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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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를 아십니까? 저는 십여 년 전에 애니메이션 <빙과>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소설 <빙과>를 읽은 것이 요네자와 호노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빙과>로 시작되는 고전부 시리즈를 모두 읽고, 고전부 시리즈와 비슷한 소시민 시리즈도 모두 읽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장편 소설들도 거의 다 구입해 읽었습니다. 신작이 뜸한 요즘은 예전만큼 열성적으로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을 읽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의 신작 소식이 들리면 예약 구매를 할 정도의 애정은 있습니다. 


이 책도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는데 읽은 건 최근입니다. 이 책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대표작인 고전부 시리즈의 출간 15주년을 기념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는 물론이고 신작 단편과 기타무라 가오루, 온다 리쿠, 아야쓰지 유키토, 오사키 고즈에 등 동료 미스터리 작가들과의 대담 등이 실려 있습니다. 고전부 멤버 네 사람의 (가상) 책장 대공개, 작업실 구경(2017년 버전), 고전부 사전 등 팬 서비스 코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요네자와 호노부 강연록 <이야기의 원천>이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와 온다 리쿠의 대담에서 온다 리쿠가 "본격 미스터리는 (일본) 전통 예능"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다 리쿠의 말대로 두 장르 모두 "모방을 바탕으로 창조하는 풍습"이 있으니까요. 고전부 시리즈는 '와이더닛' 요소가 생략되어 있는 것 같다는 독자의 지적도 예리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는 좌우명이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인 만큼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런 호타로가 일상에서 일어난 수수께끼를 해결하려 들 때는 일단 자기 자신부터 설득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야기의 원천>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요네자와 호노부가 이야기에 관해 들려준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대학 졸업 후부터 작가 데뷔 전까지 고향의 서점에서 일했습니다. 이때 그는 손님 중에 열 명 중 한 명도 소설이나 만화를 사지 않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연 이야기는 쌀 한 톨, 못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므로 도움이 안 되고 필요 없는 걸까요. 소설이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고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걸까요.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며 자세한 사연을 들려줍니다. 그 사연이 저의 사연과도 비슷해서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가 전보다 더 좋아진 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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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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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노자(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듣고 구입했어요! 영노자 듣고 <우리들>, <우리집> 연달아서 보고 이 책 읽으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감독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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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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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윤가은 감독님만을 생각하면서 보냈다. 무슨 말이냐면, 토요일에는 밀린 영노자(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윤가은 감독님 편을 들었고, 일요일에는 윤가은 감독님의 대표작인 두 영화 <우리들>과 <우리집>은 연달아 보았으며, 곧바로 윤가은 감독님의 산문집 <호호호>를 읽기 시작해 오늘(월요일) 오전에 읽기를 마쳤다. 그러니 윤가은 감독님만 생각하면서 연속 사흘을 보냈다고 할밖에... 


<호호호>는 윤가은 감독님이 그동안 좋아했거나 현재도 좋아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쓴 산문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감독님이 좋아하는 것들 중에는 꽃도 있고, 노래방도 있고, 빵도 있고, 옛날 만화도 있고, 추억의 문구와 장난감들도 있고, 미국 드라마도 있다. 물론 여름도 있고, 어린이들도 있고, 영화도 있다(윤가은 감독님 하면 떠오르는 것들!). 예상외로 걷기도 있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발에 물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니. 감독님께 잘 걷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진심입니다.) 


어릴 때 피아노와 미술을 좋아했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고, 공부는 잘했지만 좋아하지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다 영화를 만나 서른 넘어 영화 학교에 입학, 어느덧 십 년 넘게 영화를 만들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다가 상처받고, 잘하는 것을 좋아하려고 애쓰다가 고꾸라지면서 어영부영 그럭저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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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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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을까. 팬데믹으로 인해 마스크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날들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이제라도 환경 파괴의 속도를 멈춰보겠다며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일회용품을 흥청망청 사용하고 육식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환경과 사회, 경제 발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각종 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팠을 때, 마침 눈에 띈 소설이 박소영 장편소설 <스노볼>이었다. <스노볼>은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문명이 멸망한 후 평균 기온이 41도인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지구가 배경이다. 인류의 다수가 혹한기의 지역에서 평생 노동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선택받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돔으로 둘러쳐져 있어 항상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는 '스노볼'에서 살 수 있다.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액터' 아니면 '디렉터'로, '액터'인 사람들의 일상은 매일 매 순간 촬영되고 '디렉터'에 의해 드라마로 제작되어 바깥세상에 송출된다. 


주인공 '전초밤'은 스노볼의 바깥세상에서 인력 발전소 노동자로 살아온 부모 슬하에서 쌍둥이 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졸업 후 부모님을 따라서 인력 발전소 노동자가 되었지만, 언젠가 스노볼의 '디렉터'가 되어 자기만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밤에게 스노볼의 스타 디렉터 '차설'이 찾아온다. 차설은 스노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터인 '고해리'가 죽었는데 고해리와 초밤이 매우 닮았다며 고해리의 대역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초밤은 고민 끝에 차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무도 모르게 스노볼 안으로 들어간다. 


소설 초반에 인력 발전소 노동자로 살아가는 초밤의 일상이 펼쳐질 때만 해도 이 소설이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노볼의 존재가 드러나고, 스노볼 안과 밖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고부터는 이 소설이 예상외로 매우 현실 반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노볼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대가로 일거수일투족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삶을 사는 액터들은 오늘날의 연예인 및 셀러브리티들과 비슷하다. 그들이 나오는 드라마, 예능을 보면서 그들이 먹고 입을 것들을 생산하다 늙어죽는 노동자들은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과 비슷하다. 


스노볼 안으로 들어간 초밤이 고해리인 척하면서 알게 되는 스노볼의 실체는 더욱 복잡하고 상상을 초월한다. 실체를 마주한 초밤이 현실에 순응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연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여성인 것도 좋았다.) 설정이 워낙 매력적이고 신선해서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쉬웠는데, 작년 말에 후속편에 해당하는 2권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주문했다. 설정이 약간 비슷하지만(제목도) 작품의 결은 많이 다르다는 조예은 작가님의 소설 <스노볼 드라이브>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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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 미용실
고히나타 마루코 지음, 김진희 옮김, 사쿠라이 미나 원작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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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기자 시호는 여자 교도소에 잠입해 특종을 잡아오라는 상사의 명령을 받는다. 출장이 결정된 날은 하필이면 남자친구의 생일. 무거운 마음으로 여자 교도소를 찾은 시호는 교도소 안에 복역 중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수감자가 일반인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실이 있다는 걸 알고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한다.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긴다는 게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일단 가위질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불안이 사라지고 시호의 머릿속은 다른 일로 가득 찬다. 


배경이 여자 교도소라서 자극적인 내용을 상상할 법한데 그렇지 않다. '아오조라 미용실'을 취재하러 온 주간지 기자 시호를 비롯해 교도관 스가이, 단골손님 기미코, 하루의 친언니 나쓰 등 재소자이면서 아오조라 미용실 유일의 미용사인 하루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하는 여성, 아픈 여성, 나이 든 여성, 임신한 여성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로부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이 만화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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