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2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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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제2권은 루이 16세의 죽음과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황제 즉위 이전까지를 다룬다. 1권이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읽기가 비교적 수월했던 반면, 2권은 루이 16세의 죽음 이후부터 나폴레옹의 등장 이전까지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어서 중심축이 없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중심축이 없고 혼란스러운 느낌'이야말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얼핏 보기에는 마라, 당통, 로베스 피에르, 막시밀리안, 생쥐스트 같은 정치인, 사상가들이 사회를 어지럽힌 것처럼 보이지만, 혼란을 가중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다. "인민은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공화주의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이전에 '국왕 만세!'를 외치던 이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들의 우상숭배는 그 대상을 바꾸었을 뿐이다. 이들이 '마라 만세!'를 외치는가? 인민들은 한 우상을 다른 우상으로 대체한 것이다." (pp.54-5) 시민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찬사와 축복을 내렸던 왕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끌어올렸고, 사형수가 그의 잘린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을 때에는 소리지르며 환호했다. 루이 16세뿐 아니라 로베스 피에르에 대해서도, 마라에 대해서도 그랬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는 더욱 잔혹했다. 남편 루이 16세를 잃고 유폐자 신세가 된 그녀를 프랑스 국민들은 내버려두지 않았다. 돈도 명예도 지위도 없는 그녀에게 아들과 근친상간을 했다는 혐의를 씌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단두대를 무대로, 사형 집행이 하나의 쇼로 전락한 시대. 사람들은 피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얼마나 이상한 국가인가. 모든 일에서 극단을 달리다니! 프랑스는 왕을 숭배했다가, 마지막 왕을 죽였다. 가톨릭 신앙의 멍에 아래 기꺼이 숙이고 들어갔다가, 막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중간 조치는 전혀 모른다...... 이 모든 것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매우 비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138)



시민들이 이렇게 광기에 내몰렸던 이유는 대중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탓이 크다. 흉작으로 인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앗고, 최고가격제 등 인위적인 가격 규제 수단은 암시장 가격을 치솟게 해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굶어죽거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죽거나 똑같다'던 이 시대의 농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반면 지배층의 재산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남는 부로 향락에 취했다. "부유한 파리 사람들의 심장은 위장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은 극장에 드나든다. 그곳의 모든 것들은 편안함과 즐거움, 쾌락과 기쁨이 넘쳤다." "사람들은 팔과 목을 그대로 드러낸 채 살색 속바지에 얇은 사로 만든 치마를 입고, 다리와 엉덩이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고리로 둘둘 감은, '속옷도 입지 않은' 여인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p.442) 인간의 내면적인 폭력성이 혁명을 통해 폭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 전에 인간의 폭력성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국가나 정부, 사회 체제가 먼저 마련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잘못이 아닌가 싶다. 만약 프랑스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회문화적으로 억눌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정치가들의 선동에 그렇게 쉽게 휩쓸렸을까? 1권을 읽고나서 '사람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2권을 읽어보니 결국 경제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외국과의 전쟁에서 차례차례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로 하여금 어지러운 국내 정치를 잊게 만들었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외국에서 엄청난 부와 재물을 가져다주는 나폴레옹을 견제할 이유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국내 정치의 혼란을 종식시킬 하나 남은 대안이었고, 분열된 국민들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높은 인기가 결과적으로는 황제의 즉위라는, 또다른 형태의 군주정의 시대를 열며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이뤄낸 대혁명과 왕정의 종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아무리 역사가 정반합의 반복이라지만, '프랑스는 중간 조치를 전혀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같은 역사의 진보와 회귀는 너무나도 극단적이다. 



보통 프랑스 대혁명 하면 왕정 타파, 공화정 수립, 인권선언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정치적 함의가 아닌 대중의 속성과 인간성의 측면에서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옮긴이(박상준) 역시 "막스 갈로가 이 책에서 끌어내는 결론 중 하나는 잘 조직된 사회에서조차 사람들의 사회성이 매우 쉽게 부서지며, 혁명을 말하는 일이 곧 폭력을 분출하는 일이 된다는 점이다", "막스 갈로는 엄격하게 인간 행동의 관점에서 프랑스 대혁명을 바라본다"는 점을 지적했다. (p.510) 혁명의 부정적인 속성을 논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입장의 책으로 읽힐 여지가 적지 않지만, 정치가 아닌 인권의 측면으로 보아 이 책은 정치보다도 인권, 인간의 속성에 관한 책으로 읽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프랑스 대혁명의 의의는 어떤 정치체제가 더 우월하냐, 어떤 정치적 성향이 더 나은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고유한 권리를 자각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이끌어가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사건이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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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1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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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 개봉되어 올해 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울린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정작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 속에 혁명에 관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인 작품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정확히는 장발장이 19년 간 감옥에서 복역한 후 풀려나는 시점이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종결 즈음이고, 영화에 나오는 혁명 장면은 1830년 7월 혁명부터 1848년 2월 혁명 사이라고 한다. 이즈음의 프랑스 역사는 상당히 복잡한데,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이 시기로부터 한 세기 전의 상황부터 보는 것이 좋다. 그 때를 그린 소설이 바로 막스 갈로의 신작 <프랑스 대혁명>이다.  

 
저자 막스 갈로는 소설가, 역사가, 교수, 정치인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소설 <나폴레옹>을 통해 나폴레옹의 영웅적 일생을 다룬 바 있는 그는 자신의 100번째 책이기도 한 이번 소설에서 루이 16세의 즉위와 프랑스 대혁명,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황제 즉위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루이 16세의 즉위부터 대혁명 발발 이후까지를, 2권은 루이 16세의 처형부터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이전까지의 시기를 그렸다.


1권은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 하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그녀의 남편인 루이 16세에 주목한 점이 특이했다. 왕인 루이 16세가 주목받는 것이 마땅한데 왜 마리 앙투아네트가 더 유명세를 얻은 것인지가 늘 궁금했는데, 소설에서 보니 루이 16세는 선왕들에 비해 카리스마 내지는 사회적인 입지가 약했던 것 같다. 차기 왕위 계승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은 그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국제 정치의 압박 속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얼마나 유약한 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왕비이자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부부생활에 관한 가십들이다. 결혼 초기에 루이 16세는 사냥에 심취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교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로 인해 부부 생활은 거의 없었고 불화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왕의 사생활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왕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왕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왕 자체를 없애려는 시민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1권의 중심적인 내용은 루이 16세를 비롯한 왕정 지지자와 공화정 지지자 사이의 갈등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쪽 지지자가 대표하는 사회적 계급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레미제라블>에서 그려진 대로, 빈곤층과 지배층 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극심했다. 빈곤층은 빵 한 쪽을 사먹을 돈도 없어서 굶어죽어가는 반면, 지배층은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법을 고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1789년에 발표된 인권선언문은 두 계급 간의 갈등을 상징한다. 인권선언문 하면 절대왕정과 봉건적 특권을 타파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저항권 등을 규정한 문서로 알려져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인권선언문 발표 후 '재산가를 옹호하기 위한 법이다', '신분 귀족이 재산 귀족으로 대체될 뿐이다' 등의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문서의 내용과 목적의 위대함은 물론 인정하지만, 인권선언문이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에 기여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권선언문은 그 후에 이어지는 공포 정치를 비롯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고, 시민들의 경제적 처우라든가 사회적인 지위를 더 낫게 만들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18,19세기의 자유주의 운동이 낳은 숙제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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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몸이란 무엇인가 - 한달에 한번 인생을 바꿀 기회, 비너스 위크
레베카 부스 지음, 김은영 옮김 / 웅진윙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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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 달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달이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주기로 차고 기울 듯이, 여성의 몸도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주기로 급격한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동양 사상의 핵심 중 하나인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것인 줄 알았는데, 서양에서 출발한 현대 과학으로 미루어 보아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책이 바로 레베카 부스의 <여자에게 몸이란 무엇인가>이다. 20년 경력의 산부인과 의사인 레베카 부스는 월경, 임신, 출산, 폐경 등 여성들의 신체적 변화를 수없이 관찰하고 그 자신도 여성으로서 변화를 경험하면서 여성의 몸이 주기성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주기를 '비너스 위크'와 '미네르바 시기'로 명명했다. '비너스 위크'는 배란이 일어나기 직전의 5~7일로,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최고조에 달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최고의 능력을 가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 여성의 몸은 여성성이 극대화 되어 평소보다 아름다워지고 연애, 임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에 반해 비너스 위크 후, 즉 배란 후 2주 동안의 기간을 가리키는 '미네르바 시기'에는 에스트로겐이 줄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여 기분이 가라앉고 감정변화가 심해지며 변비, 졸음, 불안 등이 나타난다.



저자는 자기 몸인데도 생리 주기가 며칠인지, 배란일은 언제인지 등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는 여성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몸의 주기를 알면 비너스 위크와 미네르바 시기를 자연히 알 수 있고, 각 시기의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다. 가령 아름다움이 폭발하는 비너스 위크에는, 미혼 여성이라면 미팅, 소개팅 등 연애 사업(?)에 힘을 쏟고, 기혼 여성은 임신에 대비할 수 있다. 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미네르바 시기에는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지면 성격이 문제라느니, 기분이 안좋다느니 하는 식으로 자책하지 말고 몸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여성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여성의 몸은 운동부족에 대처함으로써 난소를 건강하게 보호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은 그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고 판단해 대사과정을 늦추고 배란을 억제한다. 임신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스스로 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게 건강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신체적, 정서적, 영양상으로도 후퇴하지 않는 것이 최적의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p.96) 이밖에도 식습관 조절, 정기 검진 등 실천해 볼만한 조언들이 많이 나와 있다. 몸의 변화를 이해하면 외모 관리, 다이어트, 컨디션 조절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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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
빌 포셋 지음, 권춘오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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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역사 지식이 부족하다, 역사 의식이 낮다는 보도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교육 광풍'이라고 할만큼 교육의 비중이 영어에 심하게 편중되어 있고, 언어나 수학처럼 입시 반영 비율이 높은 과목 외에는 제대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으며, 심지어 대학에서조차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학과를 홀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다. 게다가 사회 전반에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에만 열광하고, 당장 앞에 놓인 것, 앞으로 일어날 일에만 신경을 쓰는 풍조가 만연하니, 역사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앞만 보는 사회에서, 입시에 도움되고 돈 되는 것만 강조하는 어른들과 사는 젊은 세대가 역사에 무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가만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로부터 학습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라는 조지 산티아니의 말처럼,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잘못된 역사를 다시 반복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역사 교육은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 바로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다.



저자 빌 포셋은 전쟁이나 전투의 역사에서 나쁜 결정을 내린 사례에 대한 책을 수십 권 집필한 바 있는 대학교수이자 작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려 100가지나 되는 역사상의 실수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페르시아의 지방 영주 격에 불과했던 밀레토스의 군주 아리스타고라스는 총독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러 페르시아 전쟁이 발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럽 북부의 무법자였던 바이킹족은 예전 지도자의 딸이 벌인 잘못을 용서하는 실수를 저질러, 후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밝혀지는 빈란드라는 대륙을 버렸다. 그 결과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수 세기나 미뤄졌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황태자는 사라예보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수차례나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그는 암살범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미군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승세를 잡았으나, 중공전의 개입을 경고하는 정보를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3년이나 이어졌으며 한반도는 분단국가가 되었다. '역사에 만약(if)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만약 이들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역사를 바꾼 다른 실수들을 잘 알기라도 했다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한반도는 지금처럼 분단된 상태가 아니지 않았을까?



정치인이나 국가적인 인물의 실수로 벌어진 사건들도 있지만, 정치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 또는 일반인들의 실수가 역사를 바꾼 사례들도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가령 중세 마녀사낭 당시 고양이가 마녀를 상징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사람들은 마녀와 함께 고양이들도 몰살했다고 한다. 그 결과, 얼마 후 유럽에서 흑사병이 발생했을 때, 흑사병을 옮기는 쥐를 잡아먹을 고양이의 개체수가 부족해서 흑사병이 쉽게 진압되지 못했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죽이지 않았다면 흑사병이 그토록 많은 사망자를 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역사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제국을 건설한 로마인들의 실수도 빼놓을 수 없다. 로마인들은 높은 수준의 상하수도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상하수도관을 납으로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납중독이 되어 신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이상 증세를 겪었다. 로마 최후에 유난히 폭정이 많았던 것은 납중독 탓이 아니었을까? 납중독이 되지 않았더라면 로마의 종말은 좀 더 나중의 일이 되지 않았을까?



책에 소개된 실수들은, 시기적으로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충실하게 다루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서양 문명의 발상지인 유럽을 비롯하여 아시아, 아메리카 등 비교적 포괄적이다. 역사를 역사 그 자체로 다루지 않고 인물의 심리적 특성이나 전략상 특징, 의사결정 과정 등 심리학이나 경영학, 정치학 등에서 쓰일 법한 관점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역사를 잘 모르거나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 읽어볼 만하다. 입시 비중이 낮으니까, 돈이 되는 학문이 아니니까 무시하지 말고, 유명인이 아니니까, 정치인이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 한 사람도 역사의 일원이고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역사를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역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후손들이 지금 우리들의 역사를 실수로 평가하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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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타 토익 Basic Reading - 토익멘토 유수연의 전략형 토익 입문서 Ustar TOEIC 유스타 토익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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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토익 시험에 대한 안내와 파트 설명, 출제 유형, 문제풀이 방법이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는 '기본서'로 시작하셔야 할텐데요, 시중에 나나와있는 수많은 기본서 중에서 나에게 꼭 맞고 높은 점수까지 보장해주는 책을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아닙니다. 어떤 기본서를 고를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위즈덤하우스의 토익 교재 신간 <유스타 토익 BASIC>입니다.



유스타 토익은 지난 10년 동안 50만 독자와 30만 토익 수험생이 선택한 바 있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토익 브랜드입니다. 유스타 토익을 대표하는 강사이자 유스타잉글리시 어학원 원장직을 맡고 계신 유수연 강사님은 다들 아실텐데요, 토익 강사로도 유명하시지만 최근에는 <유수연의 독설>,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하시죠. 저도 이분의 책들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요, 학벌 위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낮은 학벌을 극복하기 위해 유학과 어학 공부, 자기계발 등을 하며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모습, 정말 멋지십니다. 여름방학 때 유스타 토익으로 토익 공부하시면서 유수연 강사님의 책도 읽어보세요 ^^



<유스타 토익 BASIC>은 토익의 일곱 개 파트를 빠짐없이 충실하게 다룬 토익 기본서입니다. 각 파트는 파트 소개와 문제 유형, 출제 패턴, 풀이 전략을 다룬 강의 부분과 실제 유형과 유사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문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무료 동영상 강의와 유수연 직강 동영상 강좌 음성파일, 해설집까지 제시되어 있어서 이 책만 있어도 토익의 기본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스타 토익 BASIC - Reading> 편은 파트5,6,7에 대한 파트 소개와 각 파트의 학습방법, 각 문제 유형에 대한 연습과 실전 문제 풀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파트5 부분은 웬만한 토익 문법서 못지 않게 문법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처럼 취약한 파트(저의 경우 관계사 부분이 취약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법 외에도 단어, 숙어, 자주 나오는 표현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토익 시험이 어떤 단어와 숙어, 표현을 자주 다루는지 익혀두는 것도 좋겠지요.  



토익 문제 중에는 Paraphrasing, 즉 같은 뜻을 지닌 다른 표현을 찾는 문제의 비중이 높습니다. 문법과 단어, 숙어만 많이 알아도 어느 정도 고득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어휘량을 늘리고 원어민들이 많이 쓰는 표현, 자주 쓰는 표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도 Paraphras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제시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 문제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지문에 나온 문장과 같은 뜻을 지닌 다른 표현을 찾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서 하면 문제 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그치지 말고 토익 시험의 출제 유형과 문제 패턴, 풀이 방법까지 꼼꼼하게 익히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스타 토익 Basic>은 정말 좋은 교재라고 생각합니다.



토익의 마지막 파트인 파트7 역시 패러프레이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두 개의 지문을 연결하는 유형의 복수지문 문제가 자주 출제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지문이 한 개가 아니고 두 개나 제시되는 데다가, 두 개의 지문을 연결하여 추론하는 식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익 시험은 어디까지나 영어 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고, 기존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패러프레이징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 책은 별책으로 구성된 해답지 또한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석은 물론 오답과 정답에 대한 설명, 문제 풀이 방법, 단어뜻까지 완벽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최고의 기본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익 초보자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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