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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지 1 ㅣ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노아의 방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이 크게 늘어나고 번성하면서 악행 또한 만연하자 이를 보다 못한 신이 대홍수를 내려 인간을 벌할 계획을 세운다. 인간 중에 단 한 사람, 노아에게만은 방주를 만들라고 명하고, 노아의 가족들과 동물 몇 마리를 태우도록 허락한다. 신의 예고대로 엄청난 홍수가 일어나 40일 동안 계속되었고, 그동안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지만, 노아의 방주에 타고 있던 인간과 동물들만은 살아남았고 그 후에도 번성했다.
저스틴 크로닌의 <패시지>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착안한 것으로 보이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일견' 평범하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사는 지넷이라는 여성이 딸을 출산하고 에이미라고 이름 짓는다. 에이미의 아버지는 다른 지역에 사는 유부남이었기에 지넷은 굳이 알리지 않고 혼자서 딸을 키우기로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미의 아버지가 나타나 전 부인과 헤어졌으니 함께 살자고 말한다. 혼자서 에이미를 키우기가 힘에 부쳤던 지넷은 그를 받아들였고, 머지않아 이 선택은 잘못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제까지 자상하고 친절한 모습만 보여줬던 그가, 갑자기 돌변해 허구한 날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것이다. 결국 지넷은 에이미의 아버지를 집에서 쫓아내고 에이미와도 헤어진다.
이후 에이미는 레이시라는 수녀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울가스트라는 FBI 요원과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의 장르가 달라지는 건 이다음부터다. 울가스트는 사실 '노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약물 실험 3단계에 참여할 사람(대부분이 사형수다)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울가스트가 찾아야 할 사람의 목록에 에이미가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섯 살 여자아이가 끔찍한 실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울가스트는 상관에 명령에 불복종한 범죄자가 되더라도 에이미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이 노아 프로젝트의 실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암, 심장병, 당뇨병, 알츠하이머 등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마침내 정부는 남아메리카 박쥐에게서 모든 병을 고치고 영원히 살 수 있는 희귀한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를 인간 실험체에 실험하지만, 그 결과 영원히 건강하게 사는 인간, 이 아닌 늙지도 죽지도 않는 괴물 같은 인간이 양산되고 전 자구가 위험에 빠진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가운데, 울가스트는 에이미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 숨고 그곳에서 에이미와 평생을 살기로 다짐한다.
얼마 후, 한 소녀가 눈을 뜬다. 소녀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신을 돌봐줬던 한 남자를 기억한다. 그 후에 만났던 여러 남자, 여자, 아이들도 기억한다. 소녀는 걷고 또 걷다가 어둠 속에서 성 하나를 발견한다. 그 성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소수의 '생존자'들이 있었다. 생존자들은 화살을 맞아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소녀를 보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바이럴'이라고 생각하지만, 머지않아 소녀가 이제까지 본 바이럴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과연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절멸의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성서와 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고, 스릴러, 서바이벌, 좀비, 뱀파이어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가 결합되어 앞으로의 전개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점이 좋았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나 영화 <헝거 게임> 등의 팬이라면 이 작품에 흠뻑 빠질지도.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올해 초 미국 FOX 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고 한다. <패시지>는 저스틴 크로닌의 <트웰브>, <시티 오브 미러> 등과 함께 '패시지 삼부작'으로도 불린다. 패시지 삼부작의 첫 작품이 <패시지>이니 앞으로 <트웰브>, <시티 오브 미러>도 출간되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