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
김민숙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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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이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 그만큼 교육에 관한 책도 흔하다. 입시 전문가나 강사가 쓴 책부터 명문대, 특목고 입학생 또는 그 부모가 쓴 책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지나와 재웅이, 두 남매의 어머니인 김민숙 씨의 자전적인 자녀교육 에세이다. 저자의 교육방식이 화제가 된 것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수기 콘테스트에 당선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저자의 이야기가 EBS <공부의 왕도>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고, 이번에는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결혼도 안 한, 자녀교육과는 아직 거리가 먼 나조차도 이 책을 처음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단번에 읽었을만큼 저자의 교육철학과 방식이 신선했고, 무엇보다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머니와 아들 단 둘이 기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갑작스런 남편의 사업실패로 가정형편이 극도로 안 좋아지면서 저자는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졌다. 남편 대신 생활 전선에서 돈을 벌고 빚쟁이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생활을 하다보니 막내 아들 재웅 군은 한글도 못 깨우친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저자는 아들이 학교에서 '한글도 모르는 바보', '엄마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당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다보니 아들의 공부를 봐줄 짬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아들 재웅군은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받고, 심지어는 친구 할머니로부터 공부 못하는 아이와는 놀지 말라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험을 하며 공부를 안 하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인 재웅 군이 엄마를 붙잡고 '나도 공부하고 싶다',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였을까. 

 

전환의 계기는 재웅 군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일어났다. 영업 현장에서 재웅 군 또래의 아이들이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본 저자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정형편 상 값비싼 사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저자는 재웅 군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교과서와 전과를 달달 외웠다. 엄마부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자기 자식을 가르치기는 어렵다'며 말렸지만 저자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재웅 군을 가르칠 준비를 마친 뒤에는 그 때까지 공부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재웅군을 공부하게 만드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저자는 단 한 번도 아이를 야단치거나 다그치지 않고 오로지 격려하고 칭찬하며 가르쳤고, 재웅 군은 어머니와의 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몇 달만에 성적이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글도 못 뗀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재웅 군은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에 입학, 전교 1,2등을 다투는 경지에 올랐고, 현재는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교육 방식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어머니가 단 한 번도 자식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지 않고 언제나 칭찬하고 인내하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이다. 사소한 잘못에도 아이를 비난하고 야단치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 마음은 아이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아이 역시 한 사람의 인격체다. 비난을 받으면 상처 입고 야단을 맞으면 주눅들고 애정 없는 훈계를 구분할 줄도 안다. 하물며 자신을 가장 믿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부모에게서 받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재웅 군의 성적이 수직상승하고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가 공부를 가르쳐준 덕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언제나 '넌 잘 할 수 있다', '넌 공부를 잘 하게 될 것이다' 라고 응원하고 격려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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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 소통으로 조직을 살린 12개의 위대한 이야기
토머스 대븐포트.브룩 맨빌 지음, 김옥경 옮김 / 프리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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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관여하는 사람 수가 많을수록 일을 망치기 쉽다는 뜻이다. 서양에도 비슷한 뜻의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요리사가 많으면 국을 망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예부터 비슷한 인식이 동서양에 공유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많으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는 인식은 정치체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왕이나 황제 1인 또는 소수의 정치지도자 집단(다두제 등)이 결정 권한을 독점하고 일부 군신이 참여하는 형태로 국가의사가 결정되었다. 현재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정인데 국민 전체가 국민투표로 국가의사를 경정하는 나라(예를들면 스위스)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의제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그들이 국가의사를 결정하도록 위임하는 형태이다. 옛날과 비교하면 의사결정권자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 전체의 숫자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토머스 대븐포트와 브룩 맨빌이 쓴 <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는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과는 달리 리더 한 사람이 내리는 결정보다 다수의 조직원이 참여하는 결정이 낫다는 주장이 담긴 책이다. 토머스 대븐포터는 피터 드러커, 톰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 3대 경영전략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사람이며, 브룩 맨빌은 세계적인 조직이론 전문가이다. 두 사람이 쓴 이 책은 아마존 10대 경영서 리스트에도 오르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도 소개될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이 왜 화제가 되었을까 생각하다보니 책이 출간된 배경과 맥락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경영학계 전반에 인간의 합리성을 불신하고 비합리성을 전제하는 풍조가 퍼져 있다. 이러한 풍조는 경영이론의 하나인 조직이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저자들은 이전의 조직이 리더 1인 또는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수뇌부 집단이 폐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앞으로는 다수가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주로 미국의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소규모 가족기업 주택건설회사 WGB 홈즈의 사례를 보면, 과거에는 가족기업의 특성상 가족인 일부 임원들의 의견만 채택되기 쉽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전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기업의 매출도 급상승하고 직원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중소규모의 가족기업이 많은데 이런 사례를 통해 조직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사 결정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의 인재 풀 변경 과정이었다. 맥킨지는 전통적으로 하버드를 포함하여 미국 명문 MBA 몇 곳에서만 인재를 채용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인재의 수와 질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내부적으로 일어났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非 MBA출신의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맥킨지처럼 명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존 문화가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자체의 전통과 문화를 바꾼 것을 보면 그만큼 인재 등용이라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파트너즈 헬스케어 병원은 의사보다 컴퓨터를 믿는 환자들의 속성에 따라 컴퓨터를 통해 진단을 하고, 환자의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세부적인 특징까지 수집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 탄생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라고 한다. 미 샬롯 초등학교 사례는 특이하게도 기업이 아닌 교육 현장의 사례다. 이 학교는 빈곤층이 학생의 다수를 점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시험성적을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하였다. 그 결과 매 시험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현재 읽기 능력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급속히 상승했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를 만든다는) 아주 간단한 해결책인데도 관습이나 저항감 때문에 쉽사리 도입하기 어려운 변화를 시도한 것이 큰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의사 결정권자가 몇 명인가도 중요한 문제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리더와 조직문화가 얼마나 개방적인지가 아닌가 싶다. 리더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조직문화가 타협이나 융합, 조화와는 거리가 먼,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이라면 의사 결정권자가 소수든 다수든 최선의 결정이 내려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공감하고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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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에 매달리는 남자 큰돈을 굴리는 남자 - 따라하기만 해도 부자가 되는 100가지 생각
스티브 시볼드 지음, 조한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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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에 매달리는 남자 큰돈을 굴리는 남자>의 원제는 'how rich people think(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저자 스티브 시볼드는 26년간영업 컨설턴트이자 강연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최고의 부자들을 연구하고 분석하였고, 그 결과 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사고 방식이나 습관, 철학 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그는 강연 전문가로서 포춘 상위 500대 기업들의 영업력 향상을 위한 강연을 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가 강연에서 소개하는 부자들의 사고 방식이 무려 100가지 항목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부자만이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는 아니다. 게다가 생각만으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니. 허무하게까지 했다. 하지만 부자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면 백만장자, 억만장자처럼 재산이 많은 사람뿐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부자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사장이나 가수나 칼 만드는 장인이나, 버는 액수는 달라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최고 액수를 벌고 있을테니. 또한 생각만으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생각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주어진 인생을 수용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없는 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생각을 많이 한다는 의미일 터. 부정적인 생각이 걷히고 책 내용이 점점 궁금해졌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부자들의 사고 방식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그냥 열심히 일을 하고, 부(富)를 혐오하거나 부자를 사기꾼처럼 여기고, 걱정이 많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비 위주의 생활을 하고, 안전을 지향한다. 반면 부자들은 그냥 일하는 대신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부자를 좋게 생각하고, 걱정하는 대신 꿈을 꾸며, 긍정적이고, 투자 위주의 생활을 하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조금 비약적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정규교육 학위 같은, 소위 '간판'을 중시하는 반면 부자들은 학교 밖에서도 특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경험이나 여행, 평생교육을 중시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지만 부자들은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를 얻게 되었다는 설명도 수긍이 갔다. 감수하는 리스크가 클수록 얻어지는 성과물도 큰 법이다. 부자들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적어도 한 번은 큰 모험을 했기에(위험을 감수했기에) 그만한 보상을 받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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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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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하건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는 나한테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원래 IT 분야에는 아는 것이 없다 못해 '무식'한 데다가 '빅데이터'라는 말도 낯설어서 지난달 (알라딘 신간평가단) 추천 신간 리스트를 체크할 때부터 '이 책이 선정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걱정한대로 평가단원분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고(ㅠㅠ)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빅데이터가 2010년, 2011년 연속으로 핫 키워드로 선정된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물론 이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니라 그냥 불행인가?) 그래서인지 책은 생각보다 쉽게 쓰여 있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친숙한 기업의 사례들이 나와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라서 책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책 소개를 해본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큰[big] 자료[data]를 뜻한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과 비교했을 때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대용량의 자료가 집적되었고, 지금 이순간에도 끊임없이 자료가 축적되고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하면 전에는 할 수 없었던, 또는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번역'이 그렇다. 학창시절 영어 해석 숙제를 스스로 하지 않고 인터넷 번역기로 돌렸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없지만 ^^) 각종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번역기가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번역가가 번역을 하듯 매끄럽게 우리말 또는 외국어로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수많은 원어 정보가 쌓이면 이 정보들을 활용하여 보다 원어에 가까운 번역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번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소식이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되면 산업 또한 매우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계점을 몇 가지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국사회의 문화다. IT 기술 활용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스마트폰 열풍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남들도 다 가지고 있으니까' '유행이니까', '사회 흐름에 뒤떨어지기 싫어서' 같은 이유로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황상민 교수의 <대통령과 루이비통>에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만 등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로 구하기 어렵거나 가지고 다니기 힘든 책이나 잡지를 읽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PC로도 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한다.) 이처럼 주체 없이 언론이나 대중의 흐름에 편승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의 데이터 생산량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막대하지만 실질적인 정보의 양이 부족하고 의미 없는 정보만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도 저해되고 있다고 하니 참 안타깝다.

 

다른 얘기지만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책 두 권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와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한 권은 IT 용어인 빅데이터에 관한 개론서, 다른 한 권은 한국인 소비심리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두 권 모두 결국은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였다. 재미있게도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는 통계, 수치 등 자료만 모으면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그런 자료보다도 소비자 한사람 한사람의 심리를 최대한 세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점이 달랐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들의) 만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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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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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에서 옷 몇 벌을 구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옷을 만져보고 입어본 다음에 사는 것이 훨씬 좋겠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다양한 옷을 볼 수 있고 (매장 언니의 추천이 아닌) 내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어서 최근 부쩍 애용하고 있다. 처음에 온라인 쇼핑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선뜻 사기가 힘들었다. 직접 본 게 아니니까 품질이 좋은지도 알 수 없고, 사이즈도 잘 모르고, 쇼핑몰마다 제품이 비슷비슷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하고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고 자주 드나드는 쇼핑몰이 생기고, 좋아하는 모델도 생기고, 장바구니에 담는 옷이 하나둘 쌓이는 것을 보니 옷보다도 더 귀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취향'.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살 때는 유행하는 옷, 디스플레이 된 옷, 매장언니가 추천해 주는 옷, 그것도 아니면 그냥 몸에 맞는 옷(;;;)을 고르기 일쑤였는데, 온라인 매장에서는 (가끔 제일 잘 팔리는 품목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는 하지만)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내가 입고 싶은 옷, 내가 좋아하는 옷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취향도 알게 되었다. 무려 세상에 나온지 스물 다섯 해만에.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쓴 대한민국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여러가지 일로(!) 언론에 자주 거론된 분이라서 언론 밖에서는 어떤 분일지 궁금했는데 책을 통해서 받은 인상은 괜찮았다. '대통령과 루이비통'이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신선함을 넘어 살짝 트렌디하기까지 한데, 내용은 학계에 계신 '교수님'이 쓰신 책답게 웬만한 소비자 심리학, 마케팅 심리학 교과서 못지 않게 체계가 잘 짜여 있고 단단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책 곳곳에서 저자가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고자 한 의도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워낙 일반화되어 마케팅 믹스, 4P 같은 기본적인 용어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주워 들어서 알 정도다. 하지만 마케팅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과는 달리,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은 왜 몇 가지가 안 되는 것일까? 딱 떠올려도 최근 몇 년 간 히트상품으로 불릴만큼 '대박'을 친 제품은 '꼬꼬면', '스마트폰', '앵그리버드'나 '애니팡' 같은 게임 정도뿐이다. 게다가 이 사례들은 기존의 마케팅 전략과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실제 소비 '심리'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업이 마케팅에 이용하는 자료는 설문조사, 통계 등으로 얻어진 '평균치' 내지는 '근사치'에 불과하지, 소비자 한사람 한사람의 심리까지 파악하지 못한다. 게다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대부분의 소비자는 시장에 나온 제품을 맞닥뜨리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조차 모른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최신 기종의 피처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즐거워했던 때를 떠올려 보라. 스마트폰 이후에는 어떤 디바이스가 나올까? 소비자는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야구팬문화, 휴대폰 요금제 등 가까운 사례에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가장 핫한 이슈인 '대통령 선거'에도 적용했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정치 컨설턴트들이 선거 전략을 짜고, 유서 깊은 설문조사 기관들이 수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들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선거 전략을 벗어나 있기도 하고, 설문조사 항목에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령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후보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고 해도, 환경문제라는 것이 기업 입장과 소비자 입장이 다르고, 환경문제만 해도 대기오염, 해양오염, 쓰레기처리, 친환경 기술개발 등 수많은 하위이슈가 있다. 이것까지, 이런 세부적인 유권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대선 이슈와 함께 '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명품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대통령과 루이비통. 언뜻 봐서는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둘 다 소비자의 심층적인 소비심리가 반영되는 이슈이자, 무엇보다도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주류에 대한 갈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방이 아니라 상위 1%, 아니 0.001%에 속하는 '청담동 며느리'들이 들고다니는 명품백을 사는 것처럼, 대한민국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주류의 모습을 반영한 대통령을 뽑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명품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거리에 나가면 똑같은 홀로그램이 찍힌 루이비통백이 판을 쳐서 명품도 짝퉁처럼 보인다. (확률상 내가 본 '명품'이 짝퉁일 가능성이 더 높다.) 마찬가지로 내가 되고 싶은 주류의 모습을 반영한 대통령을 뽑는다면 얼마 안가 그 사람이 명품인지 짝퉁인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역시 짝퉁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마케팅과 소비심리에서 시작하여 대선을 비롯한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이 좋았고 다양한 사례가 나와서 흥미롭고 신선했다. 앞으로 저자의 책을 좀 더 찾아서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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