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인쇄소 1
모친치 지음, 미야마 야스히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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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이세계에 간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만화 <마법사의 인쇄소>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모친치는 이런 상상을 하다가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작품의 주인공은 만화와 소설 같은 창작물을 매우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다. 소녀의 이름은 카미야 미카. 어느 날 미카는 '코미케(코믹 마켓)'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트러블에 휘말려 판타지가 가득한 이세계로 오게 된다.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던 미카는 이세계의 모든 마법사들이 모이는 '매직 마켓(MAJIKET)'을 열 계획을 세운다.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매직 마켓이 열리는 당일 풍경이었다. 매직 마켓에 조금이라도 빨리 입장하고 싶은 마음에 철야를 불사하는 사람들, 입장 시작 방송이 나오자마자 성난 황소처럼 날뛰며 입장하는 사람들, 원하는 신간을 찾으러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 등 매직 마켓, 아니 코미케나 (한국의) 코믹 월드 같은 아마추어 동인 만화 행사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부스 참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장 스태프가 부스마다 돌면서 견본지를 받으러 다니는 모습, 등급을 확인하러 다니는 모습 등도 낯설지 않을 듯.


매직 마켓을 무사히 끝낸 미카는 인쇄소를 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마법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쇄소를 차린다. 다행히 인쇄소를 열자마자 주문이 쏟아지는데, 미카와 인쇄소 직원들이 정신없이 주문을 처리하는 모습도 동인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저는 왜 이 모습이 익숙할까요? 그건 저도 동인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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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나잇, 아이 러브 유 1
타라치네 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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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인 오조라는 남들만큼 공부하고 남들만큼 놀면서 살고 있는 그저 그런 청춘이다. 그런 오조라에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오조라의 어머니. 오조라의 어머니는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암이라는 말을 들었고 여명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후 오조라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혼자 남은 오조라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그런 오조라에게 어머니가 남긴 유언은 이랬다. "나의 죽음을 알리는 여행을 하렴." 마침 오래전 집을 떠났던 오조라의 형이 귀국해 오조라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했다. 오조라는 오랜만에 만난 형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탐탁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유언을 실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커서 형과 함께 떠난다. 첫 번째 행선지는 런던. 두 번째 행선지는 파리.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이 여행을 통해 오조라는 무엇을 얻게 될까.


타라치네 존의 <굿 나잇, 아이 러브 유>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카툰'이다. 일찍이 아버지와 형이 잇달아 집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떠남'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 내지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던 오조라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여행길에 올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신선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 안의 틀이나 장벽을 부수게 되고, 조금씩 예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 낯선 곳에서 낯설 사람들과 만나 낯선 가족들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2권도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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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플래그 0(제로)걸의 방황 1
미기노 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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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진짜 웃김 ㅋㅋㅋ 30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웃긴 만화 처음 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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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등불 아래 꽃 08화 등불 아래 꽃 8
기디드 / 대원씨아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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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로맨스 좋아하는 내 취향 제대로 저격. 1화부터 숨 안 쉬고 읽는 중 ㅎㅎㅎ 특히 8화는 드라마였으면 순간 시청률 최고 찍었을 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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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페터 한트케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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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지식이나 교양을 쌓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고, 재미를 얻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복잡한 세상만사로부터 떨어져 숨기 위한 도피처 또는 내면의 소란함을 애써 잠재우기 위한 안정제 같은 것이기도 하다. 페터 한트케의 소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의 중심인물인 '탁스함의 약사'에게 독서는 후자에 가깝다. 약사는 잘츠부르크의 위성 도시 탁스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집안 사업인 약국을 물려받아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약사는 날마다 점심때가 되면 탁스함과 잘츠부르크 공항 사이에 있는 숲으로 가서 점심 식사로 싸온 샌드위치를 먹고 중세 기사와 마법사들에 대한 서사시를 읽는다. 이때가 약사의 일상에서 거의 유일한 휴식시간이자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다.


날마다 숲속을 거닐고 중세 서사시를 읽는다고 해서 약사의 삶 또한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약사는 외적인 안정과 내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층층이 쌓여가는 고독을 무시한다. 약사는 오랫동안 아내와 별거나 다름없는 동거를 해왔다. 약사의 집은 약사의 영역과 아내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둘은 결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약사의 딸은 물리학도와 사귄다며 떠났고, 약사의 아들은 약사가 오래전에 내쫓았다. 아들이 집을 떠난 후 어떻게 지내는지 - 살아는 있는지 - 알고 싶어도 알 길이 없다. 약사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도 거의 없다. 달콤한 말을 속삭여주고 사랑을 나눌 애인도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런 약사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이마에 생긴 조그만 검은 혹 하나를 도려내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약사의 집 근처에서 바로 어제까지 없었던 집 한 채를 보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 집 정원 탁자 위에 내려와 앉은 까마귀 한 마리가 인간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 마치 중세 서사시에서나 볼 법한 "원초적인 상황"에 약사는 황당해 한다. 며칠 후에는 공항 지하식당에서 주문을 하려다가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을 할 수 없는 실어증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식당을 빠져나온 약사는 한동안 식당 밖 차 안에서 괴로워하다가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두 사람 - 시인과 올림픽 영웅 - 을 보게 된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약사는 두 사람을 차에 태워주고, 세 사람은 긴 연휴가 곧 다가온다는 핑계로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는 동안 약사는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진기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평소와 달리 카 레이스를 하듯 급정거와 커브 돌기를 해보기도 하고, 얼마 전 남편을 잃은 여관 주인에게 이유 없이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시인의 사생아를 만나러 간 마을에서는 그동안 옷 속에 넣어놓고 차마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편지를 마침내 꺼내 읽어본다. 그 편지에는 아내가 약사를 떠난 이유와 과거에 약사가 지은 죄의 내용이 적혀 있다. 마을 축제에서 집시들의 행렬과 마주친 약사는 행렬 속에서 아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집시들과 어울려 즐겁게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들을 보며 약사는 오랫동안 집시들을 혐오했음을 인정하고, 어쩌면 그 혐오의 연장선상에서 아들의 비행을 용서하지 못하고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엄한 벌을 내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침묵은 결코 침묵이 아니에요. 비록 처음 얼마간은 당신의 의식을 확대시켜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혼자 있을수록 당신의 실어 상태는 위험해지고, 급기야는 생명까지 위협할 거예요. 실어 상태가 계속되면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그토록 의미 있어 보이는 현재가 실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모든 체험들까지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며 파괴될 거예요." (197쪽)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여행 끝에 약사는 이젠 제발 입을 열고 말을 하라는 여자 - 정확히는 여자의 그림자 -의 음성을 듣는다. 그렇다면 약사의 실어증은 자발적인 선택이었단 말인가. 확인할 순 없지만, 실어증에 걸리기 전에도 하루 동안 하는 말이 겨우 몇 마디밖에 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말하는 능력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포기한 것일 수 있다. 약사의 아들조차 "아버지가 절 쫓아내신 게 아니"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건 저"라고 한 걸 보면, 침묵의 실체는 자동적 방어가 아니라 수동적 공격일 수 있다.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내면에 침잠하는 기쁨을 모르지 않으나, 오로지 자기 내면만 돌보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인간을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약사가 보는 자신의 내면은 약사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내면에 한정된다. 약사는 아내에 대한 무관심이나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 과거에 대한 회한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을 자신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가장하며 애써 괜찮은 척한다. 그 결과 약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빌려야 겨우 자신의 진실된 내면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사전적 의미의 여행이 아니라 약사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을 들춘 상징적 의미의 여행으로도 볼 수 있다. 실어증에 걸린 약사를 데리고 함께 여행을 다녔던 두 남자 - 시인과 올림픽 영웅 -는 약사의 내면에 있는 두 개의 자아를 상징하고, 약사를 때리며 이젠 제발 입을 열고 말을 하라고 했던 여자는 사실 약사의 아내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여러 나라를 떠돌며 도둑질을 일삼는다고 알려진 집시들의 행렬을 보면서 오래전 도둑질을 하다 잡혀 집에서 쫓겨난 아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약사는 전에 읽던 책을 이어서 읽어보지만 전처럼 수월하게 읽지 못한다. 결국 약사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글로 받아쓰게 한다. 한 마디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적을 보면서,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책으로 이야기로 도피하기 일쑤였던 내가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동안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나를 원망하고 질책하는 말을 무시하지는 않았을까. 남이 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에 취해 정작 나의 단어로 나의 문장을 짓고 나의 이야기를 쓸 책무를 잊지는 않았을까. 꿈을 꿔야만 자신의 실체를 만날 수 있는 헛똑똑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읽는 만큼 듣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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