 '요소분해법'이 있다. 저자는 난해한 책을 독파해야 할 때 '모르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덮어버리기'와 '조각내 생각해기' 기술을 사용한다. 모르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덮어버리기는 말 그대로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것이 나왔을 때 굳이 사전을 찾아보거나 힘들여 생각하지 말고 아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모든 저자가 단번에 이해가 될 만큼 완벽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저자가 잘 못 쓴 탓이라고 여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편이 독서에도 도움이 되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조각내 생각하기는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확인하고 소제목 단위로 읽어나가면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책 읽기를 꺼리는 사람 중에는 책을 읽을 때 첫줄부터 마지막줄까지 빠짐 없이 읽고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물론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 어떤 책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읽을 필요가 없고, 그렇게 읽을 수도 없다. 독서의 목적은 완독이 아니라 재미 또는 효용이다. 책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고 더 큰 효용을 준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재미를 반감시키고 더 큰 효용을 주지도 못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책을 읽을 때 속독이 좋은지 정독이 좋은지, 장시간 독서가 좋은지 단시간 독서가 좋은지, 메모를 하는 게 좋은지 나쁜지 등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린다. 직접 실험하기가 몸에 밴 이과 출신 독자라면 하나 하나 직접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소설은 정독하지만 소설 외 장르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읽는다. 책을 읽을 때 메모는 하지 않고 인상적인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가 나중에 따로 필사한다. 한 권만 집중적으로 읽기보다는 여러 권을 한꺼번에 조금씩 읽는 편이고, 독서는 주로 출퇴근 시간이나 자기 전 시간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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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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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엄마는 아들을 어떻게 키울까. 박한아의 책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는 페미니스트인 저자 박한아가 네 살 난 아들 바당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일들, 얻게 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아이의 성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달랐다. 저자가 임신 소식을 전하자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이의 성별을 궁금해 했다. 아들이라고 전하자 들어오는 선물이 죄다 파란색으로 바뀐 정도는 예사였다. 남자애들은 때려야 한다느니, 남자애들은 더 크기 전에 기를 꺾어놔야 한다느니 같은 말을 조언이랍시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끔찍했다. 여자로서 살아가는 세상도 끔찍하지만 남자로서 살아가는 세상도 만만찮게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아이에게 분홍색이나 꽃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혔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도 가관이었다. "여자애처럼 생겼네"는 괜찮은 수준이고, "얘 정말 아들 맞아요?", "엄마가 딸 갖고 싶은가 보다. 여동생 낳아달라고 해."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자기도 모르게 뾰족한 대답이 나갔다. 다들 생각 좀 하고 말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때로는 저자 안에 남아있는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을 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날 아이가 쇼핑몰에서 한 가게에 걸려 있던 핑크색 샤스커트를 보고 사달라고 했을 때, 저자는 황급히 아이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 그 자리를 떴다. 아이가 여자와 남자의 몸에 관한 호기심을 드러냈을 때에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당황했다. 아이가 성기에 대해서 물으면 '누구는 있고 누구는 없다'고 얘기하지 말고 '모두 있다'고 말하라는 조언이 유용했다. 뭉뚱그려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라는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아이가 건강한 성관념,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언제부터인가 남자 아이들이 교사를 성희롱하고, 엄마의 영상을 찍어 '엄마 몰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고, 같은 반 여자 아이에게 '김치녀' '느금마' '앙 기모띠' 같은 말을 수시로 내뱉는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인다. 그런 기사를 볼 때면 저자는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모부는 성차별 없이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TV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흡수하게 되는 성차별적 관념이나 편견들까지 모부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자의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니 비혼 무자녀인 나조차도 참 답답하고, 답이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아이가 어려서 모부의 말을 잘 듣는다 해도 갈수록 친구들이나 미디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텐데, 과연 아이가 올바른 성관념을 지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잘못된 성관념을 전파하는 미디어로부터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된다. 모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든다. 나의 모부만 해도 딸아들 구분 없이 나를 키워줬고, 덕분에 나는 또래보다 일찍 페미니즘에 눈뜨고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만약 내가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믿는 모부 슬하에서 자랐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결국 내가 되었겠지만 더 많이 흔들리고 방황했겠지. 이 세상 모든 페미니스트 모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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