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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평점 :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가장 아쉽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여행 아닐까. 일 년에 한두 번 여행하는 게 고작이었던 나조차도 요즘은 입만 열면 "여행 가고 싶다." 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상황이 나아져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실물로 보러 떠나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이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주겠지.
<후회 없이 그림여행>의 저자 엄미정은 대학에서 사회학,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고, 졸업 후 출판사에서 예술서 편집자로 일했다. 이 책은 저자가 흠모하는 화가들이 실제로 거쳐간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물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르는 긴 여정을 꼼꼼히 담았다. 뒤러, 페이메이르, 클림트,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 모네, 고흐, 세잔, 시냐크, 마티스 등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부터 근대의 화가들까지 두루 다뤘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앙귀솔라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1535~1625)는 르네상스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앙귀솔라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림을 배웠고, 스페인의 펠리페 2세 궁정에 초대되어 왕비의 그림 선생으로, 궁정의 초상화가로 일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여성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아르테>가 생각나 찾아보니 <아르테>의 실제 모델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앙귀솔라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지는 카라바조가 거쳤던 모든 곳들이다. 바로크 시대의 회화를 대표하는 카라바조는 생전에 엄청난 명성을 누렸지만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일으킨 인물이다. 때로는 병 때문에, 때로는 추문 때문에, 때로는 사람을 죽여서 아시시에서 로마로, 나폴리로, 시칠리아로 끝 모르고 떠다녀야 했던 카라바조. 그가 남긴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은 유독 풍파가 많았던 그의 인생을 반영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