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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사는 법 - 몰라서 당하고 떼이고 속는, 대한민국 청춘들을 위한 리얼 생존문화서
김민수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11월 7일 오늘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수능이 끝나면 많은 수험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학에 합격해 자취나 하숙을 알아보거나 등록금을 마련할 것이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장벽 중에 하나가 바로 '법'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든, 집을 구하든, 학자금 대출을 받든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일에는 법이 얽히는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도합 12년에 걸친 교육을 받고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입증하는 수능 시험까지 치른 이들에게 법 지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더 큰 문제는 법은 법관이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오해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지레 겁먹고 포기해 피해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청년노조 청년유니온의 기획팀장 김민수가 쓴 <청춘이 사는 법>이다. 이 책은 이 땅의 20대 청춘들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크게 노동, 집, 신용문제로 나누어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이했다. 독학으로 노동법을 공부해 노동문제 상담을 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상담 현장에서 알게 된 사례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들은 사례와 비슷한 것이 참 많았다(그 때 내가 이 책을 알았더라면 적확하게 조언을 해줬을텐데!).
나는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급료가 밀린 적도 없고, 사장이나 다른 직원으로부터 폭언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도 없고, 부당하게 잘린 적도 없어서 이제까지 별탈 없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모르고 당한(!) 일이 의외로 많았다. 첫째는 근로계약서. 근로계약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근로조건 등을 명시하는 일종의 계약서로, 사업주의 법적 의무다. "201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바뀐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반드시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pp.26-7) 그런데 나는 이제까지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단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딱히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근로계약서가 없어서 제대로 구제를 못 받았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급료 대신 물건이나 상품권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문화상품권을 받은 경우는 양반이고, 당장 현금이 없다며 가게에 있는 음식이나 음료수를 대신 받은 적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업주는 반드시 '통화'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통화의 사전적 의미는 유통수단이나 지불수단으로 통용되는 화폐다. 현금, 수표 등이 이에 해당하고 계좌이체를 통한 급여 지급도 허용된다. 단 민어, 스마트폰,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임금을 퉁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p.33) 그 때 이 조항을 알았더라면 당당히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오늘은 일이 별로 없으니까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이 경우도 잘못 되었다. "매장 사정으로 작업량이 줄어들어도, 제품 판매가 부진해도, 심지어 불이 나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에도 모두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정되어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p.49) 지난 일을 이제와서 들출 수는 없으니 넘어가겠지만, 나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부디 바랄 뿐이다.
이런 일을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사장이나 상사에게 밉보이거나 실수를 해서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경우에도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 "해고하기 '최소 30일 전'에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근로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 말로 퉁치는 건 절대로 안 되고,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도 역시 용인되지 않습니다. 해고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통보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이기 때문에 이런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거죠. 또한 30일의 유예를 두는 것은 예고 기간 동안 근로자가 새롭게 일을 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p.137) 심지어는 아르바이트생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2013년 1월 1일부터 퇴직금제도가 5인 이하 사업장을 포함하여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이말인즉 사장님과 단 둘이 매장을 꾸려나가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p.142)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퇴직금을 받아본 적 없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자취, 하숙, 월세, 자가주택 구입 등 집과 관련된 법적 문제, 학자금 대출, 개인회생, 파산절차 등의 신용 문제 등이 나와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사람을 가리켜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가 대부분인 현대 사회에서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젊고 어리다는 이유로, 약자라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법 앞에서 눈물 흘리는 청춘이 없기를 부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