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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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드라마 중에서도 <앨리 맥빌>, <보스턴 리걸> 같은 법정물에 열광하던 시기가 있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샤프하고 세련된 모습의 변호사들이 명석한 두뇌와 화려한 언변으로 법정을 압도하며 변호를 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드라마라도 통쾌하고 온몸이 짜릿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변론으로 승소한 뒤 안도하는 의뢰인의 표정을 볼 때마다 의사만 사람 목숨을 살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을 들지 않고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으니 변호사란 얼마나 멋진 직업인가! 게다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높은 수입까지 보장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직업인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현실은 드라마 속 모습처럼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닌가 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스쿨 설립으로 인해 변호사의 공급량이 많아져서 전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고수입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에서 비롯되는 고충은 보통 사람들의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절친한 사람들이 사소한 오해나 욕심 때문에 원수가 되고, 서로를 향해 욕을 퍼붓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분노하는 사람들 속에서 변호사는 오롯이 냉정을 지키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변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소를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 때의 좌절감과 실망감. 이는 힘든 수술 끝에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의사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인 변호사 조우성 씨의 이력만 보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변호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7년부터 대한민국 1세대 로펌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년간 민사총괄부 변호사로 근무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했고, 기업 및 공기업 대상 법률 강의, 경쟁력 강화 강의 등을 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이력이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그가 마주하는 현실은 드라마에서처럼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17년 동안 법정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겪은 일화를 그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짜 법정물'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남성이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연루되고, 재산 때문에 가족들이 서로를 고소하고, 착한 청년이 홧김에 집주인을 살해하는 등 기막힌 사건들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더러 벌어지기도 하는 일들이다. 겉보기엔 모두가 '법 없이도 살 사람'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욕심이나 잘못 때문에 해소점을 찾지 못할 때는 최종적으로 '법대로' 하는 것이 최선인 법. 이 '최후의 현장'에서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명석한 두뇌로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내는 것도 좋다.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도 좋다. 하지만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자세, 즉 '경청'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법정에는 '승소를 해도 치유를 못 받는 사람이 있고, 패소를 해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변호하고 분쟁을 처리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을 해야 한다. '분노를 품고 소송의 문턱까지 찾아온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용서'를 싹 틔우'는 일. 그것이 변호사가 해야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뜻 '정말 그럴까?' 싶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느꼈다. 저자가 경험한 사건 중에는 극악무도한 범죄 사건도 있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분쟁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언제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주의 깊게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의뢰인의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었다. 분노가 용서로 바뀌고, 분쟁이 치유의 과정으로 바뀌는 기적! 이것이 변호사가 하는 일,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은 가시고, 인간이, 인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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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 DNA에 숨겨진 인간 재능의 기원
최창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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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루키즘(Lookism)' 이라고 한다. 루키즘은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 만큼이나 지양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예인의 외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취업 면접이나 맞선,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도 외모를 트집 잡으며 상처 주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다못해 어린 아이들도 외모로 사람을 차별한다. 누구는 예쁜 선생님, 누구는 못생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호감, 비호감을 표하는 건 예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생기고 예쁜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아이는 따똘림을 당하기 쉽다. 이쯤되면 외모 차별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모를 차별의 요인으로 삼지 말고 각자의 개성을 찾는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최창석 교수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으면서 외모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얼굴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저자 최창석 교수는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가나자와 대학에서 사람의 얼굴을 대상으로 영상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구사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1992년부터 명지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고의 얼굴 연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무려 5년 반 동안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역작으로, 학술서 내지는 논문에 가깝다. 사실 처음에 얼굴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관상 전문가가 쓴 대중서인가 했는데 의외로 학술서, 그것도 과학적인 연구서라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잘 알고 있고 자주 느끼는 사항들을 저자가 학자로서 학문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라서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북방과 남방의 기후 차이, 환경 차이가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문화의 차이도 낳았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얼굴, 체형, 재능도 달라졌을 것이다. 한민족이 왜 흰 옷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남방민족이 왜 화려한 색의를 선호하게 되었는지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p.9) 이에 근거하여 저자는 한국인의 얼굴 유형을 크게 북방형과 남방형으로 구분했다. 북방형은 말 그대로 북쪽 지방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온 민족의 후예로, 동적, 공격적이고, 활달하며 경쟁심이 강하다. 반면 남방형은 남쪽 지방에서 채집을 하며 비교적 평화롭고 온순하게 살아온 민족의 후예인데, 정적이고 침착하며, 분석적이고 치밀한 특징이 있다.


북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김연아와 박지성이다. 신체적인 기능이 뛰어나고 경쟁심이 강하며, 활달하고 호전적인 성향을 얼굴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남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안철수 등을 들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있고, 치밀하고 분석적인 성격으로 학술적인 성취도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하고 신체적인 활동이 주가 되는 직업인 연예인(특히 K-POP 아이돌 그룹), 골프와 양궁 등 스포츠 스타, 프로게이머 중에는 유난히 북방형이 많은 반면, 여러 사람을 관리하고 오랜 시간 침착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기업가, 정치인, 공무원, 소설가, 만화가 등은 남방형이 많다.


이밖에도 각 기업의 주력업종, 리더십 스타일, 패션, 자동차, 휴대폰, 도자기, 게임 등 수많은 것들이 얼굴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예를 들어 무채색시, 저해상도시, 운동시인 북방형은 무채색을 선호하는데, 이로 인해 북방형이 다수인 우리 민족이 예부터 '백의 민족'으로 불렸고, 현재까지도 무채색 자동차, 무채색 패션, 무채색 그릇, 무채색 휴대폰 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채색시, 고해상도시, 물체시인 남방형은 화려한 무늬와 색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전통 의상이 대부분 화려한 무늬이고, 옷 색깔과 그릇 색깔 등이 화려하다.

 
얼굴이 그 사람의 재능과 인생을 결정한다면 후천적인 노력은 필요없는 것인가, 너무 결정론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수많은 사례로 반박한다. 또한 자신의 얼굴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어느 타입의 인간인지를 알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한 분야에서도 요구하는 역할과 재능이 다를 수 있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북방형과 남방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퓨전형 인간'이 대세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현상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얼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책을 다 읽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내 얼굴은 남방형과 북방형이 다 있지만 남방형이 우세한 것 같다. 독서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걸 힘들어지 않는 성격도 남방형에 가깝다. 이러한 나의 남방형 성격을 극대화하면서 북방형 성격을 보완하여 퓨전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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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 3 : 기본 아이템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3
천계영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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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서 데뷔 15주년 차가 된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 여섯명 모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예능이면 예능 빠지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패션으로 따지면 옷을 잘 입는 멤버와 못 입는 멤버가 확연히 갈린다. 옷 잘 입는 멤버의 대표 주자는 단연 이민우. 그는 유행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링으로 작은 키를 보완하고 있다. 반면 얼굴로 보나 키로 보나 웬만한 모델과 배우가 부럽지 않은 멤버 에릭과 전진은 신화를 넘어 연예계 전체에서도 옷을 못 입는 남자 연예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진은 청자켓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거기에 명품벨트와 구두를 더한 패션을 선보이며 연예계 최고의 '패션 테러리스트'로 등극한 바 있다. 다들 매력있고 잘생겼는데, 왜 누구는 옷을 잘 입고, 누구는 못 입는 것일까?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의 작가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드레스 코드 3>을 읽으면서 과연 그 차이를 낳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드레스 코드>는 작가 천계영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 중인 웹툰 <드레스 코드>의 출판본이다. 1권에서는 현명하게 쇼핑하는 방법과 나에게 맞는 실루엣, 네크라인, 칼라, 소매 찾는 방법을, 2권에서는 허리 라인과 비율, 사이즈의 비밀, 옷장 정리 비법 등을 전수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3권에서 기본 아이템과 코디 아이템, 여름 코드, 브라, 청바지 고르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1,2권이 옷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한 책이라면, 이번 3권은 당장 필요한 코디 및 스타일링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었다.


저자는 자기 체형과 취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옷을 잘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체형에 취향을 더하면 그게 바로 너의 '이미지'야." (p.28) 자기 체형의 장단점을 알고 취향과 목표하는 이미지를 이해한다면 옷을 고르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가령 신화의 이민우는 작은 키를 커버하면서 남성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는 스타일링을 하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고 옷 잘 입는 소리를 듣는다. 반면 전진은 키도 크고 몸도 좋지만, 자신의 남성적이고 터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붉은색 잠옷 바지, 늘어진 티셔츠 등을 입기 때문에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불명예를 얻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옷장에 옷이 가득 있는데도 매일 아침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이유, 계절에 맞는 코디 방법, 자기 몸에 딱 맞는 브라, 청바지 찾기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코디 및 스타일링 정보가 나와있다. 특히 수많은 여자들이 옷이 많은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나 역시 옷이 옷장 가득 있고 매 시즌마다 틈틈이 옷을 사는데도 늘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인 데다가, 심지어 주변 사람들한테 '너는 늘 똑같은 옷만 입는다'는 말까지 듣는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든 질 좋은 기본 아이템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지 그 위에 화려하게, 혹은 세련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멋진 그림처럼 그려낼 수 있다." (p.13) 이제까지 꼭 필요한 기본 티셔츠, 바지, 재킷은 마트나 인터넷 같은 데서 싼 걸 사고, 유행하는 아이템은 비싼 돈 주고 사서 몇 번 못 입고 버렸는데, 이제부터는 반대로 해야겠다. 필요하고 자주 입는 옷일 수록 비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사야한다는 진리 중의 진리......! 왜 이제 알았을까? 

 

패션에 관심도 많고 <드레스 코드>도 무척 좋아해서 작년에 출간된 1권과 2권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주 업데이트 되는 웹툰도 체크하고 있다. 웹툰은 매주 새로운 회차를 볼 수 있고 다른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나름대로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출판본, 즉 종이책으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줄 한줄 차분히 읽으면서 패션에 대한 지식도 쌓고 나의 패션도 반성해보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천계영의 <드레스 코드>,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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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 -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청춘 설계서
허우원용 지음, 김태성 옮김 / 공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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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명인 허우원용은 대만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다. 대만대 의대는 우리나라로치면 서울대 의대 격으로,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대만에서도 최고의 수재들만 들어가는 대학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서른 일곱의 나이에 의사를 그만두고 돌연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동료들이 얼마나 말렸을지 상상이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대로 작가가 되었고, 얼마 안 되어 <백색거탑>, <위험한 영혼>, <큰 병원 작은 의사>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이어 발표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회자, 드라마 작가,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며 숨겨진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들 말대로 의사로 살았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행복과 성공을 얻었다.


<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은 그가 2011년에 발표한 자전적인 내용의 산문집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었던 청소년기, 의사에서 전업 작가로 성공하기까지 고생했던 청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는 내용이다. 이 책은 대만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대만 최대의 인터넷서점에서 무려 38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의 편안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새로운 답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저자 자신이 안정된 의사의 삶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그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 ㅡ 이른바 성공이라는 것이 실패보다 나은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주장한다. "실패가 유감스러운 것은 성공을 놓쳤기 때문이지만, 성공이 유감스러운 것은 자신이 더 많은 무엇을 놓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93) 그는 성공하면 행복하고 실패하면 불행하다는 논리를 거부한다.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패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착하다'고 말하는 행동을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 저자는 '착하지 않음' 이야말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데이트할 때 야리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입을 맞춘 것도 그렇고 실험실에서 연구할 때 모두들 반대하던, 애당초 실행이 불가능한 방법을 끝까지 우겨가며 시도했던 것도 그렇다. 모두들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원고를 끝까지 각종 매체에 투고한 것도 그렇고 의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이자 드라마 연출자 및 프로듀서, 광고 기획자가 된 나의 행보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들이 '착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은' 행위이자 결정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오늘날 내 인생의 대단히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p.19) 남들 말대로 살면 남들처럼 밖에 못 산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은 결코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하다못해 남들이 드는 가방도 안 들고, 남들이 입는 옷도 안 입는다. 평범한 사람만이 평범하게 산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많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청춘은 아파야 한다'고 전제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청춘도 있다'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남들 말대로 좋은 직업을 얻고 돈을 잘 벌려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느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데 정신이, 영혼이 아프지 않을 턱이 있나. 그러나 비록 가난하고 고독하고 불안한 길이라도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아플 새가 없다. 앓는 소리를 내면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는 말을 들을테니. "젊음의 본질은 착함과 순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반역에 있다." "무엇인가에 길들여지는 젊음은 이미 젊음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 있는 가치의 무한한 표출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자기 안에 있는 열정이다." 라는 중국 작가 옌렌커의 말처럼 '모범답안에 반역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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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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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present)은 현재(present), 즉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금은보화처럼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을, 사람들은 헛되이 흘려보내기 일쑤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쓸데없는 만남을 가지느라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내팽개친다. 그러다가 세상을 떠날 때쯤이 되면 어느 영화의 명대사를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의 신작 <도르와 함께한 시간 여행>은 시간에 관한 소설이다. 처음에 미치 앨봄이 쓴 책이라고 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처럼 잔잔한 일상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전하는 내용일까 했는데 소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몇 년 전에 읽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책을 주로 쓰던 작가가 제대로 된 소설을 썼다니 과연 어떤 책일까? 게다가 시간이라는 상투적인 주제를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참신하게 풀어냈을까? 여러 의문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에는 도르, 세라, 빅토르 ㅡ 이렇게 세 명의 중심 인물이 등장한다. 도르는 시간을 발명한 죄로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사람만이 시간을 측정한다. 오직 사람만이 정각마다 시보를 울린다. 사람만이 시간을 재기 때문에 다른 창조물들은 겪지 않는 두려움을 느낀다. 바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두려움이다." (p.23) 여고생 세라는 이혼한 어머니와 트러블과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냉대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다. 이렇게 쉽게 삶을 져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백만장자 노인 빅토르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어떻게든 수명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삶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지만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들 각자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 셋 중에서 나는 빅토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도르와 세라가 시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면, 빅토르는 오히려 시간에 너무 집착하기 말고 초연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여준다. 분초를 다투며 빡빡하게 시간을 관리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러다보면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인지, 시간이 나를 관리하는 것인지가 모호해지고, 시간에 종속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발명품이다. 시간을 어떻게 늘리고 쪼개쓸까 고민하는 대신, 그 시간에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인생은 더욱 풍족해질 것이다.

 
"'시간이 끝이 없다면 그 무엇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상실도 희생도 없다면 우리는 그 무엇에도 감사할 수 없습니다.' 도르는 빅토르의 눈물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동굴이 떠올랐다. 자신이 이 여행에 선택된 이유를 마침내 깨달았다. 그는 영겁의 시간을 살았다. 빅토르는 영겁을 원했다. 도르는 그 노인의 마지막 말, 이제는 빅토르와 나누게 된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수세기가 걸렸다. '신이 사람의 수명을 정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도록.'"(p.295)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도르처럼 시간과 인생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라처럼 삶을 쉽게 포기할 생각을 한 적은 없는지, 빅토르처럼 시간의 노예가 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령 이십대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든가, 삼십대가 되기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한다든가, 연초 또는 연말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규칙 내지는 관습도, 사실 생각해보면 내 의사와 상관 없이 의무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의 주체는 나인데, 시간에 이끌려서 할 일을 정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여행 같은 소설 <도르와 함께한 시간여행>. 이 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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