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9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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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 재미있다.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앞의 내용이 가물가물했지만(대체 왜 진시가 화상을 입었더라... 아무래도 8권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9권이 지난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이라서 큰 무리 없이 읽었다. 


8권의 끝에서 화상을 입은 진시를 치료하기 위해, 마오마오는 비밀리에 진시의 처소를 드나들며 상처를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식 의관이 아니라 의관 보조 관녀 신분인 마오마오로서는 화상 치료를 완벽하게 해내기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그러자 진시는 조만간 함께 서도에 가게 될 테니 그때를 위해 마오마오가 의관 수업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마오마오는 다시 한번 리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진시의 상처를 봐줄 사람은 자신뿐이기도 하고, 여자가 의관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수락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마오마오의 의관 수업과 서도 행(行) 준비, 그리고 서도 행. 지난번과 다르게 육로가 아닌 해로를 통해 이동하는 거라서, 장면을 묘사하는 방식도 다르고 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도 조금씩 다르다. 로맨스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로맨스 장면이 없지는 않은데, 아무리 봐도 진시보다 마오마오가 우위인 것 같은 건 나만의 착각일까(이게 바로 여공남수?). 10권은 이미 나왔으니 얼른 읽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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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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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꾸준히 읽어왔지만, 북클럽에 가입해 읽어본 경험은 없다. 대학 시절 생활도서관이라는 일종의 독서 모임에 속해 있었지만, 다 같이 일정 기간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기보다는 생활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책에 관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에 가까웠다. 그래서 북클럽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늘 낯설고 궁금하다. 대체 북클럽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 작가 그래디 헨드릭스의 소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을 읽은 것도, 어쩌면 북클럽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서였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냥 북클럽이 아니라 '호러' 북클럽이다. 이 북클럽의 멤버들은 왜 하필 호러 소설을 읽는 북클럽을 하게 된 걸까. 이들이 읽는 호러 소설은 어떤 작품들일까. 





시작은 이렇다. 1990년대 미국 남부 찰스턴의 올드 빌리지. 주민의 대다수가 백인 중산층인 이곳에 39세 주부 퍼트리샤가 살고 있다. 퍼트리샤는 의사인 남편 카터와 운동을 잘하는 딸 코리, 역사에 관심 많은 아들 블루를 두었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사실 퍼트리샤는 마음 편히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일상에 갑갑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퍼트리샤는 고민 끝에 이웃에 사는 주부들과 북클럽을 결성한다. 베스트셀러나 고전을 읽는 평범한 북클럽이 아닌,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호러 소설 또는 실화에 기반한 범죄소설만을 읽는 북클럽을 말이다. 


그 후 퍼트리샤는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북클럽에서 정한 호러소설을 읽으며 지루한 일상을 잊고, 북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날 저녁, 퍼트리샤는 이웃에 사는 노부인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고, 이를 계기로 노부인의 조카 제임스와 교류하게 된다. 퍼트리샤는 첫인상은 안 좋았지만 외모가 준수하고 매너도 좋은 제임스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제임스에 대해 알아갈수록 불신과 의혹이 커진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남편마저도) 제임스를 이상하게 보는 퍼트리샤가 더 이상하다며 퍼트리샤를 비난하는데... 





초반에 퍼트리샤가 호러북클럽을 결성해 멤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좋았다. 그랬던 퍼트리샤가 제임스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심지어 남편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친 여자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너무도 화가 났다. 이 과정에서 북클럽 멤버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어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이게 현실의 여자들의 우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견해의 차이에 따라 싸울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여자 마음 여자밖에 모르고, 여자 편은 결국 여자니까. (실제로도 이런 결말이다) 





호러북클럽과 뱀파이어를 소재로 사회 곳곳에 만연한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작품인 동시에 인종 차별(유색 인종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작품이라는 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퍼트리샤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철저히 혼자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잡아준 사람이 백인인 남편도 자식들도 친구들도 이웃들도 아닌, 흑인인 그린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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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4-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는데,,, 읽어야 하는데 무섭다고 해서,,, 그런데 이렇게 요약해 주신 것을 읽으니 용기가 나요.^^;;

키치 2022-04-27 07:48   좋아요 0 | URL
저는 두께 보고 겁먹었는데 의외로 잘 읽혀서 금방 읽었습니다.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정지돈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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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k 님이 강추하셔서 읽게 된, 정지돈 작가의 산문집이다. 그전에 정지돈 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어렵다는 생각만 들고 줄거리도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편집자k 님의 채널에서 정지돈 작가님의 글이 얼마나 어떻게 좋은지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렇다면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아무래도 소설보다 만만한 에세이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읽은 게 <영화와 시>였는데 재밌었고, 곧이어 읽기 시작한 이 책도 소재는 다르지만 분위기나 내용은 엇비슷해서(응?) 즐겁게 읽었다. 곧 정지돈 작가의 소설도 각잡고 읽어볼 예정이다. 


이 책의 부제는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고, 실제로 저자가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산책이라는 행위에 대해 인문학 또는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내용을 담은 글이 대부분인데,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저자와 저자의 문인 친구들(금정연, 오한기, 이상우, 박솔뫼 등)이 어디를 어떤 식으로 산책하며 노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웃었다. 지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 책을 이미 한 번 읽었지만 여러 번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이 책도 다시 읽고, 정지돈 작가의 소설도 읽고,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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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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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님이 코넌 도일에 관한 책을 쓰고 계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던 게 언제였을까. 기억을 거슬러 오르다, 지금은 업데이트되지 않는 북이십일(현 21세기북스) 팟캐스트 <책보다 여행>의 첫 게스트가 이다혜 작가님이었던 게 떠올랐다. 팟빵에서 해당 회차를 찾아보니 등록 일자가 무려 2017년 9월 1일. 짧으면 몇 달, 길어야 1년 정도 기다리면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기다림은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책이 나왔다(만세!). 


그런데 책이 나온 지 2년이 지나서야 다 읽은 건, 책 때문이 아닌데 책 때문이 맞다(응?). 예약구매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백여 페이지까지는 쉬지 않고 즐겁게 읽었다. 그러다 이 책에 어떤 책이 유난히 자주 언급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줄리언 반스의 소설 <용감한 친구들>이다. 줄리언 반스가 코넌 도일에 관한 책을 썼다니. 그것도 코넌 도일이 실제로 관여한 법정 사건에 관한 소설이라고? 어느 순간부터 읽고 있는 책보다 <용감한 친구들>이 훨씬 더 궁금해졌고, 결국 이 책을 읽다 말고 <용감한 친구들>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었고, 줄리언 반스의 다른 책들을 더 읽다가,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온 게 며칠 전... (하하) 


오랜만에 다시 읽은 이 책. 이번에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큰맘 먹고 황금가지에서 나온 셜록 홈스 전집을 장만했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지만, 이제는 코넌 도일의 생애에 대해서도 알고, 당시 영국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알고, 추리 소설에 대해서도 조금은 식견이 생겼으니 많은 것이 보이지 않을까. 그 사이 팬데믹도 소강되는 분위기로 바뀌어, 저자의 안내를 따라 코난 도일과 셜록 홈스의 자취를 좇아 런던과 에든버러를 여행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게 되었다. 언젠가 영국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꼭 가지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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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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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고학자 강인욱의 책이다. 저자의 책 중에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유라시아 역사 기행>을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잘 읽혔고 쉽게 이해되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한겨레>에 연재된 글이라고 하는데(단행본으로 엮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을 추가하고 다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다루며, 내용도 저자의 전공인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라시아 전역과 고고학 전반을 포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지식 중에는 잘못된 것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4대 문명이다. "4대 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활보할 때에 만들어졌다. 문명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달했고 나머지 지역은 미개하게 살았다는 생각은 몇몇 선진국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쪽) 이를 입증하듯, 최근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아닌 지역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터키 남부의 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와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토기 2만 년 전의 토기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는 용어를 배우게 된다. 이는 4-6세기에 아시아로부터 밀려 들어온 훈족에 의해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점차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을 일컫는다. 이때의 훈족이 유라시아 동쪽에서 맹위를 떨쳤던 흉노의 후예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 시절 흉노가 워낙 강성했기 때문에 신라에도 흉노의 후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흉노는 유목 사회였기 때문에 단일 민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기원이나 정통성을 따지는 것은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하고 공존과 평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와 나치의 티베트 숭배다.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경도된 히틀러와 나치는 '순수한' 아리아인을 찾고 찾다가 티베트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서양에서는 티베트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비롭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으며,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묘사되었듯이 서양인들의 무분별한 약탈이 시작되었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정치적, 경제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역사를 공부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고고학이 막아준다고 하니, 앞으로 역사뿐 아니라 고고학에 관한 책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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