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걸크러시 1~2 세트 - 전2권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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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역사는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히스토리(his-story)'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허스토리(her-story)'를 써봐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만화가 페넬로프 바지외의 <걸크러시>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여성 위인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서 엮은 책이다. 제1권에는 클레망틴 들레, 은징가, 마거릿 해밀턴, 마리포사 자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클레망틴 들레는 '수염 난 여자'인 자신의 특징을 감춰야 할 단점으로 여기지 않고 매력이자 자랑으로 삼았다. 그 결과 클레망틴과 남편이 운영한 카페 '수염 난 여자'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클레망틴은 왕궁에 초대받거나 공연을 하면서 화려한 삶을 살았다. 은징가는 은동고와 마탐바 왕국(앙골라의 옛 이름)의 첫 여왕이다. 은징가는 젊어서는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직접 군대를 지휘하며 유럽 열강의 공세로부터 앙골라를 지켰다.


마리포사 자매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영웅이다. 이들은 독재자 트루히요의 집요한 공격과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독재 반대 운동을 하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호주의 애넷 캘러먼은 최초로 여성을 위한 수영복을 만들었다. 1903년까지 호주의 여성들은 대낮에 수영을 할 수 없었고, 여성용 수영복이 있었지만 무겁고 불편한데다 거추장스러웠다. 캘러먼은 과감히 여성용 수영복의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없애고 팔과 다리 부분을 잘라냈다. 그러자 경찰은 캘러먼을 외설죄로 체포했다. 비키니 수영복이 익숙한 요즘 사람들의 눈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그노디스는 남성만 의학을 공부할 수 있는 현실이 불만스러웠다. 생각 끝에 여성도 의학을 배울 수 있는 이집트로 가서 의학을 배웠고, 그리스로 돌아와 남장을 하고 의술을 행했다. 아그노디스가 여성 환자를 잘 본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를 질투한 남성 의사들이 아그노디스를 고발했다. 아그노디스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법정은 아그노디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그리스의 여성들이 법정으로 쳐들어와 남성 의사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비난했다(ㅋㅋㅋ). 결국 아그노디스는 사형을 면했고, 그리스에서도 여성이 의학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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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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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예뻐서 구입했는데 내용도 참 좋습니다. 남해의봄날에서 만드는 책들은 하나같이 만듦새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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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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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업계나 대량 생산이 일반적이고, 이는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도에는 여전히 대량생산이 아닌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는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상과 아동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타라북스'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는 일본의 편집자 노세 나쓰코, 사진작가 마쓰오카 고다이, 북디자이너 야하기 다몬이 인도에 있는 타라북스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아 펴낸 책이다. 이들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2년여간 인도에 방문하며 타라북스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타라북스는 1995년 인도 타밀나두주의 가장 큰 도시인 첸나이에서 어린이책 전문 독립 출판사로 시작했다. 인도는 전체 인구가 13억이 넘는 거대한 나라라서 어린이책, 그림책 시장도 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도는 여러 민족과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족과 부족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지만, 힌디어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책이 약 9만 권에 달해도 이 중에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로 된 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약 120개의 서로 다른 언어로 되어 있다.


타라북스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 불리한 길을 택했다. 다수의 독자들에게 도달할 수 없다면 소수라도 책의 가치를 확실히 알아봐 주고 분명히 구입해줄 독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핸드메이드다. 타라북스의 책은 발주하고 받아보기까지 평균 9개월, 아무리 빨라도 반년은 걸린다. 일단 발주하면 종이 만들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수많은 서점과 독자들이 타라북스의 책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온라인 서점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인데도 반년은 걸려야 받을 수 있는 타라북스의 책을 찾는다.


저자는 이러한 생산 방식을 보면서 일본의 상황을 돌아본다. 일본의 서점에는 '도서정가제', '반품제도'가 있어서 재고가 생겼을 때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아치울 수 없고 고스란히 반품된 책은 출판사의 손해로 돌아간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도서정가제와 반품제도라는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면 타라북스처럼 확실히 팔릴 수량만 고품질로 소량 제작하는 방식을 시도해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요즘 유행하는 독립출판이나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판 방식과 비슷한 접근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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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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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데도 저자의 경험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림도 좋고 글도 좋았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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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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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아니면 어디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십대 시절 경쟁하듯 외국으로 떠났던 친구들이 삼십대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와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이나 외국이나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걸 알았다. 적어도 한국에선 국적이나 피부색 때문에 차별당할 일은 없다. 누가 시비를 걸면 싸울 수도 있다. 외국에선 국적이나 피부색 때문에 차별 당하는 게 일상이다. 누가 시비를 걸어도 못 알아 듣고, 알아 들어도 싸울 만한 말발이 안 된다. 그래도 누군가는 떠난다. 그 중 일부는 돌아온다.


<데일리 프랑스>의 저자 경선도 몇 년 전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유학 시절에 겪은 일들을 그린 웹툰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 있는 예술 대학에 입학했다. 프랑스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에서 같이 간 사람도 없었다. 프랑스어 실력은 유학 전 프랑스어 학원에서 잠깐 배운 게 전부였다. 생활은 막막했고 생계는 부담스러웠다. 부모에게 손을 벌려 온 유학이라서 용돈을 넉넉하게 쓸 수 없었다. 한식은 사먹자니 비싸고 만들자니 품이 많이 들어서 한동안 마트에서 산 냉동 빵에 잼을 발라 먹었다. 식빵에서 갓 구운 크루아상을 먹고 싶어도 프랑스어로 말하는 게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


자취방은 낡고 추웠다. 밖으로 나가면 인종차별과 캣콜링이 난무했다. 자신이 우겨서 온 유학이기에 빈 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교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감으로 수업을 받고 과제를 했다. 생활이 힘들어도 미술만은 좋아서 여기서 계속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외로운 유학생의 빈틈을 파고 들어온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도망치듯 한국에 온 저자는 더 이상 한국의 부모님 집이 '내 집'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유학 시절, 외국에 있으면 한국에 있는 '내 집'에 가고 싶고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에 있는 '내 집'에 가고 싶었다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진행자 셀럽 맷님의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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