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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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친척이나 지인들이 우리 집에 오면 한소리씩 한다. "이 집엔 돈 될 만한 게 하나도 없네." 그럴만한 게, 일단 우리집에는 가구가 별로 없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웬만하면 가구를 사지 않고, 사게 되더라도 옮기기 쉽고 망가져도 덜 속상하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다. 우리집 식구들은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취미다. 해마다, 철마다 하는 것도 모자라서 매달 정리를 할 때도 있다. 정리하는 것도 그냥 짐을 치우고 쓸고 닦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필요없는 것은 유감없이 버리는 식으로 '제대로' 정리한다. 어차피 버릴 거, 잘 사지도 않는다. 그래서 집에 짐이 별로 없다. 



이미 심플하게 살고있는지라, 도미니크 로로의 책 <심플하게 산다>의 내용이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프랑스 출신 수필가인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일본의 정원을 보고나서 동양 특유의 단순미, 절제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나도 일본의 미학을 좋아한다. 좋기로는 우리나라 미학이 훨씬 아름답고 좋지만, 우리나라의 미학은 전통 미학을 그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미학에 잠식된 감이 없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나 인테리어만 보아도 한국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고 서양을 따라한 느낌만 난다. 인테리어는 더욱 심하다. 집의 규모나 경제적인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싼 가구, 명품 가전 제품만 들여놓는다. 그마저도 자신의 취향 없이 유행이나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반면 일본의 미학은 딱 보아도 '일본'이라는 느낌이 난다. 인테리어의 경우, 실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멋만 부리는 서양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실내를 효율적이면서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밀 줄 안다. 저자도 이런 일본인들의 미적인 감각, 미에 대한 정신에 반한 것 같다. 



'물건' 편에서 저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너절하고 맞지 않는 물건은 모두 치우거나 버리자. 그런 물건들은 부정적인 파동을 발산하기 때문에 소음 공해나 해로운 식품만큼이나 우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p.40)" 다른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일본인들은 모든 사물에 '염(念)'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작 물건에 지나지 않는 사진이나 인형을 그냥 버리지 않고 태우거나 봉지에 싸서 버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물건, 안 쓰는 물건에는 부정적인 염이 깃든다. 부정적인 염은 다시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좋아하지 않는 물건이나 잘못 산 물건, 안 쓰는 물건은 버리든지, 남에게 주든지, 바로 처리를 해야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일부를 구입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상적인 소파를 아직 사지 못했다면 그런 소파를 살 수 있을 때까지 돈을 저축하자. 그전까지 '임시용' 소파를 사면 안 된다. 그런 물건에 익숙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도 없어진다. 시시한 물건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사는 게 더 낫다. (p.46)" 같은 이유다. 맘에 들지 않지만 급한대로 쓸만해서 '대충' 산 물건은 나를 '대충' 살게 만든다. 잠옷으로라도 입으려고 산 옷이나 할인하길래 산 책이나 물건은 늘 결국 버리게 된다. 버려서 아깝고, 돈 써서 아깝고, 마음도 상하고...... 악순환이다.



'몸' 편에는 운동하기, 먹기 등 건강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병이 없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활력을 지니고 있고, 그 활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건강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활력이 필요하다. 건강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즐겁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 건강을 추구해야 한다. (p.128)" 나는 큰 병은 없는데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 환절기마다 감기 몸살을 앓고, 평소에도 기력이 딸려서 골골대는 일이 많다. 한 달 전에는 치통이 있어서 치과에 갔다. 6개월 전에 치료를 받았는데 어디가 또 아프냐는 치과 선생님 말씀에 아픈 곳을 알려드렸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그 후에도 가끔씩 이가 아팠다. 찜찜했다. 내가 잘못 알려드렸나? 아니면 선생님이 잘못 진단하셨나? 하지만 여러번 확인을 했으니 내가 잘못 알려드렸을 리 없고, 선생님 또한 몇십 년의 경력을 가진 분이신데 잘못 진단하셨을 리가 없다. 문제는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는 마음, 아주 조금만 아파도 크게 아픔을 느끼는 내 마음인 것 같다. 안 그래도 선생님께 요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불안감, 부정적인 마음 - 정확히는 돈 걱정 - 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돈 들어가는 일인) 이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다스리는 것도 결국 마음이 문제인 셈이다.    



마지막 '마음' 편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비생산적인 인간관계는 정리하자.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인간관계도 정리하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에게 구속되지 말자.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피하자. 그런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들을 상대하면서 욕하는 것보다는 아예 어울리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런데 지혜와 지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식은 있어도 그런 지혜는 못 갖춘 사람들이 많다. (p.174)" 부모님으로부터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포용하며 살라는 가르침을 받아온 나에게는 이런 구절이 낯설고 어색하다. 정리하고 싶은 인간관계야 누구나 있다. 그러나 일 때문에, 이웃이라서, 피붙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온라인 게시판의 악플 같은 건 나만 안 보면 그만이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의 허세 글, 광고 글에도 낚이지 말자. 그런 글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내 현실을 비관하면 나만 손해다. 



결국 물건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심플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경우, '물건' 편의 내용은 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실천해 왔지만, '몸'편과 '마음'편의 내용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내 주변뿐만 아니라 나 자신부터 심플하게 만들어야겠다.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광고에 휘둘리는 사회는 가난하다. 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가난하다. 단순하게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가난하다.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이고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값으로 따지는 사회는 가난하다. 요컨대 돈이 없는 것만 가난이 아니다. 인간적 가치, 정신적 가치, 지적 가치가 부족한 것 역시 가난이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가난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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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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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은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를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다른 네 작품은 진작에 읽었고, 최신작이자 여섯번째 작품인 <인페르노>도 출간되자마자 읽은 내가 이 작품만 유난히 늦게 읽은 것은 다름 아닌 원서 때문이다. <로스트 심벌>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전에 원서를 사두었는데 이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못 읽은 게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인페르노>도 읽은 마당에 <로스트 심벌>만 안 읽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말 번역본을 사서 읽었다. 물론 원서는 아직도 책장 구석에 꽂혀있다. 과연 읽을까? 으음...... (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도 진작에 원서를 사놓고 안 읽었는데 최근에 우리말 번역본이 나왔다. 으으음...) 



줄거리는 댄 브라운 소설 특유의 기본적인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로버트 랭던.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던 중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관장이자 프리메이슨의 최고위층인 피터 솔로몬이 연루된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다. 랭던은 오래전부터 막역한 사이였던 피터가 CIA까지 뒤쫓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을 알고 기호학, 역사학, 미술사학 등 온갖 지식을 활용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피터 솔로몬의 개인적인 아픔과 함께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과 프리메이슨과의 관계가 낱낱이 밝혀진다.



프리메이슨.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어떤 단체인지 몰라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진지한 내용은 별로 없고, 모 유명 기획사가 프리메이슨이라느니, 어떤 노래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것은 프리메이슨 덕분이라느니, 심지어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삼각형이기 때문에 삼각김밥이 프리메이슨 사이의 신호라는 웃지 않을 수 없는 내용만 있었다. 댄 브라운 역시 소설 속에서 이러한 대중들의 오해에 대한 염려를 나타냈다. 프리메이슨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음모론을 꾸미는 집단이나 비밀스러운 종교를 믿는 집단이 결코 아니며, 종교 또한 기독교 하나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포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프리메이슨의 진짜 목적은 과학과 의학, 예술 등 여러 학문의 발전을 주도하는 일종의 지식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리메이슨이 개입된 새로운 과학으로서 작가는 '노에틱 사이언스'를 제시한다. 노에틱 사이언스란 인간의 마음, 생각 등 정신적인 힘을 연구하는 과학으로, 우리나라에는 '지력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런 게 정말 있는지 검색해봤더니,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책에 소개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식 과학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려워도, 노에틱 사이언스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례를 찾아보면 많다. 말이나 생각에 따라 물의 상태가 바뀐다는 내용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메시지를 담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가 그렇다. <시크릿>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영적 모색은 자기 자신의 얽힘을 인식하고 자신이 세상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한 것이었어. 끊임없이 우주와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을 품어왔던 거지. '온전한 하나의 상태(at one ment)'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금도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은 '속죄(atonement)'를 갈구하잖아.(1권 p.100)"


프리메이슨 역시 노에틱사이언스나 고대의 수수께끼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숭배하며, 메이슨의 상징 가운데 상당수는 인체의 생리학과 관련되어 있다. '마음은 육신 위에 얹힌 황금 갓돌과도 같다. 이것이 바로 현자의 돌이다. 등뼈의 계단을 통해 에너지가 오르내리며 순환하고, 마음과 몸을 연결시킨다.' 피터는 사람의 척추가 정확히 서른세 개의 등뼈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33은 메이슨의 등급 숫자다.' 척추의 기초, 즉 천골은 말 그대로 신성한 뼈를 의미한다. '사람의 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신전이다.' 메이슨이 숭배하는 인체 과학은 그 신전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고상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고대의 해석 방식이다. (2권 p.277)



프리메이슨과 노에틱 사이언스 둘 다 믿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결국 인간의 몸과 마음에서 답을 찾는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프리메이슨의 중심 사상 중에는 고대 종교도 기독교도 아닌 인체 과학에서 따온 것이 많다. 노에틱 사이언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이 그 자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연구한다. 학문의 범주 안에 갇혀 정작 무엇을 위한 학문인지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메이슨은 따로 학문의 경계를 두지 않고, 노에틱 사이언스는 통념을 깨고 아예 새로운 학문을 창시했다는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은 수천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지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얼마 전 체코 출신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알폰스 무하 역시 프리메이슨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황도 12궁, 별자리, 사계절, 여성의 신비 등 고대 종교를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들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당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유럽은 기독교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기독교는 (본류이기도 한) 고대 종교의 상징들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그가 프리메이슨이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가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믿음 체계와 지식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앞에서 말한 프리메이슨에 연루되었다는 오해를 받은 모 기획사나 히트곡 역시 프리메이슨이라서가 아니라, 프리메이슨도 활용한 인류의 유서 깊은 상징, 기호 체계를 이용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끈 것으로도 보는 편이 맞다. 음모론의 메스를 들이대자면 끝이 없는 법. 그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확한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라는 댄 브라운의 메시지는 언제까지나 유효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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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
정은길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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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돈을 훨씬 적게 번다. 그나마도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서 늘 아껴 쓰고 저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로는 이런 내 처지가 싫다. 4,5천 원 하는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서 물만 마시고, 잘 버는 친구들이 두세 개쯤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 대신 길거리에서 산 만 원, 이만 원 짜리 가방으로 버티는 게 속상할 때도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적게 벌어도 나보다 훨씬 많이 버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게 잘사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잘산다'는 것의 정의부터 바로 해야 한다. 잘사는 게 하루에 4,5천원 하는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명품 가방을 몇 개씩 가지는 것이라면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해서 집을 산다든가, 여행이나 유학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의 저자 정은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에는 호주로 어학연수 가기, 결혼 전에는 내 집 장만하기, 결혼 후에는 아파트 대출금 갚기, 대출금을 갚은 다음에는 남편과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할 자금을 마련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오로지 그 목표만 바라보며 푼돈을 아껴서 목돈을 마련했고, 그 모든 꿈들을 이뤘다. 



푼돈도 쌓이면 큰돈이 된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말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진짜로 푼돈을 모아 큰돈을 만들어본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말이기도 하다. '그까짓 거'라고 하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 빵이 먹고 싶을 때 값비싼 브랜드의 빵 대신 저렴한 편의점 빵을 사먹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밥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닌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옷값을 줄이기 위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입은 지 10년 이상 된 옷들을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는가? 나는 그렇다. (p.39)



단, 그저 아낀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저자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 즉 '저비용 고효율'로 사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대학 시절 저자는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단돈 700만원(물론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다.)을 들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다. 어학연수 하면 비행기 표값부터 유학원비, 학비, 생활비 등등 돈이 많이 드는 게 보통인데, 저자는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학원을 알아봤고, 비싼 학원 대신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TESOL 학원에서 강사도 했다. 귀국할 때 보니 통장에는 놀랍게도 호주에 올 때 들고왔던 700만 원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어학연수 가서 돈 안 쓰고 영어를 배워온 셈이다. 신입 아나운서 시절에는 월급에 비해 옷값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속상해서 직접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학원이나 문화센터 같은 데서 배운 게 아니라, 집에 있는 옷들을 다 뜯어서 패턴을 연구하고 다시 만드는 식으로 '무식하게' 배웠다. 그 결과 웬만한 옷은 다 만들어 입는 수준이 되었고, 만든 옷을 남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렇게 아낀 돈은 다른 데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했다. 이번에도 돈 안 쓰고 멋진 옷을 많이 입게 된 셈이다. 재봉 실력은 예상 외의 곳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혼 때 싼값에 마련한 소파를 직접 천을 갈아서 멋지게 바꿨고, 시부모님 댁의 인테리어도 해드렸다. 돌잔치, 생일 파티 등 선물할 일이 생기면 직접 만든 아기옷이나 수공예품을 선물했다. 받은 사람도 좋아하고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에는 결코 드라마틱한 과정이 없다. 주식으로 몇 배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와 비교한다면 지독하리만큼 지루한 재테크라고 볼 수 있다. 죽도록 지겹지만 효과는 틀림없는 절약과 저축의 노선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인생은 한 방' 정신으로 투자를 택할 것인가? 이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지만 후자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절대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면 안 된다. (p.169)



재테크 하면 보통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투자를 떠올리고, 그나마도 높은 연봉을 받는, 돈 잘 버는 사람들한테나 해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거창하게 투자를 하지 않아도, 월급이 적어도, 그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목돈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늘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 역시 저자처럼 학창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학비, 생활비를 마련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옷이나 화장, 머리 등 겉치레를 하는 데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다. (옷은 늘 SPA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고, 미용실도 일 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하고, 그 흔한 네일아트, 마사지도 받아본 적 없다.)  유일하게 돈을 많이 쓰는 게 책인데, 그마저도 남들이 학원 다니고 스펙 쌓는 것에 비하면 '저비용 고효율'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저축을 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가 없다는 것과 아직도 지출에 거품이 있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적게 벌어도 잘사는지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실천을 해야겠다. (늘 실천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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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본질 - 세계적 투자자들이 공유하는 성공 사업가의 4가지 핵심
앤서니 K. 찬 외 지음, 김인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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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영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시험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테스트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심리테스트부터 성격테스트, 뇌구조테스트, MBTI 테스트, IQ테스트(이건 아닌가?) 등등 수많은 테스트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기업가, 경영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테스트는 꼭 한 번 해보길 바란다. 바로 벤처캐피탈 회사인 큐볼 그룹의 CEO 앤서니 찬, 큐볼 그룹의 회장 리처드 해링턴, 컨설턴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린하트 그룹의 설립자 선옌 시에가 만든 기업가 적성 테스트(E.A.T)다. 이 테스트는 성공한 기업가와 사업 경영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가슴(Heart), 두뇌(Smart), 배짱(Guts), 행운(Luck)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개인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게 해준다. 나는 <승자의 본질>이라는 책에서 이 테스트를 해봤다.  



테스트 결과, 나는 두뇌(Smart)가 가장 뛰어난 자질인 것으로 나왔다. 두뇌 하면 보통 높은 학식과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IQ로 측정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아닌 '사업적 두뇌'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학식, 경험, 대인관계, 창의성 이 4가지가 조합된 것을 일컫는 사업적 두뇌는 평균 수준의 IQ를 지닌 사람도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오히려 지적 능력, 학문적 두뇌가 너무 뛰어나면 기업가로 성공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높은 지식 수준을 추구하다보니 생각의 과잉, 조사의 과잉, 분석의 과잉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똑똑한 사람,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반드시 좋은 기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작은 지식,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기업가로서는 더 똑똑한 것이라고 한다.



옳아야 한다는 생각, 반드시 정답을 찾아내겠다는 마음이 학문적 두뇌가 뛰어난 사람들의 발등을 찍는 경우가 많다. ... 예전에 우리는 어떤 거래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발생해서 이를 최대한 줄이려는 마음에 변호사를 만나 분석을 의뢰했다. 나중에 계산을 마치고 나서 보니 세금을 줄인 금액보다 변호사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똑똑한 척 하려다 한 방 맞은 셈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중용이 중요하다. (pp.82-3)



나의 두번째로 뛰어난 자질은 가슴(Heart)이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애플의 故 스티브 잡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같은 이들이 바로 대표적인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먼저 발견했고, 남들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할 때 먼저 사업에 뛰어들어 고지를 선점했다. 혹자는 그들을 무모하다고, 준비성이 없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한 창업자의 70퍼센트가 계획 없이 일을 시작했다'(p.31)는 것을 아는가? 구글 CEO 래리 패이지 역시 '느리면서 좋은 결정은 없다. 빠르고 좋은 결정만이 있을 뿐이다."(pp.31-2)라는 말로 이들을 옹호했다. 하고 싶은 일을 진짜로 하는 것. 그것이 리더와 팔로워, CEO와 평사원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것일까? 내 가슴은 지금 무엇에 가장 뜨거운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뜨거운 가슴으로 창업한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열정과 목표를 잃지 않고 산다. 이들은 만지고, 보고, 듣고, 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들은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상주의적 사고를 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안전이라는 버팀목에 기대지 않는다.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가가 많다. (pp.34-5) 



기업가 적성 테스트(E.A.T)를 비롯해 각각의 유형에 대한 설명과 장단점, 개선 방법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고, 경영자, 리더뿐 아니라 개인도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어떤 자질이 뛰어난지 알아보기 위해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유형마다 유명한 CEO와 대표적인 사례 같은 것도 제시되어 있어서 성공한 CEO의 유형과 리더십 사례를 공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알아본 '승자의 본질'이라는 것이 아주 특별한 몇몇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있고 개발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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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주목 경제경영/자기계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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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비행기 1등석 담당 스튜어디스가 발견한 3%의 성공 습관
미즈키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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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를 점령하라- 99%의 화폐는 왜 그들만 가져가는가
마르그리트 케네디 지음, 황윤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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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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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편집의 힘- 단순하고 강력한 삶의 기술
김용길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3년 8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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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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