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가즘 - 똘끼 충만한 미술 전공 요가 강사의 일상 쾌락
황혜원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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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찌뿌둥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요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해보곤 한다. 그러면 마술처럼 몸이 풀리는데, 그럴 때마다 요가를 제대로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정식으로 시작하는 건 부담스럽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해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아무튼, 요가> 같은 요가 관련 책이나 에세이를 읽곤 하는데(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읽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도 인도의 요리가 아니라 요가를 예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내 몸은 더 뭉치고 뻐근해지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요르가즘>을 쓴 황혜원은 5년 차 요가 강사다. 요가 강사가 쓴 책이니 요가 강사의 일상을 들려주는 틈틈이 요가의 매력과 장점, 효과 등을 알려주고 요가 동작도 몇 개 가르쳐주는 책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한 것보다는 일상 이야기의 비중이 높고, 특히 연애 이야기가 많다. 주인공이 요가 강사인, 여성 시점의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뒤늦게 책 소개 글을 보니 애초부터 '이제 요가는 조금 덜 진지하고 덜 명상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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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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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토베 얀손의 책 두 권이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되었다. 하나는 <여름의 책>이라는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두 손 가벼운 여행>이라는 소설집이다. <두 손 가벼운 여행>에는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낯선 도시>이다. 한 남자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낯선 도시에서 완전히 길을 잃는다. 하필이면 그 나라는 말도 통하지 않고 돈도 별로 없어서 하룻밤을 보낼 곳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운 좋게 택시를 얻어 타고 아무 주소나 댄 남자는 택시 기사가 내려주는 곳에 내려서 적당해 보이는 집 대문의 초인종을 누른다. 우여곡절 끝에 사정을 전하고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남자.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본인 소녀에게 받은 편지 내용을 그대로 실은 <편지 교환>이라는 작품도 신기했다. 독자에게 받은 편지를 그대로 '소설로서' 발표한다는 아이디어는 대체 어떻게 생겨난 걸까. 애초에 이 편지가 (토베 얀손이 받은) 실제 편지이기는 한 걸까. 작가의 실제 경험과 작가의 창작물은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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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책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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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캐릭터의 창조자로 잘 알려진, 핀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토베 얀손의 책이다. 산문집인 줄 알고 읽다가 나중에야 소설인 걸 알았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이 사실적이고 내용 또한 현실적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손녀 소피아다. 이들은 매년 여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으로 와서 지낸다. 가족은 모두 셋. 할머니와 소피아, 그리고 소피아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이따금 집에 얼굴을 보일 뿐이라서 하루 종일 할머니와 소피아 단둘이 지낼 때가 많다.


소설의 내용은 할머니와 소피아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은 해변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헤엄을 치기도 하고, 새로 이사 온 사람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여름날을 보낸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어른인 할머니가 아이인 소피아를 일방적으로 야단치거나 윽박지르는 일은 없다. 아이답게 굴라고 다그치거나 어서 어른이 되라고 채근하는 일도 없다. 소피아는 할머니의 손녀이기 전에 소피아라는 사람이고, 할머니 또한 소피아의 할머니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의 손녀, 누구의 딸이라는 식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보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경험을 가정에서부터 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다를까. 소설의 내용도 놀랍지만, 이런 소설을 1972년에 발표했다는 게 훨씬 더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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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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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이 채널예스에 연재하는 칼럼을 즐겨 읽는다. 새 칼럼이 나오면 반드시 읽고, 나오지 않을 때에도 예전 칼럼을 찾아 읽을 정도로 좋아한다.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에 내가 좋아한 채널예스 칼럼이 많이 실려 있어서 기뻤다. 그동안 화면 너머로 보기만 했던 글들을 이제는 종이로 읽으며 손으로 필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렇게 잘 썼으면(제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오렌지색 목도리에 얽힌 추억담이다. 십수 년 전 박연준 시인이 다니던 대학교 강의실에 오렌지색 목도리를 맨 남자 강사가 들어왔고, 그때는 그 남자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부부의 연을 맺게 되어 현재는 그 오렌지색 목도리가 자신의 목에 둘러져 있다는 뭉클하고 애틋한 이야기. 이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매일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부부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잊고 지냈던 외로움이 사무치지만 그래도 계속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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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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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먼저 읽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2019년 6월에 출간된 책이다. 박연준 시인이 이전에 낸 산문집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도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 남편 이야기, 글 쓰는 동료들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세상을 떠난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찡하고, 남편인 장석주 시인과의 알콩달콩한 일화들은 읽을 때마다 부러움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나도 이들처럼 글 잘 쓰고 책 좋아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았으면...).


한때는 늘 붙어 다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연락이 끊어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나 성인이 된 후 발레를 배우는 일의 어려움과 보람에 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나도 어릴 때 서로 베프(베스트 프렌드)라고 할 만큼 절친했던 친구들과 이렇게 소원해질 줄 몰랐다. 내가 산책 마니아가 될 줄도 몰랐고,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될 줄도 몰랐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얼마나 이상할까. 인생은 원래 이렇게 이상하게 흐른다고,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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