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 데이터는 알고 있다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 & 케네스 쿠키어 지음, 이지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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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를 고르라면 단연 '빅 데이터(big data)'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고속 처리하여 즉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신기술을 이르는 빅 데이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차세대 빅 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신 기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조차도 최근 몇 개월 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빅 데이터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이번에 또 한 권의 빅 데이터 전문서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저자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는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에 재직 중인 빅 데이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공저자 케네스 쿠키어는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편집자를 역임하고 있는 비즈니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두 사람이 쓴 책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은 빅 데이터의 의미와 중요성, 현황과 미래, 문제점 등 빅 데이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친 본격 '빅 데이터' 전문서다.



세계가 빅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용성이다. "2009년 H1N1 위기가 닥치자, 으레 시간차가 발생하게 마련인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구글의 시스템이 훨씬 더 유용하고 시기적절한 지표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중략) 놀랍게도 구글의 방법은 샘플 채취용 면봉을 배포할 필요도 없었고, 동네 내과마다 연락할 필요도 없었다. 필요한 것은 '빅 데이터' 뿐이었다." (p.13) 이처럼 빅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질병이 왜 발생했는지 이유를 따지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질병이 발생했다는 자료가 수집되는 즉시 치료법을 개발하고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즉, 이론이나 학문적 설명 등 복잡한 인과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트렌드를 포착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 후에 제품 개발, 마케팅 등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형성되는 즉시 바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분석, 예측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첫째는 빅 데이터가 경제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에서 개발한 이론을 부정함으로써 '이론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옹호론자들은 빅 데이터가 이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그 지위를 역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툴은 여전히 학문적 바탕에 기반하고 있으며, 빅 데이터가 다루는 정보 역시 이제까지 세상에 없었던 정보가 아니라 기존의 정보가 재생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빅 데이터가 기존의 이론이라든가 분석, 예측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빅 데이터가 특정 집단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실시한 인구조사, 17세기 영국의 토지대장 사업, 신라시대의 민정문서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정보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관리,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형성, 수집되었다. 빅 데이터 기술이 발달할 경우, 국민들의 삶이 발전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나 정보기관에 의해 국민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용도로 악용될 여지 또한 존재한다. "빅 데이터 때문에 우리 생활은 더 많은 감시가 가능해진다. 또 사생활을 보호하는 일부 법적 수단들은 무용지물이 되며, 익명성을 보존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적 방법들도 효과를 잃는다. 똑같이 불안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빅 데이터 예측이 행동이 아닌 성향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일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약화시킨다." (pp.308-9) 



옹호론자들의 말만 들으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빅 데이터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TV가 발명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신문과 라디오는 여전히 존재하며,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도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최신 기술로 추앙받고 있는 스마트폰 역시 책,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 기존의 미디어를 하나의 미디어에 담은 플랫폼에 불과하다. 빅 데이터도 그 발상과 기술 자체는 훌륭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악영향만 낳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빅 데이터가 과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위대한 발명이 될지, 아니면 '빅 브라더'로 악용될지 여부에 관해서는 인간의 지혜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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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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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가 쓴 책 중 열한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녀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차이와 사이>, <미녀냐 추녀냐> 등의 주제이기도 한 통번역과 언어에 관한 이야기, <교양노트>, <미식견문록>에 실린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러시아 통신>에 소개된 러시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방일했을 때의 일화라든가, <대단한 책>에 소개된 바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 <팬티 인문학>에 실린 글을 신문에 연재할 당시의 이야기,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에 소개된 바 있는 그녀의 반려견, 반려묘에 얽힌 이야기, <발명 견문록>의 뒷이야기라 할 수 있는 그녀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 대한 이야기, 소설 <프라하의 소녀시대>의 뒷이야기와 대담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요네하라의 팬인 나는 하나도 지겹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 살아온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의 '편력'기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이 잡다한 편이다. 단골 주제인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와 언어 차이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 동물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여러가지 주제를 다룬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요네하라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지주의 아들 출신이면서 스스로 공산당원이라는 가시밭길의 삶을 택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토록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아이 같은 성격으로 바뀌고 자신에게 의존하면서 생긴 변화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통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서 남들보다 두세배는 바쁜 생활을 했고, 남는 시간에도 하루에 수십권의 책을 읽어치울만큼 독서에 몰두하고 공부에 심취하느라 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딸로서 충실했고, 언니로서, 여러 마리의 동물의 반려자로서 성실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떠올리면 자연히 머리가 숙여진다. 독설의 대가, 엄청난 지식의 소유자라고 불렸던 그녀. 그러나 그녀가 쓴 글을 보면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했고, 자신의 예민한 감성과 지식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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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목소리로 90% 바뀐다
우지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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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이라도 목소리가 아름답지 않아서, 소위 '깨는' 경우가 있다. 반면 외모는 별로인데 목소리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연예인은 제법 많다. 배철수는 잘생긴 축에 드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로 라디오 진행을 하며 20년 가까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인나라는 배우가 (물론 예쁘지만) 김태희나 한가인만큼 뛰어나게 예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외모도 훨씬 예쁘게 보이고 배우로서의 호감도도 높아졌다. 그녀의 고운 목소리와 애교 섞인 말투를 듣고 있으면 같은 여자인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가 예쁘면 안 예쁜 사람도 예뻐 보이고, 예쁜 사람은 더 예뻐 보인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이스 컨설턴트 우지은이 쓴 <여자는 목소리로 90% 바뀐다>는 목소리의 중요성과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우지은은 홍익대 불문과 졸업 후 충주 MBC 아나운서를 거쳐 KBS, EBS, YTN, CBS, 한국경제 등 다수 방송사에서 전문 MC 및 리포터로 활약한 바 있는 방송인 출신이다. 방송인으로서 오랫동안 갈고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이스 트레이너로 전직한 그녀는 기업, 대학,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보이스 트레이닝과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몇 년 전에는 W스피치커뮤니케이션 이라는 회사의 CEO로 취임하여 보이스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삼십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이렇게 많은 경력을 쌓고 여러가지 일에 도전해 성취했다는 사실이 여자로서, 그리고 인생의 후배로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저자는 먼저 목소리의 힘에 대해서 설명한다. 목소리의 힘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비주얼' 시대라고 해도 비슷한 조건이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얼마 전 보이스 컨설팅을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한 승무원 지망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승무원 1차 면접시험을 보았는데, 여덟 명이 쭉 늘어서서 자기소개할 때였다고 한다. 옆에 서 있던 한 지망생의 목소리가 마치 아나운서처럼 명료하고 예뻤는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지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면접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더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사람들의 주목을 확 끌어당기는 맑고 예쁜 목소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p.68)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비단 듣기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목소리는 내면의 자신감이 발현된 것으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이 흐려지고, 말이 빨라지고, 횡설수설하게 된다. 반면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가 우렁차고, 발음이 분명하며, 말의 속도가 적당하고 논리적이다. 보이스 트레이닝은 목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신감을 키워서 자신의 가치를 보다 잘 표현하고 남들과 잘 소통하게 도와주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생각없이 '안구운동'만 하며 읽지 않고 직접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저자의 설명대로 흉식호흡 대신 복식호흡을 해보고, 아나운서처럼 부드러운 음성을 내기 위해 인중공명발성법도 연습해보고, 발음도 교정해보고, 팔을 휘두르는 제스처까지 따라하며 둥근 억양 연습까지 해보았다. 처음이라서 쉽지는 않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읽을 때보다는 확실히 목소리가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대학 시절 고시원 옥상에서 매일같이 리딩 연습을 하며 훈련을 했다는데,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물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연습을 하면서 목소리를 좋게 만들고 싶다. 



또한 이 책에는 보이스 트레이닝뿐 아니라 외모, 표정, 말씨, 매너 등 이미지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와 있다. 외모나 목소리 말고도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요즘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추세이고,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본소양으로서 이미지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보다도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의미에서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써보면 어떨까? 당장 취업 면접, 프레젠테이션, 발표, 업무 대화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애나 친구 관계 등 사생활에서도 덕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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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기심, 꿈을 쏘는 힘
김성완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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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데굴데굴 세계여행> 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일곱 살, 여덟 살 정도의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게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처럼 보였던 모양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나라들이 저마다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취재하는 PD가 되고 싶었다가,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가, 결국에는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린 시절의 꿈을 대강 이룬 셈이다. 나와 달리 어린 시절 로보트나 초능력자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좋아했거나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은 나중에 이과에 진학하거나 과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장난감 로보트를 가지고 놀다가 공학을 전공하게 되거나,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하다가 의학이나 생물학에 눈을 뜨는 식으로 말이다. 소위 말하는 인류를 구원할 발명품을 만든다든가, 사람을 구하고 싶다든가 하는 멋진 포부의 밑바탕에는 그러한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1% 호기심, 꿈을 쏘는 힘>의 저자 김성완 박사 역시 어린 시절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과학도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NASA의 기술로 인조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600만불 사나이',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청력을 가진 '소머즈'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세계 과학자들의 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NASA에 입성했다. 과학자로서 최고의 코스만 밟은 그의 성공의 원동력이 어린 시절에 본 드라마라니 재미있고 또 감동스럽다. 어렸을 때 만화나 영화를 보면서 상상하고 꿈을 키우는 사람을 많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호기심을 바탕으로 공학과 의학, 항공우주학 등을 결합한 '항공우주의학' 분야의 선구자가 되었다. 정말 대단하다. 



"600만 불의 사나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소년 김 박사'는 대학원 전공 과정과 연구원 과정을 통해 이 연구의 실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으며, 어느 이론이 현실에 적용 가능한지 아닌지를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었다. 연구 및 실험 자체의 어려움에 지쳐 어릴 적 꿈을 꿈으로만 남겨 주었다면, 그래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pp.99-100) 저자는 오랫동안 꾸준히 공부하며 한가지 목표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했고,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주어지는 과제에 최선을 다했다. 남들이 돈이나 사회적 명성에 이끌릴 때에도 저자는 자신의 목표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때로는 공부가 힘들고, 유학 시절에는 타지에서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취업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목표를 향해 다가간 끝에 자신의 꿈을 성취했다. 성공한 인물의 자서전이라고 하면 평범하지 않을까, 너무 교훈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쉬운데,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많고, 우리 사회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하는 개혁적인 뜻이 엿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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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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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이다. 줄거리라든가 주제 같은 건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데도 그 소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소설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백일장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했지만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다,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그 때 상을 받고나서 내가 쓴 글이 잘쓴 글은 아니라도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뒤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에게 꿈을 주었던 작가 리처드 바크는 아버지로서도 훌륭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학교 교육이 싫어서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한 소년이 20살에 최연소 팀장으로 애플에 입사하고 테스터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공부방법이 담겨있는 책 <공부의 열정>의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바로 리처드 바크의 둘째아들이다. 비록 리처드 바크는 파산 위기에 몰릴만큼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살았지만. 제임스와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활화산 같던 그를 보듬어주고 책을 쓰게끔 인도했다. 어머니와 새아버지, 선생님 등 주변의 모든 어른들과 불화를 빚었던 그가 유일하게 잘 지낸 어른이 떨어져 살고 있는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아버지와 더 긴밀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이 싫었다고 한다. 교사들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도 싫고, 숙제도 시험도 싫었다. 그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를 좋아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먹고 자는 것을 잊을만큼 빠져들었고, 직접 책을 찾아보거나 주변의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의 그러한 공부 방법을 인정해주지 않았고, 배려하거나 이해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어른들은 그에게 고교 자퇴 학력으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최연소로 애플의 팀장이 되었고,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테스터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른들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린 것이다.


학교를 다녀야, 기왕이면 제일 좋은 학교를 다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일반적의 믿음과 달리, 그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도 처음 애플에 들어갔을 때는 고교 자퇴 학력인 자신이 대졸 학력이나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경쟁하여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부터 역사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까지 독학으로 섭렵해가는 그와 달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남이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면 할 생각을 안 했다. 몇 년 후 그의 기술과 지식은 그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었고 훨씬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학교 밖에서 배움을 구하고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버커니어'라고 부른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학교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녀야만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학교에서 해주는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우등생이라는 널리 퍼진 믿음'(pp.38-9)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을 전적으로 신봉하며,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하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줄로 믿고 있다. 사장의 말을 잘듣고, 상사 앞에 굽신굽신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면 그렇게 공부해도 괜찮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반장을 도맡아 하고 성적도 좋은, 소위 말하는 모범생, 우등생이었다. 그 때 나는 바보같이 그게 나의 능력이고 재주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보니 나같은 아이들은 널려 있고, 나보다 잘난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 때 비로소 알았다. 반장이나 1등이라는 '타이틀'은 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하라는 것을 잘 했다는 징표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내가 정말 쓸모있고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이 할 일은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 얌전히 모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나가 자기 운명을 찾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p.18) 그것을 몇십년 전에 깨닫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저자가 너무나도 멋있고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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