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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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읽고 느꼈던 충격과 감동 그리고 여운을 기억한다. 그 작품으로 김금희 작가는 내가 신간이 나오기를 내내 기다리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고, <복자에게>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서둘러 예약 구매를 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복자에게>를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까. 어쩌면 이렇게 좋을까.' 원래도 흘러넘쳤던 김금희 작가에 대한 '존경과 사랑[敬愛]'의 마음이, 이 작품으로 인해 한 아름 더 커졌다. 


판사인 이영초롱은 재판 도중 욕설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제주로 좌천된다. 사실 제주는 이영초롱과 인연이 없지 않은 곳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남동생은 서울에 사는 숙부에게, 자신은 제주에서 의사로 일하는 고모에게 맡겨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제주라고 해도 본섬이 아니라 본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고고리섬에 도착한 어린 이영초롱은 자신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부모에 대한 원망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 편히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이영초롱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친구가 복자였다. 


중학생 때 서울로 돌아간 후 판사가 되어 다시 제주를 찾은 이영초롱은 우연히 복자와 재회하지만, 과거의 일과 현재의 사정 때문에 무심히 반가워하지 못한다. 대체 오래전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십여 년이 흘러 판사와 원고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원래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영초롱이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과거를 하나씩 하나씩 헤집어 떠올릴 때마다, 나 또한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렸다. 그중에는 복자처럼 한때는 친했고 더없이 가까웠지만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친구와의 추억도 있어서 눈가가 시리기도 했다. 


<복자에게>에는 이영초롱과 복자 외에도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이영초롱의 고모와 이선 고모, 제주 지원 선배 양판사, 절친 홍유 등이다. 이들 개개인은 눈에 띄게 잘 나지도 않고 돈도 없고 힘도 없지만, 그 작은 힘조차 서로 나누고 보태면서 함께 더 멀리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삶이 힘들면 남편이 아니라 바다로 갔다던 제주 해녀들처럼 말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본 적 없는 제주의 섬에서 한 시절을 보낸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영초롱만큼 어렸고 어리석었던 나를 마침내 ‘용인’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복자는 그런 제순이의 눈썹이 일종의 농담 같은 거라고 했다. 그리고 농담은 우리에게 일종의 양말 같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것. (81쪽) 


고모는 마치 우리를 마치 휴게점에 놓인 예쁜 뿔소라 장식이나 종종 빈 화병을 채우기 위해 꺾어오는 들꽃처럼 여겼다. 당연히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히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보듬음이었는지 나는 이후에도 자주 생각했다. (91-2쪽) 


어깨가 아픈 여성 재봉노동자는 작업장에서의 노동으로 어깨 통증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이에 비해 남성 건설노동자가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쉽게 재해 인정이 된다고. (189쪽) 


"이렇듯 가장 거룩한 신앙심도 지나치면 범죄를 낳는다. 해서 어떤 이들은 자비나 관용, 그리고 신앙의 자유란 사실상 기만이라고 냉소하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반문하건대 자비나 관용, 신앙의 자유 자체가 과연 그같은 재앙을 초래한 적이 있었던가?" (볼테르 <관용론> 인용,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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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직장인과 불량 소녀 3
타마키 나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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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느라 2x살이 되도록 연애를 못 해본 남자 회사원이 이웃에 사는 여자 고등학생과 사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스 만화다. 성인과 미성년자가 연애를 한다는 설정은 마음에 안 들지만(남자 주인공도 이것 때문에 사귀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다. 그래도 사귐 -_-;;), 좋아하는 사람에게 덕질하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덕질을 공유하고 싶기도 한, 알쏭달쏭한 남주의 심정이 공감 가서 계속 보게 된다. (TS 원해요) 


3권에서 야마다와 마코토는 덕후들의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코x마x'에 간다. 덕질의 덕 자도 모르는 마코토를 처음부터 초대형 이벤트에 데려가 안절부절못하는 야마다. 다행히 마코토는 "세상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라며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야마다와 마코토가 연인 사이인 줄 모르는(정확히는 '설마' 둘이 사귈 거라고 생각지 못한) 카시와기가 충격 발언을 하는 바람에 둘의 사이가 위험에 빠진다. 과연 야마다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4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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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OP 2 - ~요아케 이타루의 색이 없는 나날~
요네다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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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인 프리랜서 보험조사원 '요아케 이타루'와 타인의 감정을 '색'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년 '쿠로'가 의뢰받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이번 권에서 요아케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미나가와 켄고가 촬영 도중 발생한 화재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에 관해 조사하게 된다. 


요아케는 쿠로를 데리고 다니면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가려내도록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쿠로가 미나가와 감독의 외동딸 미우를 좋아하게 되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다. 쿠로가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동안 요아케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요아케가 극장에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 미나가와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인연이 어지럽게 교차되는 와중에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야 하는 요아케. 과연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깔끔하고 세련된 작화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음 3권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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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와 다리 4
사노 나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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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없는 소노야마 가에 양자로 들어간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소노야마 부부는 자신들이 남자아이 한 명을 입양한 줄 알고 이름을 '히토리(일본어로 '한 명'이라는 뜻)'라고 지어주는데, 사실은 일란성 쌍둥이를 입양했다. 이름도 일본어로 오른쪽을 뜻하는 '미기'와 왼쪽을 뜻하는 '(히)다리'인 소년들은 마치 '한 명(히토리)'인 것처럼 행동하며 소노야마 부부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소년들의 모습이 우습게도 보이고 기괴하게도 보이는 독특한 만화다. 


이번 권에서 쌍둥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지기 전에 엄마와 살았던 이치조 가의 저택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미기가 이치조 가의 아들 에이지에게 잡히는 바람에 굴욕적인 '재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히다리는 이치조 가의 밀실에서 이치조 가의 저택과 오리건 마을의 모습을 축소한 디오라마를 발견한다. 대체 이치조 가의 사람들은 무슨 꿍꿍이속인 걸까. 음산한 분위기의 저택과 소름 끼치도록 실물과 똑같은 디오라마의 모습을 보니 자동적으로 영화 <유전>이 떠올라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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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신데렐라 5 -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아라이 마마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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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에는 약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어른이 처방받은 약을 급하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먹이면 성장 억제로 인한 신장 저하, 체중 증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환자는 약사가 지시한 용량과 용법을 반드시 따라야 하고, 약사 또한 '미움받더라도'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행동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한편 약사 경력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업무에 적응한 아오이가 ‘앞으로 어떤 약사가 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도 나온다. 어릴 때부터 약사가 되고 싶었고, 약대에 들어가 국가고시에 합격해 병원 약사로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은 순조로웠으나, 막상 그토록 염원하던 약사가 되고 보니 약사가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약사의 역할도 다양했다. 


어떤 직업, 어떤 업계든 연차가 쌓이면 장애물이 보이고 새로운 고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아오이 미도리의 모습이 너무 멋있고, 보기만 해도 자극이 된다. 다음 권에서는 아오이 미도리가 정들었던 소아과를 떠나 새롭게 산부인과를 맡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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