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라리횬의 손자 애장판 1
시이바시 히로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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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만화의 레전드 <누라리횬의 손자>의 애장판이 출간되었다. <누라리횬의 손자>는 시이바시 히로시의 작품으로, 2008년 <주간 소년 점프>를 통해 연재를 시작해 2012년까지 연재되었다. 점프 계열 만화답게 혈기 왕성한 소년이 일련의 대결과 모험을 통해 성장해가는 스토리 라인을 따르며,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 캐릭터가 다수 등장해 <백귀야행>, <나츠메 우인장> 같은 요괴 만화들과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 누라 리쿠오는 관동 지방의 요괴들을 통솔하는 '누라구미'의 초대 총대장 '누라리횬'의 손자이자 3대째 후계자이다. 피의 4분의 1이 요괴인 리쿠오는 어릴 때만 해도 자신이 요괴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장차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처럼 요괴들을 다스리는 누라구미의 대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요괴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고,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주변 친구들에게 요괴와의 관계를 철저히 가리기에 이른다. 일찍이 리쿠오를 누라구미의 후계자로 점찍은 할아버지와 요괴들은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리쿠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누라구미의 후계자인 리쿠오를 가만히 내버려 둘 요괴들이 아니다. 때로는 학교 안에서, 때로는 학교 밖에서 갑자기 나타나 리쿠오와 주변 친구들을 괴롭히는 요괴들 때문에 리쿠오는 본의 아니게 요괴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숨겨진 힘'을 드러내게 된다. 문제는 요괴의 피를 4분의 1밖에 물려받지 않았기 때문에 각성을 해도 하루의 4분의 1만 지속된다는 것... 평소에는 순진한 중학생으로 지내다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누라구미의 후계자로 '변신'하는 리쿠오의 두 얼굴에 '갭 모에'를 느끼기도 했다 ^^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스케일이 커지면서 액션 요괴 판타지 만화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는 것도 이 만화의 미덕이다. 요괴를 봉인하는 임무를 지닌 음양사 가문(케이카인)의 존재, 본가와 방계 사이의 주도권 다툼 같은 갈등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점점 다채로워진다. 작화 또한 수려한데, 특히 각성 후 리쿠오의 미모가 끝내준다. 평범한 중학생이었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요괴 조직의 수장으로 변신하기에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다(갭 모에22). TV판에서 리쿠오 역을 맡은 성우가 후쿠야마 준인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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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위한 심리학
최승호 지음 / 새로운제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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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선 인간을 '합리적 동물'로 규정하지만, 실제 인간은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당만 떨어져도 성격이 예민해지는 게 인간 아닌가(그러고 보면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 아니라 그냥 '동물'이다). 이 책은 인간이 '합리적 동물'이라는 믿음과 달리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예가 밥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조너선 레바브 교수는 이스라엘 수용소에 수감된 1,000여 명의 수감자 가석방 청원에 대한 판사들의 결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석방 승인 비율이 판사들이 식사를 하기 직전에는 0퍼센트까지 떨어졌다가 식사를 한 직후에는 65퍼센트까지 오른 것을 확인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적 판단이 판사들의 배고픔 또는 포만감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면 계속 선할 것이라고 믿으며, 악하다고 생각하면 계속 악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례가 '평균회귀 현상'이다. '평균회귀 현상'은 말 그대로 평균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선행이나 친절을 베푼 사람은 그 후에 오만이나 경멸 등 비도덕적이거나 불친절한 행위를 하는 빈도가 3퍼센트 증가했다. 쉽게 말해서, 착한 일 하나를 했으니 나쁜 일 하나를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해 계획이 매번 작심삼일에 그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시간이 충분하면 다소 어려워도 재미있는 과제를 선호하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행 가능성이 있는 과제를 선호한다.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에 그치는 걸 막고 싶다면, 상위 계획을 이룰 수 있는 하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다. 가령 '외국어 공부'라는 상위 계획을 이루기 위해 '매일 영단어 10개 외우기' 같은 하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밖에도 좋은 팁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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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 관용·동시대성·결핍·대이동·유일신·개방성·해방성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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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문 와세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이 학업 성적이나 어학 실력에 비해 교양 면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글로벌스탠더드로서의 교양이란 '고전'과 '세계사'이다. 그중에서도 세계사는 자국의 역사는 물론 현실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교양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면, 당장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 위주로 배우는 것도 괜찮다. 이를테면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의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식이다. 참고로 저자는 로마가 엄청난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로 '관용'을 든다. 예컨대 로마는 속주에 라틴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속주의 종교와 문화, 관습 등을 인정했다. 반대로 속주에 라틴어 사용을 강제하고 속주의 종교와 문화, 관습을 억압하기 시작했을 때, 로마는 쇠퇴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비슷한 성격의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한과 로마다. 기원전 202년 로마는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해 제국의 초석을 다졌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항우와 유방이 마지막 결전인 해하전투를 벌였고, 이 전투에서 승리한 유방은 훗날 한 제국을 세웠다. 비슷한 성격의 두 사건이 같은 해에 일어난 것은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다 보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역사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난민 유입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민족 대이동이 일으킬 수 있는 변화를 든다. 일례로 16세기까지 네덜란드의 국교는 가톨릭이었다. 하지만 종교 혁명의 여파로 프로테스탄트 중에서도 칼뱅파가 네덜란드로 대거 밀려들면서 가톨릭과 칼뱅파 인구 비례가 역전되었고,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칼뱅파 국가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난민 유입에 의해 종교가 바뀌거나 인구 구성이 바뀌면 사회 문화와 관습, 제도 등이 차례로 바뀔 것이다. 세계사를 배우면 이런 안목을 갖추기가 한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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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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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사태로 인해 가장 아쉽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여행 아닐까. 일 년에 한두 번 여행하는 게 고작이었던 나조차도 요즘은 입만 열면 "여행 가고 싶다." 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상황이 나아져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실물로 보러 떠나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이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주겠지. 


<후회 없이 그림여행>의 저자 엄미정은 대학에서 사회학,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고, 졸업 후 출판사에서 예술서 편집자로 일했다. 이 책은 저자가 흠모하는 화가들이 실제로 거쳐간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물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르는 긴 여정을 꼼꼼히 담았다. 뒤러, 페이메이르, 클림트,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 모네, 고흐, 세잔, 시냐크, 마티스 등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부터 근대의 화가들까지 두루 다뤘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앙귀솔라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1535~1625)는 르네상스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앙귀솔라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림을 배웠고, 스페인의 펠리페 2세 궁정에 초대되어 왕비의 그림 선생으로, 궁정의 초상화가로 일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여성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아르테>가 생각나 찾아보니 <아르테>의 실제 모델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앙귀솔라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지는 카라바조가 거쳤던 모든 곳들이다. 바로크 시대의 회화를 대표하는 카라바조는 생전에 엄청난 명성을 누렸지만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이 일으킨 인물이다. 때로는 병 때문에, 때로는 추문 때문에, 때로는 사람을 죽여서 아시시에서 로마로, 나폴리로, 시칠리아로 끝 모르고 떠다녀야 했던 카라바조. 그가 남긴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은 유독 풍파가 많았던 그의 인생을 반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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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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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몰랐던 역사를 알아간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를 읽으며 나는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역사의 어두운 한 페이지를 알게 되었다. <숨그네>는 1945년 소련이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로 인해 루마니아에 살던 17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이들 중에는 헤르타 뮐러의 어머니와 레오폴드의 모델인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가 있었다. 


<숨그네>의 배경은 1945년의 루마니아. 17세 소년 레오폴드는 어느 날 갑자기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이때부터 시작된 고강도의 노동과 극한의 굶주림.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었지만, 레오폴드는 집을 떠나기 직전 할머니가 해준 "너는 돌아올 거야."라는 말을 부적처럼 여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제목인 <숨그네>는 허공을 떠도는 그네처럼 삶과 죽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의 존재를 의미한다. 수용자들은 내일도 이렇게 굶주린 채로 일할 바에는 오늘 죽는 게 낫겠다고 한탄하지만, 막상 그들 중 누군가가 죽으면 시체의 옷을 챙기고 그의 몫으로 예정된 빵을 탐낸다. 그렇게 동료가 버린 삶으로 하루를 번다. 


현실이 아무리 비참해도 언젠가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레오폴드에게 가장 큰 시련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에 있는 레오폴드의 가족들이다. 레오폴드가 집을 비운 동안 가족들이 '새 식구'를 맞이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자, 레오폴드는 돌아갈 곳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수용소에서 풀려난다 한들, 수용소 밖의 사람들은 수용소에서의 일에 관심도 없고 알아도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회의를 품는다. 실제로 독일계 루마니아인들이 소련으로 강제 이송된 일은 <숨그네>가 발표되기 전까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무지와 무관심도 절망의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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