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완전판 7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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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20세기 소년 완전판> 7권에는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온다. 칸나의 어머니 키리코는 한때 '친구'의 수하에서 인류를 멸망시킬 바이러스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 결과 '피의 그믐날' 당시 15만 명을 희생시킨 강력한 바이러스를 개발했고, 얼마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친구'를 떠났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친구'의 추적은 집요했다.


키리코는 '친구'를 떠났지만, 키리코와 함께 바이러스를 개발한 야마네는 아직 '친구'와 일하고 있다. 야마네는 '친구'의 사주로 인류의 90퍼센트를 절멸할 수 있는 초강력 바이러스를 개발한다. 이를 눈치챈 키리코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나누어주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낯선 여자를 믿지 않고 '친구'는 그런 키리코를 제거하려고 한다. 칸나는 키리코가 '친구'의 바이러스 개발자였다가 도망쳤다는 사실만 알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20세기 소년 완전판> 7권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또 나온다. 바로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친구'의 죽음이다. 세계 대통령과 다름없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진다. 하지만 켄지의 친구들은 이 또한 '친구'의 계획이며 앞으로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짐작대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미 '친구'에 의해 단단히 세뇌된 사람들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분명 이 만화는 허구인데, 허구 같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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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 7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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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하면서 읽으니 너무 재밌네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아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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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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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오랜 애독자로서 올해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이 두 작품이나 번역, 출간되어 몹시 반갑고 기쁘다. 그중 하나인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사립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주인공인 '행복한 탐정' 시리즈 제5권이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화차>, <모방범>과 같은 본격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은 아니지만,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카시라 고로'를 연상케 하는 - 과묵하고 단정한 느낌의 중년 남성이 프리랜서 사립 탐정으로 일하며 일상 주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색다른 재미를 줘서 좋아한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에는 총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절대 영도>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딸이 자살 미수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사위가 병문안을 거부한다며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의 의뢰로 시작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스기무라는 사위가 기강이 엄하기로 소문난 모 대학 체육 서클 출신이며, 같은 서클 출신 중에 비슷한 경위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이 서클에는 선배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후배의 아내를 술집 호스티스 취급해도 저항해선 안 되는 폭압적인 문화가 있었다. 서클의 대장 격인 남성은 걸핏하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일삼고, 후배의 아내 또는 애인이라도 개의치 않고 성희롱을 한다(트리거 주의). 이런 놈이나, 이런 놈을 선배라고 받드는 놈들이나... (할말하않)


두 번째 이야기 <화촉>은 도쿄 모처의 고급 호텔에서 벌어진 결혼식 소동을, 세 번째 이야기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자식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들의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 번째 이야기가 워낙 강렬해서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강력하게 느껴졌지만, 사실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도 천천히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다. 결혼이란 뭘까, 모성이란 뭘까 등등. 일본에서도 최근 기세가 오르고 있는 페미니즘 시류에 올라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야베 미유키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 여성 혐오가 새로운 문제가 아닌 만큼 이 또한 새롭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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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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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으면서 체험할 수 있는 감동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감동을 여실히 느꼈다.


이 책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나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2014년, 당시 저자는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시를 쓰는 생활을 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쾌활했다. 길 가다 쌈밥집 간판을 보면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먹성도 좋았다.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둘이서 대중목욕탕에 갔다. '떼부자'는 아니어도 '때부자'는 맞다며 실없는 소리로 아버지를 웃겼다.


2020년의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연재도 하고 팟캐스트 진행도 하고 있다. 부르는 곳이 늘었고 이름 있는 큰 상도 많이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바쁘게 살지만 식욕은 줄었다. 밥 한 공기를 다 먹기 힘들어서 반만 먹고 나머지 반은 잘 먹는 후배에게 준다. 이따금 고향에 가지만 뵐 수 있는 건 어머니뿐이다. 그 사이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2014년의 오은과 2020년의 오은은 분명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삶을 산다. 예전과 다름없이 날마다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글을 쓰지만, 이따금 벌어진 일상의 틈새 사이로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와 그로 인한 아픔이 떠오른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거나 아버지가 입원해 있었던 병원 이름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는데 어디에나 '있다'. 볼 수 없는데 보인다. 들을 수 없는데 들린다. 아버지뿐 아니라 허수경 시인, 황현산 선생 등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서 저자를 슬프게 한 사람들 모두 그렇다.


마음에는 늘 자리하지만 육신으로는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은 아마 영영 가시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예전처럼 많이 웃고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어도 그때의 저자는 예전의 저자, 또 지금의 저자와 다를 것이다. 마치 내가 아무 일 없는 듯 하루를 살다가 가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면서 요즘 이맘때가 생일이었던 죽은 친구를 떠올리듯이.


이 책으로 충분하게 다독임을 받아서일까. 읽기 전에는 다독임을 받고 싶었는데, 읽은 후에는 다독임을 주고 싶어졌다. 오은 시인님, 부디 아프지 마시고 늘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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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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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쓰는 수밖에 없다. 박상률 작가의 산문집 <쓴다 또 쓴다>를 읽고서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 동안 신문, 잡지, 웹진,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쓰는 사람이 된 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일이다. 진도에서 태어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란 저자는 상과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곽재구, 박몽구, 나종영 등의 문인들이 참여한 <오월시> 동인 시집이다. <오월시>를 읽고 김남주 시인의 시집을 닳도록 읽다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때 그 시집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디 은행에라도 취직했거나 회계사 또는 세무사가 되지 않았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이따금 상상해보곤 한다.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팍팍해진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문학은 문학이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학이 잘 팔리지 않는 까닭은 독자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눈 밝은 독자들이 먼저 발견해 세상에 알릴 터.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작가는 먼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글에 민감해지기 쉽다. 저자도 그렇다. 저자는 우리말 대신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아내'나 '부인' 같은 말을 두고 '와이프'라고 하는 것이 그렇고, 조용필이 노래 가사에 심장이 '두근두근' 하지 않고 '바운스 바운스' 한다고 한 것도 마뜩잖다. 은어나 비속어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현상도 두렵다. 특히 욕이 그렇다. 어른들이 입만 열면 욕을 하는데 아이들, 청소년들이 뭘 보고 배울까. 고운 말을 해야 고운 글이 나오는 법이다.


'객원/겸임/초빙/대우' 같은 말도 꼼수 같아서 싫어한다.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읽은 단어들인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보니 역시 꼼수 같다. 교수면 교수이지 객원 교수, 겸임 교수는 뭘까. 과장이면 과장이지 과장 대우는 뭘까. 말을 가져다 붙이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아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걸까. 돈보다 더 소중한 걸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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