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해의 노아 1
사토미 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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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와 스릴러가 결합된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만화를 만났다. 사토미 유의 신작 <혈해의 노아>다. 만화의 배경은 호화 크루즈 여객선이다. 아빠가 술집에서 받은 티켓으로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된 아카리네 세 식구는 오랜만에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있다. 호화 여객선답게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많아서 주눅이 든 감도 없지 않지만, 살면서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느냐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부터 여행이 조금씩 이상하게 진행된다. '즐거운 국내 투어'라고 선전한 것과는 달리 기묘하고 수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더니, 급기야 여행객들이 흡혈귀의 손에 죽어나가는 일이 발생한다. 도망을 칠 곳도 없고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는 망망대해 위 여객선 안에서 아카리와 카케루는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배경의 특성 때문에 밀실 살인사건 같은 느낌도 나고, 흡혈귀라는 설정이 더해져서 호러 만화의 느낌도 난다. 이 여행의 배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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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신데렐라 3 -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아라이 마마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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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 약국에서 근무하는 초보 약사 아오이 미도리의 일상을 통해 병원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만화 <언성 신데렐라 :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3권을 읽었다. 현직 약사가 직접 감수한 만화답게 현실감이 넘쳐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되고, 의료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독감을 다룬다. 겨울에 접어들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독감이 대유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독감 수준이 경보 레벨에 달하자 대형 병원 약사들 또한 초비상 상태로 근무에 임한다.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환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면서 정작 전문가인 의료진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오이의 동료인 하쿠라는 인터넷 기사는 믿고 약사의 말은 믿지 않는 환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말기 암 환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들의 문제를 다룬다.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우, 의료진이 환자 본인에게 진찰 결과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게 맞는지 틀리는지를 두고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이 밖에도 말기 암 환자의 간병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는데, 워낙 중차대한 문제라서 그런지 무려 4회분에 걸쳐 심도 깊게 다룬다.


4권 예고를 보니 생리통을 다룬다고 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인류의 절반이 고통받는 질병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쉽게 낫지도 않는 질병인 생리통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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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1 - 코믹스
신카이 마코토 원작, 쿠보타 와타루 만화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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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날씨의 아이>의 코미컬라이즈판이 출간되었다. 개봉 당시에는 영화를 못 봤는데 만화로 보니 재미있어서 조만간 영화도 찾아서 볼 생각이다. 이야기는 섬에서 가출해 도쿄로 나온 고1 남학생 호다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갈 곳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던 호다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히나에게 햄버거 한 개를 공짜로 받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후 호다카는 섬에서 나올 때 배에서 만난 스가 씨를 찾아가 조수로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데, 마침 스가 씨가 '도시전설'을 주제로 기사를 쓰게 되어 호다카도 그 일을 돕게 된다. 화제가 될 만한 도시전설을 찾아다니던 호다카는 우연히 다시 히나를 만나게 되고, 평범해 보이는 히나에게 날씨를 좌우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다카는 히나의 신비한 능력 덕분에 자신의 생활이 점점 '맑아진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갈수록 히나의 표정은 점점 '흐려진다'. 대체 왜일까.


1권의 후반부에 이르면 히나가 지닌 신비한 능력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고, 이 때문에 히나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암시가 나온다. <너의 이름은>에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여자아이 혹은 무녀(미코)의 존재가 언급된 바 있어서 반가웠다. 원작의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쿠보타 와타루의 작화도 마음에 든다. 결말까지 마음에 쏙 든다면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못 본 게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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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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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은희경 작가의 <빛의 과거>를 읽었다. 부끄럽게도 은희경 작가의 책을 읽은 건 그 책이 처음이었는데, 밤잠을 잊을 만큼 재미있었다. 그래서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은희경 작가가 2007년에 발표한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리마스터판이 출간되었기에 읽어봤다. 2007년이면 내가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이고, 그때도 책을 읽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진지하게 읽지는 않았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애독서였던(ㅎㅎ)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13년이나 늦게 만났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만나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작가의 시선이나 태도가 세련되고 앞서있기 때문이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이다. 중학생이 될 예정인 '나'는 아버지와 단둘이 고급 이태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등 뒤에 있는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을 본다. 그림의 제목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인지도 모른 채 그림을 보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분을 느낀다. 이후 '나'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강박적인 애착을 보이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애착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비너스의 모습과 자신의 뚱뚱한 몸의 대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다이어트로 살을 많이 뺀 후에도 '나'는 여전히 지독한 결핍과 열등감을 느낀다. 애초에 '나'가 가진 결핍과 열등감의 근원은 비너스의 아름다운 몸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축복받지 못한 출생에서 비롯된 아버지의 무관심인 까닭이다.


이어지는 <날씨와 생활>도 흥미롭다. '소녀 B'는 곧잘 몽상에 빠진다. 가족들은 '소녀 B'에게 무관심하고 전학 간 학교에는 친구 한 명 없으니, 몽상만이 '소녀 B'의 유일한 휴식이자 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 B'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학교로 찾아온 남자의 정체는 '소녀 B'의 어머니가 얼마 전에 구입한 소년소녀 세계명작 전집의 대금을 받으러 온 수금원이다. 남자의 정체를 알기 전에는 자신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일이 벌어진 줄 알고 설레기도 했지만, 정체를 알고 난 후에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뿐이다. 몽상이 근사하고 아름다울수록 현실이 더 비참하고 암울하게 느껴지는데, 그러한 몽상을 하지 않고서는 비참하고 암울한 현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믿고 읽는)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 또한 훌륭하다. 작가 후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소설 한편을 쓰고 나면 이로써 또 한 번 한국문학을 빛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텐데(?) 다만 가까스로 한 가지의 고독을 이겨냈다는 느낌이 든다." (295쪽). 리마스터판을 내면서 새로 쓴 작가의 말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여전히 고독을 발견하며 의심을 찬양한다. 그것이 소설이라는, 여전한 나의 날씨이다." 고독을 '이겨내고' '발견하며' 쓰는 작가라서, 13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새것처럼 빛을 발하는 작품을 쓸 수 있는 걸까. 너무 멋있고, 앞으로 계속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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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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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울증이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도 있으니 몸과는 무관하다고 믿었다. 이 책을 쓴 영국의 정신과 의사 에드워드 불모어 역시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고수했다. 그랬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그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몇 년 전 그는 충전물로 때워놓았던 어금니 하나가 썩어서 충치 치료를 받았다. 충치 치료를 받은 후 그는 극도의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치료를 마치자마자 극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이 밀려들었고,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는 것조차 싫어서 집에 틀어박혔다. 급기야는 죽음에 관한 생각들을 떠올리다 불안, 불면 등의 증세를 겪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이런 경험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치과 치료 자체가 워낙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자연히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때의 경험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 치과의사가 어금니를 드릴로 파고 충치를 긁어내면 단기적으로 잇몸의 염증이 심해지고 치아에 있던 세균이 혈류 속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면 신체의 면역계는 염증반응 수위를 높이고, 입속 면역세포는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반응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생겨난 사이토카인은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돌면서 혈뇌장벽 너머로 염증반응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들은 뇌의 뉴런에 도달해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염증을 야기한다. 이러한 몸과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이 저자의 전공인 '신경 면역학' 또는 '면역 정신의학'이다.


우울증이 마음의 병이라는 믿음은 17세기 데카르트 이원론 철학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데카르트는 정신(영혼)과 육체가 별개라고 보았고, 이는 서구 의학을 포함한 근대 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현대의 의학자, 의사들 대부분이 여전히 정신 질환과 육체 질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다. 육체의 염증이 정신의 염증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저자는 혈액 내 염증 단백질이 혈뇌장벽을 통과해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든다. 치과 치료뿐 아니라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도 접종 이후 약간 우울한 상태가 되는데, 이 또한 백신 접종으로 인해 체내의 염증 반응 수치가 높아져서 우울 삽화를 유발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 까닭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 자폐성 장애, 중독, 알츠하이머병 같은 정신질환 대부분이 체내의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많은 의학자, 의사들이 정신 질환과 육체 질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육체 질환에 비해 정신 질환에 대한 연구나 조사, 보험 적용 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마음의 병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우울증이 다름 아닌 신체의 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을 낫게 하려면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낮에 야외에서 운동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17세기 데카르트 이원론 철학이 현대 의학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철학과 의학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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