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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난 이제 내 능력을 조금은 안다...... 내 인생에서 뭘 하고 싶은지 안다. 이 모든 것은 너무도 단순한데, 과거에는 그토록 알기 어려웠다. 난 많은 사람들과 자고 싶다. 난 살고 싶고, 죽는 게 싫다. 난 가르치지 않을 테고, 학사 학위 다음에 석사 학위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내 지성이 나를 지배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지식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숭배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내가 진정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감수성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누가 모아 놓은 사실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난 모든 것을 할 작정이다...... 쾌락은 사방에 있으니까! 전적으로 열중할 것이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 내가 유일하게 포기하는 것은 포기하고 후퇴하는 힘이다. 즉 동일함과 지성을 수용하는 일이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아름답다...... 다른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다시 태어나다> pp.47-8. 수전 손택의 일기를 엮은 이 책에는 정제되지 않아 거칠고 펄펄 살아있는 느낌의 글이 많습니다. 이 글은 수전 손택이 열일곱 살 때 H와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낸 후 쓴 글입니다. 동성과의 하룻밤을 자기 삶에 대한 의지와 결심으로 연결짓다니, 참 멋지고 솔직하고,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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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지음 / 이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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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라서 그런가. 알콩달콩 예쁘게 사는 신혼부부나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결혼한 친척이나 친구, 선배들에게 결혼을 할까 말까 진지하게 물어보면 의외로 하지 말라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냐고 물으면 다들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사랑이 좋아도 같이 살기 시작하면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다. 결혼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살림이나 아이 때문에 또래들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의 저자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 같다. 저자 김진희는 1975년 안동에서 태어나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영국의 명문 디자인 스쿨 세인트마틴에서 유학했다.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영어 통번역사로 일했으며, 결혼 후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학벌이면 학벌, 직장이면 직장, 결혼이면 결혼.....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화려한 그녀의 이력만 봐서는 결핍이나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결혼은 화려한 하이힐이 아니라 막상 신으면 '발이 아픈 신발'이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내 곁에서 먹고 자는 '이방인'이라고.



어린 시절과 영국에서의 추억, 결혼 후 시작된 가사노동과 육아 스트레스,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오해로 인한 고통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쓴 저자의 글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팠다. 남편은 물론 가족, 친구 그 누구에게도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던 저자가 우연히 동네 친구 하나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헤어지게 되는 대목에서는 나까지도 눈물이 났다. 이별은 늘 슬프지만, 가까운 곳에게서 사랑을 찾지 못하고 먼 곳에서 사랑을 구해야 하는 저자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동네에서 종종 유치원생,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카페나 공원에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는데, 이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아릴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영국 유학 시절 미술관에서 사모은 엽서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또 슬펐다.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꿈을 꾸며 엽서를 사던 이십대 초반에는 행여 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리라. 다행인 건, 저자의 어머니 세대만 해도 힘든 걸 힘들다고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지만, 저자 세대에 이르러서는 마음 속 이야기를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잘된 일은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멀리 돌아왔지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디자인 수업을 받은 저자가 글과 미술이 어우러진 이런 근사한 책을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멋진 작가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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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건방지게도, 이것이야말로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나 혼자서 공부해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찾아낸 공부방법은 교과서에든 보통 책에서든 상관없이, 눈에 띄는 재미있는 말, 아니면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노트에 적어서 외우는 방법이었습니다. 또한 책에 나오는 외국어나 인명을 있는 대로 적어두었다가 그것을 다른 책에서 조사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한층 자유스럽게 한층 적극적으로 한 일 - 그리고 지금도 계속하는 일 - 인데, 지금 말한 방법으로 알게된 책에서 다음 책으로, 스스로 읽을 책을 찾아서 연결시켜가는 방법이었습니다." (pp.100-1) 

 

"어린 나는 그때 읽어도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읽으려고 결심한 저자의 이름과 책 이름을 노트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그때에 언젠가는 읽어보려고 생각했는지 스스로도 흥미로운 점을, 그 나이의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적어두었습니다. ... 그리고 몇 년이 자니서 실제로 그 책을 읽어보고 생각했던 대로 좋은 책이라고 스스로 확인하게 될 때에는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pp.109-10)

 

 

최근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하 수상하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반전(反戰) 지식인으로도 유명한 오에 겐자부로가 얼마나 속이 상할까.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유년기와 소년기를 회상하며 쓴 책 <나의 나무 아래서>를 읽은 지 얼마 안 된 터라 마음이  안 좋다.

 

 

1935년생인 저자는 가난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열 살이 되던 해에 패전을 맞았다. 그 때부터 이미 남들보다 배는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어제까지 분명 '천황 만세, 미군 타도'를 외치던 학교 선생들이 패전과 동시에 '천황은 인간이고 미국은 천사'라며 뻔뻔하게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어른들의 모순과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떴다. 대신 저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민간 신앙에 눈을 돌렸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나무'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나의 나무'는 저자의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무인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나무를 한 그루씩 가지고 있고, 죽을 때가 되면 그 나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고, 죽어도 생명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이 이야기는, 언뜻 듣기에는 신비로운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생명의 질서와 원리를 옛 사람들의 언어로 표현한, 지혜의 정수다. 저자는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이야기 말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가 닳지 않는 '진짜 이야기'의 힘을 이 때부터 믿기 시작한 것 같다.

 

 

모순적인 교사들의 교육 방식에 질린 저자는 일찍이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건방지게도, 이것이야말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지금 가장 관심있고 궁금한 내용을 노트에 적은 뒤 관련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효과적인 공부법이 또 있을까 싶다. 게다가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 불문과에 진학했으니 이 '건방진' 독학법이 입시에 있어서도 통하는 것이리라. 독서법도 주목할 만하다. 나도 관심있는 저자의 이름과 책 이름을 따로 적어두고 정기적으로 구입을 하지만 읽고 싶은 이유와 흥미로운 점까지는 적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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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 전략 - 와튼 스쿨 최고의 마케팅 명강의
조지 데이 & 크리스틴 무어먼 지음, 김현정 옮김, 이명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생소한 용어를 유명 기업의 잘 알려진 사례를 통해 잘 풀어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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