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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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드라마였다. 좋아하는 일본 배우가 출연하는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출연작을 찾아볼 만큼 좋아하는 일본 배우도 없고 일본어도 전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않지만, 일본의 문화에는 여전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 한국과 닮은 듯 다른 나라, 일본에 대해 알수록 한국에 대해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세나북스 대표 최수진의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는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저자는 20대에 일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20대 후반에 1년 동안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이후 취직을 해서 일본에 자주 출장을 다녔고, 틈틈이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현재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일본 관련 서적을 다수 펴냈고, 일본 관련 에세이도 여러 권 썼다.


책에는 저자가 지난 8년 동안 쓴 일본 관련 에세이가 실려 있다. 주제는 일본의 책문화와 서점, 관광, 책과 드라마, 장인 정신, 라이프 스타일 등이다. 책의 내용 중에는 저자가 일본에 살거나 일본을 여행하면서 직접 경험한 것도 있고, 책이나 드라마 등으로 간접 경험한 것도 있다.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일본인 친구와 즐겨 찾았던 동네 목욕탕 이야기부터 직장인 시절 휴가차 들렀던 일본의 유명 관광지 이야기, 드라마 <오센>, <안도 나츠> 등을 통해 보는 일본의 전통문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서울의 명동에 비견되는 도쿄의 긴자에서 쇼핑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도 긴자에 갈 때마다 기무라야, 이토야 같은 '노포(시니세)'에 꼭 들르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일절 택시를 타지 않는 나조차도 일본에선 택시를 타게 만드는, 일본 택시 기사들의 완벽한 매너와 친절한 서비스 이야기에도 공감했다. 규슈, 아스카, 교토를 여행한다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을 꼭 읽고 가라는 저자의 조언에도 크게 동의한다.


이 밖에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일본 문화를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통찰과 노하우가 녹아 있는 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하기가 힘든 시기인데 이 책을 읽으니 간접적으로 일본 여행을 한 것 같고, 조만간 사태가 진정되면 저자가 추천한 일본의 장소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우동 맛이 기가 막히다는 미야자키이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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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어디 살아요? - <뉴욕타임스>가 기록한 문학 순례
모니카 드레이크 외 31명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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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실제로 살았거나 거쳐간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탐사한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겁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그런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들의 작품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고 그러한 배경과 작품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님, 어디 살아요?>는 <뉴욕타임스> 여행 섹션에 연재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작가들이 마크 트웨인, 잭 케루악, 플래너리 오코너, 필립 로스, 앨리스 먼로 등 유명 작가들이 거주했거나 혹은 잠시 머무르며 집필했던 장소들을 직접 방문해 쓴 글을 담고 있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 로런스 다운스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고향 마을을 방문하고 쓴 글이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고향은 미국 조지아 주에 있다. 진화론보다 성경에 적힌 말들을 더 믿는 보수적인 동네다. 이곳에서 다운스는 오코너의 가장 유명한 단편 <좋은 사람은 드물다>의 배경이 된 도로에도 가보고, 오코너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조지아 대학교에도 가본다. 그곳에서 '표지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한' 키르케고르 작품 <공포와 전율>, <죽음에 이르는 병>을 본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글은 <뉴욕타임스> 여행 섹션에 글을 쓰는 앤 마가 엘레나 페란테의 고향인 이탈리아 나폴리를 방문하고 쓴 글이다. 엘레나 페란테가 누구이며 실명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의 고향이 나폴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이 1950년대 이후의 나폴리의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고 정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여행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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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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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절규>를 비롯해 내가 아는 뭉크의 작품 대부분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이다 보니 뭉크의 생애도 당연히 어둡고 우울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작가가 뭉크의 생애를 따라서 뭉크가 살았던 장소들을 여행한 책 <뭉크>를 읽으니 내 짐작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뭉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열세 살 때 누이 소피마저 숨졌다. 아버지는 하나 남은 자식인 뭉크에게 엄격한 종교적 생활 방식을 강요했다. 그림에 몰두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고, 화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뭉크는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이십대에 본격적으로 화가로서 경력을 쌓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뭉크의 작품에는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파리 유학 시기에 그린 <칼 요한 거리의 봄날>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뭉크의 작품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극명하게 달라진다. 20대를 보내는 동안 뭉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었던 공포와 불안, 신경 쇠약, 현기증, 환영 등이 폭발하기라도 하듯이 작품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칼 요한 거리의 저녁>이다. 먼저 그린 <칼 요한 거리의 봄날>과 같은 배경인데, 거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유령 같아 보인다. <절규>에 나오는 인물처럼 말이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 뭉크가 남긴 이 말은 뭉크의 예술을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구이다. 한때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고자 했던 뭉크는 점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그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절규>가 그렇다. 나는 이제까지 <절규>에서 절규하는 주체는 그림 중앙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뭉크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절규>에서 절규하는 주체는 인물이 아니라 인물 주변에 있는 자연이다. 그림 중앙에 있는 인물은 자연의 절규를 듣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실제로 절규를 했을 리는 없다. 뭉크 자신이 그렇게 '본' 것이다.


뭉크가 그렇게밖에 볼 수 없었던 데에는 사연이 있다. 뭉크는 어려서부터 병약했고 정서가 불안했다. 여러 여인과 사귀었으나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여기에 다른 화가들과의 경쟁, 정치적 갈등, 전쟁 같은 악조건이 더해지면서 뭉크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뭉크는 이러한 내면의 갈등과 외면의 고비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그것들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는 편을 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뭉크의 작품에 열광했고, 뭉크는 살아 있는 동안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린 몇 안 되는 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50대에 산 집에서 30년을 혼자 살다 죽은 그가 정말로 행복했을까. 이제는 뭉크의 작품을 접할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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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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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내게 도스토옙스키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작가였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볼 기회도 많았고 읽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고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읽은 <죄와 벌>을 제외하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 끝까지 읽은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 너무 길고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다시 한번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이 책 <매핑 도스토옙스키> 덕분이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석영중이 쓴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가 살면서 거쳐간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저자가 직접 탐사하고 취재한 기록을 담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발길이 닿은 장소들은 조국인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유형 생활을 했던 시베리아를 넘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의 주요 도시들을 아우른다. 저자는 이 기나긴 여정을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라는 프레임으로 재조명, 재조립해 보여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도스토옙스키가 하나뿐인 형과 그토록 절친하고 우애 있게 지냈는지 몰랐을 것이다. 신분 상승을 꿈꾸었고 결국 그 꿈을 이룬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가 - 농노들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실하지는 않은 - 의문의 죽음을 당했으며, 이 사건이 도스토옙스키의 세계관은 물론 작품 세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을 뒤흔든 여성이 셋 있었고, 그중 마지막 사랑인 부인 안나의 애정과 헌신이 남달라 그의 도박 중독까지 고쳤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너무 길고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읽기를 그만두었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악령>, <백치> 같은 작품이 왜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인지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도스토옙스키가 그런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했는지도. '도스토옙스키'라는 하나의 세계로 들어감에 있어 이 책보다 유용하고 적합한 지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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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야화담 4
마츠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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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인간 또는 인간 아닌 존재들이 찾아가는 여관 '무라쿠모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격 괴담 만화 <요괴야화담> 4권을 읽었다.


4권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쁘장한 외모의 독자 모델 '미우'다. 미우는 외모만 예쁜 게 아니라 일에 임하는 태도도 프로답고 진지해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그런 미우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그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아!"인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무라쿠모야를 나와 우동집에서 일하고 있는 '나비'는 미우의 사연을 알고 싶어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선 무라쿠모야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사람의 체내에 있는 텅 빈 곳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서 살아가는 요괴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여자다. 대장은 이 여자가 '나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거미'는 난폭한 뿌리 나라의 신령과 만난다. 소환된 과거의 기억을 통해 거미는 나비와 자신의 '악연'을 깨닫게 되고, 서로에게 정해진 숙명을 알게 된다.


요괴 만화가 으레 그렇듯이 이 만화도 초반에는 괴기스럽고 무섭지만 후반에는 인물들의 슬픈 사연이나 기구한 인연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작화가 세련되고 화려해서 눈도 즐겁다. 내용도 작화도 만족스러운 요괴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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