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자본주의 - 자본은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에바 일루즈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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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에는 진짜 자아를 찾고 표현하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자아가 어떤 존재인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자기소개는 믿을 만한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반면에 새로운 심리학의 구상 속에서 진짜 자아는 자기 자신에게 불투명한 존재가 되었고, 이로써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기했다." (p.63) 

   

응답자 : 음- 나는 질투심이 있습니다. 질투심이 아주 강합니다. 질투심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때문에 어머니 곁을 떠났고, 나는 어머니와 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어머니는 계속 나한테 남자를 믿으면 안 된다고 했었어요. 내 질투심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요. (중략) 래리와 나는 둘 다 자의식이 아주 강한 부류예요. 우리 둘 다 정신분석학과 치료학에 관심이 아주 많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 일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분석도 했어요. 그러니까 조치라고 하면, 그때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그때 일을 이해한 것, 래리한테 나를 사랑한다는 말과 다른 여자 때문에 나를 버리는 일은 없다는 말을 계속 들은 것 정도예요. 내가 생각하기로는 우리가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덕분에 그때 일을 이겨낸 것 같아요. (pp.135-6)

 

 

프랑스 출신의 커뮤니케이션학자 에바 일루즈의 <감정 자본주의>를 읽었다. 제목만 보아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감정이 어떻게 자본화되는지를 다룬, 경제학 또는 심리학, 사회학 계열의 책일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철학, 커뮤니케이션학, 언어학적인 내용이 많았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심리학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연결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원래 인간의 감정은 학문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인간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미국의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호손 실험'을 비롯해 직장내 문화와 인간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도 기여했고, 데일 카네기의 저서를 비롯한 자기계발서, 실용서 열풍에도 한몫했다. 오프라 윈프리쇼를 비롯한 TV 토크쇼의 높은 인기, 유명인의 자서전 출간 열풍에도 영향을 끼쳤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심리학은 '생산성 언어 및 자아 상품화와 결탁함으로써' 크게 기여했으며(p.203), 여기에는 긍정적인 영향만큼이나 부정적인 영향도 컸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저자는 교육 수준이 다른 두 사람의 인터뷰를 예로 들며 개인의 삶에 심리학이 어떻게 유익하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박사 출신의 이 여성은 남편 역시 철학 교수로 부부 모두 교육 수준이 높고 심리학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정신적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심리학이라는 툴(tool)을 이용해 자기의 감정을 이해하고 심리학적 언어로 표현하며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일을 반복해왔다. 저자는 이 부부에게 치료언어와 감정지능은 실질적인 문화자원이며, 감정능력 역시 사회자본, 또는 신분상승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본의 한 형태이자 평범한 중간계급 성원들이 사적 영역에서 평범한 행복을 얻도록 해주는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대로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계급의 남성은 얼마전 아내가 집을 나간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며, 아내가 떠나간 이유를 기억하지도, 제대로된 언어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pp.135-8) 

 

 

이 분석은 교육 수준의 차이, 그 중에서도 심리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차이가 개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심리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꾸준히 높여갈 수 있는 것과 달리,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심리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그런 발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경영과 문화 등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는 개인의 심리를 조종하고 조작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마련해두었으며,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여기에 포섭되고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와 온라인 데이트 문화 등에 대한 분석도 담겨 있다. 얇은 책이지만 생각해 볼만한 문제들이 다수 제기되어 있고, 학문적으로도 하나의 학문에만 구애받지 않고 여러 학문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제시한 점이 색달랐다.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관심 있는 주제라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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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자본 -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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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여성의 비장의 무기인 매력 자본과 출산은 사실상 짓밟히고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쓸모없을 뿐 아니라 불충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선언된다. 그 결과로 여성은 더욱 더 나약해진다. 희생자 페미니즘은 여성의 무력함을 키운다.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이 사회나 문화, 남자들 때문이라고 탓하는 행위는 여성을 수동적인 상태로 살게 하고 자신의 삶과 결과, 변화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도록 조장한다." (p.120)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에서도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공급이 지나쳐 가치가 전혀 없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여성은 성욕에 의해 그렇게까지 내몰리지 않기 때문에 남성의 에로틱 파워는 여성의 매력 자본보다 가치가 낮다. (중략) 여성의 성적 관심이 적다는 일반적인 사실은 성적 협상과 사적인 관계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입장을 제공한다. 남성은 대부분 결혼이 자신의 섹스 결핍에 영구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해 주리라고 생각하지만 결혼 뒤에도 협상은 오래도록 계속된다." (pp.284-5)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면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든 그네들이 마냥 좋아보이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똑똑한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을 팔아 돈을 벌고, 발빠른 아이가 운동선수가 되어 돈을 버는 게 당연한 것처럼, 또래보다 월등히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일찌감치 재능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력자본>을 쓴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한다. 저자는 경제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매력 역시 '매력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매력을 자본화한다는 것이 언뜻 듣기에는 비인간적이고 외모지상주의적인 느낌이 들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대체로 수긍이 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매력자본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 시절, 한창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있던 모 레스토랑 겸 카페는 외모만 보고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돈보다도 자신의 외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곳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원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는데, 대부분이 떨어지고 아나운서 지망생이던 여자 후배 한 명이 당당히(!) 합격해서 한동안 어깨를 쭉 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원했다면 떨어졌을 게 분명한 나는 이런 관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외모도 하나의 자본이라면 외모가 준수한 사람에게는 외모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차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우스운 건 내가 받는 외모차별은 비난하면서 다른 사람은 외모로 차별하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기나 노래를 빼어나게 잘하는데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연예인이 다수인데, 실력은 없으면서 아름다운 외모를 무기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사는 연예인은 영웅시되는 세태가 그렇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저자가 매력자본을 담론화한 것은 페미니즘과 관계가 깊다. 저자는 페미니즘 중에서도 급진적인 성향의 페미니즘이 여성 고유의 매력을 비하하고 여성성을 부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와 다를 것이 없어졌다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여성의 매력을 하찮게 여기는, 가부장제와 비슷한 생각을 채택함으로써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p.12)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아름다움 아니면 두뇌 중에 선택해야 하고 그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식 사고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가 꼬집었듯이, 지금까지도 사회에는 예쁜 여자는 멍청하다, 똑똑한 여자는 못생겼다는 식의 편견이 있다. 이런 편견은 여자들로 하여금 예쁜 여자를 멍청하다고 멸시하면서 자신은 멍청해 보이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외모를 포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성의 매력자본이 여성이 남성에게 예속되어있다는 증거라는 주장 역시 문제다. 저자는 여성이 매력자본을 개발하는 것은 그저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나 독서, 운동, 자기계발 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여성만 매력자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역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서 매력자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남녀 모두 매력자본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매력자본을 활용했을 때의 이득은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가 훨씬 더 크다. 이는 남녀간 성적 욕구의 불균형, 구체적으로는 남성의 성 활동에 대한 수요가 여성의 성 활동의 공급을 크게 웃돌기 때문인데, 이를 활용하면 여성은 자신의 가치(몸값?)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문제는 매력자본 그 자체라기보다는 매력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 산업을 비롯해 연예, 패션 산업 등 섹슈얼리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여성의 매력자본이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보았지만, 그외의 분야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책에 소개된 예로는 법조계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이 분야에서 성공한 연상의 남성을 이용한 여성과 독소 전쟁 중 러시아 군인에게 몸을 팔아 먹을 것을 구한 독일 여인들의 이야기 정도가 고작인데, 과연 이것이 옳은 행동인가 하는, 도의적인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매력 자본의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매력자본이 성평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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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생활의 법칙 -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당신을 위한
박종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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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먹고살기가 힘든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고 아이들 학교도 제대로 보내고 있다. 공과금이나 핸드폰요금을 연체하지도 않는다. 오늘 써야 할 일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당장 어디 가서 돈을 꿔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돈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온종일 돈, 돈거리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보다 잘 멀고 못 벌고의 문제는 아니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돈 걱정에 시달리면서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돈 걱정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는 따져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략의 소득은 알고 있지만 매월 얼마가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출도 머릿속에 있는 지출과 실제 지출이 다르다. 심지어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pp.209-10)

  

 

웬만큼 돈을 잘 벌고 잘 쓰는데도 돈이 없다는 둥, 돈 때문에 걱정이라는 둥, 돈 좀 빌려달라는 둥 늘상 돈, 돈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흑자생활의 법칙>의 저자 박종호는 그 이유를 '자신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모르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본다. 얼마를 버는지 모르는 이유는 고정된 수입보다 부동산, 주식, 펀드 등 재테크의 탓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가 낮은 예금과 적금보다는 부동산, 주식, 펀드 같은 재테크 수단으로 수입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알려진대로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고 변동성이 높아 당장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벌이보다 많은 돈을 쓰고 고생하거나, 벌이보다 훨씬 덜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 얼마를 쓰는지 잘 모르는 이유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의 탓이 크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이 큰 도움이 되지만, 과소비의 수단으로 쓰일 때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벌이가 아직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신용카드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비싼 명품이나 외제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얼마를 벌고 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소비, 신용카드, 저축, 보험, 투자, 돈관리 총 여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자신의 자산 상태를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소비 편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후불제 전략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대목이다. 후불제 서비스 하니까 모 음원 서비스에 월정액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월 5천원 안팎의 적은 돈으로 최신 음악도 듣고 어학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용해왔는데, 이 돈을 1년치로 계산하면 약 6만원, 5년 동안 가입하는 경우 약 30만원이라는 거금이 나간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음악 감상과 어학 공부 모두 라디오로 해결하면 장기적으로 큰 돈을 절약할 수 있겠다. (라디오 방송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느라) 몸은 좀 피곤하겠지만. 저축 편에서는 6개월 만기 적금을 수시로 가입해서 목돈이 필요할 때 신용카드 대신 쓰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재테크 책이나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통장 나누기, 예금풍차 돌리기 등의 조언을 자주 접했는데 당장 실천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돈관리 편을 읽고나서는 이번달부터 가계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월말에 영수증 체크하고 수입과 지출 총액만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앞으로는 식비, 의류비 등 항목을 나눠서 예산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생활해야겠다. 가계부 쓰기야말로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는지' 알기 위한 기본적인 습관이니 앞으로는 성실하게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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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
후지이 고이치, 모리 히데키 지음, 노재명 옮김 / 북라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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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직장에 다닐 때는 공부만 했다. 자격증을 따고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다. 일찌감치 컴퓨터를 사들여 IT 기술을 익혔다. 비즈니스 서적도 1년에 300권 정도를 읽었다. MBA 유학을 목표로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공부 모임과 업종 교류 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인맥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나 스스로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착각이었다. 이런 자존심과 달리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는 형편없었다. 나는 회사의 감봉이나 인력구조조정 대상 1호였다. 실제로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로 인해 가족을 곤경에 빠뜨렸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시련의 시기에 '공부 달인'의 능력은 막강한 원군이 되어 주었을까? 대답은 NO!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는 회사에 사표를 내기는커녕 상사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때문에 나는 목소리를 높여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공부를 위한 공부는 그것으로 끝이다. 여기에 '+a'가 없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pp.7-8) 

 

 

<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의 저자 후지이 고이치는 원래 금융회사의 사원이었다. 명문대 출신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던 그는 학창시절부터 그래왔듯이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남들 하는 대로 노력하면  앞으로의 삶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믿었다. 서른두 살이 되던 해, 그의 믿음은 깨졌다. 퇴직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 그는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고 사표를 쓰라는 압력까지 들어왔다. 그 때 비로소 그는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취업하는 순간부터가 독립이 아니라, 회사를 떠나서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때부터가 독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부터 그는 돈이 되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공부를 돈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경영 컨설턴트로 멋지게 독립했다. 

 

 

저자가 말하는 '돈이 되는 공부'란 무엇인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대다수가 휴일도 없이 바쁘게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다. 스펙을 올려야 취업도 하고 승진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컴퓨터 자격증이 있어도 엑셀 수식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사람,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는데도 막상 영어 회화를 시키면 말문이 막히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자격증과 외국어 점수 같은 스펙이 그 사람의 실력과 능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저자는 언젠가는 들통날 허울뿐인 공부가 아니라 실전 경험으로 확인된 '진짜 실력'을 쌓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짜 실력이 있으면 회사에 속했든 아니든 혼자서도 능히 살아갈 수 있다. 돈은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다. 나는 지금 돈이 되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자격증 공부는 따로 하는 것이 없고, 책읽고 외국어 공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나니 뜨끔하다.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머리로만 생각했지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공부의 목적이 돈만은 아니지만, 인생에 필요하고 보탬이 되는 공부를 하지 않고, 그저 남들 다 하는데 안 하면 불안하니까, 인사고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온 지난날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공부를 어떻게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금융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경영 컨설턴트가 되었지만, 개인적인 취미나 특기를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의 지인 중에는 문방구 수집이 취미인 사람이 있는데,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며 동호인을 늘렸고, 잡지 연재와 강연, 출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서 지금은 백화점 매장 컨설팅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은 야경평론가라는 특이한 취미를 살려 술집이나 호텔의 인테리어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팬시 용품 좋아하고 야경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취미로, 전문분야로, 직업으로 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좋아하는 일을 돈되는 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전에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분야, 보통 사람은 해보지 못한 경험,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쓴 대상, 아무 준비 없이 두 시간은 말할 수 있는 분야, 책꽂이에 가장 많은 책이 꽂혀있는 분야 정도만 알아봐도 충분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대상은 책이고, 아무 준비 없이 두 시간은 말할 수 있는 분야 역시 책이다. 문제는 책꽂이에 한 분야의 책만 집중적으로 꽂혀있지 않고, 소설, 에세이, 인문, 사회과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혀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용, 다이어트 서적도!) 이 잡다한 취향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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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불온열전 -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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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애국지사도 아니고 친일파도 아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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