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재테크 상식사전 - 2013 최신 개정세법 완벽 반영
유종오 지음 / 길벗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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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최신 세법 개정사항이 완벽 반영된 <세금 재테크 상식사전>은 2011년에 발행된 초판의 개정판이다. 저자 유종오는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후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증 취득했으며, 현재는 인성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하며 각종 매체에 절세 관련 칼럼을 쓰고 있는 세무 전문가다. 이 책에는 직장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투자자, 자산가, 납세자 등 여러 입장에서 어떻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며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인만큼 전문적인 용어는 가급적 자제하고 최대한 알기 쉽게 풀이하여 설명했으며, 표와 그림 등을 활용하여 보기 쉽게 구성이 되어 있다. 반드시 내야 하는 세금을 안 내는 '탈세'는 범법행위지만, 초과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거나 비과세요건을 미리 알고 대비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절세'는 재테크의 한 방법으로서 '세테크'라고 불리며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재형저축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도 비과세 혜택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세금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의 첫째마당에는 소득이 자동적으로 세금 신고가 되기 때문에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세금 재테크 방법이 나와 있다. 맞벌이하는 집과 혼자 버는 집의 소득공제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임원일 때와 직원일 때 세금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퇴직소득은 어떻게 받는 것이 유리한지 등 평소 직장인들이 궁금해하지만 선배들이나 인터넷에서 답을 찾자니 찝찝했던 문제들에 대한 답이 나와 있어서 유용할 것 같다. 둘째마당에는 자영업, 프리랜서를 위한 세테크 노하우가 나와 있다. 이들의 경우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할 때 혜택은 무엇인지, 창업할 때의 세테크는 무엇인지 등이 궁금할텐데, 직장인들과 다른 세목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칫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밖에도 최근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투자 세테크 방법과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상속, 증여세 세테크 및 생활 속 세금 재테크까지 세금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와 방법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전'이라는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방대한 양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세금에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나도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앞으로 유용하게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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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나공 일반상식의 재구성 : 시사편 2014 시나공 일반상식의 재구성
길벗 R&D 일반상식 연구팀 엮음 / 길벗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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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 자격증, 성적증명서 말고도 취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많다고 하지만,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두꺼운 일반상식 책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취업준비생의 옆구리와 책상 위, 가방 속을 떠날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일반상식 책이 아닌가 싶다.


2014 시나공 <일반상식의 재구성 - 시사편>은 수험서 1등 브랜드 길벗출판사가 만든 일반상식 전문서다. 7년 연속 IT 수험서 베스트셀러 '시나공(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 시리즈를 기획, 집필, 편집해 온 길벗R&D팀의 수험서 개발 전문가들이 만든 이 책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채용 시험 등에 3회 이상 출제된 아이템만 엄선되어 있고,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상식 관련 서적을 모두 비교 검토한 끝에 만들어낸 역작이기도 하다. 책을 받아본 순간, 두께도 두께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편집이 잘 되어 있어서 지은이가 최선을 다해서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 책은 또한 첫 기획 단계에서 독자 기획단을 모집하여 3회에 걸친 기획단 간담회 가진 끝에 만들어졌다. 실제 취업준비생, 공기업 입사자, 대학원생 등 일반상식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은 분들의 경험과 조언이 반영된 책이라서 그런지 수험생들이 원하는 바가 잘 실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런 일반상식 책을 구입하면 앞에 몇 장만 보다 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중요도에 따라 A,B,C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급할 때는 중요도가 높은 부분만 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고, 기출문제와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서 수험서로서 실제 문제풀이 감각도 키우고 예습과 복습까지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중요한 부분, 필요한 부분, 알고 싶은 부분만 먼저 보고, 나중에 천천히 못 본 부분을 보충하는 식으로 공부하면 금방 한 권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경영, 경제, 금융/산업, 정치, 법률, 안보, 사회, 과학일반, 컴퓨터/인터넷/정보통신 등 총 10개 분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분야의 기초적인 상식뿐 아니라 최신 시사 이슈, 신개념 등도 소개가 되어 있다. 나는 정치외교학과 경제학 전공자로서 그 부분을 먼저 찾아보았는데, 학과에서 배웠던 내용도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있고, 안보 문제처럼 최근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슈와 새로운 개념까지 나와있어서 역시 시나공이다, 꼼꼼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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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폴 크루그먼 지음, 김광전 옮김 / 황금사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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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와 이번에 읽은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진실>은 비슷한 시기 - 1990년대 중반 - 에 쓰인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책이라서 그런지 다루는 이슈와 주장하는 내용, 비판하는 학자 등이 매우 비슷하다.


저자는 먼저 '경쟁력'이라는 개념 내지는 신화에 대해 비판한다. 경쟁력이라는 말, 참 자주 듣는다. 국가 경쟁력을 세계 몇 위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든지, 경쟁력이 높은 분야는 지원해야 하고, 낮은 분야는 정리해야 한다든지 등등 말이다. 그런데 경제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경쟁력이라는 말을 적어도 국제경제에 대해서는 쓰기를 주저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국가는 절대적으로 우위를 가지는 산업이 없더라도 무역의 원리상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이 하나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통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사회적 후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등수를 매기듯이 경쟁력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라 무역을 하다보면 자의적인 경쟁력 향상 없이도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쟁력을 비롯한 잘못된 국제경제학적 '상식'들은 경제학을 깊이 공부한 학자가 아닌 정치가, 정책가 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들어난 환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국제무역에 관한 일반적 인식이 지배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덧붙여 그들은 스스로가 깊이 안다고 확신할뿐더러, 국제무역에 관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믿도록 하지만 실제로 세계경제에 관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와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p.115)


이런 식으로 저자는 국제경제학에 대한 오해를 하나하나 풀이하며, 궁극적으로 경제를 이해하고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너무 간단한 해결책이라서 학자로서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좋은', 아니 이보다 더 나은 해답은 없다. 왜냐하만 수학이 그러하고 물리학이 그러하듯이 경제학 역시 원리와 이론에 입각한 학문이며, 이러한 원리와 이론 없이 어떠한 주장이나 설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가와 정책가, 작가들은 마치 경제학이 무슨 미신이나 소문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관점에 맞는 부분만 골라서 해석하고 인용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자기와 같은 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대중매체에 글을 쓰고 책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자가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성장 일로를 걷던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는 곧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이 나오고 얼마 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위기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측한 바 있다. "세금 전문 변호사들이 해야 하는 일 가운데 대부분을 전문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맡아 처리하게 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에도 정원손질, 집안청소와 같은 몇천 가지의 잡다한 서비스 때문에 인간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그들이 하는 이런 진짜 힘든 일에 대한 보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단순한 소비자 상품의 값이 계속 하락함에 따라 지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에 대한 지출의 비중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p.261) "농업, 제조업, 일부 비인격적인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 경제가 점점 더 다른 일, 즉 '교역 불가능' 활동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이른바 '비기반' 고용부문이며 현대 도시 인구의 대부분이 이 분야에서 일한다." 즉 재화가 아닌 전문 서비스를 생산하는 직업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교역 불가능한 산업 부문, 특히 서비스 부문이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유무역이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업과도 연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발견이다. 중국인 보모, 가정부를 고용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삶은 앞으로 더 나아질까? 휴대폰이나 컴퓨터처럼 '교역 가능한'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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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8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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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상이 지옥이라면 이를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스스로 지옥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길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하고 고통스런 방법으로,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p.25)


절대적 다수가 지옥의 일부가 되기 위해 기를 쓰는 세상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과 책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EBS의 5분짜리 다큐멘터리 방송 <지식채널e>와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은 <지식e> 시리즈다. 지난 4월 30일 <지식채널e>가 방송 1000회 째를 맞이했다. 2005년 9월 처음 기획, 편성되어 일주일에 두 편씩 방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자연, 과학, 사회, 인물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교양 및 당대의 시사쟁점을 단 5분짜리 영상으로 전달하며 짧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식e>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만들어져 무려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얼마 전 <지식e 시즌8>이 발행되었는데, 이번 시즌8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그 유명한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나온 문구를 주제로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사면권, 빅 데이터, 매니페스토, 무연사회 같은 익숙한 이슈들도 있지만, 최초 한글 전용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화가 김환기, 건축가 정기용, 친일인명카드를 만든 임종국,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등 사회 부조리와 독재 정권의 폭력에 맞서 싸웠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선생은 긴급조치가 맹위를 떨치던 1976년에 잡지를 창간하여 토박이 민중문화를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뿌리깊은 나무>는 결국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고 말았지만,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p.95)던 그의 꼿꼿한 정신은 아직까지도 남아 독립잡지, 독립언론을 만드는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리처드 파인만, 펄 벅, 파브르, 나혜석 등 유명한 사람의 숨겨진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펄 벅은 1962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자료조사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버려진 미국계 혼혈아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0여 개 국에 기관을 세워 혼혈아동을 양육하고 지원하였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기에 절정에 달했는데, 그 수만 연 9,000명에 달했고 당시 한국이 해외입양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은 매해 2,000-4,0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업이 100만 달러 수출만 해도 훈장을 받던 시절에 정부는 소외계층 자녀를 해외입양 보냄으로써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고, 벌어들인 돈은 경제에 재투자하며 경기를 부양했다. 펄 벅을 그저 <대지>의 작가로만 알았는데, 그녀를 통해 해외입양의 어두운 역사와 이면을 알 수 있었다.


총 서른 개의 토픽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고 마음이 아팠던 내용은 친일인명카드 작성자인 임종국 선생에 관한 것이었다. 임종국 선생은 정부수립 당시 친일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개탄하며 평생을 친일인사 조사와 친일행적기록에 바쳤다. 친일청산이라는 국가적, 민족적 과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정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자비로 활동하는 연구자를 오히려 냉대하고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기까지 하며 탄압했다는 사실이 충격스럽기 그지 없었다. 4년여 동안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는 종전 후 약 10만 명의 나치협력자를 처벌했다고 하니, 무려 36년 동안이나 일제의 지배하에 있었던 우리나라는 친일인사의 수가 수십배, 수백배는 많았을 것이다. 그들의 유령이 아직도 이 땅에 살고있는 한, 아무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문화적으로 발달한다 한들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저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랐던 역사를 알게 하고,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즉 시대 정신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 <지식e>.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서 일상에 지치고 생계에 쫓겨 잊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 환기해주고, 사람들의 가슴 속의 꺼진 불씨를 되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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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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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고단한 일상을 잘 버티다가 방전되어 버리는 순간이 있다. 일에 지쳐 모임이고 데이트고 뭐고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밤이라든지, 방바닥에 먼지가 굴러다니든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있든 간에 꼼짝하고 싶지 않은 주말이라든지 말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나지 않을 때,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TV만한 게 없다. 술도 좋고 음식도 좋지만 그것마저 없을 때에는 한두 시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다 보면 술 사러 갈 기력도 생기고 밥숟가락을 들 생각도 난다. 나같은 사람이 많은지 요즘은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부터 요즘 대세로 떠오른 <일밤>의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를 비롯하여 <힐링캠프>, <런닝맨>, <해피투게더>, <인간의 조건>, <정글의 법칙>, <세바퀴>, <나 혼자 산다> 등 당장 떠오르는 프로그램 수만 해도 열 개나 된다. 나는 이 중에서 <무한도전>, <아빠 ! 어디가?> 정도만 본방사수하고 <나 혼자 산다>, <힐링캠프>, <우리 결혼했어요>는 다시보기로 보고, 종편 중에는 <신화방송>, 케이블 프로그램 중에는 그때 그때 관심있는 방송을 찾아서 보는 정도다. TV를 많이 안 보는 편인데도 고정적으로 보는 방송이 다섯 개를 넘는 것을 보면, 보통의 시청자들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TV와 함께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정신건강,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바로 <예능력>이다. 저자 하지현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술과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계신데, 쓰신 책으로는 <심야 치유 식당>, <도시 심리학>, <관계의 재구성>, <당신의 속마음> 등이 있고, <EBS 북카페>에서 '책과 사람' 코너를 담당하고 계시다. 몇 년 전 <도시 심리학>을 읽고 하지현 박사님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내가 즐겨 듣는 <EBS 북카페>의 코너지기이기도 하셔서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얼마전에는 방송에서 직접 이 책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져서 (원래 신간은 금방 읽지 않는 편인데)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시청자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함으로써 얻는 마음의 힘을 가리켜 '예능력'이라고 개념화하며, 이를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예능력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나를 단단하게 지키는 힘', 즉 자존감, 자신감을 가지게 만드는 힘이다. 콤플렉스, 캐릭터 등 여러 개념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장허세' 장근석으로 인해 대중문화의 새로운 키워드가 된 '허세'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저자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세상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태클을 걸어 온다. 우리가 부족하다고, 별로라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략) 이를 위한 마음의 기술 중 하나가 바로 허세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자존감을 보호하며 진짜 자기가 다치지 않도록 아주 살짝 나를 부풀려 보는 것이다." (pp.23-4) 생각해보면 허세를 부리는 사람보다도 불편한 사람이 매사에 짜증내고 우울해하며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남에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차라리 허풍이고 과장일지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훨씬 편하고 마음이 덜쓰일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이렇게 자신의 치부와 단점을 떳떳하게 말하고 장점으로 승화하는 낙천적인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는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힘'으로서 사회성을 기르는 힘이고, 셋째는 '삶을 놀이로 만드는 힘'으로서 유희, 게임을 통해 정신적인 여유를 주는 힘이다. 특히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힘' 부분에서 소위 '병풍'이라 불리는 멤버들도 1인자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1박 2일> 시즌1의 김C나 <무한도전>에서 '못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캐릭터였던 당시의 정형돈, <달인>의 류담 등은 분량도 많지 않고 화면에도 잘 안 잡히는 병풍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들이 들어주고 받아주지 않으면 1,2인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이 '완충재'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자칫 산만하고 시끄러울 수 있는 방송에 숨통이 트이고 여유가 생겼다. 보통 사람 중에는 회사에서나 어느 모임에서나 1,2인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아무 말없이 듣기만 해야 하는 역할일 때도 있고, 노래방에서는 박수나 치고, 남의 들러리나 서야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할도 하나하나 매우 중요한 것이고, 그 역할을 잘 해내면 1인자가 될 기회가 오기도 한다.


넷째는 '삶을 감동으로 채우는 힘', 마지막 다섯째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힘'이다. 마지막 다섯째 파트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독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나는 20년 넘게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라디오의 살아있는 신화' 배철수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그는 어느날 후배 팝 컬럼니스트 김태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면 오래 해. 오래 하면 너 욕하던 놈들은 다 사라지고 너만 남거든." (p.214) 나는 이 말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능인들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규는 신인 시절 못생긴 외모와 튀는 행동 때문에 선배, 동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유학까지 하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금까지도 여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인기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재석 역시 전성기까지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디며 버틴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중의 취향과 유행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도 굳건히 살아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이 그저 '바보 상자'를 보다가 덧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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