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과 미오의 예술기행 - 카프리초스에서 앨범까지
이경희 지음 / Spanner Studio(스패너스튜디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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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방람푸에서 여섯날>을 읽고 팬이 된 이경희 작가의 책이다. 처음 책을 샀을 때 가격에 비해 사양이 너무 좋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드커버 양장본인 데다가 사이즈도 일반 단행본에 비해 훨씬 크고, 심지어 형식은 그래픽 노블. 내용도 알차고, 이경희 작가님 그림 좋은 거 말해 뭐해... 근데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정가가 겨우 15,000원!!! 인터넷 서점에서 10퍼센트 할인받으면 13,500원!!! 여러분 이 책 사세요... 두 권 사서 한 권은 친구한테 선물하세요...! (=나)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인 미오(이경희 작가)와 만화가, 화가인 하울은 8년 차 부부다.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릴 텐데도 그림에 대한 갈증이 컸던 두 사람은, '그림만 실컷 보고 오는 여행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프랑스 파리를 떠올렸다. 파리에는 부부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도 많고, 프랑스가 만화로 유명한 만큼 만화 서점이나 사람들이 만화를 즐기는 방식을 볼 수 있는 장소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2015년 가을과 2017년 여름, 두 번에 걸쳐 파리를 여행했다. 일정의 최우선은 당연히 그림이었다. 프티 팔레에서는 고야를 비롯한 낭만주의 화가들의 판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감상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인상주의 이전부터 인상주의, 인상주의 후기의 미술 작품들을 보았다. 퐁피두 센터 현대 미술관에서는 20세기의 현대 미술 작가들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만났다.


2015년 파리 여행 중에는 만화가 출판 시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만화 강국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들렀다. 르네 마그리트 뮤지엄과 만화 서점, 벨기에 만화 센터, 캐릭터 피규어 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파리에도 적지 않은 수의 만화 전문 서점이 있다. 참고로 프랑스어권에서는 만화를 '방드 데시네(Band Dessinee)'라고 부르며, 줄여서 '베데(BD)'라고 말한다. BD 문화권에서 출판되는 단행본 형태의 책은 '앨범(Album)'이라고 부른다. 


그림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저자 부부처럼 그림만 실컷 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프랑스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벨기에도 만화 강국이라고 하니 언젠가 프랑스와 벨기에 모두 가보고 싶다(그전까지 프랑스어 공부에 진척이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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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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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녁 열 시에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열한 시쯤에 자는데, 어제는 이 책을 읽다가 열한 시, 열두 시를 넘기고 결국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만큼 초반부터 훅 빨려 들었고, 읽는 도중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으며, 모든 인물들의 결말을 알기 전까지는 책장을 덮고 싶지 않았던 책이다. 


이 책은 화자인 '나'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에서 상담 전문가로 일하는 '나'는 텔레비전 출연을 계기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1004'로부터 연락을 받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때는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었던 2002년 여름. 지방 도시 D에서도 대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학군인 수성구의 중학생 '나'는 하루빨리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 목표다. 대부분의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까운 친구는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해서다. 


매일 학교와 학원만 오가고, 친구는 많지만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는 없었던 '나'. 그런 '나'의 앞에 동갑인 소년 '윤도'가 나타난다. 독서실 옆자리에 앉는 윤도에게 첫눈에 반한 '나'는, 그해 여름 윤도와 함께 동네 수영장과 '오래방(오락실 노래방)'을 다니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나중에는 윤도네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컨테이너를 아지트로 삼기도 하고, 싸이월드에 둘만의 다이어리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윤도에게 느끼는 감정이 윤도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과 일치하는지, 쉽게 말해 둘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인지 연인인지 헷갈리는(혹은 확신할 수 없는)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나'는 윤도와의 사랑을 키우는 한편으로 '무늬'라는 여학생과 친해진다. 워낙 자주 붙어 다녀서 커플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나'와 여자를 좋아하는 무늬는 둘도 없는 친구일 뿐이다. 무늬 덕분에 '나'는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또래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만화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자신보다 훨씬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무늬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사는 것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이 소설은 주인공 '나'와 주변 인물들의 서사 자체도 재미있지만,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음악과 만화, 영화, 잡지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절의 한국 사회 분위기와 교육 문제(입시 경쟁, 학교 폭력 등)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나를 비롯해) 이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옛 기억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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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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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서평 전문지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이하 서리북)를 구독하고 있다. 서리북 덕분에 좋은 필자들을 여럿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쓴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박훈이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박훈 교수가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 (몇 해 전에 읽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박훈 교수가 번역한 걸 뒤늦게 알고 반가웠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일본의 역사를 바꾸고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유신 전후를 다룬다. 메이지유신의 결과 약 270년 동안 지속되었던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일왕 중심의 메이지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이후 일본에선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이 정권의 주역으로 떠올랐으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이들은 조선 침략과 한일병합, 식민통치를 이끌었다. 


저자는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던 네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네 인물은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다. 요시다 쇼인은 메이지유신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스승 같은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쇄국정책이 시행되었던 도쿠가와 막부 말기에 해외의 사상과 문물에 관심을 가졌고, 유학뿐 아니라 병학에도 능통해 해군 육성을 재촉했으며, 신분과 지역의 구분을 넘어서는 협력을 제안했다(초망굴기론).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2010년 방영된 후쿠야마 마사하루 주연 NHK 드라마 <료마전>을 비롯해 메이지유신 전후가 배경인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에 반드시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의 대기업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존경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관습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국제적인 마인드, 이웃나라들과 반목하지 않고 협력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은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요시다 쇼인과 사카모토 료마가 메이지유신의 기틀을 다졌다면,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는 메이지유신을 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는 둘 다 '유신삼걸'로 불리지만 리더십이나 스타일이 매우 달랐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최후의 사무라이'라고 불릴 만큼 완고한 캐릭터였다면, 오쿠보 도시미치는 유연하고 현실적이었다. 이들과 함께 유신삼걸로 불린 또 다른 인물, 기도 다카요시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 다룬다고 한다. 그 책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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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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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시리즈물 중에서는 고전부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고 소시민 시리즈는 그다음이다. 둘 다 학원 청춘 미스터리 시리즈로, 소시민 시리즈는 고전부 4인방 중에서 호타로와 에루만 남기고 둘의 이름을 고바토와 오사나이로 바꾼 느낌이다. 고전부 시리즈에는 없었던 '디저트'라는 설정을 더한 점이 특색이랄까...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는 <봄철 한정 타르트 사건>,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본편이 아닌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책이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는 본편 못지않다.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뉴욕 치즈 케이크 수수께끼>, <베를린 튀김빵 수수께끼>, <피렌체 슈크림 수수께끼> 이렇게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베를린 튀김빵 수수께끼>가 내용도 재미있고 구성도 기발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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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 1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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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어, 너에게>를 그린 와야마 야마 작가의 신작이라 읽었는데, 여고가 배경이다 보니 속절없이 나의 여고 시절이 떠올라서 그립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여고에 대한 고증이 잘 되어 있다는 것. 여고 졸업생으로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다리 벌리고 과자를 먹는 모습이라든가, 갑자기 나타난 개 한 마리에도 열광하는 모습 등이 어쩌면 이리 친근한지. 학생들 대부분은 남교사에게 관심이 없지만, 아무리 별로인 남교사라도 전교에 한두 명은 팬이 있는 것도 찐이다. 수업 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 그리는 애, 거울 보는 애. 이런 애들도 반마다 꼭 있음 ㅋㅋㅋ 


두 번째 생각은, 실제로 여고에는 호시 선생님처럼 외모가 준수하고 성격도 괜찮은 남교사가 없다는 것(이건 여고뿐 아니라 다른 곳도...). 내가 만났던 남교사들은 대체로 폭력적이거나 성희롱을 일삼던 사람들이라, 현실에선 호시 선생님은커녕 고바야시 선생님 정도만 되어도 엄청 인기 많을 것 같다. 정작 고바야시 선생님은 호시 선생님과의 티키타카에 빠져 학생들에게는 별 관심 없어 보이지만 ㅋㅋㅋ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호시 선생님에 대한 고바야시 선생님의 독점욕을 느낀 건 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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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4-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만화책이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키치님 덕문에 떠올랐어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