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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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철학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여성과 권력에 관한 내용이네요. 저자의 문제 의식에 크게 공감하기에 불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해 여성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당당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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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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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성의 관심사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유독 권력에 대한 관심은 낮다. 결국 모든 것은 권력으로부터 시작되고 권력으로 결정되는데 말이다. 독일의 대중 철학자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책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는 현대 여성과 권력의 관계를 고찰한다.


저자는 여성들이 권력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로 자기 자신에게조차 권력을 행사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욕망의 주인으로 살지 않고 노예로 산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강요되거나 강제된 욕망에 따라 사는 경험밖에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욕망을 자각하거나 그러한 욕망에 따라 타인을 휘둘러본 경험이 거의 없다. 저자는 여성들이 권력의 맛을 보려면 이러한 노예근성으로부터 벗어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에 옮기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여성들이 남들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방법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남들이 날 부러워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노예처럼 하인처럼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처럼 권력자처럼 사는 사람은 모두가 부러워한다. 남이 날 부러워하길 바란다면 부러워하게끔 살면 된다. 남들이 뒤에서 뭐라고 욕을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된다. 내가 가는 길을 남들이 따라오게 만들고 싶으면 일단 내가 먼저 가야 한다.


권력의 다른 이름은 분노다. 내가 화를 낼 때 남이 입 닫고 가만히 듣는 것 - 그것이 바로 권력이다. 그러니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누군가를 제압해야 할 때는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서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충동구매나 폭음, 폭식, 난잡한 성생활 등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누가 나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고, 무작정 참고 견디기보다는 싸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여성에게 권력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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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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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흥미진진. 영화화 된다고 들었는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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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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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늪지대에 살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와 손위 형제들은 진작에 집을 나갔다. 유일한 식구였던 아버지도 어느 날 말없이 소녀의 곁을 떠났다. 소녀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혼자서 살아간다. 배가 고프면 해변에서 조개를 줍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옷이 필요하면 언니 오빠가 놓고 간 옷가지를 주워 입는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마시 걸'이라고 부른다. 어쩌다 소녀를 보면 더럽다고 피하고 돌을 던지며 쫓아낸다. 마을의 남자아이들은 소녀를 먼저 '따먹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한다며 소녀의 집 주변을 배회하고 소녀를 위협한다. 소녀는 누구의 도움도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한동안 그렇게 살아간다. 소녀의 이름은 카야다.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린 나이에 혼자 몸으로 늪지대에서 살게 된 카야의 성장과 생애를 그린다. 처음엔 카야가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나 불안하면서도 궁금했다. 그 많던 식구가 줄줄이 사라진 후 카야는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카야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자연이다. 사람은 떠나도 자연은 떠나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먹을 것도 주고 땔감도 준다. 일찌감치 자연만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야는, 자연을 가족처럼 친구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얼마 안 되는 식량도 반드시 새들과 나누어 먹고, 새의 깃털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자연의 흔적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혼자인 시간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보낸다.


평생 그렇게 자연하고만 어울리며 살아갈 줄 알았던 카야의 삶에 몇몇 사람이 들어온다. 그중 두 남자의 영향이 지대하다. 첫 번째는 테이트다. 카야의 손위 오빠 조디의 친구였던 테이트는 항상 멀리서 카야를 지켜봐 왔고 카야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후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책도 가져다주며 카야에게 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체이스다.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년인 체이스에 대해 카야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체이스가 카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둘은 급격히 가까워져 서로의 몸을 허락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이 체이스가 망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체이스와 친하게 지낸 카야를 의심한다.


이 소설은 카야의 성장 소설인 동시에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고, 흥미진진한 법정 소설이고, 훌륭한 페미니즘 소설이다. 가부장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카야는 결국 가족에게 버림 당한 후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혼자 힘으로 살아갈 능력을 기른다.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테이트가 가져다준 책을 열심히 정독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관심 분야를 넓힌다. 결국 카야는 성인 여성으로서 자립하고 작가, 연구자로서도 상당한 위치에 오른다. 게다가 카야는 자신을 조롱하고 모욕하고 비난하고 상처 주었던 사람들에게 완벽한 복수까지 해낸다. 대단한 캐릭터다. 엄청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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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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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유정 작가는 좋아해도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악의 3부작'이라고 불리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모두 읽었고 작품 하나하나의 몰입도와 완성도는 높았지만, 대체 작가가 이 작품들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작가 자신이 안고 있는 어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이토록 긴 서사를 늘어놓고 있는 건지 나로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신작 <진이, 지니>는 달랐다. <진이, 지니>는 작품의 결 자체도 악의 3부작과 다르지만, 작가가 그동안 어떤 문제를 고민해 왔는지, 오랜 고민 끝에 어떤 결론에 다다랐는지를 전과 달리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제까지는 몸풀기였고 지금부터 승부를 건 싸움을 시작한다는 느낌이랄까.


이야기는 진이와 민주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이는 서른다섯 살의 유인원 책임 사육사이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고, 대학 시절 동물원에서 사육사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닫고 쭉 동물 관련 일을 해왔다. 진이는 평생 이렇게 좋아하는 동물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주는 서른 살이 되도록 취직도 독립도 못 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백수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민주를 쫓아냈고, 친구 집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민주는 오래전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할 때 알게 된 장의사 할아버지가 살다가 힘들면 무곡에 있는 '산꼭대기 원숭이 동물원'에 가보라는 말이 떠올라 무곡으로 향한다.


무곡에 있는 한국과학대학교 영장류연구센터에 재직 중인 진이는 국내에 밀반입된 침팬지가 도망쳤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달려간다. 힘들게 확보에 성공한 진이는 구급 대원들이 침팬지인 줄 알았던 동물이 사실은 보노보임을 알게 된다. 한편 민주는 '원숭이 동물원' 구경이 끝난 후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출입 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산속 정자에 들어가 노숙을 하기로 한다. 돌아갈 차비를 빼면 밥값도 남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잠을 청하는데 문득 멀리서 교통사고가 난 듯한 소리가 들린다. 사고 현장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민주는 웬 보노보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 보노보가 하는 행동이 어쩐지 동물 같지 않고 인간 같다. 설마 이 보노보, 인간인 걸까?


보노보가 인간이라니. 황당한 생각 같지만 이 소설에선 '리얼'이다. 진이와 보노보 '지니'가 타고 가던 밴이 고라니를 피하려다 전복되는 사고가 나면서 진이와 지니의 영혼이 바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동안 의식을 잃었던 진이는 자신의 영혼은 그대로인데 몸은 지니의 몸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보노보의 몸에 갇혀 살아가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우연히 민주를 만나고 간청한다. 제발 진이의 몸을 찾아달라고. 사고 직후 병원으로 실려간 진이의 몸을 되찾으면 모든 것이 원상복구될 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보면 동물과 몸이 바뀐 인간이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전개는 그렇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간 진이는 자신의 몸이 죽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이 상태에서 원래의 몸을 되찾으면 진이의 영혼은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노보의 몸으로 '살아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작가는 진이가 동물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 죽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결국 진이는 '어떤 선택'을 한다. 나는 이 선택을 보면서 작가가 그동안 삶과 죽음에 관해 고민해 왔음을, 구체적으로는 나 자신 또는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산다는 것에 관해 고민해 왔음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악의 3부작도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그동안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할 수 없었던 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정유정 작가의 전작들을 전부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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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9-10-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보고 싶네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또 나는 어떻게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