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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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은 무엇일까. 정답은 '천문학'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낮과 밤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상 현상을 관측했다.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이나 구름의 크기, 방향 등을 통해 농사의 풍흉을 짐작하거나 천재지변을 예측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천문학은 물리학, 화학, 지질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과 융합해 지구를 포함한 우주 전체의 기원과 진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서가명강 시리즈 제9탄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윤성철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교양과목인 <인간과 우주> 수업의 내용을 4회로 압축해 진행한 강연을 엮은 결과물이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빅뱅, 별, 외계 생명과 인공지능 등 천문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이 이루어진다. 천문학을 전혀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읽을 수 있게끔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코페르니쿠스 하면 천동설이 지배적이던 시대에 처음으로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신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뒤엎는 혁명적인 사고에서 기반한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따르는 주장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보기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도는 것보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도는 것이 신 중심 우주관에 더 부합하다고 보았다. 게다가 코페르니쿠스를 포함한 이 시대의 학자들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운동이 전부 정확한 원을 그리는 운동이라고 보았기 때문에(신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이데아를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지구가 원이 아니라 타원으로 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빅뱅을 이해하려면 '올베르스의 역설'을 알아야 한다. 뉴턴이 주장한 만유인력에 따르면, 중력은 질량만 있으면 무조건 잡아당긴다. 그러므로 우주가 유한한 공간이라면 서로 잡아당기는 힘밖에 없는 중력에 의해 붕괴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주가 무한한 공간이라면 무한한 수의 별들의 중력이 서로를 상쇄해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우주에 무한한 수의 별이 있다면 우리가 하늘을 바라볼 때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별이 반드시 보여야 한다. 정확히는, 밤이 되어도 어두운 공간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역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주가 팽창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빅뱅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업적에 비해 덜 주목받은 과학자 '세실리아 페인'의 이야기도 나온다. 페인은 태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소가 철과 같은 중원소가 아니라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임을 최초로 밝혔다. 태양은 태양계의 전체 질량의 99.8퍼센트를 차지하므로, 태양의 구성 성분이 태양계의 구성 성분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았다. 페인의 업적은 노벨상을 받을 만하지만, 페인은 노벨상은커녕 학계에서 제대로 된 인정도 받지 못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30년이 지난 1956년에 이르러서야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학의 정교수가 되었다.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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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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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대중이라고 하면 정치인의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무식하고 몰지각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독일의 철학자 군터 게바우어와 스벤 뤼커가 공저한 <새로운 대중의 탄생>에 따르면, 오늘날의 대중은 '파괴를 일삼는 대중'이나 '분노하는 폭도'가 아니라 '항의하고, 열광하고, 즐기는 대중'이다. 이들은 과거의 대중처럼 분명한 의식이나 생각 없이 행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파편화된 존재는 아니며 권력 앞에 순응적이지도 않다.


이 책은 대중 개념의 새로운 정의와 변화 양상을 학문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대중은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대중은 개인들의 단순합 그 이상이다. 대중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실제의 사안에 관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도, 정서, 평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대중이 형성되는 방식은 유일하지 않다. 사안에 따라, 상황에 따라, 구성원들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이 형성될 수 있다. 대중이 조직과 다른 점은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중은 다른 구성원의 의견이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 대중의 내부에는 권력의 차등이 없다. 오직 외부와의 구분과 이를 통한 차별 또는 배제만이 있을 뿐이다.


저자가 대중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난민 문제가 부각되고 나서부터다. 난민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독일의 정치인들은 '대중을 대표해' 난민을 반대하거나 또는 찬성한다고 발언한다. 이때 대중은 대체 누구인가. 대중은 구체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표상에 가깝다. 해당 정치인과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들을 '대중'이라고 부르는 것은 확대 해석 혹은 지나친 일반화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이 자기한테 유리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위해 대중을 들먹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을 대표한다, 대중을 위한다는 말 자체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중보다 국민이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지 않나 싶다. 국민을 대표해, 국민을 위해 이러저러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들. 그때마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 대체 누구인지, 정확히 어떤 사람들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포퓰리즘에 선동당할 수 있다. 저자는 인터넷과 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대중 개념이 오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더욱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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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다움을 찾아서 - 버진그룹이 일하는 방식, 리처드 브랜슨이 살아가는 방식
리처드 브랜슨 지음, 장한라 옮김, 이영달 감수 / 행복한북클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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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위험천만한 일에 직접 도전하는 탐험가로도 유명하다.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지 않나.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지 않나, 광대 복장을 입고 놀이공원에서 춤을 추지 않나, 걸프전 당시 인질 구조 비행에 직접 참여하지 않나...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대기업 회장님의 기행 또는 만행 정도로 보일지 모르지만, 리처드 브랜슨 자신은 이러한 도전과 모험이야말로 버진그룹의 창업 정신이자 기업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 이치를 담은 책이 바로 리처드 브랜슨이 직접 집필한 <버진다움을 찾아서>이다.


이 책은 총 44개의 챕터에 걸쳐 리처드 브랜슨 자신의 일생과 버진그룹을 창업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버진그룹이 현재에 도달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은 어린 시절 간단한 문장조차 읽지 못하는 난독증 증세를 보였다.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잘 못해서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십 대 시절에도 공부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하고 고교 중퇴자로 남았지만, 좋아하는 음반을 사들이고 되팔면서 장사의 기본을 익혔고, 음악팬들을 위한 잡지를 제작하고 직접 레코드를 녹음해 팔면서 비즈니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리처드 브랜슨 자신의 취미 또는 관심사를 사업으로 연결, 확장하는 시스템은 이때 확립되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리처드 브랜슨은 직원들에게도 자신처럼 자유분방하게 살 것을 장려한다. 어느 날 리처드 브랜슨은 직원들이 똑똑해도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매는 것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격식 있고 세련되게 보일지 몰라도 '버진그룹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리처드 브랜슨은 이들의 양복과 넥타이를 모아서 태워버렸다. 옷차림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진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리처드 브랜슨은 다소 과감하고 위험천만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도 곧잘 수용한다. 제품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대중 앞에서 노출을 하는 것도 불사한다. 2001년, 버진모바일 홍보를 위해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앞에서 중요 부위만 버진모바일의 휴대폰으로 가리고 다른 옷은 전부 벗어버렸을 때의 일이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외국의 대기업 총수들과 비교하게 된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은 그렇게 돈이 많은데도 여전히 탐욕을 부리는데,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이들은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리처드 브랜슨도 걸프전 당시 의약품을 중동에 보내고, 이라크전 당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최근에는 빌 게이츠로부터 좋은 영감을 많이 얻는다. 빌 게이츠야말로 자본주의와 자선의 교집합과도 같은 인물이라며 극찬한다. 넬슨 만델라를 주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을 모아서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디 엘더스'라는 모임을 기획한 것은 빌 게이츠에게서 받은 영향의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2004년 트럼프는 리처드 브랜슨에게 그를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 후 10년 정도 아무런 연락을 주고받지 않다가, 2015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과거에 자신이 리처드 브랜슨을 비난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리처드 브랜슨을 한껏 추켜세우는 내용의 편지였다. 리처드 브랜슨은 난민, 마약, 총기 규제,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관해 트럼프와 상반되는 입장이라서, 자신의 선거 운동을 지지해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리처드 브랜슨과 트럼프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새롭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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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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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피센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추억을 아직도 기억한다. <말레피센트>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알다시피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마녀는 공주의 탄생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주가 열여섯 살이 되면 물레 바늘에 찔려 잠들게 되는 저주를 내린다.


<말레피센트>는 원작의 설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마녀가 '고작' 갓 태어난 공주의 탄생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주를 내렸을까. 애초에 마녀를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여긴 건 누구일까. <말레피센트>를 보기 전에는 원작의 설정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레피센트>를 본 지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케이티 오닐의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또한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동화 속 설정들을 위트 있게 비튼 동화책이다. 금발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세이디 공주가 높은 탑 안에서 소리를 지른다. 때마침 근처에서 말을 타고 있던,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아미라 공주가 급히 말을 달려 세이디 공주가 있는 탑으로 간다.


마침내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세이디 공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왕위를 물려받을 자신이 없다. 아미라 공주는 '공주다운 공주'가 되기보다는 늠름하고 용맹한 전사가 되고 싶다. 과연 둘은 서로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 스포일러가 될까 봐 결말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느 동화에서 그런 것처럼 왕자가 '짜잔'하고 나타나 공주와 결혼하며 모든 문제를 해결(?) 해주는 식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언니와 단둘이 남은 세이디 공주는 왕위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공주다운 공주', '여자다운 여자'가 되라는 압박을 받던 아미라 공주는 남들이 살라고 하는 대로 살지,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살지 고민한다. 전통적인 동화에서는 공주를 구해주는 멋지고 늠름한 인물로 나오던 왕자도 이 동화에서는 외눈박이 거인을 피해 도망다니는, 약점 있고 유약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성 간의 로맨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을 계승하지 않아서 <말레피센트>가 좋았는데, 이 책도 같은 장점을 공유한다.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공주와 공주'가 만나는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SNS 상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읽어보니 화제가 될 만하고,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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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2-1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제겐, 오늘의 문장이네요^^!

 
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음 / 소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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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본다. 책에서, 신문에서,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에서... 하지만 카메라 뒤에 누가 있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 의문을 품어본 적도 없다.


'사진치유자' 임종진의 에세이집 <당신 곁에 있습니다>를 읽으며 세상에 이런 사진작가도 있구나, 이런 사진작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종진은 월간 <말>, <한겨레신문> 등에서 사진 기자로 일했고, 캄보디아의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5.18 고문 피해자, 70, 80년대 간첩조작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사진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했고, 그중 일부를 수정하고 보완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내 사진의 쓰임새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가 25년 넘게 '사진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매달린 질문이다. 사진 기자 또는 사진작가로 일하다 보면 항상 좋은 사진, 즐거운 사진, 행복한 사진만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재해 또는 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찍어야 할 때도 있고,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을 찍어야 할 때도 있고, 끔찍한 일을 경험한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어야 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사진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저들은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한 사진으로 쓰일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저자는 캄보디아로 떠났다. 안심하고 마실 식수조차 부족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인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여유로 이어진다면 캄보디아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많이 웃고 더 큰 인정을 베풀며 살아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남과 나를 비교해 남보다 내가 우월한 점이 무엇인지 헤아리며 그것을 행복의 준거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몰염치하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고통을 전면에 부각해 동정심을 자극하는 사진 이미지가 얼마나 유해한지도 깨달았다.


몇 년 전부터 저자는 사진을 통해 심리 상담을 하는 사진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사진 너머의 사람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70, 80년대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분들을 만나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틈틈이 도시빈민촌과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료 사진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몸은 고되고 돈도 안 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게 결국 더 나은 사진을 찍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쉰이 가까운 나이에 결혼해 귀한 딸을 얻어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 고인이 되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기들과 짧은 순간 만났지만 긴 여운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등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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