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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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출신 작가 티아 나비와 카디 쿠레마가 만든 그림책 <작은 사랑 이야기>에는 빨간 모자를 쓴 귀여운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의 이름은 트리누. 여느 때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판 위에서 놀고 있는 트리누의 주머니 밖으로 트리누의 왼쪽 장갑이 떨어진다. 이 사실을 아는 건 트리누의 주머니 속에 있는 트리누의 오른쪽 장갑뿐이다.


트리누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노느라 정신이 없고, 트리누의 오른쪽 장갑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것 같고, 까마귀와 갈매기는 당장이라도 땅 위에 떨어져 있는 왼쪽 장갑을 쪼아 댈 것 같다. 장갑들은 그동안 트리누가 자신들을 소중히 여겨줬던 일들을 떠올린다. 트리누의 장갑은 과연 어떻게 될까. 트리누는 언제쯤 이 사실을 알게 될까.


<작은 사랑 이야기>를 읽으니 연초에 잃어버린 장갑 한 짝 생각이 났다. 몇 년을 써도 닳지 않아 마음에 들었던 장갑인데 나의 부주의로 잃어버려서 오랫동안 마음이 안 좋았다. 트리누의 장갑처럼, 남아 있는 내 장갑 한 짝도 헤어진 장갑 한 짝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장갑에 얽힌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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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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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사회인이 된 지금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만화를 좋아한다는 말조차 해본 적이 없다.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기 보다는, 상대방이 알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입을 다물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누구에게도 나의 취미를 알리지 않고, 누구와도 취향을 공유하지 않은 채 나이를 먹어갔을 나에게 어쩌면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겨주는 만화를 만났다. 2019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만화 부문 1위에 빛나는 쓰루타니 가오리의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이다.


유키 할머니는 3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택에서 서예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식들의 발길도 뜸하고 딱히 열정을 쏟는 취미도 없이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던 유키 할머니는 어느 날 시내에 나간 김에 서점에 들렀다가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만화책 한 권을 구입한다. 집에 돌아와서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던 유키 할머니는 이야기 속 사랑의 주체가 남성과 여성, 이 아니라 남성과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그 때까지 유키 할머니에게 사랑은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이지 남성과 남성 또는 여성과 여성이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인물들의 감정이 이해가 되었고, 서로에 대한 그들의 감정이 진실하기만 하다면 이성이니 동성이니 하는 구분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유키 할머니는 아침이 밝자마자 다음 권을 사러 서점으로 향한다.


한편,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우라라는 요즘들어 서점에 자주 들르는 할머니가 자기가 좋아하는 BL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오랜만에 흥분한다. 그도 그럴게 우라라는 BL 만화를 몹시 좋아하지만 주변에 우라라처럼 BL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BL 만화를 읽고 감상을 나누거나 BL 행사가 열릴 때마다 손 잡고 갈 친구가 없는 게 내심 늘 아쉬웠던 까닭이다. 용기를 내 유키 할머니에게 말을 건 우라라는 BL 만화에 문외한인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BL 만화를 빌려주면서 유키 할머니와 급속히 가까워진다. 오랫동안 짝사랑 중인 남자(사람)친구에게 고백도 못 하는 우라라로서는 대단한 발전이다.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실친(실제 친구 또는 현실 친구)'이 없는 나로서는 유키 할머니와 우라라의 관계가 너무나도 부럽다. 비슷한 또래인 사람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길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나라면 유키 할머니처럼 어린 여고생에게 자신의 새로운 취미를 거리낌 없이 공개할 수 있을까, 나라면 우라라처럼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르신에게 그렇게 살갑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반대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실제로 유키 할머니와 비슷한 연세의 할머니나 우라라 또래의 여자 학생이 내가 좋아하는 BL 만화를 좋아한다고 말을 걸면 당황해서 피할 것 같다. 용기는 없고 편견만 많은 나는 평생 취미와 취향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안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권을 읽고 2권, 3권을 읽으면서, 단순히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고 싶은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낼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용기를 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고3이 코앞으로 다가온 우라라는 성적에 맞는 대학에 들어가 무난한 직업을 가질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만화가가 될지 결정해야 한다. 일흔다섯 살인 유키 할머니는 당장 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발표할 때까지 살아있을지 없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이런 시기에 우라라는 유키 할머니와 만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만화 행사에 참가하면서 애써 감춰왔던 꿈을 키운다. 유키 할머니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전과 모험을 즐긴다.


만화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말고,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만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고, 만화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모르던 사람을 알게 되고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에 발을 담그는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인생까지 달라지는 체험을 할 수 있을까. 반짝이는 눈망울로 '그렇다!'라고 말해주는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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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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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 무신사, 마켓컬리 등 최근 몇 년 새 인지도와 매출이 급상승한 브랜드들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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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고 싶은 음성인식 AI의 미래 - PC, 스마트폰을 잇는 최후의 컴퓨터
제임스 블라호스 지음, 박진서 옮김, 장준혁 감수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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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상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음성인식 AI의 발전과 미래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에 관심 많은 독자로서 너무 유익하고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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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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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 할머니가 사람을 죽였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경찰은 할머니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그동안 훨씬 많은 수의 인간과 동물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체 이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102세 할머니 베르트의 생애를 통해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의 육체와 인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쉽게 유린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프랑스 작가 브누아 필리퐁의 <루거 총을 든 할머니>이다.


1914년생인 베르트는 두 차례의 전쟁을 겪고 여러 번의 결혼을 치렀다. 베르트는 사랑을 모른 채 생계 해결을 위해 첫 번째 남편과 결혼했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두 번째 남편과 결혼했고, 혼자 살다 보니 외로워서 세 번째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들 모두 처음에는 다정하고 자상했으며 베르트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냈다. 베르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거나 강간에 가까운 성행위를 요구했다.


일찍이 가족을 여의고 혼자가 된 베르트의 곁에는 도움을 청할 사람도, 고통을 호소할 사람도 없었다. 돈도 없고, 배움도 짧고, 마을에서의 평판도 안 좋아서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베르트는 총을 들었다.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베르트를 취조하는 경찰은 베르트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연히 법이란 게 있고 제도란 게 있는데 어째서 남편으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느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여성이 처한 현실과 남성이 처한 현실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말이다.


작가는 남성들이 가진 여성에 대한 혐오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로서 백인들이 가진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를 보여준다. 똑같은 죄를 지어도 백인보다 유색인종이 더 심한 벌을 받는다. 심지어 백인은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는 반면, 유색인종은 죄를 짓지 않아도 벌을 받는다. 여성의 경우는 더 심하다. 여성은 피해자인 경우에도 가해자보다 더 큰 비난을 듣는다. 작가는 이를 유색인종 남성(루터)보다 백인 여성(베르트)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더 나쁜 대우를 받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소설이지만 사실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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