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3
요시무라 츠무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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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인 채로 태어나 열두 살이 되면 성별이 정해지는 세상을 그린 만화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3권을 읽었다. 히나세는 18세가 되도록 성별이 정해지지 않아서 고민이다. 그런 히나세에게 어려서부터 단짝이었던 남사친 시오리와 여사친 리츠가 각각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온다. 두 사람을 친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히나세는 당황하지만, 고백을 받고부터 왠지 모르게 시오리와 리츠의 성적인 매력이 눈에 들어와 혼란스럽다.


히나세는 가능하다면 남성과 여성, 어느 쪽으로도 정해지지 않은 채 무성인 채로 살고 싶다. 하지만 열두 살이 넘으면 무조건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해지는 세상에서 혼자만 무성인 채로 사는 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전에 히나세는 무성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대로 영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무성이라서 고민하는 히나세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남성으로 살아가는 시오리와 여성으로 살아가는 리츠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시오리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지만 '남자라면' 집안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고민한다. 리츠는 늦은 밤에도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여자라면' 일찍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겹다. 이 밖에도 젠더로 인한 고민과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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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편하다
키쿠치 마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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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경험을 담은 만화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의 작가 키쿠치 마리코의 신작 <살기 편하다>를 읽었다. 전작에서 자세하게 그렸듯이, 저자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결국 저자는 여동생과 단둘이 아버지의 폭언, 폭력을 받아내며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저자는 이런 성장 배경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선 부모의 눈치를 보고, 학교에선 밝은 아이를 연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자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늘 가면을 쓰고 행동했다. 이 사람 앞에선 이런 사람, 저 사람 앞에선 저런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스스로 지쳐서 만남을 꺼리고 관계 맺기를 피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저자에게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남의 부탁을 거절 못 한다, 남에게 기대지 못한다, 불면증에 시달린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내지 못한다 등이 있다. 슬픈 뉴스를 들으면 남들보다 두 배 더 슬퍼하지만, 기쁜 뉴스를 듣는다고 남들보다 두 배 더 기쁜 건 아니다. 남한테 칭찬을 들으면 '속으로는 날 욕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애인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서, 연락이 없으면 차인 것 같다고 자책한다.


자존감을 높이라는 말을 들어도 뭘 어쩌라는 건지, 라고 생각하던 저자는, 어느 날 목욕을 하다가 하루 종일 고생한 발을 어루만지면서 이런 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감각임을 깨닫는다. 힘든 하루를 무사히 견뎌냈다는 것, 오늘도 잘 버텨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대견해 하는 것. 어릴 때 부모가 이런 감각을 길러주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나 스스로 해보면 어떨까.


부모에게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지 못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서밤(서늘한여름밤) 님의 책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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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신장판 4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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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사무라 히로아키의 대표작 <무한의 주인 신장판> 3, 4권을 읽었다. 무삭제, 무수정 판이라서 제대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장면도 많지만(심약한 분들은 주의하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는 건, 잔인함을 상쇄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4권이 그랬다.


4권에서 린은 만지와 헤어져 혼자서 에도 경계의 검문소를 통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얼마 후 린과 만지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른 것을 알게 되고, 가뜩이나 통행증이 없어서 곤란한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음을 알게 된다. 다행히 린은 자신을 도와줄 만한 사람들을 알게 되어 그들의 가족 행세를 해서 검문소를 통과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엄청난 일을 하게 되는데... ​


실제로 에도 시대에는 각 지역의 경계마다 검문소가 있어서 통행증 없이는 통과할 수가 없었다. 통행증 없이 검문소를 통과하려고 시도했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 린처럼 자신의 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검문소를 통과하고자 한 사람들도 많았을 터. 나쁜 것은 사람일까, 사회일까. 큰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던 린의 처지가 안타깝고 애처롭다.


지난 3권에서 린이 자신의 부족한 검술 실력과 약한 기질 탓에 만지에게 도움이 못 되고 오히려 방해만 되는 것 같아서 갈등하던 것을 떠올리면, 이제야 비로소 린이 혼자 힘으로 살아갈 능력을 터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린이 어떻게 성장할지, 언제쯤 어떻게 만지와 재회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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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신장판 3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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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검객 만지와 부모의 복수를 다짐한 소녀 린의 모험을 그린 만화 <무한의 주인>이 신장판으로 출간되었다. <무한의 주인 신장판>은 작가 사무라 히로아키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커버를 입힌 무삭제, 무수정 판이라서 구판을 읽은 독자들도 다시 읽어볼 만하다.


이야기는 우연한 계기로 불로불사의 몸을 지니게 된 검객 만지가 '승리야말로 검의 길'이라고 여기는 일도류의 수장 아노츠에 의해 부모를 여의고 복수를 다짐한 소녀 린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만지는 '백 명을 죽인 사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만지 자신은 백 명을 죽이고도 자신은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을 괴롭게 여긴다. 죽지 않는 사람에게는 삶도 없기 때문이다.


3권에서는 만지와 린의 주변에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하기 힘든 사람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만지와 린처럼 아노츠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떠나기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외려 만지가 위험에 처하고 린은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지 다시금 확인한다. 만지는 살아있는 한 누군가에게는 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야단치지만, 린은 검술 실력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자신 때문에 만지까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 달갑지 않다.


린을 돕는 만지의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겠지만, 나는 린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어차피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복수를 한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 보이니, 차라리 만지와 둘이서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과연 나약하기만 한 걸까. 원수를 내 손으로 죽이는 것보다, 원수가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어쩌면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과연 진정한 정의일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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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의 나라 5
이즈미 이치몬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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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전통문화를 철저하게 고증한 만화 <천수의 나라>가 총 5권으로 완결되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을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 중인 칸 시바가 이웃 마을에서 온 라티를 신부로 맞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5권에선 마침내 두 사람의 혼례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라티가 혼례 준비를 위해 잠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서운해하는 칸 시바의 모습이 귀여웠다. 라티의 오빠가 라티를 칸 시바에게 맡겨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우연한 계기로 칸 시바의 성품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는 라티의 오빠.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 좋게 허허 웃는 칸 시바. 둘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천수의 나라>는 작화도 내용도 모두 훌륭한 웰메이드 만화다. 덕분에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티베트의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었고, 당시 사람들의 순박하면서도 나름의 지혜가 있었던 생활 방식을 잘 알게 되었다. 이 좋은 만화를 이제 더는 못 읽는다니 아쉽다. 이즈미 이치몬 작가의 다음 작품도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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