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탐 청소년 문학 23
카트 드 코크 지음, 최진영 옮김 / 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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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는 벨기에의 평범한 10대 여학생이다. 주중에는 단짝 친구 줄리와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주말에는 짝사랑하는 남자아이의 공연을 보러 가는 게 낙이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줄리와 실컷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무심한 표정으로 화면을 훑다가 상단 친구 요청 칸에 빨간 숫자 '1'이 뜬 걸 발견했다. 브람 베르보븐. 모르는 남자아이였지만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친구 삭제를 할 생각으로 일단은 요청을 수락했다. 타임라인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채팅창이 떴다. 브람이었다.


벨기에의 작가 카트 드 코크의 장편소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는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페이스북 메신저를 소재로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을 알리는 작품이다. 평범한 10대 여학생 린다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또래 남학생 브람에게 정신없이 빠져든다. 처음에는 린다도 브람을 의심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건 분명 다른 꿍꿍이속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린다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브람에게 털어놓을 만큼 브람을 가깝게 여기게 된다.


처음에는 나도 이 소설이 평범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다. 린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학생이고, 브람 역시 사려 깊으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린다에게 다가와서 훗날 '그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대부분의 성범죄가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처음부터 '나는 너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거야'라는 태도로 다가오는 가해자가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성범죄? 그게 뭐야?' 이런 순진한 얼굴로 다가오면서 점점 피해자의 경계심을 낮추고,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가 원하는 성적 행위를 하게끔 유도할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이성 교제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여성일수록 그루밍 성폭력에 취약하다. 성범죄 가해자를 강력 처벌하고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성들 스스로 남성들의 욕망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단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루밍 성폭력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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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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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뜨끈하게 덥혀주는 음식 에세이. 저자의 추억 이야기도 재미있고, 셰프인 저자가 직접 먹어보고 인정한 맛집 이야기도 나와서 유용합니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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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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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특별한 추억이 있는 음식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밥을 보면 어린 시절 소풍날이 되면 부모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싸주셨던 김밥이 떠오른다거나, 짜장면을 보면 중고등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이 학교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하물며 음식에 관심이 있다 못해 많은 나머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올 정도인 사람이라면 음식에 얽힌 추억이 오죽 많을까.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의 저자 정동현이 꼭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유통회사에 다니다가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환갑이 되어 지난 삶을 돌아봤을 때 지금 요리를 배우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표를 내고 호주와 영국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늦깎이 셰프로 열정을 불사르며 열심히 일하다가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신세계그룹 F&B 팀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을 덥혀주고 든든하게 해주었던 음식들을 소개한다.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양념 통닭, 닭칼국수, 김밥, 육개장, 잔치국수, 미역국 같은 음식들은 물론이고, 저자의 고향 부산의 명물인 어묵, 돼지국밥, 아버지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즐겨 먹었던 짜장면, 대학과 군대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죽, 대패 삼겹살,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는 저자가 길 위에서 먹었던 차이, 사케, 라면, 우동, 외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볼로네제, 쌀국수, 과카몰레, 마들렌 같은 음식들도 나온다.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얽힌 추억 이야기만 들려주지 않는다. 유학 경력을 지닌 프로 요리사가 쓴 책답게 각 음식의 역사와 특징, 외국의 음식 문화와 예절 등에 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즐겨 찾는 맛집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예를 들어 냉면은 어디가 맛있고 우동은 어디가 맛있는지 구체적인 상호명이 나와서 유용하다. 부산 하면 돼지국밥이 유명한데 특별히 어디가 맛있다고는 할 수 없고 대부분 평균 이상이라는 정보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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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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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개정판이 나왔기에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킬킬거렸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일단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장을 정말 잘 쓴다.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하다. 어떤 주제의 글을 쓰든 간에 위트를 잊지 않는다.


다만 그 위트의 대상은 힘없고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힘세고 목소리까지 큰 사람이다. 유명인이라든가 출판사라든가 방송사라든가 대형 백화점이라든가.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나 나라를 조롱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시로 일본의 치부를 들추고 비판한다. 한국에서야 작가든 누구든 나라 또는 정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일이 흔하지만, 일본에선 유명 작가는 물론 평범한 개인도 나라 또는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참 신기하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이것도 무라카미 하루키쯤 되니까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형편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는 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등학교 시절 '피차별 부락'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본의 아니게 한 여학생에게 상처를 줬던 일을 소개한다. 무라카미는 그때까지 피차별 부락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정확한 뜻도 몰랐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을 함부로 써서 상처 준 것에 대해 그 여학생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고 여학생을 두둔해주었던 다른 여학생들을 칭찬한다.


타인의 약점을 대놓고 조롱하거나 차별 또는 혐오의 근거로 삼는 일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여학생들은 십 대 중후반에 불과했는데도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게끔 사태를 잘 처리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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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 - 역사와 예술, 대자연을 품은
홍민정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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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럽이라도 지역에 따라 환경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홍민정의 책 <북유럽 인문 산책>을 통해 만난 북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채워진 공간 같아 보였다.


저자 홍민정은 남편, 두 아이와 함께 4년 가까이 스웨덴에 살았다. 전부터 여행이나 모험을 무척 좋아했던 저자는 스웨덴에 사는 동안 기회가 생기는 대로 스웨덴은 물론 스웨덴에서 가까운 북유럽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이 책은 저자가 스웨덴에 사는 동안 북유럽을 여행하고 공부하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담고 있다. 북유럽은 서유럽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눈여겨볼 만한 건축물이나 미술 작품 등 문화유산도 많다.


북유럽에 관심이 많아서 북유럽에 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은 편인데도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아주 많다. 저자가 살았던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통나무(stock)'와 '섬(holm)'이 결합된 단어다.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북방의 베네치아'라고 불린다. 스톡홀름의 구시가지 '감라스탄'에는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덴마크의 레고 랜드는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보는 것이 좋다. 레고랜드에선 '귀신의 집'에 있는 귀신마저 레고로 만들어져 있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노르웨이의 국민 라면 '미스터 리'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미스터 리' 대표 이철호 회장은 한국전쟁 직후 치료를 위해 노르웨이에 갔다가 요리사가 되었고, 노르웨이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라면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골든 서클'은 아이슬란드 국토를 관통하는 대서양중앙해령의 위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갈라지는 곳으로 지금도 1년에 1~2센티미터씩 멀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화산, 지진 등 다양한 자연 현상이 벌어진다.


얼마 전에 읽은 북유럽 여행책에서 읽은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 책에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되고 나머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것이 '양국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노벨 평화상만 오슬로에서 수여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고, 노벨의 개인적 판단과 당시 노르웨이를 지배하고 있던 스웨덴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추측이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저자의 설명이 맞는 것 같다.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크리스토프의 모델이 라플란드에 사는 사미족이다. 크리스토프가 입고 있는 옷이 사미족의 전통 복장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의 배경이 된 도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비스뷔다. 이 밖에도 무민, 말괄량이 삐삐 등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캐릭터 또는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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