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스타일 - 평범을 비범으로 바꾼 인생철학과 철칙들
진희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순간이 왔다고 해서 다음날로 인생 전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그랬다면 세상은 아마도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순간의 감정이 모든 것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하루키는 이 '뭔가가 완전히 바뀌는 근육의 용트림 같은 감각'을 몸에 새겼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순간의 결심을 '진짜 쓰고 있는 모습'으로 바꾸었다. 생각만으로는 결코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p.15)

 

"그는 우선 오전 4시 전후로 일어나 신선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 후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오전 10시까지 일한 후 10킬로미터를 달린다. 수영을 하거나 낮잠을 잠깐 잔 뒤 산책이나 번역 작업을 취미 삼아 하고, 중고음반 가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책을 읽다 밤 10시경 잠자리에 든다." (p.19) 



작가의 사생활이나 철학이 작품만큼 화제가 되는 소설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말고 또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평론만큼이나 하루키 개인의 삶을 다룬 책을 많이 볼 수 있다. 진희정의 <하루키 스타일>은 그 중 하나다.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인터뷰 등 여러 자료에 근거하여 그의 삶을 분석하고 서른 개의 테마로 정리했다. <먼 북 소리>, <하루키의 여행법>,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 에세이에서 인용된 내용이 많아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잘 모르는 독자보다는 잘 아는 독자, 에세이를 대부분 읽은 독자가 읽었을 때 재미가 더 클 것이다. 나는 그의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에세이만큼은 대부분 읽었고, 언론 보도나 가십도 관심을 가지고 접해왔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크게 낯설지 않았고,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를 통해 밝힌,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저자의 분석과 해석을 거쳐 독자의 삶에 적용할 만한 교훈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가령 하루키가 젊은 시절 도쿄의 야구장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경기를 보다가 타자가 맞힌 공이 '탕'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래, 이제부터 소설을 쓰자' 라고 결심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대한 해석이 그렇다. 이 일화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뜬금없다, 말도 안된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을 일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을 높이 샀다. 동기부여와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힘. 그것이 범인(凡人)과 성공한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엄격한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 돈으로 자유를 사고,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p.83)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과는 퍽 다른 삶을 사는 하루키이지만, 실제 그의 생활은 팍팍하다 못해 금욕적이기까지 하다. 혹자는 이런 그의 생활을 재미없다, 지루하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엄격한 자기관리 덕분에 그는 다른 것에 한눈 팔지 않고 작가로서의 소명에 충실할 수 있었으며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다. 괜히 그가 프로페셔널한 소설가의 전형이자 모범으로 추앙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밖에도 자기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 작가의 문체를 연구할 겸 번역에 몰두한 일, 무명이나 다름 없는 미국 출판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스스로 발벗고 뛰어 노력한 일화 등 잠깐의 성공이나 성취에 도취되거나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모습을 저자는 극찬했다.

 

 

그러한 '하루키 스타일'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 같은 분석이 더해졌다면 보다 풍성하고 완벽했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개인의 삶에 관심이 많고 동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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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는 리스베트와 블롬크비스트의 관계, 해결될듯 해결되지 않는 사건의 추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추리소설의 그것과 유사한 단순한 플롯이 스웨덴 여성 성매매의 실태, 뿌리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극우주의, 사회복지체계의 모순 등 각종 사회적 병폐와 연결되며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이번 소설에는 리스베트를 '모든 악'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살라'라는 이름의 사내가 새로게 등장하는데, 냉전체제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인 그가 그 어떤 죄를 저질러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처벌되기는커녕 사회복지라는 미명 아래 보호받고, 리스베트와 리스베트의 어머니같은 아무 죄없는 연약한 사람들 - 거의 다 여성이다 - 을 희생시키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이 작가가 그리고자 한 사회적 병폐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류는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게끔 돕고 여성과 성소수자, 극빈자 등 비주류는 벼랑끝으로 내모는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사회 현상을 묘사하고, 그것을 교정하기는커녕 목도하고 묵살하는 정부와 법조계, 사회복지담당자 등을 고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는데, 놀라운 점은, 그러면서도 과연 리스베트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그녀에게도 문제는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을 무결점의 영웅으로 그리는 대부분의 소설과 달리, 작가는 이 소설에서 리스베트를 마냥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 천사와 악마, 천재와 정신이상자 - 두 극단을 오가는 불안정한 인물로 묘사했다. (블롬크비스트 역시 신념이 지나치다못해 고지식하고 순진하기까지 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리스베트의 이상과 능력을 어떤 이들은 온갖 사회의 병폐를 끝내기 위한 최후의 일격, 강력한 한 방으로 여기지만, 어떤 이들은 자칫하면 사회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암같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게다가 이 의문은 다름아닌 리스베트의 전 후견인이자 은인 팔름그렌에 의해 제기된다) 약같기도 하고 병같기도 한 히로인이라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점점 리스베트에게 빠지는 건 뭘까? (처음엔 블롬크비스트가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밀레니엄 시리즈는 원래 10부작으로 구상되었으나 작가가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았다. 2부까지 읽었는데도 이렇게 내용이 풍부하고 생각할거리가 다채로운데, 작가의 구상대로 10부까지 출간되었다면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완성되었을까!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재능 넘치는 작가를 이른 바람과 함께 거둬간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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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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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다 읽자마자 바로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기 시작했다. 지갑 사정으로 인해 1부와 2부를 먼저 사고 3부는 안 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부까지 같이 살 걸 괜히 안 샀다 싶다. 2부를 이렇게 빨리 읽을줄 몰랐다. 3부 내용이 궁금해서 미치겠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은 전편에서 어렴풋이 언급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불우한 과거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하리에트 실종사건을 추적하면서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 블롬크비스트와 연인관계 직전까지 갔던 리스베트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별을 통보한 뒤 자취를 감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리스베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자기만의 시간으로 침잠하는데, 그러면서 애써 부인했던 자신의 여성성에 눈을 뜨기도 하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리스베트의 여행 부분은 상당히 많은 분량이 할애됨에도 불구하고 소설 전체의 줄거리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건 산 송장이나 다름없던 리스베트가 처음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고 자기 자신을 찾은, 보물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는 걸까) 



한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동안 그녀를 찾아 떠돌던 블롬크비스트는 겨우 마음을 잡고 일에 복귀한다. 그러던 어느날 다그 스벤손이라는 인물이 그를 찾아와 스웨덴 내 여성 성매매 실태에 관한 자신의 글을 특집 기사로 내줄 것을 요청한다. 그의 글이 기사로 나오면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임을 직감한 블롬크비스트는 제안을 수락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블롬크비스트는 다그의 글이 여성 성매매를 넘어 경찰, 법조계 등 스웨덴 권력층이 연계된 더 큰 음모와 관련되어 있으며, 나아가 자취를 감춘 리스베트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되며 다시 그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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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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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미카엘이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리즈베트가 주인공이다. 미카엘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소명 외에는 다른 사회의식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반면, 여성, 동성애자, 극빈자, 사회적 보호 계층 등 소수자, 약자, 비주류 계층을 대변하고, 이들을 괴롭히고 유린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응징하는 반(反)주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작가 자신의 사회의식 내지는 사회적인 입장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미카엘의 이야기가 소설을 전개하는 역할에 불과한데 반해 리즈베트의 이야기에서는 소설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문제의식이 보인다는 점도 그 이유다. 리즈베트는 법적으로는 정신병 이력이 있는 사회적 보호 대상으로 되어 있고, 그녀 또한 피어싱과 문신, 괴상한 옷차림과 어두운 표정, 험한 말투로 스스로를 위장하며 산다. 그녀를 관리해온 사회복지사와 병원, 경찰,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오해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한다. 저자는 리즈베트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지 않고 외모나 학력, 직업, 직장, 전과, 병력, 성별, 성적 취향, 피부색 등만 보고 차별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비난한다. 또한 리즈베트가 파헤치고 있는 하리에트 실종사건의 진상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각 분야에서 가진자의 못가진자에 대한, 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착취를 고발한다. 나아가 저자는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으며, 과격한 수단을 쓰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 전례가 없는 여성 주인공 리즈베트를 통해 악(惡)에 맞서 싸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까지 그려냈다. 이 점이 이 소설 최고의 미덕이자 성과다.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를 단순한 개인이 아닌 남성우월주의, 반유대주의, 나치즘, 민족주의 등의 이념과 사회세력으로 확장하여 강도높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사회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소설을 단순히 문장과 이야기를 즐기는 문학의 한 장르로 보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주류 매체나 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말괄량이 삐삐>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두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속해 있던 남남이었다가 같은 일을 수행하는 동료이자 조력자로, 연인이자 운명공동체로 묶여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여 애정소설로서도 훌륭하다. 한편 여성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소설에 지역성을 충실히 반영했으며, 남자 주인공은 고지식하리 만큼 신념이 강한데 반해 여자 주인공은 개성적이고 활달하다는 설정 등이 얼핏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시리즈만의 공통점이라기보다는 독일과 스웨덴을 아우르는 중북부 유럽의 일반화된 소설 유형이 아닌가 싶다. 두 시리즈 모두 좋아하니 앞으로 이 지역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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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웨덴 여성의 46퍼센트는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의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푹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시리즈는 언론인 출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이다. <밀레니엄>은 1983년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해 2004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기까지 평생을 인종차별과 극우파, 스웨덴의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대표적인 반파시스트로 산 작가의 이력이 그대로 녹아있는, 스티그 라르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잡지 <밀레니엄>의 창간인이자 강한 신념을 가진 언론인인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작가 자신의 분신이며, 기존의 히로인들과 달리 과격하고 거친 캐릭터를 가진 또다른 주인공 리즈베트 살란데르는 작가가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삐삐를 닮았다. 소설 곳곳에서 여성, 동성애자, 이민자, 극빈자 등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정부와 기업, 마초, 호모포비아, 인종주의자 등을 강하게 비난한 점은 작가의 반파시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마지막 운명 또한 소설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의 등장인물 다그 스벤손이 작품 탈고를 앞두고 갑자기 사망한 것처럼 저자 역시 원래 10부작으로 구상했던 <밀레니엄>을 3부작까지 밖에 쓰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런 다재다능하고 건전한 사회의식을 가진 작가가 원래 구상한 시리즈의 절반도 못 쓰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제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스웨덴 금융계의 거물 베네르스트룀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고 유죄를 선고받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평생 언론이라는 한 길만 걸어온 저널리스트 미카엘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며, 설상가상으로 그가 창간한 잡지 <밀레니엄>도 오랜 적자로 폐간될 위기에 봉착한다. 이 때 마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기업 방예르의 헨리크 방예르 회장이 그에게 수십 년 전에 실종된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해결하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언론인으로서의 신뢰도 잃었겠다, 돈도 없겠다, 별다른 대안이 없던 그는 회장의 제안을 수락한다. 한편 스물다섯의 여성 리즈베트 살란데르는 정신병원 신세를 진 전력이 있고 사회적 보호 대상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증오하며, 그 증오를 얼굴의 피어싱과 온 몸의 문신으로 온 세상에 내보인다. 그녀는 사실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지닌 해커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우연히 이를 알게된 블롬크비스트가 그녀에게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소설의 중심인 하리에트 실종 사건에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성적인 도구, 착취의 수단으로 여기는 남성우월주의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잠재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 나치즘이 얽혀있다. 이 가문은 부부 사이가 아무리 안좋아도 절대 이혼을 하면 안된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온 딸을 위로는 못할 망정 몸을 더럽혔다고 비난한다. 방예르 기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를 납품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가문의 주요 인물들이 나치를 추종하다가 죽었거나 여전히 추종하고 있다. 방예르 회장 자신은 유대인의 피가 섞인 여자와 결혼을 했다가 형제들로부터 심한 비난과 모욕을 받은 전적이 있다. 미카엘과 리즈베트는 겉보기엔 부유하고 화려한 대기업 가문의 내부에 이런 흉악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게다가 가문의 더러운 역사와 추악한 면모가 하리에트 실종 사건으로 귀결되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사건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미카엘, 리즈베트와 함께 분노했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회복지국가이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우대하기로 이름이 높은데, 이런 나라에서조차 이 같은 소설이 쓰일만큼 사회적인 문제, 병폐가 심각하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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