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 마흔 너머를 준비하는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유쾌한 제안서 시소문고
박초롱 지음 / 이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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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최근에는 산문집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를 출간한 박초롱(a.k.a 정만춘) 작가의 책이다. 신간을 읽으려다, 몇 년 전 박초롱 작가의 책을 사놓고 여태 읽지 않은 게 생각나서 부랴부랴 꺼내 읽었다. 책에는 프리랜서 글 노동자로 살면서 겪은 애환과 프리랜서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이 담겨 있다. 업무 방식에 대한 조언부터 지갑 관리 방법, 계약할 때 유의할 점, 노브랜드 탈출법, 번아웃 관리법 등 다양한 팁이 나온다. 


저자는 서울에 사는 삼십 대 중반의 비혼 여성 프리랜서다. 독립 잡자 <딴짓>과 단행본을 만드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맞춰 다양한 글을 납품하기도 한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는 대기업에서 일했다. 연봉도 괜찮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다닌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남초인 직장 내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군대를 방불케 하는 사내 분위기가 답답했다. 


결국 퇴사를 선택,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이 또한 만만찮은 길이었다. 성별과 연령에 대한 편견은 프리랜서 세계에도 있고,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에 편견 앞에서 더 취약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리랜서인 것은, 프리랜서가 누리는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서 느끼는 장점은 늘리고 단점은 줄이려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직업을 묻는데 프리랜서로 답하는 건 어쩌면 엉뚱한 일'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노동 형태이지 직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번역 일을 하는 프리랜서라면 아무리 수입이 적어도 자신을 번역가라고 생각해야지 프리랜서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프리랜서니까, 수입이 적고 고용이 불안하니까 돈 되는 일이라면 아무거나 하다 보면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손해다. 


이는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조언이다. 직업을 묻는데 어느 회사에 다닌다고 답하는 건 어쩌면 엉뚱한 일이다. 스스로를 '어느 회사에 다니는 누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근거해, 예를 들면 마케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으로 답하는 편이 자신이 하는 일을 보다 명확히 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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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양장)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연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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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넷플릭스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무려 1983년에 초판이 나왔고, 드라마는 아직 못 봤는데 원작 소설이 재미있으니 드라마도 재미있을 것 같다(아닌 경우도 있지만). 체스에 관한 소설이지만 체스를 잘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체스는 못 두지만 킹, 퀸, 비숍, 룩, 나이트, 폰 등 기물의 이름과 기능 정도는 아는데, 그 정도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대체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물론 체스에 대해 잘 알면 이 소설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베스 하먼은 여덟 살 때 보육원에 맡겨졌다. 보육원 원장은 걸핏하면 아이들에게 폭언과 체벌을 가하고, 날마다 아이들에게 신경안정제로 짐작되는 약을 먹이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런 원장 밑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베스는, 어느 날 우연히 보육원 경비 샤이벌 아저씨를 통해 체스를 접하게 되고 무서운 속도로 체스 기술을 섭렵한다. 이후 베스는 휘틀리 부부에게 입양되어 보육원을 떠나는데, 오래지 않아 휘틀리 부부는 별거에 들어가고 베스는 휘틀리 부인과 함께 지내게 된다. 입양된 후에도 꾸준히 체스 기술을 연마한 베스는 체스만 잘 두어도 먹고사는 길이 열린다는 걸 알게 된다. 


베스는 켄터키주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수많은 체스 대회에 참가한다. 이 과정에서 상금도 많이 타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체스 천재로 알려진다. 그러나 시합에 대한 부담과 패배로 인한 고통을 잊는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복용했던 신경안정제와 술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고, 여기에 개인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베스의 빛나는 재능이 인상적이라면, 나중에는 빛나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문제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베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고아 소녀의 인생 역전기'라는 점에서 어릴 때 읽은 <소공녀>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동화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동화들과 <퀸스 갬빗>의 다른 점은, 주인공이 불행한 처지에 놓인 자신을 도와줄 타인(주로 남자)과의 만남을 기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남자들은 베스를 도와주기보다는, 베스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베스의 재능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자들의 이런 면을 부각하는 편이 남자들한테도 덜 부담되고 여자들한테도 (현실 적응 면에서) 유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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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오케 가자!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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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와야마 야마의 늪(?)에 빠져 있다. <빠졌어, 너에게>도 좋았는데 <여학교의 별>은 더 좋고 <가라오케 가자>는 더더더더 더 좋다. <가라오케 가자>는 2019년에 동인지로 발표한 작품에 단행본용 원고를 추가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와야마 야마의 이전 동인지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인가... 일본 만화를 좋아해도 동인지까지는 직접 사서 읽은 적이 없는데(남이 산 건 읽어봤다), 와야마 야마의 동인지는 살 수만 있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궁금하다. 


<가라오케 가자>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오카 사토미에게 야쿠자 나리타 쿄지가 나타나 노래를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된다. 사연인즉슨, 나리타가 속한 조직의 두목이 가라오케를 워낙 좋아해서 일 년에 네 번 가라오케 대회를 여는데, 이 대회에서 가장 노래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두목이 직접 문신을 해준다는 것이다. 야쿠자인데 문신이 무서운 나리타는 합창대회에서 합창부 부장으로 활약하는 오카를 눈여겨봤다며, 오카에게 코치를 부탁한다. 거절했다가는 살해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는 오카. 과연 그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빠졌어, 너에게>, <여학교의 별>를 읽을 때는 작품의 내용보다도 곳곳에서 빛나는 작가의 유머가 더 좋다고 느꼈는데, <가라오케 가자>는 내용 또한 훌륭하다고 느꼈다. 아직 어리고 순진한 소년(소녀 포함)이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비록 불법의 세계이기는 하나) 새로운 세계를 만나 '알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학창 시절 최애 문학작품이 <데미안>이었던 사람...).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도 재미있다. 오카와 나리타는 각각 <여학교의 별>의 호시 선생과 고바야시 선생을 닮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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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 2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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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 요즘 가장 핫한 일본 만화가 와야마 야마의 연재작 <여학교의 별> 2권이 나왔다. <빠졌어, 너에게>, <여학교의 별> 1권을 읽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2권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고, 어떤 면에선 1권보다 더 재미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와카오의 캐릭터가 너무 좋다. <정년이>의 백도앵처럼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데 은근히 귀엽다 ㅋㅋㅋ 일본 배우 아야노 고가 와야마 야마의 팬이라고 들었는데, 마침 2권에 아야노 고가 언급되어 반가웠다.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아야노 고가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역할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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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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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좋은 사람이 남에게도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는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겠지. 이러한 인간사의 묘미(?)를 만화로 풀어낸 책이 마스다 미리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다.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는 전부 같은 구성을 따른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우연히 길을 걷다 '스낵바 딱따구리'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그곳에는 엉뚱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주인이 있으며, 그 주인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고 나면 어느샌가 치유가 되어서 스낵바에 들어올 때와는 다른 기분과 마음가짐으로 스낵바를 떠나게 되는 식이다. 


언젠가 SNS에서 나에게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매너나 예의를 잊을 만큼) 지쳐 있다고 생각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실제로 나쁜지 아니면 지쳐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지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의 정신 건강에 낫고, 내가 남에게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앞의 에피소드에서 가해자였던 사람이 뒤의 에피소드에선 피해자로 나와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결국에는 같은 상처로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상처받았다고 해서 나도 남에게 상처 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지친 엄마를 위해 코코아를 끓이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여학생처럼, 상처 입어도 늘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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