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
이토 준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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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의 단편 중에서도 최고작들만을 엄선한 책 <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반 단행본의 2배 크기인 데다가 컬러 페이지도 다수 있어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이토 준지의 팬은 물론이고 호러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호러 만화를 대형 판본으로 읽는 기분이란!!!) 


수록된 작품으로는 이토 준지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아미가라 단층의 괴기>를 비롯해,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 <인간 의자>, <이 세상 밖의 사랑>을 각색한 작품,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히친즈의 작품을 각색한 <귀신 들린 키리다 교수> 등이 있다.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일부러 한낮에 사람들 많은 곳에서 읽었는데 소용없었다. 작화도 무섭고 내용도 무서워서 읽는 내내 오싹오싹했다(역시 공포 만화는 여름에 읽어야!!!). 


개인적으로는 선배 만화가 우메즈 카즈오와의 인연을 담은 <우메즈 선생님과 나>라는 단편이 좋았다. 어린 시절부터 공포 만화를 몹시 좋아했던 작가는, 여러 공포 만화 작가들 중에서도 우메즈 카즈오 선생을 흠모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메즈 카즈오의 만화를 읽으며 만화가의 꿈을 키우다, 치기공사로 일하며 그린 단편 만화 <토미에>로 제1회 우메즈 카즈오상을 받으며 데뷔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오싹오싹한 공포 만화를 읽다가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으니 두 배는 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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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공식,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8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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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쓴 독일의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 뇌과학자들은 행복이란 좋은 느낌을 생산해 내는 뇌의 작용이라고 답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기쁨과 즐거움, 환희를 지각하는 회로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풍경을 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또 다른 학자들은 우리의 유전자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문화가 행복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승리하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고, 타인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불행을 느낀다. 


이 책은 뇌에서 행복이 발생하는 현상은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일상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1부에서는 행복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연은 무엇을 위해 행복과 같은 좋은 느낌들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인간의 제1 목표가 생존이기 때문이다. 공포나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은 생존에 꼭 필요하지만, 기쁨이나 행복, 쾌적 같은 감정은 생존에 있어 부차적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인간인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일부러 노력해야 한다. 


2부에서는 호르몬의 역할을 탐색한다. 인간의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뉴런들 사이에 변화가 생긴다. 도파민은 뇌에 새로운 연결망들이 생기도록 촉진한다. 쾌락과 욕망 없이 학습하기가 힘든 이유다. 또한 뇌는 언제나 최상의 것을 욕망하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원하던 것을 얻게 되면 그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다음 차원의 것을 원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3부에서는 행복과 뇌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우울증 같은 심리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행복은 집중력과 관계가 깊다. 현재 상태에 완벽하게 집중(몰입)해 있는 사람은 불행을 느낄 틈이 없다. 반대로 현재 상태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영락없이 불행하다. 그러므로 우울증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다면 현재 상태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명상이나 참선이 큰 도움이 된다. 


4부에서는 시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 사회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탐색한다. 경제적 안정이 심리적 만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리적 만족을 이루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므로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각 구성원의 경제적 안정이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밖에도 행복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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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연애소설 - 당신이 반드시 공감할 이야기
조윤성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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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미지의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있을 법한 연애소설>의 저자 조윤성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우울증을 앓았던 저자는 상담 센터를 찾아 상담도 받고 약도 먹어봤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에쿠니 가오리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애소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별 후 오랫동안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 같아서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그때부터 저자는 관계와 감정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과거의 자신처럼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은 90년생인 저자가 20대를 관통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랑의 단면들을 담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픽션이다. 저자는 그동안 약 100명에 가까운 인연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자신의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을 최대한 글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쓴 글을 브런치에 공개한 결과 170만 뷰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너무 힘들어서 나만 안되는 연애같이 느껴진다면 - 여기 그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곧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같이 재미있게 웃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랑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기적적인 확률'로 가능했다는 것을 실감하길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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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 - 나다움을 찾아가는 다섯 가지 마음 습관
고정욱 지음, 금요일 그림 / 리듬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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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이유는 각자 생활이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함께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를 악물고 나부터 바른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친구와 함께 강남 가는 길이다." (42쪽) 


학창 시절에는 친구가 없어서 고민한 적이 없는데, 성인이 된 후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도 드물고 예전 친구들과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성격이 모나서, 내 생활이 워낙 불안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들이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친구 사귀기의 어려움을 여실히 깨달은 일화가 책에 나온다. 저자의 대학 동창 중 하나가 졸업 후 이것저것 사업을 하다 모두 실패하고 백수가 되었다. 보증금 낼 돈도 없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송금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가 그 돈을 보증금 내는 데 쓰지 않고 다른 데 쓴 것이다. 속이 상한 저자가 다른 친구에게 하소연하자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친구라는 게 원래 어렸을 때나 친구지 같이 성장하지 않는 한 친구되기 힘들어." 


친구 따라 강남은 갈 수 있지만, 강남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지는 성장환경이나 교육 배경,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 산 형제자매와도 생각이 다른데, 하물며 고작 몇 년 같은 학교(또는 회사, 기타 단체 등)에 다녔을 뿐인 친구와 사고방식이나 생활 양식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서로의 단점 또는 차이점까지 보듬을 수 있고,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격려할 수 있어야 오랫동안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친구란 이렇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면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단체 채팅방에 웃긴 글이나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지 않으면 왕따시키는 줄 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그 관심 못 받는다고 죽는 거 아니라고 타일러도 듣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상상의 지옥에 빠져 마음의 문을 닫고 관계 맺기를 피한다. 


책에는 관계 외에도 저자가 살면서 터득한 인생의 기술이 다수 나온다. 작가로 처음 데뷔했을 때, 저자는 오래도록 세상에 남을 명작 외에는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눈여겨보니 그런 가게들은 많이 팔리는 물건뿐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손님이 언제 어떤 물건을 찾을지 모르니 두루두루 물건을 들인 것이다. 이를 깨닫고부터 저자는 청탁을 받든 영감이 떠오르든 무식하게 글을 썼다. 많이 쓰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감동적인 일화도 나온다. 1급 장애인인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목발을 짚고 다녔다.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신나게 뛰어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를 지나가던 월부책 장수 아저씨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컸을 때는 분명 머리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 시절이 온다. 책 많이 읽고 공부만 잘하면 돼." 저자는 이 말에 힘을 얻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장도 얻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격려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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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대학 시절에 겪은 일화가 떠올랐다. 방학을 맞아 모 지역의 아동센터로 교육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그중 한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봉사가 뭐예요?" 당시 나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전부 다 '00봉사단'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 아이는 그저 '봉사'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물어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와 봉사자들은 아무도 봉사가 무슨 뜻인지 말할 수 없었다. 봉사가 무슨 뜻인지 말하는 순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나와 봉사자들은 '봉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최 측에 건의했다.)


저자 역시 비슷한 일화로 서문을 연다. 저자는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혐오 표현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이 말을 왜 사용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을 했다. 문제가 된 표현은 '결정 장애'였다. 유행하는 말이니까, 남들도 다 사용하는 말이니까, 괜찮을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썼다가 본의 아니게 '차별주의자'로 몰렸다. 하필 그 자리에는 장애인도 많이 있었다. ​


이 책의 1부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나오고, 2부에는 차별이 숨겨지는 작동원리가 나온다. 마지막 3부에는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관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선량한 차별은 주로 주류 또는 다수자인 사람들의 무지 또는 무관심에서 발생한다. 만약 자신이 비주류 또는 소수자라면 차별과 혐오가 반영된 말 또는 행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만약 자신이 장애인이라면 '결정 장애' 같은 말을 쉽게 쓰지 않을 것이고, 동남아 사람이라면 "요즘 얼굴이 너무 타서 동남아 사람 같아."라는 말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한 사회의 주류 또는 다수자인 사람이 그 사회로부터 벗어나 비주류 또는 소수자가 되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한국 안에서만 살면 '한국인이라서' 차별받는 경험을 할 일이 없다. 외국에 나가면 다르다. 당장 미국이나 유럽에만 가도 '칭챙총' 같은 동양인 혐오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고, 여성이라면 외국인 남성들로부터 '캣콜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여학교) 때 나는 수시 면접을 보러 모 대학(공학)에 갔다가 여자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란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후 나는 여대에 진학했는데, 학점교류 수업을 들으러 온 남학생들이 남자화장실 찾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걸 들으며 그때의 기분을 떠올렸다.


차별하는 사람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차별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 나만 해도 봉사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함부로 사용했고, 지금도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차별 - 예를 들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나 성 정체성, 이민, 난민 등으로 인한 차별 -에 대해서는 온전하게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사회에 차별이 없다거나 차별을 해도 괜찮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고 지금도 차별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진 특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발견한 다음에는 그러한 특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로서는 편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을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불평등'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치고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특권(을 가장한 차별)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 공정과 평등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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