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이야기 3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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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배경은 도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1964년의 도쿄다. 열일곱 살이 된 아사는 키누요 아주머니의 집에서 동생 세 명과 함께 산다. 학교 친구들은 텔레비전 드라마나 아이돌 이야기에 푹 빠져 있지만, 아사의 관심은 비행기와 몇 년 전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생명체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쏠려 있다. 


2권에서 아사는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아저씨의 옛날 지인으로부터 도쿄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괴생명체의 출현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저씨는 자위대도 어떻게 못 하는 괴생명체를 열일곱 살 여자아이인 아사와 한쪽 팔을 못 쓰는 자신이 어떻게 막느냐며 부탁을 거절하려 했지만, 아사는 어떻게든 괴생명체를 직접 보고 싶다며 부탁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결국 아저씨는 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해달라고 부탁한다(복선?).


1권을 읽었을 때는 배경이나 소재가 기존의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전작들의 그림자를 많이 느낀다. 가령 씩씩하고 영리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해피>나 <야와라> 같은 작품과 유사하고, 쇼와 시대의 일본이 배경이고 국가적 대형 이벤트를 주요 소재로 삼은 점은 <20세기 소년>과 겹친다(1970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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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이야기 2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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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연재 중에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인애플 아미>도 <마스터 키튼>도 <몬스터>도 <20세기 소년>도 전부 연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읽었다. 


신작 <아사 이야기>는 아침에 태어나서 '아사(일본어로 아침을 뜻한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1권에서 아사는 동생을 낳느라 진통이 한창인 엄마를 위해 산부인과 병원으로 달려가다 괴한에게 납치를 당했다. 영리한 아사가 괴한을 잘 설득해 무사히 밤을 보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사이 마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주변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아사는 전쟁 때 전투기 조종사였던 괴한(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찾으러 나선다. 


2권에서 아사는 아저씨가 운전하는 비행기를 타고 가족들을 찾는 중이다. 다행히 남동생 신로쿠와 여동생 하즈키, 새로 태어난 아기까지 발견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한창 비행 중에 아저씨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아저씨 대신 비행기를 운전하게 된 아사. 그런 아사에게 새로운 꿈이 생긴다. 오늘 처음 운전해본 이 비행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후 아사는 열일곱 살이 되고, 늠름한 비행사의 모습으로 재등장한다. 그리고 몇 년 전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가족들을 행방불명 상태로 만든 재난의 중심에 어떤 괴생명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갈까. 1권만 읽었을 때는 NHK 아침 드라마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괴생명체의 등장부터는 우라사와 나오키 답다는 생각이 든다. 정발 속도가 빨라서 어제 3권도 마저 구입해 읽었다. 어서 4권도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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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6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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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유로 인해 4권부터 작가가 바뀌기는 했어도 새로운 작가의 필력이 나쁘지 않아서 즐겁게 읽었는데 6권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일단 4, 5권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는데 6권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그렇다. 작가가 원작자가 아니라서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서사를 새로 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인 6권에서도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조연처럼 느껴지는 건 아쉬웠다.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성애적 관계로 묘사하는 것도 싫지만, 매 권마다 미카엘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사귀는 것도 싫다. 제임스 본드도 아니고...)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그나마 만족했을 텐데 이 또한 영 흥미롭지가 않았다. 가짜 뉴스, 외국인 혐오주의, 에베레스트 등반의 상업화 등의 소재를 건드린 점은 좋았지만 이중간첩 이야기로 흘러가는 전개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남자들 간의 권력 다툼과 지위 싸움을 위해 여자가 희생되고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애초에 <밀레니엄> 시리즈는 여성은 전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무력과 지성으로 무장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복수와 활약을 보는 것이 목적인데, 어쩌다 이런 식으로 끝이 난 걸까. 여러모로 아쉽다. 


+ 소설을 읽을 때는 생각 못 했는데, 다 읽고서 생각해 보니 리스베트가 미카엘한테 존댓말 하는 게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다. 리스베트는 누구한테도 존댓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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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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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봤자 시체가 되겠지만>을 쓴 미국의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의 신간이다. 전작에서 미국의 장례 문화를 소개한 저자는 이번 신작에서 미국을 떠나 인도네시아, 멕시코, 스페인, 일본, 볼리비아 등 여러 나라의 장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낀 바를 소개한다.


저자는 고도로 자본화, 현대화된 미국의 장례 절차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장례 절차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시체를 방부처리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화학 물질이 너무 많이 주입되고, 죽은 자와 산 자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서 죽은 자를 애도하고 산 자를 위로하는 장례의 본래 기능을 적절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저자는 '장례 여행'을 계획했다. 책에는 각 나라의 장례 문화가 자세히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마네네' 의식, 멕시코의 '미초아칸', 스페인의 '알티마 장의사', 일본의 '고쓰아게', 볼리비아의 '냐티타' 등 용어만 보면 생소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 내용을 보면 시체를 꺼내서 씻긴다거나(마네네) 두개골을 집에 모셔놓고 소원을 비는(냐티타) 등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뜨악한 것도 있다. 


하지만 장례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의식에도 나름의 이유와 효용이 있다. 특히 멕시코의 미초아칸(망자의 날) 같은 의식은 장례가 끝난 후에도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이 날만큼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일본의 고츠아게 역시 화장하고 남은 뼈를 유가족이 직접 수습함으로써 죽은 사람을 끝까지 보살피고 책임졌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필요한 절차일 수 있다.


저자는 각 나라의 장례 문화를 살핌과 동시에 죽음과 관련해 어떤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예전에는 시신을 돌보는 일이 주로 여성에게 맡겨졌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에 시신 돌봄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고, 시신 돌봄은 보수를 두둑이 받는 남자들이 하는 '직업'이자 '기술', 심지어 '과학'으로 바뀌었다. 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가톨릭을 믿지만 민속 신앙이 혼재하며 이를 주관하는 무당은 대다수가 여성이다. 이는 여성들이 "가톨릭 교회 내에서 권력과 자원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나아가 저자는 자연장, 풍장에 주목한다. "나는 인생의 30년을 짐승의 살을 먹으며 보냈다. 그런데 내가 죽고 나서 그 짐승들이 반대로 나를 먹는 것은 왜 안 된다는 말인가? 나도 하나의 짐승 아닌가?" (221쪽)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인간의 시체를 보는 것도 두려워하는 내가 동물의 시체(고기)를 먹는 것은 온당할까. 이런 모순적인 삶을 모순적인 죽음으로 마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질문이 남는다.



내가 일하면서 부딪히는 주요한 질문 중 하나는, 어째서 내가 속한 문화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꺼리는가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죽으면 시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그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일까? 죽음을 피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우리는 필연적인 종말에 대한 대화를 피함으로써, 재정 상황과 죽음을 애도하는 능력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16쪽)


"여성의 몸은 생식기든, 섹슈얼리티든, 몸무게든, 옷 입는 방식이든 종종 남성의 시선 하에 놓인다. 몸이 엉망으로 일그러지고 혼돈스러워지고 야생의 것이 되어 해체되었을 때만 찾아지는 자유가 있다. 나는 앞으로 내 시신이 어떻게 될지 시각적으로 이미지를 그려보는 게 참 좋다." (135쪽)


"20세기 초반에 시신 돌봄이 하나의 산업이 되었을 때, 죽은 사람을 누가 맡아 돌볼 것인가에 대해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었다. 시신 돌보는 일이 여자들이 하던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일에서 보수를 두둑이 받는 남자들이 하는 '직업'이자 '기술', 심지어 '과학'으로까지 바뀐 것이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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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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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 책을 쓴 조던 피터슨은 유례 없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1월에는 딸 미카엘라가 인공 발목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고, 3월에는 아내 태미가 신장암 진단을 받고 힘든 수술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저자의 우울증이 도져서 지독한 불안과 수면 과잉 상태에 시달렸고 종국에는 항우울제 금단 증상 전문 병원에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초에는 폐렴에 걸려서 또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한동안 의학적 혼수상태에 놓여 있다가 깨어난 후에는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이후 무사히 미국에 돌아왔으나 이번에는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팬데믹이 발생했다. 


저자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전부터 간직해 온 용기와 인내, 가족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덕분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독자들 개개인이 마주하고 있는 혼돈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또한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 자세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저자는 혼돈에 반대되는 개념인 질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질서란 잘 통제된,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하게 통제된 상태란 없고, 오히려 완벽하게 통제된 상태일수록 맹목적이고 흉포한 상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혼돈과 완벽한 질서 모두를 거부하고 적절한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길로 저자는 다음의 12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3.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마라. 

4. 남들이 책임을 방기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제목만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6번째 장 '이데올로기를 버려라'에서 저자는 "보수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종 및 젠더 사상, 포스트모더니즘 환경주의 등의 각종 '주의ism'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맹신이나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약자,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는 지양하는 것이 맞지만, 일제강점기 같은 식민 통치 하에서 피지배 국민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페미니즘이 일부 선량한 남성들을 가해자 취급한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일부 선량한 백인들을 가해자 취급하는 흑인 인권 운동도 잘못인가. 


이 밖에도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 많은 책이었지만, 저자의 직업이 심리학자임을 감안하면 왜 이런 책을 썼는지 알 것도 같다. 일례로 저자는 어릴 때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저자는 내담자에게 과거의 기억을 자세히 떠올려보라고 주문한 뒤, 그때는 내담자도 어렸지만 사촌 오빠 또한 어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이제 내담자는 충분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더는 그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위로해 준다. 이는 아마도 오랫동안 큰 고통을 받아온 내담자에게는 위안이 되고 나아가서는 치유가 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성폭행과 이에 대한 처벌이 바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저자(심리학자)의 처방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과연 사회 전체에도 그러할까. 심리학 이론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저자가 그토록 경계하는 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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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28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부터 한 30페이지쯤 읽었는데 어마무시한 판매지수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키치님께서 마지막에 던져주신 질문 품으며 나머지도 읽어볼게요^^ 이분 동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았는데, 건강이 안 좋다고는 싶었어도 이정도일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