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1920년 데뷔작.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에 비하면 재미가 덜한 편이었지만, 자산가의 죽음, 불완전한 유언장, 유족들의 갈등, 약물을 이용한 살인, 전쟁의 상흔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 대부분 나온다는 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가 데뷔 때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송환된 헤이스팅스가 지인인 존 캐번디시의 소개로 존의 양어머니 잉글소프 부인이 소유한 스타일스 저택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잉글소프 부인의 가족으로는 전남편(캐번디시) 소생의 두 양아들 존과 로렌스, 20살 연하의 현남편(잉글소프), 존의 아내 메리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잉글소프 부인의 심부름꾼이자 말동무인 에벌린 하워드, 잉글소프 부인이 보호하는 고아 아가씨 신시아 머독 등이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잉글소프 부인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사인은 스트리크닌이라는 약물 중독으로 밝혀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헤이스팅스는 때마침 근처에 와 있는 친구 푸아로를 부른다. 바로 이 장면이 애거서 크리스티를 대표하는 탐정 캐릭터 푸아로가 최초로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푸아로가 커플 메이커 역할을 하고, 전부터 내심 여성 캐릭터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헤이스팅스가 실망하는 설정도 이 작품에 이미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가 애장하고 있는 수백 벌의 티셔츠 중에 아끼는 것이나 특이한 것을 엄선해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다. 무슨 티셔츠를 '수백 벌'이나 가지고 있나 싶지만, 저자에 따르면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인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작가로서 북토크나 행사에 참석하면 홍보용 티셔츠를 받기도 하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완주 기념 티셔츠를 받기도 하고, 여행 가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기도 하고... 


그렇게 모인 티셔츠들을 열여덟 개의 테마로 분류해 이렇게 책까지 쓰다니. 비용 대비 편익이 대단하다. 심지어 'TONY TAKITANI' 티셔츠는 마우이 섬 시골 마을의 자선 매장에서 1달러 정도에 구입해 '토니 타키타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써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으니 가성비 최고!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된 후 티셔츠의 주인공 토니 타키타니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야기도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
요시모토 바나나.타이라 아이린 지음, 김난주 옮김 / 판미동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님이 씨네21 김혜리 기자님이 진행하는 팟빵 매거진 <조용한 생활>에 출연해 명상에 관해 이야기하신 것을 들었다. 김보라 감독님이 오랫동안 명상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마음 건강은 물론 인간관계,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직접 명상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호오포노포노 강연 활동가 타이라 아이린의 대담집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 호오포노포노란 하와이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문제 해결법으로, 과거의 기억과 화해함으로써 자신을 정화(cleaning)하고 치유를 얻는 행위를 의미한다. 


호오포노포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우니히피리'라고 불리는 '이너 차일드(inner child), 즉 내면아이가 있다.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은 모두 이러한 우니히피리가 보관하고 있는 기억에 따른 것으로,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에 상처 입고 분노를 느끼는지 등은 물론 가족과의 관계, 돈과의 관계, 직업, 이상형 모두 우니히피리가 저장해 놓은 방대한 기억이 재생되어 나타나는 결과로 본다. 


호오포노포노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억을 정화함으로써 주위의 압박이나 막연한 동경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원래 주어진 '청사진' 대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릿속을 어지럽히거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같은 말을 의식적으로 되뇌며 내면의 평정을 유지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 책 외에도 호오포노포노 관련 서적이 국내에 다수 출간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추성훈의 아내로 잘 알려져 있는 일본 모델 야노 시호도 호오포노포노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호오포노포노도 명상 수련도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앞으로 꾸준히 배우고 실천하면서 구체적인 효과를 체험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례식을 마치고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9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 마니아를 자처하면서 정작 추리소설의 대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도 많이 읽지 못한 게 부끄러워 뒤늦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들을 구입해 읽고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은 황금가지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총 열 권 중 한 권으로, 부모로부터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갑부이자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장남이기도 한 리처드 애버네티의 유언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뭐니 뭐니 해도 결말이다. 결말 전까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느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를 따른다. 한 사람이 죽고, 그가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유족들 간에 갈등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죽은 자의 사인이 자연사가 아니라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오고, 공교롭게도 이 사람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서 의혹이 더욱 깊어진다. 결국 푸아로 탐정이 등장해 범인을 찾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 작품은 범인을 잡아도 잡은 것 같지 않은 찜찜함이 남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전 작품들 중에 비슷한 작품이 있었던가. 없다면, 이 작품이 왜 50년대 황금기의 걸작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 갈 수 있도록 '일기(日記)'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라는 '작가의 말' 속 문장을 읽고 참 황정은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독자를 '낚는' 제목을 짓기보다, 이 책을 원했고 이 책이 꼭 필요한 독자에게 정확하게 도착할 가능성이 높은 제목을 짓는 성실함, 엄정함... 이런 면이 황정은 작가의 매력이고 미덕이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책을 펼치면 과연 <일기>라는 제목 그대로 '어떤 날들의 기록'이거나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으로 읽힐 만한 글들이 이어진다. 팬데믹 이전과 이후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평소에 어떤 식으로 글을 읽고 책을 읽는지, 주로 누구와 만나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등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그러다 틈틈이 등장하는 세월호 사건, 용산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직장 내 갑질, 가정 폭력 등의 이야기를 읽으면, 역시 황정은 작가는 고요하고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에도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 역사의 이면에 대한 관심을 놓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이토록 깊고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고통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가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더욱 궁금해지고.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흔>이다. 나도 살면서 성인 남성에게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한 적이 몇 번인가 있는데, 어릴 때 그것도 가까운 친족에게 이 글에 묘사된 것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니 황정은 작가님이 왜 최은미 작가님의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의 추천사를 썼는지 알 것 같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성 작가들이 글로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이런 범죄가 완전히 사라져서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