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국어 학습기 - 읽기와 번역을 위한 한문, 중국어, 일본어 공부
김태완 지음 / 메멘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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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공부에는 욕심이 많다. 돈이나 물건은 내 것이 되었다가도 언젠가는 그 가치가 줄거나 사라지지만 공부는 한 번 내 것으로 만들면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어서이다. 특히 외국어 공부에 욕심이 많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되든 안 되든 꾸준하게 연습하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말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독일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 능력자다. 저자가 처음부터 외국어에 능통했던 건 아니다. 경북 봉화 출신인 저자는 원래 동양 철학을 공부한 학자다. 동양 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문을 익혔고, 한문을 잘 아니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가 수월했다. 동양 철학도 인문학이다. 인문학자라면 모름지기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배울 수밖에.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니 필수로 배웠다. 단순히 어학만 배운 게 아니라 번역도 공부했다. 수징난의 <주자평전>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도 했다. 저자가 6개 국어를 마스터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기계적 훈련'만이 왕도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어를 배울 때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그날 배운 책의 본문을 열 번씩 썼다. 내용을 암기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썼다. 그렇게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의 문형에 익숙해졌고 어떤 단어들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워졌다. 암기는 단어로 외우는 것보다 문장으로 외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한 가지 언어를 배우면 그전에 배운 언어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저자 역시 이런 걱정이 들어서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교차 학습'을 했다. 예를 들어 일본어를 6개월 공부한 뒤 중국어를 공부할 때 한국어로 배우지 않고 일본어로 배우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한 번에 두 가지 언어를 배울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친연성이 큰 언어끼리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친연성이 큰 일본어와 중국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함께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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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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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밀다'라고 할 때의 '때'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국방색은 언제부터 카키색을 뜻하는 말로 쓰였을까. 윷놀이의 '도개걸윷모'의 '도'가 뜻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20여 년 동안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썼고 요즘은 글쓰기 강사로 일하는 작가 백우진의 책 <단어의 사연들>에 그 답이 나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말 단어의 사연들을 하나씩 하나씩 재미나게 소개한다. "외국어를 모르는 자는 모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남긴 말이다. 실제로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외국어에는 없고 모국어에는 없는 표현, 반대로 모국어에는 없고 외국어에만 있는 표현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때'다. 영미권 사람들에게는 때를 미는 문화가 없다. 그러니 때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군복의 색을 뜻하는 국방색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용되었다. 나라마다 국방색이 있지만, 국방색은 나라마다 다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청색이 진하고 적도에서 멀수록 갈색이 진하다.


'아재개그'라고도 불리는 말장난은 사실 인류가 언어를 구사한 이래 꾸준히 해온 언어 관습이다. 심지어 성경에도 말장난이 나온다. 마태복음 16장에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목사님이 이 구절에서 영감을 얻으셨는지, 교회 이름이 '반석 교회'인 경우도 엄청 많다. 그런데 사실 이 문장은 말장난이다. 베드로(Peter)는 바위를 뜻하는 그리스어 'petros'에서 나온 말이다. petros에서 생겨난 다른 단어로는 'petroleum', 석유가 있다. 다시 말해, 베드로가 원래 바위라는 뜻이니 바위 위에 교회를 짓는다는 말이다.


'도개걸윷모'에서 '도'가 뜻하는 동물은 바로 돼지다. 돼지의 옛 이름은 '돝(돋)'이다. 돼지가 도토리를 잘 먹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슴도치의 '도치'도 돼지의 옛 이름 중 하나다. 돌고래를 한자어로는 '해돈', '해저'라고 한다. '바다돼지', '물돼지'라는 뜻이다. 버스(bus)는 옴니버스(omnibus)에서 앞을 떼 만든 단어다. 자동차가 올라가는 경사면이 가파를 때 '고바위가 심하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일본어 '고바이'를 오용한 것이다.


'오줌을 눈다', '똥을 눈다'라는 말과 '오줌을 싸다', '똥을 싸다'라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이고 '싸다'는 배설물을 참지 못하고 내놓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줌싸개'라는 말은 있어도 '오줌누개'라는 말은 없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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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연습 -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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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레슬리 제이미슨은 작가가 되기 전에 '의료 배우'로 일한 적이 있다. 의료 배우란 의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에서 환자 역할을 맡아 어떤 질병의 표준 증상들을 연기하는 배우를 일컫는다. 똑같은 질병, 똑같은 환자인데 어떤 학생은 사무적인 어투로 형식적인 질문만 하고 끝낸 반면, 어떤 학생은 꼬치꼬치 캐물어 환자의 부모가 어떤 약을 복용했고 무슨 질병 또는 사고로 돌아가셨는지까지 알아냈다. 저자는 그 차이가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공감은 그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답을 하게끔 질문하는 것이다." (20쪽)


이 책에는 저자가 작가로 유명해지기 전에 쓴 11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우선 소재가 다양하다. 의료 배우로 일한 경험, 낙태 경험, 이상한 모겔론스 병 취재, 니카라과 거주, 멕시코와 볼리비아 여행, LA 갱 투어, 울트라마라톤 취재,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 면회, 국가에 착취당하고 버려진 지역 답사, 잘못된 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소년들 등 저자의 직접 체험부터 간접 체험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알코올 중독, 섭식 장애, 자해벽 등 과거에 겪은 증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여성 고통의 대통일 이론>이라는 글이다. 시, 소설, 미술, 영화, 뮤지컬 등 그 어떤 장르를 봐도 고통받는 여성의 이미지는 고통받는 남성의 이미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고통을 당하는 방식도 자연적으로 병들고 아픈 경우부터 타인(주로 남자)에 의해 상처 입고, 피 흘리고, 목 졸리고, 벗겨지고, 강간당하고, 죽임 당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이러한 이미지 또는 스토리텔링이 "고난을 여성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여성 구조의 한 요소로 전환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한다. (308쪽)


"여성이란 고통을 필요로 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은 급기야 여성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남자의 고통은 심각하게 받아들인 반면, 여자의 고통은 '심인성', '스트레스', '히스테리' 같은 단어로 일축하며 무시하고 간과해 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 밝혀졌다. 심지어는 여성들 자신도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 이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통증이 약할 때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한테 '스트레스', '호르몬' 같은 말을 듣고 병원 출입을 안 하게 된 것이리라.


저자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남자친구였다. 저자는 한때 여러 사고를 당해 몸이 많이 아팠다. 그때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고통을 호소하면 남자친구는 '부상병동'이라고 놀리며 '아픔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당시 저자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자신이 고통을 과장해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해를 할 때도 '상처 어필'을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지금은 당시 남자친구가 여성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 보통의 남자들과 다르지 않은 - 사람이라는 걸 안다. "연기된 고통 역시 고통이다."라는 친구의 말을 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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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만나는 위풍당당 영국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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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창 모 영국 배우에게 빠져 팬질을 하다가 구입하게 된 책이다.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현대 영국이 아닌 과거의 영국이 배경인 작품을 몇 개인가 보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영국사에 얼마나 무지한 지 알게 되었다. 역사 교양서나 역사 만화에 단골로 나오는 헨리 8세 이야기나 영국의 최전성기 시절인 빅토리아 시대 이야기를 제외하면 영국사를 세계사 혹은 유럽사와 별도로 접해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이 책을 만나 늦게라도 영국의 역사를 쉽게 그리고 즐겁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쓴 이케가미 슌이치는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교수이자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등 대중을 위한 역사 교양서를 다수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유학파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프랑스 또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사를 이해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B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들에 빠지면서(역시 팬질이 공부의 왕도다) 영국과 영국사에 흥미가 생겼고, 영국과 영국사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영국의 정치사와 제도사의 흐름을 '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영국은 근대 의회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이면서 아직까지도 왕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저자는 "지극히 영국적"이라고 평한다. 예부터 영국의 왕은 프랑스나 독일의 왕과 달랐다. 영국의 왕은 프랑스의 왕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누린 적도 없고 국민들에게 신처럼 떠받들어진 적도 없다. 약한 왕권을 보완하기 위해 영국의 왕은 다양한 수단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가 의회이고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와 왕정이 동시에 유지된다는 게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국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된다.


영국 역사를 배운 적이 거의 없어 걱정했는데 의외로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로마 제국 지배, 바이킹 침공, 노르만 정복, 십자군 전쟁, 백년 전쟁 같은 키워드들은 유럽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둠즈데이북, 마그나카르타, 아서왕 전설, 로빈 후드 전설 등도 익숙할 듯. 책에는 영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홍차, 정원, 신사, 술, 스포츠, 추리소설, 퍼블릭스쿨 같은 영국 특유의 문화와 전통에 관한 설명도 나온다. 영국 역사에 관한 설명이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이 부분부터 읽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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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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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있는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렌트 콜렉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상 리.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손에 자랐으며 현재는 '스퉁 민체이'라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일하며 남편 기 림과 아들 니사이를 키우고 있다. 상 리의 가장 큰 걱정은 태어난 지 16개월 된 아들 니사이가 먹은 것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설사해 발육 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상 리는 공기 나쁘고 물 안 좋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서 니사이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에게 어떻게든 이사할 방법을 찾자고 하지만, 기 림의 능력으로는 쓰레기 매립장 밖에서 돈을 벌 수도 없고 집을 구할 수도 없다.


그런 상 리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매월 첫째 날 상 리의 집에는 소피프라는 여자가 집세를 걷으러 온다. 집세를 내지 않으면 호통을 치고 욕을 하는 소피프를 스퉁 민체이 사람들은 '암소'라고 부르며 비난한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집세가 밀려 소피프에게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피프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기 림이 쓰레기장에서 주워 왔지만 부부 중 누구도 글을 읽지 못해 던져두었던 책이다. 소피프는 저 책을 주면 월세를 안 내도 된다고 말했다. 대체 저 책이 뭐기에 그동안 악독하기 그지 없었던 소피프가 월세를 면제해준 걸까.


상 리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소피프에게 이렇게 묻는다. "제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사실 상 리는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니사이에게 글 읽는 법도 모르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다. 상 리 자신이 글 읽는 법을 알아야 니사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공부도 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 리의 말이 꽁꽁 얼어 있던 소피프의 마음을 녹인 걸까. 결국 소피프는 상 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세입자와 집세 수금원이 아닌 학생과 선생으로 만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소피프는 프놈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상 리는 소피프의 지도 아래 글 읽는 법을 배우게 되고 나중에는 책을 읽고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때 국립 대학교수였던 소피프가 왜 쓰레기 매립장의 집세 수금원이 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소피프를 변하게 한 그 책의 비밀이 무엇인지도. 이토록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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